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5인/ BGM 필수/똥손 주의
(깁니다. 선참가 후감상을 권장합니다. :9 )
지금 다시면 6시부터 진행하겠습니다.
KEYWORD : 여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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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물건 특유의 퀴퀴한냄새와 회색빛먼지가 그득한 골동품가게.
지난세월의흔적이 참 정직하게도 남아있는 이 가게엔,
어쩐지 꺼림칙하지만 들어가게만드는 무엇이 있는듯,
지나치려다가도 발을 들여놓게된다.
오래된 특유의 나무향과 몽롱한느낌을풍기는 색색의 촛불들, 옥색무늬가 어우러져있는 여러 백자들,
조금깨져있지만 여전히 영롱한 빛을품은 칠보자기와, 그 옆에는 고운 석류빛 다홍치마를입은 인형.
그리고-
" 어? 이거 못보던건데-.. "
먼지가 엷게 차지하고있던 고동색 나무장식장의 인형 옆자리에는
연꽃과 연잎이 그려진, 한지재질의 등불이 빈공간을 따스히 채우고있었다.
손이 자연스럽게 그 등으로 향했다.
마치, 내가 이 골동품 점을 지나치기전 느껴지는 이유없는 강한 끌림처럼.
분명 둥글고 화사한 빛을품고있는데,
어쩐지 서글픈색을 띄고있는건 기분탓일까.
물기를잔뜩 머금은 묵으로 채색된 연꽃은, 옛것임에도 금방이라도 번질것만같이 아슬아슬하다.
어째서 이렇게 계속 보게되는것인지, 눈이 미로속에 갇힌듯 한없이 시선이 얽힌다.
가랑비에 옷젖듯 서서히, 천천히, 느릿한 박자로.
" ..그 등이 마음에드시나봅니다. "
" 아 깜짝이야-.. 왜 갑자기 나타나요! "
" 물건에 정신이팔려 온걸 못느끼신것 같습니다만... "
언제온건지 장발에 주홍안경을 코에걸친,
음침한기운을 풍기는 주인아저씨가 다가와 등불 한지부분을 매만진다.
마치, 자식을 어루만지는듯한 애정어린 손길로.
조심스러운손길에도 등 안의 초가 금방이라도 꺼질듯 아롱거린다.
" 이 등 파는건가요? "
물음에 아저씨가 애매한웃음을 짓는다.
아랫턱을 메운 수염을 몇번 매만지시더니, 훅- 하고 등 안의 초를꺼버린다.
둥그런 보름달빛이사라진 등인데도 초라하기보다는 쓸쓸해보인다.
원래부터 온기를 품은 등이 어디있겠냐마는,
냉소적인 백색을 띤 불을잃은 등이 어색하기 이를데가없다.
" 죄송합니다만 판매용은아닙니다. 다만-.. "
" ..다만..? "
" 하루정도 빌려드릴수는있습니다. 돈은 받지 않고요. "
팔수는없지만 빌려줄수는있다..?
착한건지 바보인건지. 내가 돌려줄지 안줄지도 모르면서.
" 제가 돌려드리지 않을수도 있는데 막 빌려주셔도 되는건가요? "
" ..분명 빌려가실거고, 분명 내일 갖다주실거라는걸 알고있기에 빌려드리는겁니다.
그쪽에 대한 믿음이라기보다는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때문에. "
" ... "
" 지금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지않습니까? "
욱신-
전혀 근거없이 뱉은듯보이는 말인데
그리워하는사람이 있냐는말에 여지없이 가슴한켠이 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