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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파멸이, 빛은 좌절이 되는 세상.
너를 보아서도, 나를 보아서도 안 되는 세상.
너는 나의 파멸이 되고, 나는 너의 파멸이 되는 세상.

우리는 그런 세상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 세계 속에 몸 담고 있었다.
처음부터 선택권이 주어진 적이 없었다. 우리에겐 선택지도 없었다. 알지 못하는 그 세상을 살아가야만 했다. 그게 전부라고 받아들이며, 그렇게 살아야만 했다.

우리의 숙명이었다.








[워너원/김재환] La couleur A | 인스티즈





La Couleur










너를 만난 그 날도 여전히 같은 흑백의 나날이었다. 색을 보면 사라지는 세상이었다. 색을 보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사라져야만 했다. 그게 흑백 세상의 논리였고 법칙이었다. 사람들은 색을 보는 것을 죄악시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색을 보는 건 죄악이 맞았으니까.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떻게 색을 보아야하는지 알지 못했다. 죄악이라는 건 알지만, 어떻게 죄악을 저지르는 지는 알지 못했다. 애초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죄악은, 죄악이니까. 행해져서는 안 되는 것이니까. 그렇게 믿었던 어느 날의 나날이었다. 그 어느 자락 중의 일부였다.

너를 만난 나의 파멸의 날도, 그러한 나날이었다.











10대의 마지막 여름이었다.
애초부터 계절이 중요하지는 않았지만, 책에서 여름이라니, 나는 여름이라고 생각해야만 했다.
후덥지근한 날씨는 여름, 먼지가 많은 건조한 기분은 봄, 살을 에는 추위가 느껴지면 겨울, 낙엽이 떨어지면 가을. 색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낙엽과 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옷을 입어야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지, 더워 열이 오르지 않는지가 중요한 거였으니까. 책에서 배우는 모든 것은 철저히 이론에만 그쳤다. 이론 속의 계절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

그런 미적지근함 속의 흑백은 지루하다. 살갗에 느껴지는 온도는 뜨겁기만 한데,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은 차갑기가 그지 없었으니까. 이질적인 역설 안의 나는 지루하다, 우울하다. 그럼에도 그런 감정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시키는 대로 살면 되는 그런 세상이었다. 학교에 다니고, 밥을 먹고, 날씨에 맞는 두께의 옷을 입고. 학교를 졸업하면 어떤 일을 해 먹고 살지 결정하는 단조로운 고민에 빠진 하루를 사는. 그런 10대의 마지막 여름을 나는 보내고 있었다. 










"색을 보는 게 뭐야?"


"색?"


"어. 어젠가, 어떤 애가 색 보인다고 소리 지르고 쓰러졌잖아."


"...그거 알아서 뭐 하려고."


"그냥. 궁금하잖아. 뭐길래 애들이 그렇게 쓰러지는지."


"그거 말해봐야 좋을 게 없어. 어차피 그렇게 쓰러져서 어디로 끌려가는 지도 모르잖아."


"근데 그럼 어제 쓰러진 걔도 끌려갔으려나."


"끌려갔겠지."


"끌려가면 뭐하는데?"


"낸들 아냐. 그냥 엄청나게 힘들다던데."


"죽는다는 얘기도 있는데 뭐."





간혹 아이들은 색을 보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곤 했다. 색을 보는 게 대체 어떤 의미인지, 색이 무엇인지, 색을 보고난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나는 그 정답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그들은 색을 본 뒤에 기절했을테고, 그 상태로 정부의 어느 기관에 끌려갔겠지. 나는 그 모든 과정을 똑똑히 지켜본 사람이었다. 색을 보았던 자들이 어떻게 그 곳으로 갔는지, 그 곳에서 어떻게 파멸을 얻는지를. 그럼에도 아이들은 그 잔인하고 뒤틀린 과정에 관심을 보였다. 내 친구들도 예외는 아닌 듯 해보였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아이들의 의문들. 시시콜콜한 가십과 다름이 없는 아이들의 의문이 나는 재미없었다. 색을 보는 것에 대해 나는 일말의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가십에는 관심이 가지 않는 하루였다. 누가 쓰러지든, 누가 어떻게 되든, 내겐 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여주야, 엄마는..."


"엄마 지금 어디 가는데...? 엄마 어디 가는데....?"


"우리 예쁜 딸....엄마가 이렇게 가버려서 미안해....예쁜 딸 얼굴, 이렇게 잠깐밖에 못 봐서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들 모두가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동정하기엔 나는 나 자신을 동정하기에도 벅찼다. 여전히 그 날의 흑백을 떠올리면 나는 눈물이 나는데, 여전히 그 날의 흑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웠는데, 나를 어루만지던 엄마의 손은 그토록이나 차가웠는데. 

자업자득이었다. 그들이 저지른 무언가의 업보일 것이다. 그들도 누군가를 상처입혔을 것이니. 그들이 빛을 얻어서, 그들이 색을 얻어서 분명히 누군가는 뒤돌아 생채기를 혼자 어루만지고 있어야만 할 테니까.











"너네 먼저 밥 먹고 있을래?"


"왜?"


"아, 나 소화가 좀 안 되는 것 같아서. 보건실 좀 들렸다 가려고."


"많이 아파?"


"그렇지는 않고. 좀 얹힌 거 같아, 아침에 먹었던 거."


"그럼 약 먹고 괜찮아지면 식당으로 와!"


"응. 한 십분 지나서도 안 오면 그냥 너희들끼리만 먹어."












사실 나는 아침을 먹은 적도 없었다. 아침을 챙겨줄 사람도 없었지만 내가 챙겨먹을 의지는 더더욱이나 없었으니까. 당연히 보건실에 갈 일도 없었다. 나는 아주 멀쩡했다. 아이들의 가십이 시끄러운 걸 제외하면, 아이들의 가십이 하필이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종류의 것인 게 거슬리는 걸 제외하면. 자연스레 나는 어디든 빈 교실을 찾으려 했다.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곳이 좋았다. 그 빌어먹을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이 쓰지 않는 오래된 옆 건물은 그런 공간으론 내게 딱 맞는 곳이었다. 벌레가 살 건, 사람이 오지 않는 한적한 곳이라 위험이 많든, 내겐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무서운 것은 하나 뿐이었다.

내게 파멸을 가져다줄 빛을 보게 되는 것. 색을 느끼게 되는 것.

복잡한 머릿 속을 애써 정리하려 노력하며 도달한 어두침침한 복도의 세번째 교실의 문은 어정쩡히 닫혀있었다. 안에서는 인기척이 났다.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좋았지만, 이번만큼은 들여다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누군가 내게 그러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 교실 문에 들어가 누군가를 만나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이상야릇한 느낌이.






"거기 누구 있,"









[워너원/김재환] La couleur A | 인스티즈








그제서야 알아챘다. 나를 보는 누군가의 눈길에 그제서야 알아채고 말았다. 아아, 나의 파멸이구나. 그토록이나 애원하던 유일한 소원을 신께서는 거절하셔야만 했구나.

아아, 결국에 파멸은 나의 운명이구나.


결국은, 너를 마주해버렸구나. 나의 색아.











대표 사진
독자1
헐 자까님 문체가 제 취향을 저격해버렸어여 와 뭔가 담담한데 꽉차있는 느낌이예여 와 헐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와,,, 색을 보게되는 ,,,, 브금이랑 내용 착붙이에요,, 와 ,, 좋아요 잘보고가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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