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 첫사랑은 죽었다 1부 첫번째 (부제 : 옥상의 빈 공간)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3/c/03cc7e031684870ed87951ed29466518.jpg)
1부
첫번째 - 옥상의 빈 공간
그날은 비가 참 많이 오는 날이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릴 거 같지 않은 비는 우리를 농락이라도 하듯 , 오늘 더없이 새차게 내린다. 교실안에 있던 아이들은 저마다
비가 오는 것에 대해 아우성을 쳤고 , 가끔 천둥이라도 치는 날에는 깜짝 놀라기도 하는 둥 비는 우리에게 항상 놀라움의 연속으로 다가왔다. 다른 반 아이들의
사정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천둥이라도 치는 것이 뭐가 그리 재밌고 신기한 일인지 , 소리를 지르거나 그런 그 아이를 놀리거나 고등학교 3학년이 할 수 있는
어째 보기엔 참으로 순수한 행동이였다. 그리고 그 평범한 남자애들은 자고 있는 한 여자아이를 지나쳐 , 자고 있는 또 다른 남자아이를 부른다 .
" 변백현 ! "
문득 자고 있다 자신의 이름이 희미하게 들리자 백현은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 그런 백현의 행동을 본 아이들은 저마다 백현을 보며 웃기 시작했고
곧 백현은 자신을 부른게 선생님이 아니라 친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부끄러움에 귀까지 새빨개져 있었다. 백현은 자신을 부른 친구들에게 다가가 정다운
욕을 섞어가며 장난을 쳐댔고 , 여자애들은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백현과 그런 친구들을 즐거운 표정으로 재미나게 보고 있었다. 한 여자아이만 빼고 . 아이들은
들떠있엇다. 오랜만에 내리는 비에 , 빗소리에 아이들은 공부를 멈추고 휴식을 맛보고 있는 듯 했다. 백현이 자신의 친구에게 장난을 걸다 그만 여자아이의 책상을
툭 하고 건들여 버린다. 망했다 . 백현의 표정이 어쩔 줄 몰라함에 빠졌고 상황을 지켜보던 여자애 중 한명인 ' 아현 ' 이 별일 아니라는 듯 백현에게 말했다.
" 변백현 뭐해? 쟤 신경쓰지마. 그냥 놀던거 마저해라 , 재밌으니까 흐흐. "
" 어? 어 ‥ . "
아현의 말에 백현은 다시 친구들과 장난을 치기 시작했고 여자애들은 다시 꺄르르 웃어댔다. 백현은 웃고 떠들고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은 그 여자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 했다. 하지만 , 그 아이는 마치 우리 보란 듯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엎드려 자고만 있었다. 저 아이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었다. 사이 좋은 우리반에서
딱 한명 , 반의 아웃사이더. 저 아이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다 . 하지만 백현은 알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신경을 쓸 만큼의 여유가 백현에게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3학년에 올라와 같은 반이 된지 어언 6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 그 아이의 제대로 된 생김새며 목소리 하나 듣지 못했다 .하지만 궁금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저 물흘러가는대로 저 아이 역시 흘러가는대로 사라지는 아이들 중에 한명일테니 , 백현 한명이 신경쓴다고 해서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
백현의 친구들 중에서도 저 아이를 아는 아이들은 몇 있었다. 하지만 , 그건 다 겉핥기 식으로 아는 것이였을뿐 ,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여자아이들은 특히나
저 아이를 싫어하는 듯 했다. 여우같다나 뭐라나 , 그저 저 아이를 욕할때마다 백현은 옆에서 웃거나 같이 거들어 줄 뿐이였다.
" 야 변백현. "
" ‥어? 왜. "
" 야, 우리 축구 뜰래? "
" 미친놈 . 비 오는데 축구는 무슨 축구냐? 잠이나 자라."
" 내말이. "
아씨 좀 하자 좀 ‥ 친구 좋다는게 뭐냐 ! ‥ 친구의 투정아닌 투정에 백현은 그 여자애에 대한 신경을 꺼버린다. 그래 , 뭐 . 내가 엮일일은 없을테니까.
백현은 비오는날 축구를 하자는 아이를 신명나게 발로 까주고는 자리로 돌아갔고 , 우연히 비가 그쳤나 안그쳤나 싶어 창문쪽을 바라보았을때 , 그 아이 역시
어느새 깼는지 멍하니 창문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그 아이의 모습이였다. 저도 모르게 멍하게 그 아이를 쳐다보고 있던 백현은 뭐하냐 라는 친구의
말에 다시 정신을 차렸고 ,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 뒤로 그 아이는 또 다시 잠에 빠졌고 백현과 그 아이의 접점은 없는 듯 했다.
" 야 들었어? 우리반에 창녀있대. "
" 헐 , 미친. 와 미쳤다. 누구? "
" 쟤 , ㅇㅇㅇ."
그런 어느날이였다. 여자아이들의 웅성거림이 심상치 않은 것은. 매번 여자아이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아이들을 상대로 헐뜯고 친해지는 듯 했다. 그리고 여자 아이들은
저마다 누군가를 가르키며 또다시 욕을 해대고 있었다. 이런 것에는 영 취미가 없던 백현은 여자아이들이 누군가를 가르키며 떠들든 말든 상관없이 할일만
하고 있었다. 오늘은 애들이랑 떡볶이 내기나 해볼까 ‥ 나름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던 백현의 고민을 깨트린건 옆에 앉아 열심히 욕하고 있던 아현이였다. 아현이
백현을 부르자 , 백현은 살짝 찡그린채로 왜? 라고 말했고 , 아현과 아현의 친구들은 갑자기 또 킥킥 대며 웃고 있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살짝 짜증이 나있는데.
" 야, 들었냐? 우리반에 창녀있다는거. "
" ‥창녀? "
백현의 친구 ' 태웅 ' 이 다가와 장난스레 툭툭 치며 백현에게 말한다. 하지만 , 장난 스레 치는 것에 비해 질문은 꽤나 무거운 질문이였다. ' 창녀 ' . 백현은
그 단어가 나오자마자 , 급격하게 인상이 굳어졌다. 듣기 싫은 단어였다. 그리고 매우 혐오하는 말이기도 했다. 백현의 기분은 끝없이 추락했다. 또 궁금했다.
그 창녀가 누구인지 , 뒷담화의 대상이 과연 누구인지. 어디 얼굴 한번 볼까 싶어 백현은 여자아이들이 아까부터 보고 있던 쪽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
모두의 시선은 그때 그 여자아이에게로 향해있었다. ㅇㅇㅇ. 그 아이였다. 백현은 설마하는 표정으로 태웅을 바라보았고 , 설마는 진실로 다가오는 듯 했다.
" 쟤래. 우리반 창녀가. 술집에서 일한대. 밤마다. "
" 본 사람 있어? "
" 몰라? 내가 알겠냐. 여자애들이 다 창녀라고 하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
" ‥‥. "
증거는 없었다. 그 어디에도 ㅇㅇ이 창녀라는 술집에 다닌 다는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 확실하다는 것은 ㅇㅇ이 창녀라는 것이 거의 아이들 사이에서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 그뿐이였다. ㅇㅇ은 자신을 욕하고 있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는다. 그때 백현은 그 아이를 처음 마주하게 된다. 칠흑같이
검은 긴 생머리에 하얗다 못해 창백해 핏기하나 없는 피부에 너무나 매말라버린 입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본 사람들로 하여금 이쁘다 라는 인상을 주는
묘한 아이였다. 하지만 백현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더없이 백현은 인상을 찡그렸고 미간은 찌푸려졌다. 생각이 났다, 잊고 살려 했는데. 생각이 나버린다.
저 아이 , ㅇㅇ은 닮았다.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라는 사람과 닮아있엇다. 생김새가 닮은 것은 아니였다 , 그저 창녀라는 그 한가지의 공통점 만으로 백현은
주먹을 불끈 쥐고 , 힘을 너무 주다 못해 떨리고 있었다. 그걸 본 태웅은 왜 그러냐며 백현이 걱정되는 듯 했고 백현은 그대로 벌떡 일어나 교실을 벗어난다. 벗어나지
않으면 , 그 자리에서 무슨 짓이라도 할 것같았기 때문에. 백현은 화장실로 달려가 벽에 기대어 마른세수를 했다. 무슨 죄일까 , 저 아이가. 창녀라는 단어를 듣자
마자 , 그 때의 트라우마가 다시 되돌아 오는 듯 했다. 그래 , 저 아이 ㅇㅇㅇ에겐 잘못은 없다. 그저 , 창녀라는 죄 밖에는. 시간이 지나 ,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백현. 그 다음 시간이 이동 수업이라 친구들과 책을 챙기고 가려 하는데 ㅇㅇ과 부딪혀 버린다. 웃어 넘겼을 백현이였지만 , 백현은 ㅇㅇ을 보고 결국
자신이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입 밖에 꺼내고 만다. 백현은 굳은 표정으로 부딪힌 쪽을 털며 ㅇㅇ에게 말했다.
" ‥ 더러워. "
" ‥ ‥ ."
" 야 변백현‥! "
이 미친놈 갑자기 왜 그래‥ ! 태웅은 변해버린 백현의 태도에 놀라 , 주위 친구들과 함께 백현을 말렸고 백현은 말리든 말든 상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ㅇㅇ을 보고만 있었다. ㅇㅇ은 그런 백현의 말에도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또 다시 엄마가 생각이 난다. 더러워 라고 말한 아들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그 잔인한 엄마의 모습이 , 백현은 결국 제 풀에 지쳐 씨발 ‥ 낮은 욕짓거리를 내뱉는다. 평소 욕을 잘 안하던 백현의 모습에 놀란건
백현뿐 아니라 모두였다. 처음으로 ㅇㅇ은 놀란 듯 ,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백현만 바라본채 서있었다. 백현은 그런 ㅇㅇ의 시선을 회피했다.
그리고 ㅇㅇ은 그런 백현이 자신의 시선을 피하자 , 고개를 떨구고는 작게 나마 중얼 거리더니 이내 교실을 나가 버렸다.
" 미안해."
" ‥ ‥ . "
아 ‥ . 그제서야 정신이 든 백현이였다. 하지만 , 이미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엎질러진 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백현은 자신을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나가는 ㅇㅇ의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고 이유모를 죄책감에 휩싸였다. 태웅을 비롯해 친구들은 미친놈이라며 백현을 나무랐고 , 백현 자신도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득하게 멀어져 버린 정신을 탓한다. 한 여자 아이에게 못 할 말을 해버렸다 . 내 상처에 다른 아이에게 상처를 내버리고 말았다. ‥ 미친놈 .
그 후 그 아이는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 선생님은 ㅇㅇ의 이름을 부르지도 않고 없는 걸 확인하고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듯 결석을 끄었고, 아이들
역시 그 아이가 들어오든지 말든지 상관안하는 듯 했다. 또 다시 묘하게 죄책감이라는 것이 아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종례 시간. 그 아이는 무얼
하고 왔는지 , 모든 수업 시간이 끝나자 마자 자신이 놓고 간 가방을 들고 가기 위해 교실로 왔고 아이들은 사과를 하라며 백현을 떠밀었다.
" ‥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
" 알아서 하기는 개뿔, 미친놈. 아까는 진짜 심했다. "
" 그래 , 빨리 사과나 하고 와. "
알아서 한다니까 그러네 . 백현은 아무리 아이들에게 말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걸 잘 알았다. 아이들은 백현의 등을 떠밀었고 ㅇㅇ은 가방을 매고 홀연히 교실
을 나가 버린다. 어, 어 ! 지금이 아니면 안돼는데 ‥ 백현은 하는 수 없이 ㅇㅇ에게로 달려갔고 ㅇㅇ의 손목을 잡아 버린다. 그러자 , 교복에 가려져 몰랐던
ㅇㅇㅇ의 가녀리 손목이 잡힌다. 처음 잡아보는 또래 여자아이의 손목이였다. ㅇㅇ은 놀람도 잠시 , 그 상대가 백현이라는 사실에 더 없이 놀란 듯 급격하게
표정이 굳어져 버린다. ㅇㅇ은 있는 힘을 다해 뿌리쳐 보려 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만다. 얘는 뼈밖에 없네 , 백현은 더없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 뭐야. 더 할말이 남았어? "
" 어? "
" 잡지마. 너 손 더러워지니까."
" ‥ ‥ . "
쿵 하고 망치로 세게 내려치는 듯 했다. 스르르 조심스레 ㅇㅇ의 손목을 놓고 멍하니 ㅇㅇ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담지 않은 공허한 눈빛이였다.
백현은 그런 ㅇㅇ의 말에 아무말도 못한채 , 그렇게 한심하게 서있었다. ㅇㅇ은 자신의 시간이 저 녀석한테 뺏기는 것이 짜증이 나는 듯 백현에게 등을 돌려
그렇게 백현에게 멀어져 버렸다. 백현은 멍하니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는 ㅇㅇ의 뒷모습만 바라보았고 이내 다가온 태웅과 아이들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때 , ㅇㅇ이 뒤돌았을때 그 때 보지 말았어야 했었다. 그 아이의 눈가에 여리게도 맺힌 눈물이 곧 떨어질듯 위태로웠었고 백현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
" ‥와 , 진짜 심했다, 이건. "
" ‥ 뭔데? 뭐 보고 있냐? "
다음날이였다. 백현이 학교에 도착했을때 반에서는 약간 기이한 일이 벌어나있었다. 좀처럼 잘 모여들지 않았던 ㅇㅇ의 책상앞에 우르르 벌떼 처럼
몰려 있는 아이들 , 백현은 무슨 일인가 싶어 그 아이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고 표정은 매섭게 굳어져 버린다. ' 더러워 ' ' 창녀 ' 라는 말이 적혀져 있는
ㅇㅇ의 책상 . 아직 책상의 주인공은 학교에 오지 않은 듯 , 이 사태를 모르는 듯 했다. 누가 했는지 알것만 같았다. 필시 이건 여자아이들의 소행일것이다.
여자아이들은 뿌듯한지 큭큭 대며 저마다 무슨 말을 그리도 재밌게 하는지 귓속말을 해대고 있었고 , 남자애들은 말하진 않았지만 허를 내두고 있었다.
백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 만일 ㅇㅇㅇ이 보기라도 한다면 , 그 아이는 어제 와 같은 상처를 또 받겠지. 그때 더 웅성웅성 거렸고 그 틈에 ㅇㅇ이 들어와
자신의 책상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자신의 가방을 힘없이 놓고 , ㅇㅇ은 그 상태로 책상에 엎드려 버린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덮어버리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 ‥ ‥ . "
백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백현은 방관자 였다. 나약했다, 또 자신이 한 말이기도 했다. 백현은 자신이 했던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또 일이 점점 커진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후회한들 소용없었다. 그런 ㅇㅇ을 도와주지 않는 사람은 백현뿐만이 아니였다. 너무하다고 했던
태웅도 , 그걸 지켜보고 있던 다른 아이들도 도와주지 않고 지켜볼 뿐이였다. 이유모를 죄책감은 곧 이유를 가져 왔다. 왕따. 그건 필시 두려움이였다.
저 아이를 도와 주면 , 또 다시 혼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 그리고 저 아이의 진실. 아이들은 증거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소문을
믿었다. 그 소문은 사실이 되었고 , ㅇㅇ은 그 사실이 된 소문에 빌어먹을 희생양이였을 뿐이였다. ㅇㅇ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백현이 처음 본 그날처럼.
" 후 ‥ . "
시간은 지났고 , 무엇때문인지 모를 복잡한 마음이 들어 오랜만에 옥상으로 가기위해 백현은 보건실을 간다는 핑계로 옥상으로 향했다. 어차피 옥상은 열려 있지 않을
것이다. 1년전 , 그 '사건' 이 있음 후 부터 옥상은 열리지 않았다. 만약을 위한 학교의 대책이였다. 하지만 , 백현은 무슨 생각이 들어서인지 홀린듯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밟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굳게 닫혀져 있던 옥상문을 열었고 , 옥상문은 그렇게 가벼이 열렸다. 자신이 열었음에도 놀란 백현은 어버버 한채 , 옥상에 들어와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들어마셨다 내쉬었다를 반복한다. 오랜만의 옥상이구나 . 언젠가 이 옥상 한번쯤 올라가 보려했는데 그때마다 옥상에 누군가가
있어서 가지 못했던 옥상이였다. 옥상에는 벤치가 하나 있었는데 , 그 벤치는 앉아서 하늘을 보기에 딱 좋은 크기의 벤치였다. 벤치에 앉아 하늘이라도 보려
그렇게 다가가는데 , 누군가가 그곳에 누워서 바람을 느끼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누군가가 ㅇㅇ임을 안 백현은 행여 깰까봐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 ‥ ㅇㅇㅇ?"
혹시나 안자고 있을 까 낮게 ㅇㅇ의 이름을 부른 백현이였지만 ,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ㅇㅇ이였다. 백현은 쭈그려 앉아 누워 자고 있는 ㅇㅇ을
자세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항상 수업시간에 안들어오면 이곳에 있었구나 . 백현은 그래도 학교 안에 있는 ㅇㅇ의 모습에 괜히 실없는 웃음이 지어진다.
그때 , 맑은 하늘에 어울리듯 바람이 살랑 살랑 거리며 불어오고 ㅇㅇ의 머리가 바람에 취해 흐드러 진다. 멍하니 ㅇㅇ을 바라보던 백현은 ㅇㅇ의 이마
쪽에 난 상처 자국을 보고 걱정어린 인상이 팍 찡그러져 버린다. 바람에 헝크러져 버린 머리를 정리해 주려 ㅇㅇ의 머리에 손을 가까이 뻗던 백현은
이내 눈을 뜬 ㅇㅇ의 손에 의해 그렇게 중재되고 만다. ㅇㅇ은 아까부터 난 인기척에 눈을 떠 , 그 인기척의 주인이 변백현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버린다. 방해 받은 기분 , 퍽 기분 나쁜 느낌이였다. 백현은 자신이 방해한것이 미안한지 , 멋쩍은 웃음만 날리고 있는다. 바보같이.
" ‥ 저기 , 미안. 깨울려고 한건 아닌데. "
" ‥ ‥ . "
" ‥ 야 , 듣고 있냐? 그니까 ‥ 미안. "
미안하다며 이내 고개를 푹 숙여버리는 백현이였다. 미안하다는 말에도 수많은 뜻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그걸 알아 들은 ㅇㅇ은 그저 아무런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 백현을 쳐다보더니 , 옅은 한숨을 쉬어 버린다. ㅇㅇ은 자신의 머리칼을 흐트려 버리는 바람을 손으로 막으며 , 백현에게 다가가 말한다.
" 미안안해도돼. "
" ‥ ‥ . "
" 나한테 사과한건 ‥ 비밀로 해줄게. "
비밀로 한다는 ㅇㅇ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백현이 고개를 들고 ㅇㅇ을 쳐다보았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ㅇㅇ의 말이 유난히도 서글프게 들리는
것은 , 왜 였을까. 백현은 왜인지 모를 죄책감이 더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는 듯 했다. 미안했다 ,한없이 미안했다. 한순간의 감정 제어가 안되었을뿐이였다.
그 뿐이였는데 , 상처받았을 ㅇㅇ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 백현은 그걸 말로 표현하기 에는 아직은 어리석은 아이에 불과했다. 사과하러 온거면
이제 가도 돼 라는 ㅇㅇ의 말을 끝으로 ㅇㅇ은 다시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자신에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 했고 , 백현은 그런 ㅇㅇ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백현은 옥상을 나갈 수 없었다. 저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위태로워 보이고 또 외로워 보였으니까. 엄마도 ‥ 그랬을까. 백현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여전히 눈감고만 있는 ㅇㅇ에게 말했다.
" ‥ 같이 . "
" ‥ ‥ "
" 있어도 돼?"
같이 있어도 되냐는 백현의 말에 이대로 떠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ㅇㅇ의 눈이 놀란 듯 떠지고 , ㅇㅇ은 그런 백현을 바라보았다. 백현은 그런 말을 한 자신이 짐짓
놀란듯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ㅇㅇ을 쳐다보고있었다. 그때와는 다른 눈빛으로 , 같이라 ‥ 같이라는 말을 들어 본지가 꽤 된 듯 참 아련하고도 먹먹한 말이였다.
바람은 그런 두 사람이 부러운지 장난을 쳐댔고 , 그런 옥상의 난간 . '김태영' 이라는 이름이 적힌 화분 안에 있는 하얀 안개꽃이 흔들 흔들 거리고 있었다.
아마 , 그때부터였다. 그 아이를 신경쓰게 된 것도 , 쓸쓸해 마지않던 내 공간이 채워지려 했던 것은.
![[EXO] 첫사랑은 죽었다 1부 첫번째 (부제 : 옥상의 빈 공간)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5/3/c/53c229179a4195307dcc76e0abc7d4c9.jpg)
첫사랑은 죽었다 첫번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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