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넌 무슨 여자애가 남자 앞에서 그렇게 막. 어, 창피한 줄 알아야지!"
"아니, 뭔 상관이야? 너랑 나랑 알아온지가 몇년인데. 자그마치 17년이나 되는데, 이게 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외간남자한테 등 밀어달라는게 뭐야."
"뭐 어때서?"
"어때서? 어때서?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야, 너 나가. 우리집에서 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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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아마 한 달 전이었을거야.
하도 네가 집 안에서 말썽을 피워서 집에서 쫓겨나고 넌 갈 곳이 없어 무작정 재환이 집으로 찾아갔지.
재환이는 네가 17년지기 친구이고집에서 쫓겨난 네가딱해서 몇일 간 머물게 해줬어.
그게 한 달이 지날 줄은 너도, 재환이도 꿈에도 몰랐지만.
음, 네가 재환이 집에 들어오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인데,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들어온 너는 이제 씻어야하니까 옷은 훌렁훌렁 아무데나 벗어던지고 그렇게 바로 샤워를 시작했어.
샤워를 하는 도중 이제 등을 씻어야 하는데 손이 닿지 않는거야.
왜, 이재환은 집에 긴 타올도 갖다 놓지 않는건지. 넌신경질적으로 이재환을 불렀어.
"야, 재환아! 이재환!"
"어, 어. 오...ㅐ..."
재환이는 네 부름에 방에서 빨래를 개다 급하게 거실로 뛰쳐나왔는데 네가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뒤돌아선 어깨 너머로 타올을 넘겨주니 말을 잃곤 멍하니 네 뒷모습만 쳐다볼 뿐이야.
어깨 너머로 타올을 건넨지가 언젠데 등 밀 생각을 하지 않는 재환이가 답답해선 홱 뒤를 돌아 빨리 밀으라고 명령조로 말하는 너야.
재환이는 쭈뼛쭈뼛 거리더니 오만 인상을 다 쓰곤 네 등을 밀어줬어.
그러곤 타올을 화장실 바닥에 냅다 던지고는, "김별빛, 미쳤어?" 하곤 쌩, 방으로 들어가버려.
너 딴에는 어처구니 없어 한동안 방 쪽을 쳐다보며 헛웃음을 쳐버리곤 다시 샤워에 집중해.
샤워를 다하고 나와서 세탁기에 네 속옷을 넣으려 하는데 이재환이 다시 방에서 나와 네게 속옷은 따로 빨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쳐.
근데 그럴 네가 아니지.
넌 그 상태에서 네 윗 속옷을 재환이 얼굴에다 던져버려.
"그냥 세탁기에 한꺼번에 넣으면 되잖아."
"아, 싫어. 내가 싫어."
"야, 너 나랑 한 세탁기 같이 쓰는거 싫어?"
"어. 완전. 진짜. 싫어. 대박. 싫어."
"그래? 그럼 내 속옷 네가 빨아줘."
"····하, 그냥 세탁기에 넣어라."
좋은 말 할 때 그럼 될 것이지.
넌 왠지 모를 승리감에 실실 웃으며 세탁기에 속옷을 넣고 베란다를 나오려는 찰나 이재환이 밖에서 문을 잠가버려.
당황한 너는 베란다 유리를 쾅쾅쳐대며 재환이를 목 터져라 불렀어.
그런 우스꽝스러운 네 모습을 보던 재환이는 막 미친 듯 웃어제끼지.
넌 화가 머리 끝까지 나있는데, 나가면 죽었다. 이를 갈며 유리를 부술 듯 공격적으로 쾅쾅 쳐대.
재환이는 자기 폰으로 네가 쇼하는 모습들을 동영상으로 남기곤 그제서야 문을 열어줘.
"야 이 새ㅐ끼야."
문이 열리자마자 넌 재환이 멱살을 잡고 죽일 듯 재환이를 노려봐.
재환이는 네 잡아먹을듯한 눈빛에 위기감을 느끼고 급하게 자기 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들먹거리며 너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을 협박을 해대.
그런 재환이가 우스워 넌 콧방귀를 끼곤 가볍게 재환이를 무시해.
"야, 뭐야. 왜 비웃어."
"비웃음도 아깝다. 이 닝겐아."
"아씨."
이렇게 넌 재환이와의 1차전에서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쇼파에서 귤을 까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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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라 그냥 짤막하게 써봤는데 2화부턴 최대한 길게 써오도록 노력해볼게요.
실은 이거 로맨스임
코믹로맨스랄까 ㅇㅅa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