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집 동생
그 날 이후로 강다니엘은 예전과 같았다. 늘 퇴근 시간 즈음에 연락도 오고, 옆 집이니 오며 가며 자주 얼굴도 보고.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이 녀석. 내 눈치를 너무 본다. 조금만 내 표정이 어둡다 싶으면 눈치를 보는 게 너무 티가 난다는 거.
오늘도 회사에서 거래처 직원 때문에 일이 틀어질 뻔 한 것을 겨우 수습하고 퇴근했다. 물론, 아직까지 기분이 개같았지만, 겨우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니엘을 만났다. 종종종,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다니엘의 품에 폭 안겼다.
" 많이 기다렸지. "
" 아뇨, 오늘 상담이 딱 맞게 끝나서 맞춰서 왔어요. "
아, 요즘은 일주일에 한, 두번 그 조교님과 상담을 한다고 했다. 절대 누나가 오해할 일 하나도 없어요. 라며 단호하게 얘기 해 주는 다니엘이 조금 귀엽긴 했다. 다니엘의 팔짱을 끼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 오늘은 저녁 뭐 먹을까? "
" 나, 누나가 해 준 반찬 다 먹었어요. 집 밥 먹고 싶어. "
" 아, 다 먹었어? "
" 응, 밥 해줘요. "
평소 같이 대화하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생일 때 반찬 같은 걸 만들어준 이후로 다행히도 집에서 잘 챙겨먹길래 자주 해주곤 했는데, 그 이후로는 밖에서 먹는 날이 줄어들었다. 오늘은 뭐 먹고 싶어? 장 보고 가자. 골똘히 생각하는 다니엘과 함께 마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문자 오는 소리에 휴대폰을 확인 했다. [지영씨, 아까 보냈던 보고서, 거래처 담당자가 확인 못 하고 바로 삭제 했다고 하네요. 내일 와서 다시 보내야겠어요.] ... 네? 그거 안 그래도 그 쪽에서 실수해서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는데. 아, 빡친다. 급격하게 다운 되는 기분에 표정이 굳어지고 나도 모르게 잡고 있던 다니엘의 팔을 꽉 잡았다.
" ... 누나? "
" ... ... "
" ... 여주 누나. "
" ... 아. "
" 왜 그래요. "
" 아니야, 아무 것도. "
마트로 가는 길 내내 표정이 굳어 있던 것이 또 눈치가 보였는지 저를 힐끔 거리다 곧 길에 멈춰선다. 의아해진 내가 다니엘에게 말을 걸었다.
" ... 왜 갑자기 안 가. "
" 누나. "
" 응. "
" ... 혹시, 많이 피곤해요? "
" 에? "
" 우리 저녁 밖에서 먹을까? "
이것 봐. 자기 때문 아닌데, 또 내가 조금만 기분 안 좋으면 본인 탓인 줄 안다. 축 쳐져서 저를 바라보는 다니엘. 없는 귀랑 꼬리가 축 쳐져 있는 느낌에 웃음이 터질 것 같은 걸 꾹 참고 괜히 놀리고 싶어져 일부러 시무룩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 ... 아, 그냥 밖에서 먹는 게 좋아? "
" 아니, 아니... "
" 누나는, 뭘 해 줄까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바깥 음식도 먹고 싶겠지. "
" 아, 누나아... "
" 뭐 먹으러 갈까. 삼겹살? 아님 뭐 딴 거? "
우물쭈물, 어쩔 줄 몰라 하는 다니엘이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워서 풉ㅡ 웃음이 터져버렸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웃는 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곧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헛웃음을 짓는다.
" 아, 김여주... "
" 와, 강다니엘. 누나가 그렇게 신경 쓰였어요? "
" 놀리지 마요. "
" 그러니까 왜 자꾸 내 눈치 봐. 나 이제 진짜 괜찮아. "
" ... ... "
" 아, 내 새끼. 진짜 귀엽다니까. "
" ... ... "
" 누나가 맛있는 거 뭐 해 줄까요? "
까치발을 들어 다니엘의 머리가 조금 헝클어지도록 머리를 쓰다듬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더니 다른 손으로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 중심이 흔들려 버린 나는 자연스레 다니엘의 품에 안길 수 밖에 없었다. 당황스런 눈으로 다니엘을 올려다보니, 곧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이걸 네 글자로 이야기 하면,
" 진짜 먹고 싶은 거, 해 줄 거예요? "
" ... 어, 어... "
" 감당할 수 있죠? "
상황역전이라고 한다지. 곧 잡고 있던 내 팔을 자기 목에 감게 하더니 내 뒷머리를 잡아당겨 입을 맞춘다. 야, 야. 여기 길간데... 네 등을 톡톡 두드리니까 씨익, 웃으며 더 꼭 끌어안아 깊게 입을 맞춰 온다. 조금은 급하게, 하지만 다정하게 감싸오는 너를 결국 막지 못 하고 네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자 곧 입술을 떼어냈다. 차오르는 숨을 고르는데 다시 짧게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춘다. 너, 진짜 혼나고 싶지? 다니엘을 흘겨보자 내 머리를 정돈해주며 어깨를 잡아당기며 귓가에 속삭였다.
" ... 나 아직 배고파요. "
말 하고 씨익ㅡ 웃어보이는 녀석. ... 너는 당분간 저녁 없을 줄 알아.
*
날이 좋았다. 쉬는 날 둘이서 집에만 있기에 아깝고, 멀리 가기는 귀찮아서 자주 가는 집 앞 카페에 갔다. 나는 책을 읽고, 다니엘은 노트북으로 자소서를 쓰고 있었다. 적당히 따뜻한 날씨, 선선한 바람 속에 섞여오는 꽃내음. 책을 읽다 잠깐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음료를 마시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꽃나무 근처에서 사진 찍는 커플들도 많고, 그 사람들이 짓는 웃음에 절로 따라 웃다 고개를 돌려 다니엘을 보았다. 집중하는 듯 살짝 찌푸린 얼굴로 열중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다니엘 몰래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었다.
ㅡ찰칵!
사진을 찍자 들리는 셔터 소리에 내 쪽으로 바라보는 다니엘. 더 놀란 눈으로 휴대폰을 든 채 멀뚱멀뚱히 다니엘을 바라보자 다니엘은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되었다는 듯 웃는다.
" 누나, 뭐예요. "
" 아, 그게, 너 사진 찍고 싶어서... 몰래 찍으려고 했는데... "
민망해져 손부채질을 하며 휴대폰을 내려놓고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당황한 내 모습이 웃겼는지 소리내어 웃는 다니엘. 사람 민망하게...
" 아, 웃지 마. "
" 사진 가지고 싶으면, 나한테 말을 하지. 왜 몰래 찍어요. "
" 아니, 그게 아니라. 방금 그 모습이 좀 멋있어 보여서... "
" 그랬어요? "
제법 솔직했던 내 말이 듣기 좋았는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는 다니엘. 분명히 내 얼굴이 빨개졌을게 분명하다. 어느 새, 속마음을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다 털어놓으면서도 부끄러워져 얼굴은 물론 귀까지 빨개지곤 한다. 하여간, 강다니엘 때문이야. 속으로 웅얼웅얼거리는데, 내 머리를 쓰다듬다 곧 몸을 일으켜 내 옆자리에 털썩 앉아버린다.
" 왜, 왜 이리로 와. "
" 자, 누나. 붙어요. "
" 아, 야! "
" 왜요, 나도 누나 사진. "
" 아, 무슨 사진! "
" 누나도 내 사진 찍었으니까 나도 누나 사진 찍을래요. "
" 다니엘, 야. 잠시만, "
" 찍어요, 자ㅡ "
하나, 둘, 셋! 다니엘의 목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히고, 환하게 웃는 다니엘 옆에서 조금 멍하게 찍힌 내 모습에 빵 터져 테이블까지 내려치며 웃는다.
" 아, 하하ㅡ! 누나, 이거 진짜 귀엽다. 프사 해도 되죠? "
" ... 하기만 해봐. 혼날 줄 알아. "
" 하고 싶은데, 안 이상해요. 진짜 귀여워. "
" 강다니엘! 하지 마ㅡ! "
다 내 잘못이지, 내 잘못이야. 찍은 사진을 계속 바라봤다. 차라리, 뚫어지길 바랄 정도로. 자기는 잘 나왔다 이거지. 끝내 강다니엘은 본인 프사로 이 사진을 해놓는다. 미워 죽겠네. 입술을 비죽이며 애꿎은 휴대폰만 노려보는데 내 두 볼을 감싸고 힘을 주어 저를 바라보게 하는 다니엘. 흥이다, 흥. 다니엘의 손목을 잡고 떼어내려는데 절대 안 떨어진다. 어서 놔. 떨어지기는 커녕 내 볼이 장난감이라도 되는 듯 조물조물 만지고 장난을 치다가 곧 짧게 입술에 뽀뽀하고 떨어진다.
" 귀여워서 그런 거니까, 삐지지 마요. "
" ... 됐거든. "
" 진짜 귀여워라. 누가 29살이래요. "
" ... 죽는다. "
" 아, 우리 누나. 누가 데리고 살지. "
" 걱정 마, 알아서 잘 살아. "
" 내 말고는 없는 것 같은데. "
" 뭐래. "
" ... 그래서 말인데요, 누나. "
진지해지는 목소리에 순간 멈칫하고, 곧 시선을 맞추었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그 누구보다 사랑스럽다는 눈빛을 하고 나를 내려다보는 다니엘. 너는 네 주변에 나만 있다는 듯,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 ... 왜. "
" 우리, 옆 집에서 8년 살았으면 오래 살았는데, "
" ... ... "
" 이제 옆 집 말고, "
" ... ... "
" 한 집에서 같이 살래요? "
" 뭐? "
너무 놀라 입이 쩍 벌어졌다. 너무나 예상치 못한 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다니엘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거...
" 결혼은 아직 이른 거 알아요. 누나에게도, 나한테도. 우리에게도. "
" ... ... "
" 결혼은, 내가 좀 더 떳떳해졌을 때, 그 때 하고. "
" ... ... "
" 우리, 같이 삽시다. "
" ... 다니엘. "
" 누나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 보면, 내가 애가 타서 안 되겠어. "
" ... ... "
" 같이, 살자. "
나는 안다. 이 아이가, 내 앞에 앉아있는 이 남자가 충동적으로 내게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내 볼에 닿아있는 네 손이 조금 떨리고 있는데, 어찌 그걸 모를까. 네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 그 동안 수도 없이 내게 얘기하고 싶어했음을, 내가 어찌 모르겠니.
먹이를 기다리는 사모예드처럼, 내 대답만 빤히 기다리고 있는 다니엘. 손목을 잡고 있던 내 손을 떼어내어 다니엘과 똑같이 두 볼을 감쌌다. 웃고 있지만 굳어있길래 슬며시 웃어보이자 안심이 된다는 듯 깊은 숨을 내뱉는다.
" 아무렇지 않게 얘기해놓고, 손은 왜 이렇게 벌벌 떨어. "
" ... 하... "
" 그래, 그러자. "
" ... 네? "
" 같이 살자며, 동거하자며. "
" 아... "
" 뭐야, 표정이 왜 그, "
내 대답을 듣고 멍해있던 다니엘. 멍해있는 다니엘의 눈 앞에 손을 흔들어 보이려는데 갑작스레 세게 온 몸을 안아오는 다니엘에 놀라 멀뚱히 안겨 있었다.
" ... 너무 기쁘다. "
" ... ... "
" 내가 더 잘 해줄게요. "
" 당연하지. "
못 해주기만 해 봐. 장난기 섞인 말을 하며 다니엘의 목을 끌어안자 하하, 소리내어 웃으며 내 머리에 잘게 입을 맞춘다. 이 품이 아니면 앞으로 누가 나를 이렇게 커다랗게, 강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 아마 없겠지, 너 말고는.
*
" ... 누나. 일어나요. "
" 으응ㅡ 알았어, 알았어... "
" 안 일어날 거예요? "
" ... 조금만, 좀... "
피곤한데 계속 다니엘이 나를 깨운다. 말로만 알았다고 대답할 뿐, 말과는 달리 몸은 이불 속으로 점점 파고들었다.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랄까. 이제는 내 이불 같은 다니엘의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 쓰고 몸을 홱 돌려버리자, 내 몸 밑으로 팔을 집어넣더니 곧 자기를 다시 마주보게 한다. 이불 속에서 버둥대다가 얼굴만 쏙 내밀고 조금 부은 눈으로 다니엘을 노려보았다.
" 많이 피곤해요? "
" ...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
누구긴, 강다니엘 때문이지. 어제,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프로젝트가 끝난 후 녹초가 되어 집으로ㅡ누구 집에서 살까 고민하다 결국 다니엘의 집에서 살기로 결정했다.ㅡ 들어오자마자 급하게 입을 맞춰오는 너 때문이라고요. 그대로 침실로 바로 온 덕분에, 아주 온 몸이 천근만근이다.
" 당연히 너 때문이죠. 정장 입은 모습이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었다니까. "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며 나를 빤히 바라보는 다니엘. 뭐가 내 탓이야.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몸을 뒤척이는데 힘을 주어 못 움직이게 한다. 이불로 몸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 움직여진다. ... 내가 내 무덤을 팠네.
" 어서 놓으시죠, 강다니엘씨. "
" 싫어요, 김여주씨. "
내 뒷머리를 감싸 자신의 품 안으로 폭, 안기게 하는 다니엘.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요. 뒤척이고 버둥대다가 결국 포기하고 품 안에 안겨 있었다.
따뜻한 햇빛이 방 안으로 조금씩 들어왔다. 등 뒤가 조금씩 따뜻해져왔지만, 나는 이미 아까부터 따뜻했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함께 맞는 이 아침이, 하루하루가 나한테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순간이 되어버려서가 아닐까. 시계 초침 소리와 서로의 숨소리만 들리는 이 공간도, 내가 조금 뒤척일 때마다 다시 자세를 고쳐 빈틈없이 안아주는 너도.
" 우리 언제 일어나지? "
" 조금만 더 있다가요. 이렇게 있는 것도 좋잖아요. "
이런 소소한 내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람이 너라서, 더 좋다는 건 비밀.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하나 밖에 없는 내 옆 집 동생, 애인.
댕뭉이입니다 0x0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댕뭉이입니다. 정말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J화를 쓰고 거의 한 달만에 찾아온 것 같아요.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공지글로 한 번 찾아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옆 집 동생으로 좀 더 빨리 찾아왔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그 사이에, 우리 워너원은 데뷔를 하고 1위까지 휩쓸고 있네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습니다(눈물) 기다리셨던 분들 계시다면 너무나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너무나 긴 시간 끝에 옆 집 동생이 끝이 났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결혼을 바라셨지만, 왠지 두 사람은 결혼이 아닌 함께 사는 생활부터 해도 알콩달콩하게 살 것 같아서 완결을 이렇게 냈답니다. 글을 띄엄띄엄 쓴 거라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 내용들이 많이 비어있는 부분, 겹치는 표현들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셨기를 바..바래봅니다. 나름 사진도 많이 넣어봤는데 어떠신지 모르겠어요ㅜㅠ 옆 집 동생은, K화로 완결이 났지만 가끔 외전으로도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이 난다면 아마도요. 긴 시간, 연하 강다니엘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 다시 한 번 만나뵙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
암호닉 |
ㅡ지금까지 옆 집 동생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