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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박지훈] 도련님, 나의 도련님 | 인스티즈


도련님, 나의 도련님




 람의 발길이라고는 닿지 않는 곳. 울퉁불퉁한 길에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기를 수십 번, 얼마나 온 건지 밝았던 하늘은 어느샌가 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창문 밖에서 쏟아져내리는 노을빛에 눈이 부셔 살짝 눈을 찡그리면 이제 거의 다 왔다며 운전하던 남자가 말했다. 품에 안고 있던 짐꾸러미들을 꼬옥 쥐었다.

 남자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였는지 이내 곧 도착해 내린 저택은 한 눈에 담기에도 버거울만큼 컸다. 입이 벌어지는 줄도 모른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있노라면 들어가자며 남자는 앞장서 걸었다. 다들 똑같은 옷을 입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저택 안은 무언가 숨이 막힐 것처럼 삭막했다. 뭘 꾸물거리고 있냐며 다가온 한 여자가 자신이 입은 옷과 같은 옷을 건네었다.

 "옆에 있는 남자가 방을 안내해줄거야. 옷을 다 갈아입고 나면 다시 이 곳으로 와."




도련님, 나의 도련님



  하나 찾기도 어려울만큼 저택 안은 방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어떻게 안 건지 나를 안내해주던 남자는 내 손에 열쇠를 쥐어주었다. …감사합니다. 시선이 올곧이 나에게로 향하는 남자의 눈을 차마 맞출 자신은 없어 인사만을 짧게 하고는 얼른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윽고 들려오는 남자의 발소리가 점점 옅어졌다. 알 수 없는 분위기. 묘한 느낌만이 감도는 이 집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품에 안고있던 짐들을 내려놓고 받았던 옷을 하나씩 입으면 방 안에 자리잡고 있던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이 보였다. 분명 한 번도 입어본적 없는 비싼 옷일텐데, 몸을 감싸는 보드라운 옷에도 나는 차마 웃을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시간이 없으니 얼른 출발하자."


 아까 그 여자는 내 목에 둘러져있던 리본을 다시 매어주고는 자신을 따라오라며 또각또각 분주한 구둣소리를 내며 걸었다. 내 발에도 신겨진 그녀와의 똑같은 구두가 어색해 몇 번이나 넘어질 뻔 했다. 그런 나를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어디론가 급히 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조금은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누가 누구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지, 참으로 우스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가 멈춰선 문은 감히 두드릴 수도 없을만큼 고급진 문양들이 하나하나 새겨져있었다. 여자는 가볍게 목을 다듬더니 두어번 문을 두드렸다. 도련님, 아이가 도착했습니다. 상냥한 그녀의 말은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공중으로 흩어지는 듯 했다. 여자는 익숙한듯 등지고 있던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보다 조금 더 큰 키의 여자를 올려다보면 그녀의 눈에는 설명하기 힘든 일렁임이 있었다. 연민. 내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 느꼈던 그 눈이었다.


 "지금부터는 너 혼자 들어가."

 "…네? 대답을 하지 않으신 것 같은데…."

 "일 하다 보면 익숙해질거야. 한두 번도 아니니까."


 여자의 얼굴에는 짧게 조소가 스쳐지났다. 여자는 수고하라며 내 어깨를 톡톡 치고는 도망치는 자리를 벗어났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시선을 다시 문 쪽으로 옮기던 그 순간 팔을 타고 오소소 소름이 끼쳤다. 대체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건지 내 앞에는 굳게 닫혀있던 문이 아닌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가까이 서있었다. 나를 내려다보는 두 개의 눈동자는 한 번도 본 적없는 말갛고 투명했지만 나를 하나하나 뜯어보는 그 시선을 굉장히 끈적거리고 불쾌했다.


 "…아,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오게 된…,"

[워너원/박지훈] 도련님, 나의 도련님 | 인스티즈

 "들어와."

 "네?"

 "들어오라고."


 늦은 인사를 끝마치기도 전에 나를 자신의 방으로 강하게 이끄는 남자였다. 갑작스로운 행동에 도망칠 틈도 없이. 놀란 마음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을이라는 존재는 참으로도 나약하다. 나를 자신의 침대로 끌고가더니 이윽고 풀썩 주저 앉은 그에 시선의 방향은 위에서 아래로 향했다. 여전히 놓지 않는 그의 손에 조금은 아파와 표정을 작게나마 찡그려도 공허한 그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담기지 않는다.


 "입혀줘."


 여전히 손을 놓지 않은채 남자는 침대 옆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려있는 옷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내가 이해하지 못함을 안 걸까, 짧게 한숨을 내쉰 남자는 입고있던 얇은 가운을 벗었다. 깜짝 놀라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도 그에게 잡혀있는 손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눈 떠."

 "……."

 "이제 입혀줘."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저, 손이라도 좀…. 아, 짧은 탄식과 함께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그 손이 놓아진다. 혹여나 구겨져 주름이라도 생길까 조심스럽게 옷을 집어 들었다. 옷을 집어들고 나서야 남자의 맨살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이 무언가에 데인듯 발갛게 달아올랐다. 눈을 어디다 둬야 하나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으면 앉아있던 남자가 일어나 내 앞으로 더 가까이 다가온다. 한 뼘도 되지않는 그와의 거리에 누군가 목이라도 잡아 비틀기라도 한듯 숨이 턱턱 막혔다.

[워너원/박지훈] 도련님, 나의 도련님 | 인스티즈

 사이에 오고 가는 것은 서로의 숨길말고는 없었다. 남자는 팔을 들었다. 큰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들고 있던 옷을 펼쳐 남자의 팔에 한 쪽씩 끼웠다. 그 짧은 시간동안 그 하얀 살에 손이라도 닿을까 서늘한 방 안의 공기에도 목 뒤는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대체 어떻게 옷을 입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눈 앞이 몇 번이나 흐려지기를 반복하고는 겨우 아슬해진 정신의 끈을 붙잡으면 옷 앞의 고름을 묶어주는 일만을 남겨두었다.

 

 "…도련님, 이제 고름만,"

 "묶어."

 "…예?"

 "묶으라고."

 

 나른하게 눈을 감았다 뜨는 남자의 입가에는 짧은 호선이 그려졌다.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어떠한 말도 형용할 수 없을만큼. 연지라도 찍어 바른 것마냥 붉은 입술에 심장의 고동이 불안해졌다. 옷고름을 쥐고 있던 양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답답해져오는 마음을 숨긴채 고름을 매기 위해 남자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헙, 하고 들이 쉰 숨을 내뱉을 수도 없을정도로 가까워진 거리에 남자의 옅은 심장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는듯 했다. 급히 고름을 묶고는 그에게서 한 발자국 멀어져 고개를 숙이면 그의 시선은 끈질기게 나를 쫒았다.

 

 "…이제 나가보겠습니다."

 

 황급히 자리를 떠나 방을 벗어나는 저를 다행히도 그는 쫒아오지 않았다. 힘이 풀린 다리에 걸음걸이가 휘청거렸지만 도망치듯 달아나는 두 발을 멈출 수 없었다. 머릿 속에 적색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려대는듯 했다.



도련님, 나의 도련님



  날 이후 알게 된 것이라고는 남자는 이 커다란 저택의 주인의 외아들이라는 점과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만큼 조용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이 곳으로 오게 된 이유가 남자의 선택이었다는 것 정도.

 말이 없다는 건 소문이 아니였는지 하루에 몇 번이나 자신에게 차 심부름을 시키면서도 남자는 저에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늘도 제 시간에 차를 가져다 주기 위해 찻잔을 손에 들고 남자의 방으로 향했다. 이 집에 온지 2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남자의 방 문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도련님, 들어가겠습니다. 남자의 방문을 두 번 두드리고 오늘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남자는 방 안 쪽 책상에 앉아 빛이 바랜 신문을 읽고 있었다. 남자는 찻잔을 내려놓는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남자와 함께 있는 그 짧은 시간에도 숨이 막힐듯한 정적에 말이라도 걸어볼까 입술을 떼었다 붙였다는 반복했지만 무엇을 말 할 수 있을까. 그만 돌아가겠다고 인사를 하려고 숙였던 고개를 들면 언제 자신을 보고 있었는지 남자의 무거운 시선이 저에게로 닿아있었다.

 [워너원/박지훈] 도련님, 나의 도련님 | 인스티즈

 "목욕물을 받아놔줘."

 "……."

 "오늘은 날이 참 더워. 그렇지 않아?"


 또, 또다. 자신을 금방이라도 잡아 먹어버릴듯한 그 시선에 머릿 속에는 다시 적색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형태없는 그 소음에 귀가 아파져오는 듯 했다. 덜덜 떨리는 손을 부여잡았다. 남자도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자신의 떨리는 손을 본 것일까 남자는 하하, 짧게 웃었다. 무슨 생각해? 오늘따라 남자의 모습은 낯설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정말로 큰일이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남자에게 물을 받아놓겠다며 남자의 방의 욕실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참을 수 없는 분위기에 잠식할 것만 같았다.

 냉방이 되는 방과는 다르게 욕실은 습하고 더운 온기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지기라도 할까 조심스럽게 들어서면 제 코 끝을 감싸오는 향기에 온 몸에는 두려움이 휘감았다. 말렸구나. 안타깝게도 너무나 늦어버린 생각에 남자는 자신의 허리를 단단히 옥죄어왔다. 등 뒤로 느껴지는 그의 숨에 온몸이 녹을 것만 같았다. 귓가에는 여전히 적색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바라봄 모먼트

사실 저는 지훈이가 최애랍니다. 쓰면서 과연 지훈이를 데리고 이런 글을 써도 되는 것인가 손목이 시려오는 것을 참으며 완성했네요 !

히데코같은 지훈이를 쓰고 싶었는데 과연...ㅎㅅㅎ... 숙희 독자님들은 어떠셨나요 ^ㅅ^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앗 그리고 저번 영민이 글에서 영민이가 여주를 어장했다, 라는 글은 아니였어요.

여주를 열에 약한 금붕어라고 생각하고 대입해 읽으신다면 좀 더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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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52.83
히데코 지훈 노리신 거라면 완전 완전 완죠니 성공입니다!! 보면서 내내 아가씨의 그 오묘한 분위기가 떠올라서 감정이입 되게 잘 됐어요 흡입력 쩔어줍니다ㅜㅜ 도련님 지후니 넘 좋아오ㅜㅜ❤️
6년 전
바라봄 모먼트
우리 비회원 독자님 예쁜 말 가득한 댓글 감사합니다 (❤️) 사실 아가씨같은 분위기를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글 솜씨가 부족해 항상 포기했었는데 지훈이가 너무 좋아서 써봤는데 독자님 마음에 드셨다면 저도 기뻐요오 (❤️)
6년 전
독자1
와.............. 저택부터 시작해서 같이 일하는 분도 그렇고 지훈이 분위기가 정말 최고입니다,,, 짱인 것 같아요 ㅠ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바라봄 모먼트
읽으시는데 그렇게 느끼실 수 있었다면 저도 너무 감사해요 부족한 글인데도 좋은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
6년 전
독자2
으허 영화 아가씨를 못봤는데 지훈이와 여주 분위기가 굉장히 묘하네요ㅠㅠ
6년 전
바라봄 모먼트
못 보셨다면 꼬옥 보시길 추천드릴게요 ! 내용적인 면에선 모르겠지만 촬영 기법이라던가 그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너무 좋아요 여주랑 지훈이 사이의 분위기를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6년 전
독자3
아가씨 ..라는 영화를 안 봤지만 그래도 히데코 ㅠㅠㅠㅠㅠㅠ아 뭔가 어울려요 분위기도 ...그리고 위험하단 그거 마저도 뭔가 몽환적으로 홀리게 만드는 ..하핫 숙희라니까 너무 설레오 ...분위기도 짱입니다ㅠㅠㅠㅠ
6년 전
바라봄 모먼트
좋은 말씀 가득한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ㅠㅡㅠ 부족한 글에 이런 칭찬을 받아도 되나 막 부끄럽네요 헤헤 윗 독자님께도 말씀드렸지만 가능하시다면 꼭 한 번 보시길 바랄게요 ! 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너무 좋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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