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그리고 너의 웃음
02
w.코코넛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저 놀란 마음뿐, 왠지 어린아이가 오렌지쥬스를 쏟아 엄마에게 들킨 기분이 들었다.
그와 6초간 눈이 마주한 순간 그 카페에는 그와 나만이 자리하고 있는듯한 몽환적 상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나는..그를 향해 웃을수도, 정색할수도.. 없었다..
나는 그저 그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는것 자체가 너무 두려웠다. 그는 나와 어울리면 안됐었다.
" 어? 형! 여기 어쩐일이에요? "
" 어? 남우현. 나 여기 후배랑 밥먹으러 "
그는 나를 한번 더 쳐다보았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가 내 얼굴을 익히면 안된다..
" 선배 서운하네- 벌써 여자 생기는거에요? "
" 여자는 무슨- 그냥 후배야, 같은 동아리. 인사해 ㅇㅇ아, 알지? 우리학교 사회체육과 남우현 "
" ..아..안녕하세요.. "
" 안녕, 너 나랑 말해본적 있지? "
" 뭐야? 아는 사이야? "
" ..아..아니에요.. "
" 알죠그럼, 너 시각디자인과 맞지? "
숨이 멎는것 같았다. 그가 나를 안다..
남우현이.. 나를 안다.
" 야, 너 어디 아파? "
" ..아니요.. 저 잠깐 화장실좀요.. "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와 울렁거리는 속을 게워냈다.
나는 그에게 내 존재를 감추고 싶었다. 그만큼 그는 나에게 소중했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이정도까지도 가는구나 싶었다.
여자건 남자건 이성을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먼저 다가가 말도 걸고싶고, 자연스레 어울리고 싶지만,
나는..달랐다. 나는 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그리고 그가 웃는 얼굴을 보고싶다.
하지만 나로인해 웃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가 되었으면 한다.
그가 나를 알게 된다면.. 나는 굉장한 하찮은 여자로 알게 될 것이다.
그만큼 나는, 내 자신에게도.. 그리고 내 존재에게도 자신이 없었다..
자리로 돌아오니 그는 사라졌었다.
왠지모르게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방금전까지 그가 있던 자리에 향기가 났다.. 이 향기를 처음으로 가까이 느껴보았다.
" 괜찮아? "
" 네.. 선배, 그만 일어나요 "
" ..응..그래, 밖에서 기다려 계산하고 올게 "
집에 돌아와 불이 꺼진 방안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가 나를 어떻게 알까.. 혹시 첫만남때 만났던 나를 기억하는 것일까..
두려웠다..
다음날, 늘 일상이였던 우유를 벤치에 놓는 일을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혹시라도 우유를 매일 놓았던 사람이 나인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알지 못하더라도 나를 의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유를 전달하지 않는 하루하루가 지나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그만큼 내방에는 일주일치의 포스트잇이 붙여진 우유가 쌓여갔다.
' 비타민C를 매일 챙겨먹으면 피부에 좋데요 '
' 날씨가 많이 건조해요, 안구건조증 조심하세요 '
' 오늘은 황사가 많이 심하데요. 자주자주 손씻기 '
' 오늘 난 울적하지만 당신은 웃어요 '
' 웃는게 참 예쁘네요 '
' 항상 웃는 모습만 봤으면 좋겠어요 '
' 미안해요 '
이 우유를 전달하면 나라는 존재를 알 수도 있다.
..벤치 멀리서 우유를 꽉 쥐고 나는 결국 우유를 놓고 오지 못했다.
그 순간, 그가 자리에 나타났다.
그가 우유를 찾는다.
하지만 우유는 내손에 있다.
그는 아침을 먹지 않는다.. 배가 고플텐데..
하지만 이제는 그만 두어야 할 것 같다..
난 이제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일까.. 가슴 한구석이 찡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
한숨을 쉬고 손목시계를 보았다.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다.
항상 나는 이러한 아침 일상을 시작하고서는 강의를 한두번 늦은게 아니다.
이제는 그만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바람과 함께 벚꽃이 흔날리는 그때..
그의 향기가 났다.
분명 그의 향기다.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정말 그가 있었다.
웃음을 짓지도 않는, 그렇다고 굳은 표정은 아닌,
그가 나를 보며 서있었다.
그리고 내 손에 들린 우유를 보고서는 금새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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