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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현] 첫사랑 05 | 인스티즈



하루는 길지만 한 달은 짧다. 일 년은 더더욱 짧다. 백현을 처음 만났던 그 해는 더 그랬다.
분명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순식간에 방학이 왔다 가고, 계절 또한 빨리 변한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과거의 인연들은 추억의 한 구석으로 파묻힌다. 시간은 빠르다. 그만큼 지나가는 인연들도 빠르다. 모든 것은 갈수록 빨라진다.



그런데 그에 반해 키 크는 속도라는 것은 참 느렸다.



계절이 바뀌어 옷을 정리했다. 작년, 재작년에 입던 바지가 아직도 길이가 짧아지지 않은 걸 보면 얼마 크지 않았나보다, 하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키가 한창 많이 클 나이라는데 난 왜 그러지. 내 친구들은 쑥쑥 잘만 크던데. 하는 생각에 괜시리 원망스러웠던 적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키가 큰 것 같다는 소리를 듣는 걸 좋아했다. 한 번도 키 큰 아이였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귀엽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이러다가 평생 작으면 어쩌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신체 검사를 할 때가 가장 싫었다. 키가 또 안 컸으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 때문이었기도 하지만 키가 작다고 놀리는 친구들 때문이기도 했다.
남자 애들이 작은 키를 비웃었을 때는 더 짜증이 났었다. 

그 중에는 눈을 반으로 접으면서 동조하는 듯 웃던 백현도 있었고, 왠지 더 짜증났다.
키는 항상 컴플렉스였다.





그 날은 왠지는 모르겠지만 키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 나보다 키가 작았던 친구들도 지금 보니까 다들 훌쩍 커져 있는 것 같아서 시무룩해졌다.

그리고 터벅터벅 걸어서 집에 가던 그 날은 길에서 백현을 마주쳤다.


백현과 나는 학교에서 만나도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둘이 마주치면 훨씬 더 어색해진다.
시선을 둘 곳이 없어 괜시리 운동화 끝만 쳐다봤다. 살짝 곁눈질해 봤을 때는 백현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원래 하던 대로 못 본 척하고 지나치려고 했는데 바닥에서 쨍 하는 소리가 났다. 손에 들고 있던 열쇠를 떨어뜨렸다. 뒤를 돌았다. 백현의 발치 앞에 멈춰 있는 열쇠가 보인다.


백현이 지나치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열쇠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더니 허리를 굽혀 줍는다.
그 애가 내 앞으로 한 발짝 걸음을 옮겨와 손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두 손을 내밀어 받았다.



손에 열쇠가 떨어지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백현을 쳐다봤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머릿속이 하얘져 백현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얼굴이 높이 있다. 백현은 나를 한참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걸 깨달은 건 몇 초 뒤였다.



“고마워.



괜히 알 수 없는 심술이 생겨 죄 없는 아이에게 괜히 입을 삐죽거리고 지나왔다.
씨, 짜증나게 쟤는 키가 왜 저리 큰 거야. 또.




**




“어? 그러고 보니까,”


“네?”


“지금 보니까 키 많이 큰 것 같네~ 처음 봤을 땐 애기였는데 벌써 다 컸어.”



오늘따라 이상하리만큼 내 전체를 훑어보던 선생님이 그러셨다. 키가 많이 컸다고.
이런 말을 들을 때면 항상 뛸 듯이 기뻤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 선생님에게 들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이 접힌다. 금세 웃는 표정이 되었다.



“정말요? 전 키 컸다는 소리 듣는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그 말을 하며 환하게 웃었다. 선생님은 곧 가셨다. 아아, 님은 가셨지만 제 감정은 그대로랍니다.
기분이 좋아 웃다가 옆에 있던 백현과 눈이 마주쳤다. 백현은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속까지 다 들켜버린 것 같아 왠지 모를 창피함에 입꼬리를 살며시 내리고 백현의 눈치만 살폈다.
그러더니 갑자기 백현의 눈이 휘어졌다. 소리 없는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손으로 살며시 가리는 백현을 빤히 쳐다봤다. 


웃는 백현의 얼굴에 왠지 그 애가 내게 키가 작다고 놀리던 친구들 틈에 있던 모습이 겹쳐졌다.
볼에 열이 올랐다. 분명 발개졌을 것이다. 부끄러워서 피아노 연습실로 뛰어들어갔다. 문이 닫힌 뒤에서 백현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는,



“아, 참. 딸~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딱히 한가한 날은 없으시지만 그날따라 종일 바쁘셨던 엄마가 집에 돌아오셨던 건 늦은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배고프다고 투정을 부리고 늦은 저녁을 차려 먹다가 갑자기 생각나셨다는 듯 운을 띄우시는 그 목소리에 의아함을 표했다.



“응? 왜요?”


“어, 그러고 보니까 좀 큰 거 같기도 하고.


“…?”


“아니, 오늘 집에 오다가 6층 사는 남자애 알지? 너랑 같은 반. 이름이 백현이었나. 암튼 걔네 어머니를 만났는데,”


“네?”


“백현이가 너 키 많이 큰 거 같다고 했다더라~ 그러고 보니까 좀 컸나 싶어서 그랬지.”




백현의 이름을 들은 이후로 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식탁 위에서 갈 곳을 잃고 방황하던 젓가락이 멈췄다.
내가 키 컸다는 소리를 가장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웃던 백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랬나, 하기에는 너무 내가 넘겨짚는 것 같기도 하고.
달리 생각하면 친하지도 않은데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싶어서 의문이 들었다. 어렵다, 그 애는.




“진짜로요?”


“그럼 진짜지. 그래도 아직 넌 멀었어. 언제 아빠만큼 클래. 그 집 애는 전에 보니까 너랑 머리 하나는 차이나겠더만~”




무슨 의미였을까, 그 아이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졸업하기 전 마지막 신체 검사를 했던 날의 얘기를 잠깐 하자면, 여자 애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교실 안, 교실 앞에서 차례대로 키와 몸무게를 재는 풍경. 그리고 짓궂은 남자 애들 몇몇이 교실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들킨다. 큰 야유가 터진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났다. 시끄럽다. 소란이 일어나는 창가 쪽을 쳐다봤다. 그러다 백현과 눈이 마주쳤다.
백현이 눈을 잠깐 크게 떴다. 그러더니 눈을 살짝 접는다. 귀가 살짝 빨개졌다. 그러더니 쑥스러운 듯 웃어 보이고 금세 자리를 뜬다.

함께 눈을 마주쳤던 나는 그 표정 그대로 멍하게 굳어 있다. 아직도 창문에는 백현의 잔상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 날의 백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왜 그랬을까, 그 애는.



- 첫사랑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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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 오늘도 역시 백현이는 취향저격이네요ㅠㅠㅠㅠㅠㅠ 항상 좋은 글 감사드려요! 진짜 설레요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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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ㅅ' 독자님도 제 취향저격이에요! ㅎ3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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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진짜 좋아요ㅜㅜㅜㅜㅠㅠ 자기 전에 읽어서 행복햌서요..♥ 설렘 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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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ㅎㅎ 앞으로도 자주 써서 올릴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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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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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답글이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암호닉은 받아본 적 없지만, 신청해 주시면 감사히 받아요~ 8ㅅ8 읽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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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아진짜 ㅠㅠㅠㅠㅠ 너무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즘.. 자주오시는것같아서 ㅠㅠ 너무너무 좋아요 ㅠㅠ 자주써주셔서 감사해요 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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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진짜 설레요 ㅠㅠ 선덕선덕 거리는 이 기분 항상 기분좋게 글 읽고 가요~ 아니 이 글 읽으면 기분이 간질간질 좋아져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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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이번 글은 답글이 너무 늦어졌네요ㅠㅠ 항상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저도 독자님 댓글 읽으면 힐링힐링!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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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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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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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간질간질 진짜 봄같다
내 주변에는 왜 백현이. 같은 남자가 없지...
글로 첫사랑을 배우네요 오늘도
잘보고 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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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제 주변에도 백현이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네요ㅠ.ㅠ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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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ㅠㅠㅠㅠ비회원에 고삼인데 이글 때문에 자꾸 접속해요 ㅠㅠ 그만큼 좋아요 곧 설인데 복 많이 받으시고.매번 잘 보고 갑니당 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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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헉 부족한 글인데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ㅠ_ㅠㅠ 앞으로도 좋은 글 위해서 노력할게요~ 댓글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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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자까님 연재중단하신거에용 ㅠㅠ? 기다렸는데 아쉽네여......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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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너무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 잘 읽고 갑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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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다음 편도 얼른 써서 올릴게요!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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