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서 부부까지
"우리...헤어지자."
늦은 새벽. 다들 행복한 꿈을 꾸며 내일을 준비하는 이 시간에 나와 민현이는 다가오는 내일을 두려워하고 있다.
조용한 집안에는 내 울음소리만이 울려퍼진다. 그런 나를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곁에 서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가 우는 걸 제일 싫어했던 너인데...내 눈물에 자기도 아픈듯이 눈물을 글썽였던 너였는데. 지금은 아무느낌도 못 느낀다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로 날 보고 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된거니. 우리가...왜...끝나지 않는 되물음에 내 머리는 더 아파져 간다.
엉켜버리는 실타래를 풀면 풀수록 더 어지럽게 엉킨다.이제는 방법이 없다. 끈어내는 방법 밖에는. 황민현을 끈어내야 한다.
쇼파에서 한참을 울다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눈물 훔쳐내고는 퉁퉁 부은 눈으로 억지로 너에게 눈을 맞추고 참고 참았던 그 말을 뱉었다.
가시가 목에 걸린듯 나오지 않았던 그 말을 억지로 소리내어 말하니 시원하다는 느낌보다 목에 상처가 생겼는지 말하기 전보다 더 아프기만 했다.
헤어져.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올지 몰랐다. 너도 몰랐나보다. 너는 눈이 커지고 입이 살짝 벌어진다.
"지은아!"
"그만!"
내가 강하게 말하자 너는 나에게 다가오다 멈칫한다.
"그만하고 싶어. 황민현."
"..."
"우리 여기서 끝내자."
말은 단호하게 하면서 사실 나는 떨고 있었다.
민현이와 이렇게 끝날 사이가 아니라는걸 알고 있지만. 이렇게 끝나지 않을꺼란 자신이 있었지만.
너의 눈을 보면 그 많던 자신감이 사라진다. 처음으로 민현이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아니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지도 모른다. 민현이가 떠나지 않을 꺼라는 1%의 가능성이라도 나는 믿고싶었다.
불안하다. 너무 불안해서 내 눈에서는 눈물이 다시 흐른다.
민현아. 제발. 제발 날 잡아줘. 나 울고 있잖아. 빨리 평소처럼 안아줘. 민현이에게는 들리지 않을 말로 나는 민현이를 붙잡고 있었다.
한참을 나를 바라보던 너는 나에게서 등을 돌린다.
"...그래."
그대로 밖으로 나가는 민현이를 나는 잡지 못했다.
뒷모습을 잡는 건 내가 아니라 니가 할 일이잖아. 황민현. 내가 잘못해도 넌 항상 받아줬잖아. 왜 그러는거야. 왜 날 혼자 두고 가는 거야.
"황민현 나쁜놈."
우리가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거야?
끝을 말했던 건 나였지만 나는 아직 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황민현과의 이별을 받아 들일 수 없다. 생각해본 적도 없고 이게 현실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제발 다시 돌아와. 내 간절한 바람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나에게 상처만을 안겨줬다.
이렇게 우리의 15년이 한순간에 끝났다.
이렇게 쉽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사이었나보다 우리는.
28살, 우리는. 우리가 아닌 황민현과 이지은으로 다시 살아가려고 한다.
인생의 반을 함께했던 우리가. 우리라는 말이 더 익숙한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남이 된거다.
너와 남이 된다는게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항상 이렇게 배려 없이 다가온다.
너 없이 산다는걸 상상할 수 없던 나에게 현실은 너없이 살아가야 된다는걸 알려주고 있다.
지금이 되서야 후회가 된다. 널 위해서 했던 내 노력들이 너를 더 힘들게 했다는걸. 2년이 지난 지금이 되서야 알게 되었다.
널 위해서 나도 많이 변했다. 다시 돌아올 너를 위해. 우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구질구질한 내 믿음때문에. 나는 한번도 쉬지않고 일했다.
근데 이제 나는 준비가 되었는데. 왜 넌 아무 감정없은 얼굴로 나를 보는거야.
황민현의 얼굴이 이렇게 낯설게 느껴진건 처음이었다.
"이지은씨. 잘부탁해요."
"...네"
웃고있지만 저게 진짜 웃음이 아니라는건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왜 그런 얼굴인거야.
모르는 사람처럼 악수를 건네는 너때문에 나는 서러웠던 감정들이 밀려와 눈물을 흘릴꺼같았다.
여기서 운다면 너는 예전처럼 날 안아줄까. 아님 다시 등을 돌리고 떠날까.
혹시라도 다시 나를 떠날 까봐 나는 애써 눈물을 삼킨체 미소를 지었다.
내가 변한 만큼 너도 변했구나.
너와 악수하면서 설렘을 느낀 동시에 절망이 느껴진다. 너의 네번재 손가락에 있는 낯선반지를 보며 나의 그 구질구질하지만 정말 믿고 싶었던 믿음이 산산조각이 난다.
너는 이제 내가 알던 황민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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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걸 원하셨던 독자님들에게은 이걸 보고 많이 실망하셨을꺼 같아요. 이 장면은 결혼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세요ㅋㅋㅋㅋ
전작은 결말을 몰라 답답하셨겠지만 이번에는 결혼이라는 스포가 있으니 답답하셔도 조금만 참으세요ㅋㅋㅋ 그리고 이번편은 미래의 일을 적은 인트로이고 다음편에는 달달한게 나오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용ㅎㅎㅎ
솔직히 전작을 쓸때 독자님들이 기다리실까봐 하루에 한편씩써서 급하게 올리고 그랬는데 끝나고 보니까 너무 마음에 안들고 그렇네요. 특히 마지막편을 더더욱이요. 정말 대충 쓴 느낌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는 늦게 오더라도 정말 정성들려 써보려고요.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 두편 연재할꺼같아요. 죄송합니다 독자님ㅠㅠ그래도 기다려주실꺼죠?ㅎㅎㅎㅎ
아! 그리고 암호닉 다시 리셋 하고 나중에 다시 받을꺼에요.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