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팅에서 전남친 만난 썰 txt. 3
W. 로맨틱캔디
12.
펑펑 울어서 빨갛게 부은 눈을 한 채로 민윤기랑 만나기로 한 카페로 들어갔음. 민윤기 앞에 놓여있는 바닥을 보여가는 얼음을 가득 띄운 찬물이 녀석이 얼마나 긴장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음. 나를 발견한 민윤기는 내 눈치를 살피며 "뭐, 마실래?" 라며 조심스레 물어왔지만 내가 고개를 저어 거절했음. 한참을 말이 없이 앞에 놓인 얼음컵만을 만지작 거리던 민윤기는 나를 불렀음. "김탄소, 김탄소 나 봐봐" 또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음. 낮게 한숨을 쉰 민윤기는 "왜, 뭐가 힘들어서 그래" 그렇게 말해오는데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음. 지금 정말 몰라서 묻는 건지, 나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건지 그 순간에는 그런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음.
"너 정말 몰라서 묻는거야? 아니면 내가 모를 것 같아서?" 무작정 치밀어 오르는 화를 분출하기 바빴음. 아마 쌓여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폭발한 게 아닌가 싶음. 당황한 표정의 녀석은 나를 보다가 작은 한숨을 쉬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무슨 소리야, 정확하게 말 안하면 나 모른다고 했잖아" 그렇게 말해오는데 그게 왜 또 그리 냉정하게 여겨지던지 설움이 북받쳐서 눈물만 주르륵 흘렀음. "너, 배세희? 인가 걔랑 같이, 있었다며" 그러자 우는 나를 보던 민윤기가 "울지말고" 라며 나를 달래듯 말했음.
"말 돌리지 마" 그러자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알았어" 라고 태연히 대답하는 녀석을 쳐다보며 눈물을 멈추려고 해봤지만, 눈물이 내 마음대로 조절이 되지 않았음. "걔가 고백했다며, 근데 왜 같이 있는데?" 그렇게 말을 던지자 놀란 표정의 민윤기가 나를 쳐다봤음. 그 표정은 꼭 뭔가 찔리는 게 있는 사람인 거 같아서 나는 또 무너졌음. 그리고 내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버려가면서 물었음. "너 걔 ...좋아해? 이젠 나 질렸어?"
13.
"헤어졌잖아" 그 말을 끝으로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민윤기가 입을 열었음. "너야말로 왜, 항상 멋대로인데?" 화를 꾹꾹 눌러담으면서 말하는 게 느껴졌음. 한 손으로는 머리를 대충 헝클리면서 삐딱하게 고개를 꺾은 채 나를 바라보던 민윤기는 "너랑 헤어졌다고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었어" 라며 무심하게 말을 툭 내뱉었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굳어버린 건 나 뿐이었음. 민윤기는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나를 보더니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짓고는 내 팔을 잡아 이끌었음. 아니 정확히는 내 팔을 잡아당겨서 손을 잡아왔음.
무슨 마음으로 이러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그저 민윤기를 응시하는 나를 녀석은 모르는 척 오직 앞만을 보며 걸어갔음. 나도 마음이 괜히 복잡해지고 잡은 손에 느껴지는 온기가 좋아서 붙잡은 손을 놓지 않고 걸어갔음. 하염없이. 그렇게 무작정 걸어가는 민윤기를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따라갔음. 그렇게 걸어서 도착한 곳은 농구장이었음. 도대체 여길 왜 왔나 싶어서 민윤기를 쳐다보자. "기다려, 여기서" 그러더니 농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음. 아마 아는 사이가 아닌가 싶었음.
그러고는 그 사람들 틈에 섞여서 농구를 하기 시작했음.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으면서도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 썩 나쁘지가 않아서 바라보고 있었음. 여유롭게 골을 넣으며 웃는 민윤기를 보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음. 여유롭게 이기고 있는 민윤기를 보고 있는데 약간은 과열된 경기 분위기 속에서 민윤기가 넘어졌음. 너무 놀라서 순간적으로 민윤기에게 뛰어갔음. "다쳤어? 많이 아파?" 걱정스레 묻는 나를 보던 녀석은 소리내어 웃더니. "니가 오니까. 안 아파" 그 말을 내뱉자. 주변에서 "아..."하는 탄성을 지르며 "형, 농구는 저희끼리 할테니까. 형은 그냥 데이트 하세요. 솔로들은 웁니다" 라며 장난스런 목소리로 놀리듯 말하고는 자리를 비웠음.
어쩐지 창피한 마음에 괜스레 민윤기를 타박하며 "그게...뭐야" 라고 하자. 민윤기는 그저 웃으며 말했음. "뭐, 어때. 니 말대로 나는 내 멋대로잖아"
14.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우리의 감정의 골은 쌓여오고 있었던 거였음. 그냥 한 순간의 오해로 빵하고 터져버린 게 아니라, 상처는 치료를 해야하는데, 나는 치료를 할 생각도 없이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상처를 외면하고 임시방편으로 덮어두고 있었던 거임. 그 상처가 깊어져서 치료하기 어려울 때까지.
내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던진 말이 충격적이긴 했는지 민윤기의 얼굴은 당황으로 가득차 있었음.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음. 그냥 하염없이 울기만 하는 나를 보던 민윤기는 무언가를 고민하다가 말했음. "그거, 다 설명할게. 그러니까 들ㅇ..." 민윤기의 말을 더 듣고 싶지 않아서 말허리를 자르며 "윤기야, 나 너무 힘들어, 너랑 사귀는 게 너무 지쳐. 괜찮다고 생각했어. 매번 괜찮아, 괜찮아." 혼자 말을 쏟아내다가 조용히 내 말을 듣는 민윤기의 눈을 맞추면서 말을 이었음. "근데, 알고보니까 안 괜찮았어. 너한테 실망한 건지, 내가 지친 건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헤어지자, 헤어지게 해줘 윤기야" 얼굴을 손으로 감싼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음.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민윤기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가 눈을 감았다 뜨고는 "그래, 잠시 쉬어가는 걸로 하자" 그러면서는 내 가까이로 와서 손에 손수건을 쥐어줬음. "닦아, 괜히 손으로 비벼서 눈 부었다고 아파하지 말고" 괜히 다정한 말에, 그리고 무엇보다 헤어지자는 내 말에 한 번이라도 나를 잡지 않은 민윤기가 미워서 옆에 온 민윤기의 손을 뿌리치며 "괜히 잘해주는 척 하지마. 이런다고 달라지지 않으니까" 내 말에 짜증이 났는지 약간을 인상을 찌푸린 민윤기가 "너 원하는 대로 하자고 했잖아 근데 왜 그러는데 뭐가 그렇게 전부 마음에 안 드는데" 라며 제법 날카로운 목소리로 답해왔음.
아무 말 없이 울먹이며 노려보고만 있자. 머리를 헤집던 민윤기는 "됐다. 더 얘기해봤자겠네" 라며 몸을 돌려 걸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말을 남겼음. "쉬어, 울지말고" 그 뒷모습이 내게는 왜 그리 슬프게 보였는지, 민윤기가 떠나고 난 후에도 한참을 그 자리에 남아 울기만 했었었음.
15.
그렇게 헤어지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와서도 완연히 추슬러지지 못한 감정에 하염없이 그저 한참을 울었음. 계속 흐르는 눈물에 손에 쥐고 있던 천으로 눈가를 닦는데, 닦고나서 보니 민윤기가 쥐어준 손수건이여서. 옛날의 우리가 생각나서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한참을 울다가 잠에 들었음.
다음 날 아침에는 정말 눈이 퉁퉁 부어서 제대로 뜨기조차 힘들었음. 눈도 쓰라리고 아팠지만,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있는 것 같았음. 그래도 학교를 가야했고, 수업을 들어야했고, 밥은 먹어야 했으므로 그 모든 걸 아무렇지 않게 해냈음. 그 때의 난 또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었던 거였겠지만, 정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친구와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평소처럼 지냈음. 비록 웃음은 잘 나오지 않았지만, 꼭 무언가 소중한 걸 잃은 사람처럼.
동아리도 그쯤부터는 나가지 않았음. 부장 선배의 닦달에도 나오지 않자, 나를 찾아온 부장 선배는 내 모습을 보고는 이해해주는 듯 했음. 죄송하다는 내 말에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던 부장 선배는 한 마디를 던지고 갔음. "똑같네" 무슨 의미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물어보는 날이 오겠지. 어쩐지 헤어졌는데도 멀쩡하게 생활하던 나는 내가 정말 멀쩡한 줄 알았는데, 간신히 버티고 있었던 거였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학교생활을 하던 어느 날 밤에 열이 한참 오르고 너무 아파서 친구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음. 정신을 잃어가면서 간신히 말을 꺼냈음. "나...아파. 나 지금 집인데... 나 좀 데리ㄹ..." 그 다음에는 기억이 끊겨서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음.
다만 다음 날 아침에 난 병원에 누워 있었고, 친구가 옆에 자리하고 있었음. 그 밤중에 달려와준 친구가 고마워서 고맙다고 말하자. 친구는 작게 한숨을 쉬며 "그 밤에 달려온 거... 아니다, 고마우면 빨리 낫기나 해" 라며 뭔가 찝찝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음. 병원에 있는 이틀 동안 친구는 자꾸만 저녁에 통화를 하러 밖에 나가곤 했음. 누구랑 통화를 하는지 비밀 하나 없는 내게도 숨기는 걸 보면, 아마 좋아하는 남자가 아니었나. 싶기도 함. 그리고 병원에 있는 동안 문자가 왔었음. 민윤기 한테.
[빨리 나아]
정말 딱 이렇게만 왔음. 답장을 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문자를 보고 핸드폰을 덮었음. 우리 헤어진 사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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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며칠 몸이 좋지 않은 관계로 빨리 오지 못했어요 ㅠㅠ
그래서 분량에 신경을 많이 써서 들고왔는데. 괜찮을 까요?
오늘은 슬픈 내용이 너무 많아서 쓰면서 감정소모가 많이 되는 바람에 시간이 좀 오래걸렸네요.
늘 예쁜 댓글 감사합니다. 정말 엄청 힘이 됩니다.
다음화에서 봐요 우리.
아! 전남친 썰이 끝나면 뭘 들고올지 고민되는데 아마 남사친 썰이나 알바썰이 올거 같아요.
남사친은 좀 흔할지도 모르지만 ... 알바썰은 유잼일 것 같아요.!
암호닉은 늘 받고 있지만, 이 글이 아니라 암호닉 글이 따로 있는 거 아시죠?
암호닉은 다음화에서 한 번에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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