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 Bohemian Rhapsody
어서오세요, 정신과 의사 3년차 김 너탄입니다.
w.psychiatrist
하루는 석진선배에게서 연락이 와, '너탄아. 오랜만이다, 응. 잘지냈어?' 졸업하자마자 병원을 차린지 3년, 대학 생활을 CC로 보내며 이어졌던 연. 예쁘게, 미치게는 아니여도 평범하고 덤덤하게 사랑했고 정신이 나가버리는, 마음이 찢어지는 이별은 아니였어도 꽤 찌릿한 이별을 보낸 대학생활이 생각나는 너탄이야. 한 때는 영원할 것 같았던게 이렇게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을 만큼이구나. 전화를 받은 너탄이는 반갑게 인사해. '네, 선배도 오랜만이네요.', '… 지금 바빠?', '아뇨, 왜요?' 너탄이는 서둘러 나갈준비를 하겠지, 제 병원으로 와줄 수 있냐는 물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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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덤덤했어. 확실해, 심장이 두근거리지도 전화가 왔을때의 기대조차 없었어. 그럼에도 이렇게 제 할일을 뒤쳐두고 가는건 옛 추억에 대한 예의 정도라고 해두자, 어떤 감정이 아닌 그저 그 시절에 마음을 다했던 나에게의 예의. 선배, 꽤 큰병원에서 일한다더니 사실이네. 병원 옆 카페에 들어서면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김석진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럼 너탄이는 덤덤하게 걸어갈거야. 둘은 아무렇지 않게 만날거야, 서로가 덤덤하게.
"오랜만이다."
"그러게요, 잘 지내셨어요?"
"그럼, 좀 변화가 있긴 했지."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우리 병원에 들어온 한 환자가 있는데, 가능하면 네 병원으로 보내고 싶어서."
"굳이 왜요, 선배 병원으로 들어온 환자인데."
"그냥, 그게 내가 걔한테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서."
"…,"
"무슨 병을 앓는지, 어떤 상태인지 아는건 하나도 없어. 무리라면 거절해도 좋아."
"그래요, 그럼. 다시 연락해요."
서로가 의미심장한 대화만을 남기고 떠났어. 묻고 싶은것도 말하고 싶은것도 많지만 서로가 삼켜내지, 그리고 삼켜내는걸 알기에 이리 만날 수 있었던 걸지도. 너탄이는 집에 가는길에 서로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하고 만났는데도 여전함을 느끼는것에 대해 조금은 웃음이 나와. 옛 추억을 되짚다 보면 집에 도착해. 돌아가고 싶은건 아니야, 하지만 옛 추억속의 나는 적어도 행복했으니, 그 시절의 나를 선망함 또한 여전해.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갑게 맞아주는 내 가족이 있음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겠지. 미래의 나는 이 순간을 선망하게 되겠지.
-
"선생님, 마음이 중요한거라고, 마음이. 어?"
"그래서 니 마음이 이 고장난 청소기 고쳐주냐? 어?"
정호석, 나이 26, 밝고 명랑하고 쾌활해, 병원에 온날로부터 붙임성있고 친화력도 좋아서인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금새 친해지겠지. 이내 병원의 활력소가 되어 병원을 활보하겠지, 몬이와 RM이 특히 호석이를 좋아하고 윤기는 낯을 가리는지라 아직은 어색하지만 윤기도 노력할거야. 지민이는 호석이를 좀 어려워 하는데, 그 모습조차 귀여워 뽈뽈거리는 지민이를 자주 안아주고 놀아주는것도 호석이의 일이 되었지. 태형이는 호석이를 싫어해, 그래도 호석이는 태형이를 졸졸 쫓아다녀. 그럼 태형이는 화가 나서 욕을 하면, 호석이는 '그거 혹시 애정표현? 응?'
" …,"
"응? 지민이? 왜?"
"으응, 그거 마시써요?"
"응, 엄청 엄청 맛있어."
"그러쿠나, 궁그매서요. 그냥!"
"그래? 알겠어~"
"으음 ‥,"
꼬물거리는 지민이를 보며 웃는 호석이, 달라고 말도 못하고 주변에서 손만 꼼지락 꼼지락. 아 귀여워, 귀여워! 호석이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다가, 지민이를 끌어 안고 머리를 쓰담쓰담하면 지민이는 애기 웃음 짓겠지. 또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는 너탄이 있을거야. 호석이가 과자를 건네주면 또 좋아서 웃으면서 방방 뛰는 지민이를 귀여운듯 바라보다가도 어딘가 눈에 알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을거야. 너탄이는 그걸 보아도 모른척 해줄거야, 호석이가 직접 말하기 전까지.
"호석아, 잘자. 불 끌게?"
"아, 그게. 끄지 마요."
" …, 그래. 나 어디 안가는거 알지, 나 밤샐거야. 언제든 와."
"응, 쌤도 내 꿈 꿔요."
"악몽 꾸라는거냐."
맑게 웃어보이는 호석이가 어딘가 불안해 보여, 밤 샐 계획은 즉흥적으로 생기겠지. 병원에서 가장 늦게 자는건 호석이였는데, 가장 일찍 일어나는것도 호석이였어. 너탄이는 스스로가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봐 마음을 졸이게 돼, 분명 힘든게 있어도 말하지 않는거 같아서 물어보고 싶지 않지만 아무도 몰라주는걸 알아주고 싶은게 네 마음이니까. 불을 킨채 내려온 너탄이는 정말 네 방에서 밤을 샐거야. 호석이한테 말했잖아, 언제든 오라고.
"쌤 안자네요, 그냥. 못 자겠어서요."
새벽 네시, 해가 뜨기전 새벽이 가장 어두울 때. 호석이는 여전히 웃으면서 내게 올거야.
psychiatrist
안녕하세요. psychaitrist 입니다. 우리 마지막 환자 비타민 호석이에요!
호석이는 참 예쁜 아이에요. 꽃으로 비유하자면 물망초를 추천할게요.
우리 환자들을 모두 만났으니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겠지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조금 고민중이지만, 잘 풀어나가게 노력할게요. 봐주세요 :)
독방에서 제 글 추천 받고 왔다고 하면 하루종일 감격의 눈물을 흘릴 정도랍니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이야기도 빨리 가져오도록 노력할게요.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하나하나 읽고있어요, 큰 힘이 되네요.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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