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응 진짜로"
"와 대박이다"
"뭐가 대박이야. 너가 못본걸껄?"
수정이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팀장님의 말이 나왔다. 부서 내에서 단연 무뚝뚝 1위에 뽑히시는 도경수 팀장님의 웃는 모습을 봤다니.
하며 유난을 떨어오는 수정이를 보며 한번 웃어준 후 마지막으로 서류 검토에 들어갔다.
다시 한번 읽어봐도 괜찮은 것 같았다. 수정본이 마음에 들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웃음을 지으며 부장실로 갔다.
"아주 좋네요. 수고했어요"
"네 고맙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들려오는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서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가질 않았다.
자리로 돌아와서 조금은 여유롭게 인터넷을 트는데 옆에서 수정이가 '올~ 잘 됐나 봐?' 라며 말을 걸어왔다.
웃음으로 답해주고 인터넷을 튼 후 날씨를 검색해 봤다. 아까 날씨가 많이 안 좋아 보이던데 설마 진짜로 비가 올까 하고는.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맞는다 했었나. 비 올 확률이 70% 이상이라는 글자는 나를 절망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나빠지는 느낌에 인상을 찡그리니 옆에서 수정이가 조증이 있냐고 장난을 친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어떡할까 하다가 수정이한테 우산이 있냐고 물어봤다. 제발.
"아니 나 못 가져와서 남자친구가 데려온 댔어"
수줍은 듯이 볼을 감싸고 웃는 수정이를 뒤로하고 한숨을 쉬었다.
비 올 때 데려오는 남자친구가 있어서 좋겠다. 라며 말을 해주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이 탄성을 내는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냐는 내 말에 수정이는 조용히 뒤를 가리키며 귓속말을 해왔다.
"박찬열 대리님한테 한번 부탁해봐"
"...뭐? 아니 어떻게 그래.."
정말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부서 내에서 좀 친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부탁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꺼려졌다.
한번 말이라도 해보라는 수정이에게 아니라며 다시 자리에 바르게 몸을 옮겼다. 비를 맞고 가던 택시를 타던 일단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바쁜 만큼 걱정이 생각 안 나는 좋은 방법은 없으니까.
***
"대리님!!!!!!!!!!!!!"
정수정 진짜…. 퇴근할 시간이 되어서 가방을 싸고 한숨을 쉬고 있는데 갑자기 수정이가 대리님을 불러 우산 쓰고 같이 가줄 수 있냐고 대신 물어봤다.
진짜 안 그래도 된다니까.. 난감한 표정을 하고서 수정이의 옷 끝만 붙잡고 있으니까 수정이는 그저 날 보고 웃는다.
의외로 흔쾌히 수락을 하는 대리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같이 나가려고 하는데,
"도경수. 너는 안가?"
갑자기 대리님께서 도경수 팀장님께 말을 걸어왔다.
반말에 잠시 놀랐지만 저번에 둘이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수긍을 했다.
대리님과 나를 보는 표정이 점심시간에 웃던 모습과는 달랐다. 느낌만 보면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달라서 놀랐다.
팀장님께 장난을 치는 대리님을 보고 있다가 우리에게 같이 가냐고 묻는 팀장님을 보며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를 보시더니 그대로 고개를 돌리시며 아무 말 안 하신다.
원래 무뚝뚝한 분이셨지만 지금 더 무뚝뚝해지신 것 같은 느낌에 눈치를 보며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곧 팀장님께 인사를 하고 밖으로 데려가는 대리님의 손길에 어정쩡하게 인사를 하고 같이 나왔다.
"일이 많아서 힘들죠?"
"아니요. 이 정도는 각오했죠"
어색할 거라고 생각했던 분위기는 대리님의 말솜씨와 원체부터 활발한 성격 덕분인지 편안하게 걸었다.
대충 버스정류장 앞쪽까지만 태워다 줘도 된다고 했지만 꼭 우리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대리님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지금은 같이 우리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회사에서도 잘 보이던 유머러스한 모습이 회사 밖으로 나오니까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한참을 웃으면서 있다가 우리 집이 보여 내려주셔도 된다고 말을 했다.
꼭 안 따라오셔도 되는데 여자는 집 앞이라도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하시면서 집까지 따라오셨다.
"오늘 진짜 여러모로 감사해요."
"아뇨. 남자가 돼서 이 정도는 해야죠"
이제 집에 다 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조심히 들어가시라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울리는 문자벨소리에 대리님을 쳐다보았다.
나에게 잠시만요. 라고 하시더니 핸드폰을 보신다.
그러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는 대리님을 궁금하단 표정으로 보고 있으니 내 머리에 손을 올려 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그러면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 대리님이 몇 번 동안이나 머리를 쓰다듬으시더니 말했다.
"ㅇㅇ씨 이제부터 고생 좀 하시겠네요."
"...네?"
"남자친구 없죠?"
"네"
"어쩌다가 그런 무뚝뚝한 놈한테 들었는지 원"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후 나보고 잘 들어가라고 얘기를 하는 대리님에 의해 얼떨결에 같이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지. 박찬열 대리님의 말 뜻을 풀이해보려고 하다가 하루 종일 피곤에 쩔어있던 몸 때문에 곧 그런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빨리 씻고 자야지.
도경수
- 다음부턴 내가 챙겨
PM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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