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나랑은 그런 사이니까 : 외전
( 부제 : 축제 )
흠흠, 머리상태 좋고! 교복상태도 좋고! 기타상태도 좋고! 별로 변한 것은 없음에도 미간을 찡그리고 거울을 노려보던 백현은 30분간의 투쟁 끝에 백희에게 한대 맞고서야 집을 나섰다. 날씨도 푸르니 기분은 하늘을 찌르다 못해 뚫고 날아오를것만 같았다. 빠르게 학교로 달려가니 이미 많은 아이들이 일찍 학교로 몰려들어 마지막 리허설과 홍보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백현의 친구인 종대는 방송반으로 마이크 테스트를 한답시고 난리였다. 동아리가 없는 백현은 갈곳도 없이 우선 교실로 직행했다.
" 도!...어? "
복도에서 쉼호흡을 한 것이 무색하게 교실에는 아무도 없이 썰렁한 바람만이 백현을 쓸고 지나갔다. 이상하다, 왜 없지? 이시간이면 분명 창가를 내다보고 있을 경아가 있어야 했건만 교실에는 막 도착한 백현만이 있을 뿐이였다. 오랜만에 지각이라도 하는건가? 잠시 고민하던 백현은 경아에게 카톡을 보내려 카톡창을 키고도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망설였다. 너무 기다리고 있단거 티내면 부담스러우려나? 으윽, 고민하던 백현이 결국 한숨을 쉬며 카톡창을 끄고는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어차피 박찬열과 맹연습한 노래성과를 이따 경아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지금 경아가 없는 것이 잘 된 것일지도 몰랐다. 긍정적으로 납득한 백현이 챙겨온 기타가방에서 기타를 꺼내고는 흘끗흘끗 주변을 둘러보다 기타줄을 뜯기 시작했다. 감미로운 기타소리와 부드러운 백현의 목소리가 퍽 잘 어울렸다. 멋지게 악보없이 완곡한 백현이 만족스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만감에 취해 세상 누구보다도 감미로운 세레나데같았다. 그동안 고생고생하며 악보를 여럿 구긴 성과가 있었다.
" 좋아했으면 좋겠다. "
자신의 노래가 자작곡이란 것은 알까? 그것도 너를 향한? 언젠가 보았던 경아의 나직한 미소를 떠올린 백현은 볼을 붉히며 자신의 뺨을 짝짝 내리쳤다. 정신차려!
.....
그래도 좋아했으면 좋겠다.흐흐
헤벌레한 백현의 얼굴은 입꼬리를 내릴줄을 몰랐다.
*
열심히 기타를 둥가둥가 두드리던 백현은 이미 복도는 시끄러운데도 아무도 오지 않는 반아이들에 대해 경외를 표했다. 정말 축제라고 단체 지각이라도 할 셈인건지. 곧 있으면 9시인데도 교실에 한번 오지 않는 담임선생님도 존경스러웠다. 그 선생에 그 학생인가. 한숨을 쉰 백현은 다른 동아리들을 구경이라도 할겸 복도로 나섰다. 평소와는 달리 이리저리 풍선이 매달리고 천막과 아이들이 열심히 꾸민 소품들이 복도에는 가득했다. 평소보다 활기가 넘치고 쾌활한 복도에 얼떨떨한 기분으로 이곳저곳을 구경하던 백현이 아픈 다리를 주무르며 밴드부로 발길을 돌렸다. 밴드부에는..
" 똥백! "
저 머저리가 있기 때문이였다. 웬일로 늦잠을 안자고 기특하게 연습에 참여했는지 백현이 얼~ 이라며 한쪽볼에 혀를 밀어 찬열을 놀리다 옆에서주는 김밥을 받아 먹었다. 너네는 연습끝났냐? 백현의 질문에 말도 마라며 찬열은 멋지게 기타를 퉁퉁 두드렸다. 그런 찬열의 모습에 구석에서 볼을 붉히는 1학년 아이들이 몇몇 보이자 백현이 기가 찬듯 웃음을 지었다. 안그래도 경아의 행방도 모르고, 연락도 없고 기분이 낮을대로 낮아진 백현은 찬열에게 엿이라도 먹으라며 찬열의 과거를 들먹거렸다.
" 야~ 니가 이렇게 멋지게 기타를 치게 되다니 형은 니가 자랑스럽다! "
" 나니까 그렇지 "
갑자기 자신을 칭찬하는 백현의 검은 속셈(?)을 알아차리지 못한 찬열이 거들먹거리며 우쭐거렸다. 그런 찬열을 비웃은 백현이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 그러게, 너 예전에는 이상한 대회나가서 개쪽만 받고 그랬자으부부붑!! "
" 미친새끼야 "
갑작스레 파헤쳐진 과거에 당황한 찬열이 황급히 백현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찬열을 사모하던 어린 양들은 찬열의 과거사에 충격을 먹고 자리를 피했다. 백현이 그새 그당시 영상을 찾아 재생한 것이다. 으악!!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찬열을 피해 백현이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게 어디서 멋진척이야 니가.
백현은 찬열에게 메롱을 해보이고는 찬열을 피해 도망갔다. 운동장으로는 사람이 가득했고 축제는 점점 더 열기를 띄고 있었다.
*
공연시작은 한참 멀은 찬열이 백현과 같이 돌아다니며 이것 저것 먹고 있을 때였다. 찬열이 갑자기 시계를 보더니 백현을 끌고서 강당으로 향했다. 야 왜그래? 백현의 목소리는 인파에 묻혀 전해지지 못했고 애꿎은 닭꼬치만이 운동장에 떨어져 백현의 절규를 자아냈다. 악! 야 박찬열!! 백현의 처절한 목소리에 그제서야 찬열이 뒤를 돌았다. 의미심장하게도 굳건한 얼굴이 뭔가 긴박해 보여 저도 모르게 백현도 얼굴을 굳혔다. 야 왜?
" 급한게 있어. "
근데 왜 난 따라가는데. 백현은 질문을 삼키며 어쩔 수 없이 찬열을 따라 강당으로 가자 강당은 이미 많은 인파로 후끈거렸다. 새로오신 교장선생님이 개방적이시라더니 교외에서 DJ를 섭외했다고 강당은 이미 클럽과도 같은 분위기였다. 정신없는 음악소리와 여기저기서 터지는 웃음소리, 그리고 마이크를 잡고있는 mc까지. 아주 가관이였다. 무대위로 올라가있는 mc는 종대였다. 찬열과 백현의 친구인 종대는 마이크를 잡고서 아이들을 통솔하고는 이 분위기를 더욱 더 고조시키고 있었다. 허. 아마 교내 장기자랑인가, 그거 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이미 시작된지 꽤 된듯해 백현은 주위를 둘러보며 앉을 곳을 찾고 있었을까, 찬열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 왜그래? "
아까부터 정신사납게. 아이들의 환호성에 백현의 목소리는 묻혔는지 찬열이 고개를 젓고는 다음 무대에 올라오는 아이들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헉,
" 아 뭔데......... ? "
그건 백현마저도 마찬가지였다. 클라이 맥스라며 다른 학교의 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교내 댄스부가 올라와 자리를 잡는데, 조명이 꺼졌더라도 알 수 있었다. 저건..
[ 슬퍼하지마~ nonono ]
" 노노노!!!!!!!! "
하얀 블라우스와 붕붕뜨는 플레어치마에 큰 리본은 백현의 볼을 달구기 충분했다. 그런 백현의 속도 모른채 경아는 열심히 노래에 맞춰 추다 꺼진 조명에 맞춰 옷을 벗었다.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강당을 뚫을 것만 같았다.웬지모를 불안감에 백현은 식은땀을 흘렸을까, 조명이 하나 켜지며 노래가 흘러나왔다.
[ 우우우우우우우우 귀엽게 ]
" 귀엽게 !!!! "
아... 백현은 울고만 싶어졌다.
*
본편은 펑 했는데 다시 올려야하나 고민되네요
한동안 너나사 외전만 올릴 생각입니다 곧 치인트도 끝날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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