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팅에서 전남친 만난 썰 tx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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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따라 유난히 친구는 나보고 과팅에 나가자면서 보챘음. 평소에 별로 친하지도 않던 애였는데, 갑자기 자리가 빈다며 부탁을 해오는 것이었음. 싫다고 거절하는데도 계속 나를 달래면서 말했음. 너무 간절해보여서 "무슨 과인데?" 그러자 "작곡과, 거기 애들 되게 괜찮데. 같이 가자 응?" 하지만 난 친구의 말을 듣고서는 더 결심을 굳혔음. 나가고 싶지 않다. 나갔다가 괜히 마주칠까봐 겁이 나서. 고개를 휘휘 저으며 됐다고 의사를 표시했음.
친구는 그렇게 싫다는 데도 나를 설득해서 결국 과팅에 데려갔음. 솔직히 내 생각에도 걔가 이런 거 나오고 그럴 성격이 아니니까. 설마하는 마음으로, 친구하나 살린다 생각하고 나갔음. 억지로 끌려나가서 자리에 앉는데. 상대편의 인원 수가 맞지가 앉았음. 2명이 더 적어서, 친구한테 "야, 저기는 두명 없는데 굳이 내가 와야돼?" 라고 하자. 친구가 아직 다 안 왔다며, 곧 올 거라고 말했음. 그 순간 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음. "아, 안 간다고" "잠시만 있어라 어? 야 다 왔으니까. 조용히 하고 어?" 아마 우리 앞의 빈 2자리의 주인공들인 것 같았음.
별 관심이 없으니까. 그냥 내 앞에 놓은 음료수만 조용히 마시는데, 상대편 남자들이 앞자리에 앉는게 느껴졌음. 그러거나 말거나 고래를 숙인 채 조용히 음료를 마시는데. 반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김탄소?" 라고 하는 거임.
고개를 들어서 확인하는데. 진짜 그 순간 나를 데리고 온 친구와 그 상대편을 데리고 온 늦게 온 (초면에 죄송하지만) 남자를 속으로 마구 욕했음. 왜냐면, 내 앞에 앉아있는 건. 약 2개월 전에 대판 싸우고 헤어진 전남친이었으니까.
그리고 창피하게도 걔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좀 큰 소리로 외쳐버렸음. "민윤기?"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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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바로 내 앞에 앉아계신 전남친과는 약 3년 정도를 만났었음. 내 인생 평생 20년 동안 연애의 ㅇ자도 모르고 살아오던 나는 대학교에 가면 뭔가가 달라질거라고 생각하던 희망찬 신입생이었음. 그렇지만 남친 따위는 생기지 않았었음. 그렇게 1년여 정도의 솔로기간을 더 지냈음. 물론 이 솔로기간에 지금은 꼴도 보기 싫은 '민윤기' 를 만나게 된거임. 그 때는 아무 감정도 없던 친구였음.
그러니까. 처음 만났던 게, 동아리에서였나. 나는 귀찮아하기는 하지만 나름 운동을 할 때는 열심히 하는 사람임. 그렇지만 맹세코 동아리를 운동관련으로 들어갈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음. 그런데 친구가 농구 동아리에 자기 이상형이 존재한다면서 나를 억지로 끌고 가서 가입하게 했음. 물론, 가입하는 대신 친구가 거하게 한 턱을 내기로 약속했음.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음. 활동 안하면 그만이지 뭐.
하지만 사람 인생이라는 게 뭐든지 생각하는 대로, 맘 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음? 농구 동아리 부장 선배는 생각보다 집요했음. 경기를 보러갈 때도 꼭 참석하게 유도했는데 안 나가면 내가 역대급 X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끔 연기도 참 잘하는 분이었음. 그렇게 내 휴식시간은 농구 동아리가 뺏어가고 있었음. 여자 부원이 없던 것도 아님. 생각보다 꽤 있었음. 물론 목적이 농구가 아닌 것 같은 사람들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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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억지로 나간 동아리 활동에서 나는 항상 조용히 앉아있었음. 그리고 가끔 몰래 빼먹었음. 그래서 부장 선배의 눈에 나는 주요 인물이었을 것임. 얼마 후에 나름 신입 부원들끼리 친해지길 바란다면서 환영회라는 명목아래 술판이 벌어졌음. 그냥 이왕 이렇게 된 거 술이나 열심히 먹자 하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들이켰음. 내 친구? 걔는 이미 지 이상형인지 뭐시기한테 가서 작업 중인게 분명했음. 딱히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혼자서 술을 마시는데, 반대쪽에서 "야, 자작하면 3년 재수없다" 그러면서 내 술잔에 누군가 술을 채워주는 거임.
왠 허여멀건 마른 남자애 하나가 앉아있었음. 어쨌든 초면이고 일단 선배인지 동기인지 알 수 없어서 존댓말을 사용했음.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러자 한 쪽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어깨를 으쓱해보이던 남자애가 "동갑" 진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저 말만 하길래 의문스레 쳐다보자. "말 놓으라고" 라고 말해오는 거임. "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음.
그렇게 묵묵히 서로 술을 따라주다가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애가 생각보다 이야기를 잘 이어갔음. 되게 만사 귀찮은 표정과 말투인 거 같은데, 그런 첫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친화력이 좋은 것 같았음. 작곡과 1학년이었고 그래서 내가 볼 기회가 없었던 거였음. 나는 문예창작과였으니까. 예대 건물이랑 우리학과 건물이랑 거리가 꽤 멀었었음.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신입 부원들에게 관심이 생긴 선배들은 술을 자꾸만 따라주었음. 어색하게 웃으며 주는 술을 그냥 받아먹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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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주량이 센 편이 아님. 근데 그냥 생각없이 술을 주는대로 받아먹다보니, 어느새 좀 거나하게 취하게 되서 몸이 휘청거렸음. 그래도 귀소 본능에 집에 가려고 자꾸만 일어서려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잘 안 됐음. 친구는 나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굴렀음. 얘는 나랑 집이 정반대였고, 내가 이렇게 취하는 경우가 많지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나때문에 친구가 우리집이랑 같은 방향인 사람이 없나 찾는데. 아무도 없는 것 같았음. 친구가 어떡하나 하고 있는데.
왠 하얀 팔이 나를 잡았음. 그리고는 그 팔의 주인은 친구에게 "내가 같은 방향이야. 데려다 줄게" 라며 나를 데려갔음. 친구는 다행이라면서 나를 걔한테 넘겨줬음. 지금 생각해보니 내 친구는 얘를 뭘 믿고 나를 넘겨준건가 싶음. 솔직히 초면인데. 나중에 친구한테 물었을 때 친구는 무표정하게 말했었음. "걔도 눈이 있잖아"
아무튼 그래서 민윤기가 나를 데리고 우리집으로 향하게 되었음. 우리집 주소는 친구가 민윤기에게 알려줘서 문제없이 잘 가고 있었음. 문제는 나한테 있었지. 술만 먹으면 친화력이 극대, 스킨십이 서슴없어지는 나는 술을 마시고 눈에 뵈는게 없었음.
그래서 나를 부축하는 민윤기의 팔 한쪽을 잡고 흔들면서 "민융기, 윤기야아?" 정확하지도 않은 발음으로 이름을 불렀음. 민윤기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야, 야 정신차려" 내 어깨를 툭툭 쳐왔음. 그렇지만 말했잖음, 이미 눈에 뵈는 게 없었다고. "융기야, 탄소 다리 아파 업어줘" 그러자 헛웃음을 짓던 녀석은 "너 술깨면 뭐 어쩌려고 이러냐" 라면서도 나를 업었음. 등에 업히게 되서 신이난 나는 "오, 너 최고다. 멋찌다" 라고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음. 그 때 정확하지는 않은데 아마 이런 말을 들었던 거 같음. "하...뭔데 귀엽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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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전날 마신 술에 속이 쓰려서 괴로워하며 물을 마시던 나는 그대로 물을 뿜을 뻔 했음. 전날 내 추태가 생각나서 와 진짜 너무 창피해서 동아리에 당분간 얼굴을 비출 수 없을 것 같았음. 그래서 그 후에 두 번인가 정도 동아리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음. 나름 나도 그 날을 일을 잊어가면서 대학 생활을 열심히 잘 하고 있었음. 그 문자가 오기 전까지는.
[김탄소, 동아리 왜 안 나오냐?]
전혀 모르는 번호에서 온 문자에 동공지진이 일어났음. 부장 선배 번호도 아니었고, 동아리 중 누군가인 거 같았는데. 동아리에서 내 번호를 알 사람이 있나 싶어서 문자를 쳐다보는데 바로 또 문자가 왔음.
[쪽'팔려서 안 나오냐? 그냥 나와. 잊어줄게]
그 문자를 보고 감이 왔음. 아, 민윤기구나. 문자를 받고서는 괴로워서 머리를 쥐어뜯었음. 이렇게 망한 내 이미지는 어떻게 해야하나. 그렇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으므로, 그냥 눈을 꼭 감고는
[그래...다음에는 꼭 나갈게]
라고 보냈음. 그러고 한참 답장이 없길래 답장이 안오나 싶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답장이 왔음.
[어, 꼭 와라. 내가 확인할거야]
그게 첫만남이었음.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그 날일로 얼마나 민윤기가 놀렸는지 모름. 하지만 나도 놀릴 거리가 하나 있었음. 알고보니 그 때 민윤기가 집은 우리 집 정반대였던거. 나중에야 이사가서 정말로 같은 방향이 되었었지만. 이것도 본인 피셜이 아니고, 어떤 선배가 우연히 말해서 알게 된 거 였음. 뭐 그 후에 여차저차해서 사귀게 되었었고. 그렇게 3년이나 만나서 23살이었던 올해 2달전까지 우리는 연인이었음.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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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만남이 어쨋든, 연애과정이 달콤했던 뭐든 간에. 중요한 건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자식이 전남친이라는 거였음. 괜히 속이 타서 내 앞에 놓였던 음료의 얼음까지 와작와작 씹어먹었음. 아니,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었음. 아무리 쟤랑 내가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사귀었다지만, 그래도 어떻게 여기에 쟤랑 내가 둘 다 나올 수 있나. 이쯤되면 이건 누군가가 조작했거나, 신의 장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고개를 들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팔짱을 낀 채 나를 쳐다보는 민윤기가 보여서 핸드폰만 계속 만지작거렸음.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지배하고 있었으나 상황은 내 바람과는 달리 아주 열심히 진행되고 있었음.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찍어서 나가는 과정까지 오는데, 그 중 누군가가 제안을 했음. 여자들이 물건 하나를 꺼내 놓으면 그걸 집어서 그 물건 주인하고 나가는 게 어떻냐는 말이었음.
이게 무슨 80년대 과팅도 아니고 얼굴을 구긴 내가 뭐라고 반박하려는 순간. 민윤기가 슬쩍 웃으며 말했음. "좋네. 그렇게 해요" 민윤기의 의사 표현을 시작으로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표했음. 짜증나는 자식 슬며시 노려보는데도 그 자식은 슬며시 웃고 있었음.
그래서 결국 각자 물건들을 하나씩 주선자인 친구에게 건내는데. 나는 뭘 줄까 하다가 민윤기가 알아볼만한 걸 내면, 설마 저 자식이 그건 안 고르겠지 싶은 생각에. 내가 항상 들고 다니던 손거울을 건네주었음. 내가 평소에 디자인이 예쁘다고 몇번씩 보여줬던 거울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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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물건들을 한데 모아서 섞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뒀음. 당연히 손거울은 안 고르겠지, 그러면 손거울을 고른 상대방에게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고 집에 가서 푹 쉴 생각이었음. 그랬는데... 시밤? 민윤기가 손거울을 고르는 거임. 놀라서 걔를 쳐다보면서 눈짓을 보냈음 내꺼니까. 내려놔라. 근데도 이 새'끼는 히죽 웃으면서 그냥 손거울을 들고 가는 것이었음. 너무 당황해서 어버버거리고 있는데, 이미 물건 선택은 종료되어 있었음. 이제 물건 주인이 누군지 밝혀야 되는데.
아까부터 민윤기를 마음에 들어하던 친구가 내게 슬쩍 문자를 보냈음. 자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물건 바꿔주면 안되냐고. 왜 안되겠음. 당연히 되지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에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음. 그제서야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았음.
한 명씩 물건을 공개하는데, 민윤기가 손거울을 내밀자. 옆에 앉은 친구가 수줍게 자기 것이라고 말했음. 그러자 미소짓고 있던 민윤기는 고개를 삐딱하게하면서 "이거 정말 그쪽거 맞아요?" 그러는거임. 속으로 쟤 왜저래. 미'침 대 미'침 이라고 중얼거리고 있는데 당황한 친구가 "네? 아...그럼 누구꺼겠어요." 라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자.
민윤기는 턱 짓으로 내 쪽을 가리키며 폭탄을 던졌음 "쟤, 김탄소꺼. 이거 김탄소꺼 맞지 않나? 나 그거 알고 고른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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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반응이 제일 좋았는데 제 기준에는 정말 못 쓴...글이라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많은? 분들의 응원에 힘입어서 오긴 왔습니다!
원래는 글잡에 올 생각이 없었는데, 독방에서 시리즈물 연재가 안되는 것 같아서.
여기로 옮겨왔습니다.
앞으로 계속 봐요!
그리고 댓글 남겨줬던 분들 다 진짜 감사해요.
이 글 쓰던 날 되게 우울한 일이 있었는데, 댓글보고 혼자서 좋아서 막 웃었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말이 길어졌네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