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이 없는건... 제가 올리는 시간대가 늦어서겟죠...헣헝...
![[EXO/카디] 선생님, 선생님. 도경수 선생님! - 5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3/8/e/38ee6a10c0bf533a8eaee64693184e1a.jpg)
선생님, 선생님. 도경수 선생님!
5
그렇게 한참동안 눈물을 뽑아내고 나서야 울음이 그쳤다. 그와 동시에 밀려오는 민망함에 고개를 푹 파묻은 채 들지 못했다.
"다 울었어요?"
상 위에 수북히 쌓인 휴지를 숨기려는 걸 슥슥 모으더니 야무지게 쥐고선 쓰레기통에 버린다. 콧물 묻어있을 텐데...
"고마워요..."
괜시리 눈이 붉어졌다. 아무 말 않고 울음이 그칠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던 모습이 고맙고 미안해서.
시계를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깜짝 놀란 내가 허둥지둥 교재를 찾자, 손목을 말아쥐고선 묻는다.
"수업 하시게요? 그 눈으로?"
눈두덩이를 더듬더듬 짚어보자 통통하게 부어오른 것이 보기에도 꽤 흉할 듯 싶었다. 미쳤다, 도경수. 진짜.
제자 앞에서 눈물 콧물 찔찔 흘리고. 쪽팔린 마음에 한손으로 눈을 가려 덮었다.
"가리지 마요."
손을 떼어내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닿았던 곳들이 불에 데인 듯 확확 달아올랐다.
"난 쌤 눈 좋은데."
무심하게 툭 던진 말에 귀가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쩔 줄 몰라 눈동자만 도르륵 굴리자, 푸스스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강아지 같아요."
"......"
"물에 젖은 강아지."
김종인은 그렇게 한참을 손목을 쥔 채 놓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진정되기까지 기다린 거겠지.
이제와서 수업하기는 글렀고,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해하는 날 보더니 대뜸 따라오라며 잡은 손목을 확 잡아끈다.
얼결에 방을 나선 나는 그저 김종인이 이끄는 채로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집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고, 윗층과 아랫층으로 향하는 계단도 있었다.
입을 떡 벌리며 감탄하는 것도 잠시, 휙 코너를 돌던 김종인은 막다른 벽을 마주보고 섰다.
"뭐, 뭐야."
더듬더듬 벽을 짚어보더니 가슴높이 정도 왔을 때 힘을 주어 꾸욱 벽을 밀었다. 그러자, 벽이 빙그르르 도는가 싶더니 어느새 컴컴한 곳에 들어와 있었다.
"저... 종인 학생."
"네?"
이 비밀의 방은 어디인지. 난 여기에 왜 데려온건지. 설명이 필요했다. 머리에 물음표를 가득 달고 쳐다보자, 슬며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영화관 같은 데에요."
"...영화관?"
"어렸을 때, 엄마랑 아빠랑 저랑 여기서 영화도 보고, 나 체육대회 때 찍은 영상들도 보고, 엄마아빠 결혼식 비디오도 보고."
이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설명을 마친 김종인은 휘적휘적 수납장 같은 곳으로 걸어가더니 고개를 돌려 내게 물었다.
"쌤, 무서운 거 좋아하세요?"
"어, 아무거나 괜찮아."
방음 시설까지 완벽하게 되어있는 방 구조에 감탄하고 있는 나를 끌어다가 제 옆자리에 앉힌다. 영화 시작해요.
착신아리나 여고괴담 같은 공포영화를 틀 줄 알았던 내 예상과는 달리 스크린에서는 잔잔한 로맨스 영화가 흘러나왔다.
"종인학생, 이런 취향이었어?"
"슬플 땐 실컷 울어야 돼요."
"......"
"그리고 하나 물어볼 거."
종인 학생이라고 부르지 마요.
은은한 스크린 불빛이 비추는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말하는 모습이 꽤나 진지해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과외하는 학생들은 늘 그렇게 불렀는데."
자세를 앞으로 고쳐 앉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무슨무슨 학생- 하고.
"그러니까."
"......"
"그러니까 그렇게 부르지 마요."
답지 않게 꾸역꾸역 억지를 부린다. 시선은 이미 스크린에서 벗어나 그늘진 옆모습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까 참 자알 생겼다. 누구 집 자식인지.
"그럼 뭐라 부를까."
"그냥 종인아-하고."
"...으음."
"이름 불러주세요."
고개를 숙이고 우물우물 거리는 목소리가 기어들어 갈 듯 작아졌다. 언뜻 볼이 붉어진 것도 같았다.
"......"
"...종인아."
중얼거리듯 부른 이름에 고개를 가만히 돌려 눈을 맞춰온다. 마치 처음 만났을 때 내게 전단지를 건네줬던, 그 때 처럼.
그저 아무 말 없이 쳐다본다. 검은 호수처럼 새카만 눈동자는 언제봐도 빨려들어갈 듯 짙게 반짝였다.
"네. 선생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방을 가득 울렸다. 이미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저 멀리 달아난 듯, 들리지 않았다.
뿌연 연기처럼 온 방안을 가득 메운 목소리에 취한 듯 눈이 감겨왔다. 어디선가 달짝지근한 향이 나는 것 같았다.
"종인아...김종인."
"네, 경수 쌤."
주문처럼 너의 이름을 읊을 수록 향은 더욱 더 가까워져왔다. 마치 환각제같았다.
쌤. 경수 쌤-
그렇게 불려본 것이 처음이 아님에도 너의 입에서 나온 그 단어에 괜시리 낯선 느낌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속에서 무언가 울컥 치미는 느낌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았다.
생각했다.
여기서 눈을 감으면 모두 영화처럼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그냥. 그냥 이대로 모든 게 끝나버렸으면 좋겠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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