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ㅠㅠㅠㅠ7회전 후 에피입니다. ㅠㅠ
때로는 침묵이 모든 말을 대신해 줄때가 있다. 오늘 나에게 형이 그랬듯이. 모든 촬영이 끝난 뒤 형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평소처럼 허허 실실 웃으며 깐족 그렸지만, 우리 둘만 남았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마디 하긴 했구나. 툭툭 어깨를 두드리며 수고 많았다. 라고. 데스메치 결판이 나기 지원이 형과의 대화중에도 형은 가볍게 엉덩이를 두드려줬다. 아무 말 없이 전하는 응원으로.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사석에서는 몰라도 공석에서 임요환 홍진호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라이벌이기 때문에 꼭 지니어스 상에서 형을 이겨보고 싶었으니까. 형이 방송중에 준우승 시키러 왔다고 실실 거리며 말할 때, 말도 안돼는 소리마 툴툴 거리면서도 결승전이나. top3 정도에서 재밌는 경기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었다. 생각대로 돼진 않았지만. 탈락이후 자연스럽게 가진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면서 형도 말했다 실실 웃으며 임진록이 성사 못된게 제일 아쉽다고. 그래 맞아 맞장구를 치는 사람들 속에서 씁쓸한 반 시원함 반으로 웃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보는 형의 시선을 느꼈다. 눈이 마주쳤고. 아무 이유 없이 웃음이나와 피식 웃었다.
“형.”
"응.“
“놀자.”
집으로 돌아와 만취한 상태에서 컴퓨터를 키고 또 게임을 했다.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둘다 현역때 보다 많이 죽었는데, 특히나 술이 들어가니 완전 개판 3분전이었다. 나중에는 서로 종족도 바꿔서 놀았던 것 같다. 하나 기억 나는건 첫 판은 내가 이기고 둘째 판은 형이 이기고.. 엎치락 뒷치락 난리가 났었다는거.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들었다 일어나니 아침이 훌쩍 넘어 점심 먹어야 할 시간이 돼있었다.
형이 먼저 일어났는지 부엌 안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살금 살금 다가가 등짝에 얼굴을 묻고 허리를 안는다. 그세 씻었구만. 씻지 않고 바로 잠든 탓에 술냄새를 비롯해 간밤 회식자리의 잔향이 남은 나와는 다르게 형의 등에선 익숙한 샴푸와 바디 워시 향이 난다. 배고파 뭐해? 얼굴을 부비며 묻는다. 형은 돌아서 얼굴을 감싸고 콩나물국. 우선 씻어 입을 쪽 맞춘다. 털래 털래 욕실로 걸어서 몸을 씻고 나오니 점심상이 다 차려져 있다. 밥을 먹는 내내 시답지 않은 얘기 들이 오고간다. 어제 방송에서 누가 웃겼고, 누가 잘했고.. 하는 것과 같은. 여느 때와 다름 없는 말들.
“아.. 진짜 나 병풍인가?”
“그걸 이제야 알았냐?”
“주사위. 너나 상민이 형은 바로 안걸 왜 난 몰랐지?”
“나라고 바로 안건 아니거든? 좀 더 머리를 굴려라 이 찐따야”
인간이 구멍이 많고 허술한건 전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말이지. 한번쯤 멋진 모습 보여야 하는거 아니냐? 레이저 장기는 그렇다 치고. 메인매치에서 한건 좀 해보라고. 끌끌 혀를 찬다.
“그게 잘 안돼”
알고 있다. 형이 열심히 몰두해서 하고 있다는건. 열심히 하는 것 만큼 안 풀려서 보는 내가 다 답답할 뿐이지. 답답한 마음반 화풀이반.. 심숭생숭한 마음 반으로 이 찐짜야 멍청아 병신아 욕을 섞어가며 형의 플레이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다. 넌 그래서 안되는거야. 그때 그러면 안됐지. 넌 이번 방송에서 실력이 아니라 운으로 살아남은 거라니까? 투덜투덜투덜.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왕 남은거 끝까지 잘해라.”
툭 하고 털어내며 말했다. 아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좋았을걸 이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하지만 내 나름의 최선을 다했고, 내 선택으로 인한 부분도 분명 있는 일이었으니까. 이게 끝이라는 생각도 안 들고. 지니어스에 참여를 통해 내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으니까. 오히려 나에게 생긴 이 신기한 변화들을 이젠 좀 돌봐라 라고 시간을 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형은 활짝 웃으며 당연하지 임마. 내가 툭 털어낸 마음을 확실하게 정리해준다.
“에휴... 과연 잘할까 모르겠다만.”
“..뭐?! 너 나 모르냐?”
“알지. 잘 아니까 이러는거 아냐 내가. 쯧쯧”
아무리 봐도 답이 안 나와 답이.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드는 나에게 야! 너 두고 봐 너 입 딱 벌어질 만한 필승법을 내가 발견하고야 만다! 큰소리 떵떵이다. 얼씨구. 제~에발 그래 주십시오.
형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 구석 구석 남아있는 아쉬움들을 털어냈다. 그리고 떨어졌으니 우울하다라는 핑계로 형에게 이것 저것을 얻어낸다. 청소하기 싫어. 설거지 귀찮아. 맛있는것좀 사줘. 형은 약간의 투덜 거림을 동반하며 순순히 내 말대로 따라준다. 서서히 천천히 언제 꿀꿀했냐 싶은 평온한 기분이 된다. 마음대로 형을 부려 먹고 신나게 논 저녁 형의 팔을 베고 눕는다.
“나 좀 놀라긴 했어”
“뭐? 왜?”
“마지막 데스메치 때 너 표정 때문에.”
아.. 그때. 뭔가 시즌 1부터 2까지 있었던 일들이 숙 지나가면서 울컥 하긴 했던 것 같다. 정확하게 내가 내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뭔가... 여러 가지가 복합된 표정이었겠지. 눈가가 좀 시큰 시큰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플레이에 많이 놀라기도 했고. 당황하기도.. 했고.
“그리고 너 카드 2 나온거 보고”
“...아씨 그 얘긴 꺼내지도 마라.”
잘나가다가 산통깨는 소리 하기는.. 정말 전생에 2랑 원수라도 진건가 싶었다. 지원이 형 이마에 2가 붙어있을 때부터 불길했어. 설마 내 머리에도 2가 붙어있을 줄이야. 나란히 숫자2가 보였을 때의 심정이란. 에휴. 아.. 마음정리 다 했는데 또 말꺼내니까 빡치잖아 2한테. 이씨 내가 2의 딜레마에 빠진데 혁혁한 공을 쌓은게 누군데 지금! 번쩍 자리에서 일어나 형의 배에 올라타고 목을 조른다.
“너 때문이자나!”
“내가 뭘 어쨌다고!”
“몰라서 묻냐? 어? 어?”
목을 잡고 마구 흔든다. 형은 켁켁 거리면서도 실실 거리고 있다. 한 번에 두 개 하기 안 힘드냐? 이씨! 목을 꽉 깨물고 밀어 버린다. 야 됐어 꺼져 집으로 가. 쿵! 침대 밑으로 떨어지게 밀어 머린 후에 발로 휘휘 문을 가리킨다. 절로 꺼져 당장. 꼴뵈기 싫으니까. 형은 앙탈은... 기분 나쁘니까 더 내가 옆에 있어야지. 안 그러냐? 실실 거리며 슬금 슬금 다가온다.
“미친새끼. 아 돼따고! 너 있으면 너 빡치니까 당장 꺼져! 상민이 형한테 금고 위치 분 것부터 시작해...”
다 털어낸지 오래인일을 들먹이며 툴툴 거리는 내 입을 형은 막아 버린다. 어깨를 잡고 그대로 밀어내는데 질긴 힘으로 버팅기며 나를 꼭 안는다. 그렇지 이런다고 그냥 가면 진짜 눈치 없는 놈이지. 꽉 힘을 주어 목에 팔을 두르고 제대로 안하기만 해봐 쫒아낸다 살짝 떨어진 틈을 타 숨을 고르며 하는 말에 대답대신 다시 입을 막는다.
간만이었다. 숨에 턱까지 찬건. 춥다고 이불을 돌돌 싸고 잘 만큼 추운 겨울에 땀 때문에 몸이 찐득찐득해서 욕실로 왔다. 비좁다고 혼자 하겠다고 해도 꼭 들어와서 저 지랄이다. 참 없어 보이게 변기통에 앉아 있는 형에게 전에 나 그러고 있을 때 나가라고 그 난리 치더니 거기서 뭐 하냐 확 물을 뿌린다. 에이 앞뒤 상황이 다르잖아 실실 거리며 다가와 거품 망에 바디워시를 쭉 짜고 거품을 내며 어떻게 형이 해줄까? 툭툭 엉덩이를 두드린다. 미친놈 확 얼굴로 물을 뿌린다. 어어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지려고 하는 걸 보고 놀라 확 잡아당긴다.
“...다 쇼였냐?”
그럼 그렇지. 다 사기였다. 정신을 차려 보니 당겨진건 오히려 나고 욕조를 경계로 임대갈을 나를 꼭 안고 있다. 아 저리가 땀 냄새 난다고 하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슥 들어와 거품 망을 내민다. 그치 네가 생각해도 냄새 나고 그렇지? 그러니까 씻어줘 팔을 양팔을 쭉 벌리고 욕조에 걸터앉는다.
에휴.. 내 팔짜야. 남편과 아들 있는 집 엄마들이 괜히 아들 둘 키우는 것 같다고 하는게 아니라니까. 끌끌 혀를 차며 희여멀건한 몸에 거품망으로 닦는 동안 내 어깨에 팔을 올렸다가 손으로 날 만지작 거렸다가 여기 저기 뽀뽀했다가 지 혼자 난리다. 자 됐지? 치근덕 거리는 아저씨의 얼굴에 마지막으로 턱 던지고 씻으려고 물을 튼 순간. 마무리까지 해줘야지 찡얼거리기 시작한다.
아오! 저 진상 저거. 언제 인간 될래? 툴툴 거리며 결국 내가 머리도 감기고 씻기기까지 했다. 밖으로 나와 수건으로 닦고 대충 밑에 것만 챙겨 입고 흐트러진 침대를 정리하고 있는데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기어 나와 뒤에서 안으며 닦아줘 날리 부르스다. 이제 하지 말라고 떽떽거리는걸 포기하고 해달라는데로 닦아주고 옷도 입혀주고 서비스로 머리까지 말려 준다.
“자. 됐지? 이제 그냥 좀 처 자라.”
보송보송한 임대갈의 볼을 양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자리에 눕는다. 등지고 누웠더니 뒤에서 꼭 안고 어깨에 간지럽게 입을 마주 댄다. 쪽 쪽쪽 간지럼을 태우더니. 살살 배를 쓸어주며 묻는다.
“시즌1 우승자로서 나한테 조언해줄껀 없어?”
“...글세.”
라고 시작해서 한참 동안 그동안 멍청했던 형의 행적들을 가차 없이 밟아 댔다. 거기서 그러면 안돼는 거였지 임대갈아 . 그건 아무리 형이 허당이라도 좀 아니었어. 등등 속 시원하게 모든걸 털어놓은 내 이마에 형은 입을 맞춘다.
“이번에 홀덤 대회 나가는거 알지? 언제 거기서 한판 제대로 붙자.”
“두고 봐 나한테 그렇게 말한거 후회하게 해준다 내가.”
형은 큭큭 웃으며 어느새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나를 꼭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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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건진 플짤ㅠㅠㅠ
제작진 스포보고 다들 임이라고 하길래 임일줄 알았는데...콩일줄이야...코유ㅠㅠ
이제 임콩 두사람이 붙는일이 거의 없을것 같아서 아쉬울뿐입니다 ㅠㅠㅠㅠㅠㅠ
다음주는 임이라는 스포듣고 거의 해탈한 상태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에피 쓰면서도.. 아.. 임콩 ㅠㅠ 어디서 보지..
계속 이생각만 ㅠㅠㅠㅠ 크흡...
부족한글 봐주시는 분들 ...ㅠㅠㅠ 너무 감사드립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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