그 남자의 정원 01
W.헤벌레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모티브로 한 글입니다.* # 쾅. 넘어졌다. 정확하게는 미끄러졌다. 현관 복도에 정체 모를 물들이 흥건하게 있었다. "아씨...뭐야" 빵집 마감시간이 되어가는지 모르다가 급하게 뛰어나온 것이 화근인가 싶었으나 바지가 축축해지는 걸 느낀 정국은 욕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이 왜 있는거야.." 축축해진 바지를 털면서 일어나 물난리가 된 복도를 보았다. 자세히 보니 503호에서 나온 물이었다. 이미 503호 현관문에서 나온 물들은 5층을 지나 4층을 내려가는 계단까지 바다를 이루고있었다. 망설임없이 503호의 현관벨을 눌렀다. 뚜르르르.뚜르르르. 응답이 없었다. 문을 세게 쾅쾅.하고 두드려봤지만 역시 돌아오는 응답은 없었다. 정국은 이런 짓이 시간 낭비라 생각하여 빵집을 갔다온 후 따지기로 하고 자릴 떠났다. fermé(닫혔음). "젠장."하고 욕이 튀어나왔다. 정체모를 물에 젖은 바지, 문이 닫힌 빵집. 이 모든게 그 망할 503호 탓이라 생각라며 분을 삭히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정국은 집으로 가기 전 503호를 그냥 지나 칠 수 없었다. "N'y a-t-il personne à l'intérieur?(안에 아무도 안 계십니까?)"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길래 소리쳤다. 혹시나 문이 열려있을까 싶어 문손잡이를 돌렸더니 철컥.하고 열렸다. "Excuse-moi, N'y a-t-il personne à l'intérieur?(실례합니다. 안에 아무도 안 계십니까?)" 크게 소리 질렀지만 주인은 없는 것 같았다. 집 안은 불이 켜져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어둑했다. '불 켜놓고 도대체 어딜 간거야.' 현관 바닥에 깔려있는 카페트는 이미 안에서 나온 물 때문에 정국이 발길을 옮길 때마다 찰박찰박 소리를 냈다. 정체모를 물들이 가득한 이 집은 퍽이나 기분나쁘게 느껴졌다. 일반 가정 집 치곤 신기한 냄새들이 가득한 집이었다. 풀냄새, 오래된 나무 냄새, 향신료 냄새가 드문드문 스쳐지나갔지만 특히 흙냄새가 많이 났다. 주인 없는 집을 들어가는 것이 무례한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어쩔 수 없는 호기심에 무례함을 뒤로 한 채 익숙치 않은 흙냄새를 따라 갔다. 그곳엔 텃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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