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백] Sauve-moi <흡혈귀과 신부>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5/0/6/5062c4f948631aba29a9e72decbdeed6.jpg)
# Scrap 1,
[SAUVE-MOI]
- …… 거기 누구있어?
가시왕관을 쓴 소년이 말했다.
-
새벽의 예배당은 무척이나 음산했다.
백현은 촛불을 켠 촛대를 한손에 쥐고 단상에 올랐다. 새벽미사의 시간이었다.
플랫폼 한 켠에 촛대를 놓아두고 백현은 그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오랜시간에 느슨해진 나무 격자가 삐걱거렸다.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조각난 스테인드글라스를 관통하는 어스름한 달빛에 인자하게 빛났다.
- 아멘
백현은 미사를 마치고선 꿇고있던 무릎을 천천히 바로 폈다.
그리고 백현이 단상 밑의 방을 발견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였다.
우연히도 발 아래에 둥근 은 잔이 놓여있었고, 우연히도 백현은 그것에 걸려 몸을 삐긋했다.
우연히도 은 잔은 단상의 가장자리로 굴러갔고, 우연히도 백현은 단상 가장자리, 갈색의 카페트 밑에 숨겨져있던 비밀 문을 발견했다.
모든 것은 우연이였다.
백현은 거의 다 녹은 초가 꽂힌 촛대를 잡아들고 문 가까이에 섰다.
에덴 동산에서 금지된 과일을 따먹은 하와가 된 기분으로 백현은 비밀통로의 문을 열었다.
촛대를 먼저 통로에 가져다대자 먼지가 쌓인 회색의 돌계단이 보였다.
첫번째 계단을 밟자 계단에 그득 쌓인 쾌쾌한 먼지들이 나풀나풀 공중을 부유했다.
콜록콜록. 백현은 먼지를 들이 마시고 짧게 콜록거렸다.
사제복의 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고 신중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 맙소사
경악이 섞인 감탄사가 놀라움과 함께 내뱉어졌다.
지하를 깊게 파고들던 계단의 끝에 보인 것은 족히 백 년 이상은 되보이는 커다란 문이었다.
십 여년이 넘는 오래된 시간을 성당에서 지나보낸 백현에겐 짧은 시간에 일어난 모든 일이 꽤나 깊은 쇼크였다.
커다랗고 오래된 문은 백현은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이어져있을 것만 같았다.
혹, 검은 수렁텅이가 나타나지 않을까. 그 너머에 무언가 괴물같은 것이 잠자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백현은 문을 열기까지에 많은 고심을 하고, 긴 시간을 쏟아야했다.
결국, 문이 열렸다.
문 너머로 나타난 것은 검은 수렁텅이도, 잠자고 있는 괴물 따위가 아니였다.
일단은, 고린내가 풍겼다. 상처의 진물이 오래동안 고여서 썩을때의 냄새였다.
지하수? 아니 좀 더 습하고, 오래된 하수구 냄새같은 것도 났다.
촛대로 앞길을 비추며 백현은 나아갔다. 고집스럽게도 느리게 나아가던 발걸음이 멈추었다.
텅. 백현은 손으로 움켜쥐고있던 촛대를 떨어트렸다.
타다만 초가 바닥을 굴렀다.
-
두 손은 바짝 마른 덩굴에 감겨 결박되어 있었고, 갈비뼈가 두드러지게 불거진
가는 허리 정 가운데로는 검붉은 녹이 슬인 대못이 박혀있었다.
자주빛 엉겅퀴의 날카로운 가시에 날개가 찢겨진 나비 하나가 그의 발치를 굴렀다.
만지면 바스러질 듯 나비의 몸체엔 수분기도 생명의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 ……거기 누구있어?
가시왕관을 쓴 소년이 말했다.
소년의 주변만이 흑백 필름 속의 장면마냥 짙고 어두웠다.
저 혼자만 세상에서 동 떨어진듯 이질적이었다.
소년은 껍질에 씌인 듯 흐리멍텅한 붉은 눈알을 굴렸다.
그 눈이 백현에 닿았다가 다시 허공을 향했다.
대못 주위로 너덜너덜하게 벌어진 살갗이 꽤나 흉측해 백현은 두 눈을 질끔 감을 수 밖에 없었다.
고결해야만 하는 성당 아래에 이러한 공간이 있을 줄이야.
백현이 오래동안 서있던 바로 그 곳의 아래에.
누가 감히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백현은 알지 못했지만 오랜 시간 백현은 소년과 함께였었던 것이었다.
백현은 바들바들 떨려 떼어지지않는 다리를 애써 움직여 그의 앞에 무릎 꿇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물었다. 처절하리만큼 엉망스런 그의 모습에 절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 당신은, 고통스럽지 않습니까? … 대체, 아아 …
백현은 습관적으로 목에 걸린 십자가를 문질렀다.
소년이 고개를 저었다. '고통스럽지 않다' 고 했다. 하지만 뒤이어 속삭였다.
신부님 제발 구해줘.
- 날 구원해줘
소년은 지친 얼굴로 그리 대답했다.
입술을 비집고나온 송곳니가 기괴했다.
흡혈귀, 소년의 이름이었다.
소년을 위한 세상은 이미 오래전 멸해진지 오래였다.
소년의 이름은 기피, 경멸, 그리고 두려움의 실체며 형상이었다.
백현에게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두려웠다.
그를 마주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죄악을 범하는 기분이었다. 엄지손가락으로 또 다시 십자가를 문질렀다.
하지만, 동시에 동정심이라는 것이 심장을 깊숙히 쑤셔왔다. 딱하고, 측은한 것이 먼저였다.
신부라는 이름이 그리도 커다랬던가. 알 도리가 없었다.
구원해달라고 한다. 저를 구해달라고한다. 이 무슨 블랙코미디인가.
흡혈귀와 신부, 악의 씨앗과 선의 종.
백현은 자신의 굴레에 목이 죄여왔다. 목에 가깝게 달라붙은 사제복의 깃이 칼날이 되었다.
제가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제게 주신 시련을, 당신의 뜻을 제가 감히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잔인하게 외면하려해도 제 앞에서 구원해달라, 그리 갈구하는 어린 영혼을 외면하기는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래서 백현은,
- 어찌 제가 당신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저 자신도 알지 못하는 답을 소년에게 물었다.
소년은 무언가 알고있지 않을까.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꺾인 고개를 들지않고 대답했다.
- 느껴지고, 기억해. 뱃가죽을 뚫는… 커다란 족쇄가… 그 날카로움이
처음 뗴어진 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소년은 갈라지고 잠긴 목소리로
떠듬떠듬 그때를 회상했다.
-
짓이겨 찢어진 살 덩어리가 아물고, 아물고, 아물고,
다시 잘리고, 잘리고, 찢기고,
하아. 소년은 버거운 듯 한숨을 지었다.
그리곤 눈을 지긋이 감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때마다 새롭게 고통이 몰려와, 그것도 몇 년정도 지나니까 익숙해졌는데,
몇 년정도……. 몇 년, 몇 년이었지?
글쎄 몇 년이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네.
눈을 수 백, 수 처번 감았다 떠봐도 난 여기 그대로여서.
그러니까, 난……. 겁이 났어. 날 가운데 바로 그들이었는데.
당신과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 그들이었는데.
그들이 나를 잊은 것이 아닌가, 바로 그것 때문에 겁이 났어. 날 잊은게 아닌가.
또 몇 년간을 그들을 저주했지. 또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인정했어.
난, 여길,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지.
나도 그들이 항상 외는 자비로운 분의 창조물 중 하나인데. 어쩜 나도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 분은 모든 걸 창조하셨다는 데…….
나같은 죄악 덩어리도 받아들여 주지 않으실까.
어쩌면, 어쩌면… 나도….
- 그제서야, 난 증오함도, 슬픔도 그만둘 수 있었어.
대신 그저 외롭고 그립고 그냥 어떤 누군가를 볼 수있길 바라고
그래. 당신이, 신이 내린 구원일거야.
그의 목소리를 따라잡던 백현은 어느새 자신이 울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년은 검은 깃털로 자신의 알맹이를 숨기고 있는 길잃은 까마귀였다.
벅차오를 만큼 순수하고 때묻지않은 영혼이었다.
백현이 저를 찾아내준 것이 저의 구원이라 소년은 고백하고 있었다.
백현은 십자가를 꾹 쥐고있던 손을 들어, 소년의 이마를 상처내고있던 가시왕관을 벗겨내었다.
차가운 피가 한 줄기 흘러내리더니 이윽고 흠이 난 부분이 말끔히 아물었다.
백현은 그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입맞춤에 경의와 감탄을 담아냈다.
다음으로 두팔을 묶고있는 덩쿨나무를 뜯어내었다.
말라 비틀어진 줄기는 너무나 힘없이 뜯어져내렸다. 덩달아 소년의 두 팔도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소년의 두 눈은 여전히 흐릿하게 붉었다.
소년은 백현의 얼굴을 머릿속에 새겨넣듯이 잠잠히 백현의 이목구비를 훑어내렸다.
마침내 소년을 결박하고있던 두꺼운 대못까지 뽑아내었다.
챙그랑, 대못이 바닥을 굴렀다. 살이 더딘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세포가 응집되고 조직이 형성되었다. 근육이 팽팽히 당겨지고, 얇은 피부가 단단히 그 위를 덮었다.
태초의 인간이 만들어질 떄가 바로 이러했을까.
소년이 깊은 숨을 내뿜었다.
소년은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벽을 타고 스르륵 흘러내렸다.
소년은 거미줄이 바람에 휘날리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부식되어 본래의 모양을 잃은 샹들리제가 춤을 추었다.
검고 짙은 해방의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을 백현은 보았다.
하지만 눈을 감았다 떴을떄 보이는 소년의 두 눈은 여전히 붉고 매말라있었다.
백현은 흡혈귀가 아닌, 악의 씨앗이 아닌,
그의 진정한 이름을 알고싶어졌다.
- 당신은 무어라 불렸습니까?
- …….
- 제 이름은 백현입니다.
- …… 난,
찬열. 찬열이로군요.
성직자가 확인하듯이 중얼거렸다.
성직자의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찬열은 젊은 성직자의 목에 걸려진 십자가가 눈부시다 생각하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 아주 오랜만에 잠이 몰려왔다.
----
ㅋ이ㅏㄴ어ㅣㅂ23ㅕ92ㅕㅇ나ㅓㅣ겁나 오글거령
흐.콰.한.다.닝ㅇㅇㄹ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다들 사랑해 만원 받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