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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현] 첫사랑 02 | 인스티즈


“1분단부터 나와서 제비뽑기 종이 골라라!”


자리를 바꾸었다. 우리 반은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했었다.

두근두근하며 조심스럽게 뽑아든 종이는 2분단의 넷째 줄 오른쪽 자리. 원래 자리에서 짐을 챙겨들고 일어섰다.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짝을 기다렸다.

다른 아이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찾아서 앉는데 내 짝은 옆자리로 오지를 않는다. 초조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눈을 들어 아직 자리에 앉지 않은 아이들을 하나씩 살폈다.

그 때 옆자리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렸다.


변백현이었다.


시선은 조용히 내리깔고, 하얀 얼굴에 볼은 살짝 달아오른 채로 그 애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장난기가 많은 아이가 이상하게 내 앞에서만 조용해짐에 살짝 위화감을 느끼며 백현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원래 아는 척을 잘 하지 않아 인사는 없었다. 곁눈질로 옆자리에 앉은 백현을 쳐다보았다.

마찬가지로 내 옆모습을 쳐다보던 백현과 시선이 마주쳤다.

백현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수업을 들었다. 그 시간의 수업은 사회였다. 필기를 꽤나 열심히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교과서와 노트에 수업 내용을 열심히 옮겨 적었다.


“손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네.”


백현의 말소리가 작게 울렸다. 혼잣말인 듯 싶었지만 분명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백현이 내 옆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입술을 살짝 끌어올려 작게 웃었다. 옆에서는 백현이 눈을 반으로 접고 예쁘게 웃었다.



백현은 짝이 된 이후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시간이 늘었다. 항상 그랬다. 옆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듯해 고개를 돌려 보면 항상 백현의 검은 눈과 마주치고는 했다. 이상하게 백현을 의식하게 되었다.


시험을 친 후에도 그랬다. 내 손에는 하얀색으로 표시된 꼬리표가 들려 있었고, 옆자리의 백현은 내 것을 한 번 쳐다보고 자신의 것을 내려다보며 울상을 지었다.

내 점수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괜찮았다. 종이에 표시된 일련의 숫자들을 더 이상 쳐다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를 여러 번 접어 가방 앞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책상에 엎드렸다. 그대로 눈을 감았다.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 하네. 피아노도 잘 치고.”


옆에서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까 싶었지만 그대로 있었다. 백현의 목소리였던 것 같다.



**



“자, 오늘은 교과서 107페이지~”


선생님의 말에 따라 교과서를 폈다. 조용히 수업을 들었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조용했던 옆자리에 눈길이 갔다. 백현은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백현은 자고 있었다. 자는 모습은 그 날 처음 보았다. 많이 피곤했는지 색색 내쉬는 숨소리가 들렸다. 답지 않게 귀여워서 살짝 웃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백현이 남자애치고는 꽤 곱상하고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눈 밑에 그늘을 길게 드리운 속눈썹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백현은 속눈썹이 무척 길었다. 꼭 닫힌 눈 밑으로 부드럽게 이어진 동그란 코도 귀여웠다.

깊게 잠이 든 것 같아 손을 얼굴로 가져갔다. 깨어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손을 눈 앞에서 흔들었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깊이 잠이 든 듯 했다.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아이의 보드라운 피부를 만져 보고 싶었다. 두 번째 손가락 하나를 조심스럽게 내밀어 볼을 툭 건드렸다. 깰까 무서워서 손을 얼른 책상 밑으로 감추었다. 

하지만 그 손이 무색하게 백현의 눈은 여전히 꼭 잠겨 있었다.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백현의 콧대를 쓱 한번 쓸어 보았다. 동그랗고 귀엽다고만 생각했던 코에 은근히 날이 서 있었다. 왠지 모르게 설레는 기분.


장난은 그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친하지도 않은 아이에게 이런 걸 하고 있다는 게 웃길 뿐더러 백현이 눈을 뜨기라도 한다면 굉장히 창피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머지 않아 백현이 눈을 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수업을 계속 들었다. 교과서에 낙서를 끄적이기도 했다. 옆에서 백현이 작게 웃는 소리가 났지만 모르는 척으로 일관했다. 분명히 아무 것도 몰랐을 거야, 라고 믿으며.




그리고 며칠 후, 밤새도록 책을 읽다가 학교에서 피곤해서 잠이 든 내 옆에 앉은 백현은 똑같은 행동을 해 왔다.

잠이 들어 있었다. 누군가 내 머리를 슥 스치는 듯한 기분에 놀라서 잠이 깼다. 눈은 그대로 감고 있었다. 

다시 잠을 자려고 했지만 이미 깨 버린 탓에 눈만 감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려온 내 앞머리를 귀 뒤로 슥 넘겼다. 놀랐다.

실눈을 떠 앞에 앉은 사람을 확인했다. 사실 확인을 거칠 필요도 없었다. 백현이었다. 백현의 하얀 손이 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대로 다시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백현의 손이 눈 앞에서 흔들리다가 잠시 멈칫했다. 그러더니 볼을 한 번 찔렀다. 뭘 하나 싶어 가만히 있었다. 백현이 연하게 웃는 소리를 내더니 손을 거두었다.


몇 분이 지나 눈을 떴다. 백현은 여전히 옆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시선은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경직되어 보이던 백현의 옆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귀가 살짝 붉어져 있었다.



**



백현과 짝을 했던 한 달은 굉장히 짧게 흘러갔다.

마지막으로 짝을 하던 날, 그러니까 다시 자리를 바꾸던 날. 백현의 전화 번호를 묻고 싶었다. 

사실 그 전부터 알고 싶었지만 인사도 잘 하지 않는 아이에게 번호를 물어볼 만한 용기가 없었다.


“백현아.”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용기를 내어 작은 소리로 백현을 불렀다. 못 들은 것 같아 뒤돌아 있는 등을 툭 건드렸다.

백현이 뒤를 돌았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장난기를 가득 담은 눈이 반짝였다.


“너 있잖아. 핸드폰 번호 좀 알려줄래?”


백현의 작은 얼굴이 당황한 기색을 담았다. 괜히 물어봤나 싶었다. 뒤돌아서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답을 기다렸다.


“나 핸드폰 없는데.”


짧게 돌아온 답에 나 또한 당황하고 말았다.


“아 그래? 알겠어.”


이것으로 대화는 끝났다. 짝까지 했으면서 백현이 핸드폰도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게 부끄러웠다.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뒤에서 백현이 집 전화번호라도 알려줄까, 라고 작은 소리로 혼잣말하는 것을 들은 것 같기도 했다.



짝이 되었을 때는 백현과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었다. 인사는 하지 않았어도 말은 조금 했었고, 가볍게 장난을 몇 번 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파트 계단에서 마주친 백현은 나를 보고 눈이 살짝 커졌다. 그리고 입술을 살짝 달싹이다가 그대로 다물었다. 그대로 서 있기에는 괜히 민망해져 백현을 그대로 지나쳤다.

집 문을 열고 들어서기 전, 계단 아래를 무심코 쳐다보았다. 백현은 이미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백현은 아까 나와 마주쳤던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는 났는데 닫히는 소리가 나지 않자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백현이 위를 쳐다봤다. 나와 백현의 시선이 마주쳤다.

백현을 쳐다보고 있던 것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움에 시선을 돌렸다. 문을 열었다. 평소보다 큰 소리로 문이 닫힌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그 날은 피아노 학원에 갔다.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연습실로 들어가려다가 아는 얼굴이 있어 잠깐 멈칫했다. 세훈이었다.

아빠가 아시는 분의 아들이어서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던 아이였다. 세훈은 나보다 한 살 어렸고, 성격이 굉장히 밝았다.


“누나, 안녕?”


세훈이 반갑게 인사해왔다. 웃는 표정이었다. 남자에게 낯을 많이 가렸던 내게 먼저 다가와주는 세훈은 보통 남자애들보다 친해지기 쉬운 상대였다. 유일하게 가까이 지내던 남자애이기도 했다.


만난 것이 반가워 나도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세훈이 내가 들어가는 연습실로 따라 들어왔다.


“누나는 어떤 거 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오는 아이가 귀여웠다. 그 때 연습하고 있던 곡은 쇼팽의 에튀드 25-12번이었다. 

악보를 보여주고 앞부분을 짧게 연주해 주었다. 건반 위를 오가는 손가락을 신기한 듯 쳐다보던 세훈이 자신과 가까이 있던 내 한쪽 손을 가져갔다. 자신의 오른손과 내 왼손을 맞대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내 손이 더 작았다.



“누나 손 되게 작네.”

“응? 설마. 그냥 네가 큰 거 아니고?”

“에이, 나도 손 별로 큰 편 아닌데. 누나가 작은 거 맞다니까.”



라고 말하며 아이가 웃었다. 손을 슬쩍 끌어올려 세훈의 손 위로 가게 했다. 내 손이 세훈의 손보다 커졌다. 세훈이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연습실에 작게 난 창 너머로 반대편에 앉아 있는 백현의 얼굴이 보였다.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검은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뭔가 죄를 지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대로 시선을 피했다. 세훈은 머지 않아 나갔다. 나는 피아노를 계속 쳤다.



그리고 백현은 그 때까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첫사랑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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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 인티하다가 신알신 뜬 거 보고 바로 달려왔어요ㅠㅠ 작가님 문체 진짜 제 스타일이에요ㅠㅠㅠㅠ 잘 읽고 갑니다! 다음 편도 기다릴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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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문체.... 제 문체가 마음에 드셨다면 다행이에요. 다음 편도 얼른 써서 올릴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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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여자랑 백현이랑 서로 좋아하는 건가ㅠㅠㅠㅠ여ㅠㅠㅠ 이런 분위기 좋아요 얼른 친해졌으면 좋겠네여 신알신하고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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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신알신 감사드려요~ 부족한 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당 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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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설렘..♥ 좋은 글 감사해여 ㅠㅠ 다음 편 기대할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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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짧은 글솜씨에 설레셨다니 감사드려요. 다음 편도 빨리 올릴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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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이런거 너무 좋아요 ㅠㅠ 저랑 제 짝남 상황 같기도 하고.. 설레요 완전! 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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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헐. 짝남. 저도 사실 이거 실화에 기초를 두고 쓴 거라....ㅎㅎ.....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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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풋풋한감정ㅠㅠㅜㅠ뭔가울컥하네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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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당 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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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아ㅠㅠ설레요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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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ㅠㅠㅠ설레셨다면 다행이에요!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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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헐진짜너무설레요ㅠㅠㅠㅠㅠ다음편도기대할게요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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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네 다음 편도 얼른 적어서 올리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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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와ㅠㅠㅠ 어제 하루종일 인티를 못해서 몰랐는데 ㅠㅠㅠㅠ 백현아ㅠㅠㅠ 왜!! 왜!! 인사를못하니!! 안녕? 이라고만 하면 되는거루ㅜㅠㅠ 작가님 넘좋아요 어서오세요!! 담편들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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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홀 댓글을 이제 확인했네요ㅠㅠ 다음 편 곧 들고 오겠습니당!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트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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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우와ㅠㅠㅠㅠㅠㅠ 취향저격이에요 다음편얼른들고오세요! 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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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네! 취향저격이라니 부끄부끄. 다음 편 들고 곧 올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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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헐 설레네요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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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ㅠㅠㅠㅠㅠ부족한 글솜씨에 설레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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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담편언제오시나여 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늦게본주제에 독촉데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겁나 잘쓰시네여ㅠㅠㅠ설리설리해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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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헐. 완전 똥손인데 잘 쓴다고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다음 편도 재밌게 읽어 주세요! 열심히 써서 올릴게요..하트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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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아 완전 설래 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대박 ㅠㅠㅠㅠㅠㅜ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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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m
부족한 글에 과분한 칭찬 너무 감사드립니당 ㅠㅠ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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