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윤팀장은 아이들을 좋아해요
이번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다지요? 빨간날을 다 쉬는 천사같은 우리 회사덕분에 모처럼 푹 쉴 수 있게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잊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지요. 저희집은 큰집 이라는 것을요...
팀장님 집은 우리 집과 꽤나 가까운 거리에 있어요. 그래서 불쑥불쑥 찾아오는 일도 잦은데, 연휴 첫 날인 오늘 연락도 없이 집 앞에 와있네요?..오늘은 나가기 곤란한데 말이죠. 선 방문 후 연락을 하시는 윤지성씨는 이제서야 전화를 하네요.
[여주야 나 집 앞인데]
“알아. 차 보여”
[아ㅋㅋㅋㅋㅋㅋ벌써 봤어?얼른 내려와]
“나 근데 못나가는데..”
[응??왜??나 너 눈꼽까지 사랑하니까 괜찮아.]
“아니 말고ㅋㅋㅋㅋ어른들 음식준비하시는데 나는 사촌동생들 봐야하거든..미안, 여기까지 왔는데...”
[음..몇명인데?]
“세명인데, 다섯명 같은 느낌이야. 정신없어 죽겠어”
[그럼 데리고 나올래? 같이 밖에서 놀아줄게. 나 오늘 프리해~~]
“뭐래. 가서 어머님 일 도와드려 얼른!”
[아니 진짜야ㅋㅋㅋㅋ우리 추석 때 원래 안모이구 설날에 모여서 우리 집 아무것도 안해ㅋㅋㅋ어때. 나올 수 있어?]
“어..그럼 잠깐만 기다려봐”
엄마한테 데리고 나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얼른 데리고 나가라고 하더라고요ㅎㅎ..어지간히 보내버리고 싶으신가봅니다..한창 시끄럽고 자기주장 강할 유치원생들이라, 얼마 같이 있지도 않았는데 머리가 띵해요. 다시 팀장님한테 전화를 걸어서 내려가겠다 한 뒤, 동생들 겉옷을 입혀서 우르르 데리고 나갔지요. 팀장님은 차에 기대 서 있다가 나를 본 뒤 환히 웃으며 걸어왔어요.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풀썩 쭈그려 앉아서 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더니 자기가 여주 누나 남자친구라며 쫑알쫑알 떠들기 시작했어요. 저, 왠지 투명인간이 된 것 같은데 말이죠..?
어디 갈 거냐고 물었더니 자기만 믿고 따라오랍니다. 어디서 또 나쁜 것만 배워가지고 말이예요. 그렇게 도착한 곳은 수족관이었어요. 금새 표까지 끊어오더니, 세 아이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먼저 들어가버리네요..? 아니 팀장님이야 워낙 애들을 좋아하고 해서 그렇다고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쟤네는 낯도 가리는 애들이...어떻게..(마른세수).. 저 지금 집에 가버린대도 모를 거 같지요?.휴.. 일단 따라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두 아이는 수족관 유리에 얼굴을 붙여놓고 구경중이었고 하나는 오빠가 목마를 태워주고 있네요..애 셋있는 아빠같애요..ㅎㅎ..
그렇게 우와 우오! 하면서 열심히 보다가 슬슬 배고파질 시간이기에 다같이 손잡고 근처 식당으로 갔어요. 밥이 나오기 전에도, 밥이 나온 후에도 애들부터 챙기기에 살짝 심술이 났어요. 언제는 공주님처럼 내가 다 먼저더니 말이야.. 쓸데없는 질투긴 하지만, 제가 애들한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웃기기도 하고 그래서 잠자코 있었지요. 그나저나 나 먹는 건 관심도 없고 애들 한명한명 먹여주고 우쭈쭈해주기 바쁘네요..나빳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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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재밌었어?"
"녜!!완죤!!재미썼써요ㅎㅎ히히ㅣ"
"삼촌 짱이예여!"
"우리 담에 언제 또 노라요?"
"음..그러게, 오늘은 늦었으니까 얼른 들어가ㅎㅎ 다음에 또 놀자"
"삼쵼!!꼭이요!"
"여기 약속도쟝!"
그렇게 한참을 인사하다가 겨우 들여보냈네요.. 오늘 하루 처음으로 둘 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ㅎㅎ.....일단 공원을 갔어요. 벤치에 앉아서 있는데 아니, 왜 이렇게 뚫어지게 보는 거죠? 저 진짜 뚫리겠어요..;..
"왜 그렇게 봐..?"
"귀여워서"
"응??"
"너 지금 삐졌지"
ㅎㅎ...아 진짜 쓸데없이 눈치만 좋아서는..꿍얼거리며 오늘 첫 만남부터 이때는 이랬고, 저때는 이랬고 하며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요. 꿀떨어지는 눈빛으로 끄덕이며 듣다가 갑자기 껴안아버리더라구요.? 나 아직 말 안끝났는데, 하니까 뽀뽀로 말을 못하게 하네요. ....뽀뽀귀신.체념을 하고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여주야, 애들도 없는데 찐하게도 할까?"
하긴 뭘 해요. 네, 해야죠.
안녕하세여! 추석 전날이 오늘은 아니지만! 어제부터 쓰던거라 ㅎㅎ...
오늘도 독자님들 감사해요~~!
제 밥알님들~~~~[쿠쿠] , [0308], [수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