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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전체글ll조회 1236


 

 

 

04

 

 

*      *      *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나온 유권이 리사와 보폭을 맞춰 걸어 나온다. 리사의 한쪽 발을 감고 있던 깁스는 사라지고 없었다. 다행이야. 덧났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그가 건널목에 섰다. 시각장애인용 음성기기를 누를 필요가 없었다. 재활겸 걸어서 집에 갈거니까 리사가 대신 잘 봐줄터. 올 때는 택시를 타고 왔으니 시간은 충분하겠지? 옅은 미소가 번지는 그의 옆에 누군가 가까이 붙어 섰다. 눈치채지 못한 유권이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떨었다.

 

 

날씨가 좋네요.

 

...네? 네...

 

 

웃음이 섞인 목소리에 그가 한 발짝 옆으로 비켜섰다. 하마터면 리사의 앞발을 밟을뻔 했지..

 

 

시간 있으시면 차나 한잔?

 

 

'강력계 형사2팀 표지훈', 이라고 적힌 명함을 내미려던 그가 빠르게 리사의 옷에 적힌 문구를 훑어 내리곤 눈썹을 치켜 올린다. 일이 재미있게 되겠어. 명함을 다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어깨에 올려진 낯선 남자의 손에 유권이 몸을 비틀었다.

 

 

죄송합니다...빨리 가봐야 해서...

 

 

마침 바뀌는 신호등에 리사가 하네스를 천천히 당겼다. 유권이 짧게 목례를 하고 횡단보도를 걷기 시작한다. 뒤를 따라오는 구두소리에 온신경이 집중된다. 대체 왜이러는거야? 건널목 끝까지 따라온 발소리에 그가 한숨을 쉬었다. 뒤로 돌아선 유권이 뭔가 말하려하자 그가 말을 가로채버린다.

 

 

난 우리가 할 이야기가 집에 가는 것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네 집에 머물고 있는 남자가 누군지 나는 알지. 어때? 어디 조용한데가서 앉을까?

 

 

하는 말에 유권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난.. 난 혼자 살아요... 말끝을 흔들리는 걸 캐치한 지호가 느리게 웃으며 유권의 귀에 바짝 다가서 속삭인다.

 

 

니가 하는짓도 범죄야.

 

 

뒤로 물러서던 유권이 튀어나온 보도블럭에 발이 걸려 휘청거렸다. 넘어지려는 그의 허리를 단단히 잡은 지호가 제 이름과 전화번호가 새겨진 명함을 주머니에 밀어넣는다.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연락해도 돼.

 

 

수트를 정리한 그의 구두소리가 저만치 멀어져갔다. 떨리는 손끝으로 하네스 손잡이를 꽉 잡은 유권이 집으로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리사, 달려. 쫓아오지 못하게. 사라지는 유권의 모습을 그가 끝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미쳤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 집도 잘 살피랬지?

 

괜히 들어온지 얼마 되지않은 햇병아리에게 으르렁거렸다. 수사는 시간이 갈수록 출구가 없는 미궁이 되어가고 있었다. 결국 공개 수배를 띄웠다. 쉽게 잡을 줄 알았는데, 큰 오산이었어. 지난밤새 다타버린 이민혁의 본 거주지. 증거물품을 모아둔 서내 보관함에서 사라진 몇개의 물건. 며칠 새에 급격히 일이 이상한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다. 예감이 안 좋아. 자신의 자리에 주저앉은 지훈이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미쳐버리겠네 정말. 요근래 일어난 일들을 정리하려 볼펜을 꺼내들던 그가 딸려 나오는 한 명함을 떼어냈다. 흰 바탕에 양각으로 새겨진 이름, 'profiler,우 지호' 그제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잠시 멍해져있던 그가 이런...썅...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겉옷을 챙겨 뛰어나온다. 차에 급하게 올라타고선 얼마 전 들렀던 사무실을 향했다. 얼굴엔 붉으락푸르락 화가 올라있었다.

 

 

 

어디있어, 이새ㄲ...

 

 

사무실문을 거칠게 열자 그가 앉아있던 소파에 대충글씨를 갈겨쓴 종이가 붙어있는것이 보였다.

 

 

 

 

 

 

 

‘용용죽겠지.’

 

 

      

 

 

▷ 

 

 

 

 

 

엘리베이터소리에 민혁이 고개를 들었다. 시간안에 잘 왔네. 뿌린대로 거둔다. 뇌리에 박힌 문구를 다시 적어놓은 종이를 치워버렸다.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있던 민혁이 일찍왔는데?, 하려던 말을 삼켰다.

 

...너 왜 그래?

 

잔뜩 갈린 손바닥, 핏물이 배어나오기 시작한 무릎을 가린다. 그게...뛰어오다가 넘어져서...

다친 발의 상처가 이제 아물기 시작했는데? 미간을 구긴 민혁이 신경질적으로 신발을 벗던 유권을 들어올렸다.

 

뭐하는 거에요!

 

버둥거리던 그를 소파에 내려놓는다. 뛰긴 또 왜 뛰었어. 시간을 너무 촉박하게 준 자신의 탓인것만 같은 마음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꼭 쥐고 있는 손바닥을 억지로 펴자 윽...유권이 고통에 신음소리를 참았다. 돌아버리겠네. 손은 양호해 보여도 무릎은...

 

하...반바지로 빨리 갈아입고나와

 

그를 방에 밀어 넣고 침실 문에 기대어 섰다. 의기소침해 있는 리사의 하네스를 벗기고 털을 어루만져준다. 구급상자를 꺼내놓은 그가 너 좀 그만 꺼냈으면 좋겠다. 혼잣말을 했다.

 

...아!아파!아파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소독약에 손을 어찌할 줄 모르는 유권을 잡았다.

 

한동안은 외출금지야.

 

쐐기를 박는 그의 말에 시무룩, 눈꼬리를 내린 유권이 다시 그의 말을 생각해보다 이내 미소를 지었다.

 

 

[블락비/범권] 선이없는 경계 04 | 인스티즈

 

 

그럼 그다음은요? 나가도 돼요?

 

아차, 아파오는 머리에 이마를 짚은 민혁이 말을 정정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 이렇게 나가는 걸 좋아했었나? 싶을 정도로 상기되어있는 얼굴에 한숨을 내쉰다.

 

그래...다 나으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외출은 하게해줄게.

 

활짝 웃는 유권의 미소에 그도 슬며시 웃어보였다. 정말인지 아이같이 순수하다. 내가 저지른 끔찍한 짓을, 그만은 몰랐으면 좋겠다. 네가 빛날 정도로 순수하다면 나는 지독하게 더럽혀졌으니까. 끔찍한 범죄자니까. 너와 함께 웃고 있는 이 장면은 뭔가 모순되었다. 나는 너처럼 환하게 웃을 수 없는데도 함께 웃게 된다. 정말 이상해.

 

미소를 거둔 그가 구급상자를 정리했다. 밴드가 덕지덕지 붙여진 손, 거즈로 감싸진 무릎에 유권이 소파에 그대로 푹 쓰러져 버렸다. 전용 간호사를 둔것같지 않아, 리사? 몰래 웃던 유권이 그가 걸어 나오는 소리에 웃음을 멈췄다. 아까의 일은 말끔히 잊어 버렸다고 해도 무방했다.

 

 

 

 

#

 

 

 

 

새벽 다섯시, 일찍 깨어난 민혁이 누운 채로 눈을 깜박거렸다. 옆에선 아직 곤한 잠에 빠져있는 유권의 숨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때 까지 멍하니 있다가 눈을 감았다. 정말 이상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는 여느 때보다 깊은 잠에 들고 있었다. 나를 짓누르던 그녀가 찾아오는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나는 1년 만에 숙면에 들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좋은 걸까.

오히려 나는 편하게 잠자리에 들기 시작하면서 그녀를 조금씩 잊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밀려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의 굳은 심지가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녹아가고 있었다. 안 돼, 허락할 수 없는 일이야... 곤히 잠든 그를 등지고 몸을 돌렸다. 이런 순간에도 그녀는 차디찬 물가를 흐르고 있거나, 가라앉아 고독에 몸을 떨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시 눈을 감은 민혁이 잠들기 무섭게 꿈속에 발을 디뎠다.

 

 

 

 

***

 

 

[블락비/범권] 선이없는 경계 04 | 인스티즈

 

 

축하해! 이런, 찌질이가 나보다 먼저 장가를 갈 줄이야.

 

샴페인을 들고 있던 조던이 턱시도를 입은 그와 포옹했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인 민혁이 유쾌하게 동료들과 장난을 주고받았다. 80평이 넘는 잔디밭을 가득매운 하객들과 하얀 식탁보위에 놓여진 음식들, 그녀를 위해 특별 주문한 형형색색의 프리지아. 정말 그녀와 결혼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민혁을 동료들이 한마음으로 축하해주고 있었다.

 

와줘서 고마워, 그럼 즐겁게 놀다가길 바랄게.

 

그래, 앞으로도 신의 은총이 따르기를. 지긋지긋한 군복만 보다가 턱시도를 보니 좀 감회가 새로운데?

 

별말씀을.

 

장난스레 거수경례를 주고받았다. 축하드립니다. 캡틴! 고맙다. 인사하는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고 주례를 맡은 준장에게 다가가 경례했다. 지긋지긋한 인사군! 이렇게나 좋은날에! 악수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손을 내민 그의 손을 맞잡고 포옹을 나눈다.

 

주례를 맡아주셔서 영광입니다.

 

됐네, 나야말로 불러줘서 고맙네. 듣자하니 한국으로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던데 결국 모국으로 돌아가는 겐가?

 

네, 한국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녀도 한국어 강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거든요. 합의된 내용입니다.

 

아쉽군, 식이 끝나고 한 번 더 인사 나누지. 자리에 서도록. 식을 시작하겠네.

 

 

그의 준엄한 목소리가 울리자 머리를 짧게 깎은 사내들이 일제히 자리를 찾아 앉았다. 반대편엔 그녀의 친구와 가족들도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얼마 전 돌아가신 두 분의 자리가 휑했다. 조금 더 일찍 결혼했다면 내 턱시도 입은 모습을 보실 수 있었을까. 저를 가슴으로 낳은 부모님들을 회상하며 심호흡을 하자 빵빠레가 울려 퍼지고, 길게 깔려진 레드카펫의 끝자락에서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면사포에 가려진채 아버지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걸어오기 시작한다. 레드카펫의 양쪽에 나란히 선 군인들이 칼을 들어 길을 열었다.

 

Oh, my...

 

우아하게 올려진 금발에 머메이드핏의 드레스가 너무 아름다워 입을 손으로 가린 민혁을 그의 동료들이 놀리기 바빴다. 연어색의 입술을 살풋 올려 웃는 그녀가 수줍은 듯 손을 내밀었다. 따님을 제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의 아버지께 경례를 바친 민혁이 그녀의 손을 잡고 주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마 오늘이 내생의 최고의 날일거야. 벅차오르는 가슴을 애써 내리누르고 면사포에 가려진 그녀의 얼굴을 훔쳐보며 맞잡은 손을 꽉 잡는다.

 

그러자 그녀의 얇은 장갑을 타고 냉기가 느껴졌다.

 

리사...손이 왜 이렇게 찹니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자 갑자기 순백의 드레스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얕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와 민혁이 면사포를 걷어 올린다.

 

오, 리사...어여쁜 화장이 지워져요...

 

마주본 그녀의 얼굴은 슬픔이 가득하고, 또 새파랗게 질려있다. 혼란스러움에 휩싸인 민혁이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아챘다.

 

이 꿈에서 영영 깨고 싶지 않네요.

 

그녀의 손에 입맞춤을 한 그의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품으로 안겨 들어온 그녀가 귓가에 대고 뭔가를 속삭인다.

 

충분해요, 자기...난 괜찮으니 이제 그만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길 바라요.

 

 

 

***

     

 

 

꿈에서 깬 민혁이 창문가득 차 들어오는 햇볕을 가만히 응시했다. 방금까지 그를 달콤하게 휘감던 꿈은 그가 눈을 뜸과 동시에 허공에 흩어져 옅게 사라져버린다.

 

 

 

      

 

두 번째 소독, 이제는 참을만한 고통에 유권이 꼭 감았던 눈을 떴다. 아마 그는 새 거즈를 잘라 반창고를 붙이고 있겠지. 발을 까닥거리다가 가만히 있으라는 경고를 받은 유권이 뾰루퉁한 표정으로 반바지를 만지작거렸다. 한쪽 손으로 리사의 귀를 만지작거리던 유권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여기계속 있어도 되요? 그...리사라는 분은...아직 못 찾았는데...

 

유권의 무릎에 새 거즈를 붙여주던 민혁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그래, 아무렴 어때. 어차피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모든 사람이 알게 될 사실인데. 소독약뚜껑을 닫으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내 아내는 죽은지 1년째야. 찾아도 없어.

 

아...미안해요...그게..정말 몰랐어요...아내분이 있었다는 것도...

 

구급상자를 정리한 민혁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냐, 이제 익숙한걸. 금발이 정말 예뻤지. 우리아이도 금발이었다면 정말 귀여웠을 텐데...

 

미안한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유권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아이도..있었구나..목소리만 들으면 유부남 이라는 걸 가늠하기 힘들었으니까. 그녀도 여동생 정도로 생각했는데...어째서 씁쓸한 웃음이 나오려하는지 고개를 저은 그가 고개를 들었다.

 

왜...돌아가신 건지 물어봐도 되요?

 

...내가 미국에 다녀올 동안 목을 매달았어. 동료들이 그녀를 꺾어버렸거든. 예쁜 꽃의 줄기를 꺾어버리는 것처럼. 정말 괴로웠을 거야. 얼마나 힘들었을까...

 

젖어드는 목소리에 유권이 더 이상의 질문을 삼가 했다. 어쩌면 그는 나보다 훨씬 어둡게 살아왔을지도...소파에서 느리게 일어난 유권이 저를 등지고 선 그에게 다가가 고개를 파묻었다.

 

 

 

 

뭐라고 해줄 말이 없네요...정말인지...왜.....

 

울컥, 올라오는 울먹임을 삼킨 유권이 그의 옷자락을 그러쥐자 민혁이 놀라 그를 돌아다 본다.

 

너 바보야? 니가 왜 울어..?

 

자꾸만 떨어지는 눈물을 손수 닦아주던 그가 유권을 끌어당겨 안았다. 어린애가 따로 없네...못살아. 제 일도 아닌데 이렇게나 눈물을 흘리다니. 품안에 안긴 유권이 서럽게도 울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거야..? 그의 어깨를 축축이 적시는 유권의 머리를 쓰다듬는 민혁이 보이지 않는 족쇄처럼 저를 옭아매는 문장을 반사적으로 되뇌이고 있었다.

 

 

 

 

#

 

 

   

 

눈이 퉁퉁 부어버린 유권이 바람 빠지는 그의 웃음소리에 잽싸게 얼굴을 가린다. 보지마세요..! 지금 나 엄청 못생겼을 거야...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수갑을 풀어준 민혁이 얼음주머니를 만들어와 툭 던졌다. 냅다 침대를 더듬어 얼음주머니를 눈에 올린 유권이 화끈거리는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엄청 붓네. 상상이상으로.

 

제발 나가서 총을 닦던지 다른 일을 해줄래요..저 엄청 부끄럽거든요..상상이상으로...

 

킥킥 웃던 민혁이 거실로 걸어 나와 리사의 밥그릇에 사료를 담고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소세지와 스크럼블 에그, 구운 식빵과 우유. 태일이 사온 먹을거리가 3일이면 동날 기세였다. 큰일이야..그가 다 낫기도 전에 장을보 게 만들어야 하는 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방법이 있겠지. 20분 만에 아침을 만들어낸 그가 접시에 음식들을 담았다. 눈이 좀 가라앉은 유권이 걸어 나와 그와의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이제는 그가 없다면 이상할 지경이랄까? 잘 구워진 소세지를 포크로 굴리다가 쿡 찍었다.

 

켜놓은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아침뉴스에선 그를 공개 수배하는 내용을 줄줄이 보고하고 있었다. 아랑곳 않고 아침을 먹는 민혁의 눈치를 살피려 노력한다.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군5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전 미군대위 이민혁이 행적을 감춘 지 20일이 지났습니다. 며칠전 밤, 그의 집이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경찰에선 방화의 범인을 이민혁 전대위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 근방을 추가수색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시민들의 소중한 신고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지금 나오고 있는 사진의 남자를 보신 분은 112로 신속히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

 

 

아예 공개수배 해버렸어...

 

떨어트릴 뻔한 포크를 바로잡은 유권이 그대로 식기를 내려놓았다.

 

괜찮아요..?

 

예상했던 일이야. 좀 느릴 뿐.

 

 

태연한 그의 모습에 오히려 조바심이 났다. 왜 그리 쉽게 말하는 거야...티비를 꺼버리는 그의 소리를 듣는다. 며칠 전 풍겨왔던 바람 냄새, 그가 밖을 다녀온 게 맞았어. 위험할 텐데...정말 내 상처를 치료해주던 손으로 저 사람들을 죽였을까...잔인하게...토막 내고...막 그렇게...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물론 처음엔 아니었지만. 저기 나오는 5명은 그녀를 해한 동료겠지? 그녀를 대신해 그들을 벌준거라면...아니다..하지만 살인은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 될 수 없어..식탁에 앉아 식기도 내려놓은 채 멍하니 있으니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겁나?

 

아저씨가요?...

 

응.

 

...지금은 별로...

 

다행이네..

 

그건 왜요?

 

그냥.

 

 

좀더 낱낱이 알게 되면 생각이 바뀔지도. 생각하던 그가 일어나서 접시를 정리했다. 공개수배보다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그 남자. 수사의 진행이 느린 것도 그의 탓일까. 대체 이유가 뭐지? 증거를 다시 사건현장에 세팅하고. 불태워 완전히 인멸하기 까지 했어. 뿌린 대로 거둔다. 같잖은 심판자 흉내를 내기는. 붓기가 덜 빠진 눈으로 소파를 찾아 비척비척 걸어가는 그를 바라본다. 혼자라도 잘 지낼 수 있겠지? 태일도 있고. 이젠 정말신기하게도 가장 행복할 때에 마지막을 준비하게 된다. 그래야 내가 상처를 덜 받으니까. 나를 보호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남은 유권이지, 저렇게나 마음이 여린데...그래도 괜찮을 거야, 하고 나를 달랜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고 믿으니까. 긴 융단처럼 이어진 일의 매듭만 지으면 될 일이었다. 조금 느리지만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뿐이니까

 

 

 

 

 

 

 

 

사탕을 입에 문 태일이 밤샘을 하고 막 아파트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자꾸만 감기려는 눈을 손가락으로 들어올린다. 계단을 올라가기 전, 문득 스쳐본 우편함에 뭔가가 삐져나와 있었다. 노란봉투에 든 서류. 서류? 난 집으로 받을 서류가 없는데? 안경을 올리고 봉투를 집어든 태일이 보낸이가 적히지 않은 미심쩍은 우편물을 둘러보며 계단을 올라갔다. 집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신발을 벗고 봉투를 뜯어보자 뭔가가 와르르 쏟아졌다. 사진과 기사스크립트가 모여진 것을 주워 식탁에 올린다. 누군가 정성스레 모으고 짜깁기한 수배지와 마지막으로 목격된 인상착의, 그리고 범행수법까지 자세히 적힌 기사들. 이게 왜...사진들을 보던 태일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었다. CCTV에 찍힌 살인범의 최종사진, 익숙한 가죽 자켓을 유심히 보던 태일이 사탕을 떨어트려버렸다. 제발 아니기를...바보 같은 김유권, 허튼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

 

 

 

리사의 털을 빗겨주던 유권이 가만히 서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민혁이 있을 자리를 올려다본다. 시선이 느껴져 슬쩍 뒤를 돌아본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블락비/범권] 선이없는 경계 04 | 인스티즈

 

 

 

눈이 와.

 

정말요? 예쁘겠다!

 

눈 좋아해?

 

좋아했죠. 물론 지금은 미끄러질까봐 피하지만...맘 놓고 눈싸움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리사도 좋아 할텐데.

 

아이 같은 말에 민혁이 웃어보였다. 눈을 같이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고, 커튼을 완전히 닫아버린 그가 유권에게 다가와 리사의 털 정리를 도왔다. 그냥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이렇게 살수는 없을까, 뇌리에 스치는 생각을 지워버렸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매일 밤과 같이 서로의 손목에 수갑을 조인 둘이 침대에 누웠다. 늘 먼저 잠이 들던 유권이 오늘따라 잠들기 싫은 마음에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꽤 오래 깨어있었던가. 숨소리가 고르게 바뀐 민혁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분이구나, 늦게 잠들면. 이불을 톡톡 두드리던 유권이 조용히 그를 불렀다.

 

 

 

 

...아저씨, 자요?

 

...

 

...자는구나.

 

...

 

...음, 깨어있다면 웃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가끔 아저씨 얼굴이 궁금해요.

 

...

 

태일이형도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하고...

 

...

 

...리사도 궁금하고.

 

...

 

...또 눈이 오는 겨울밤은 얼마나 예쁠까...

 

...

 

뭐 이런걸 상상해요 가끔은...그런데 역시 눈을 감으나 뜨나 차이가 없네요..

 

...

 

..그래서 꿈을 꾸는 게 차라리 좋아요. 꿈에선 다 보이니까.

 

...

 

며칠 전에 꿈을 꿨는데 아저씨가 나왔어요...정말 아저씨가 그렇게 생겼을진 모르겠지만 꽤 근사할 것 같아요.

 

...

 

...확인해 봐도 되요?

 

...

 

자유로운 한쪽 손을 들어 올린 유권이 몸을 기울여 천천히 손을 뻗었다. 이마에서 부터 눈, 코...입과 턱까지. 귀와 머리카락도, 머릿속에 스캔하는 것처럼. 얼굴을 매만지던 손을 거두고 등을 돌려 누웠다.

 

...잘자요

 

 

 

 

 

유권이 잠들자 그가 천천히 눈커풀을 올려 뜬다. 바보 아냐? 그렇게 만지면 안 깰 사람이 어디 있어..한숨을 쉰 민혁이 다시 잠들기 위해 눈을 감았다. 이대론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그도 등을 돌리고 누웠다. 처음과 언뜻 비슷한 장면이지만 확실히 달랐다. 이미 서로 많은 시간을 나눠 가져버렸으니까. 상자에 하릴없이 박혀져있던 시계가 어느새 벽에 걸려 째각 째각 초침을 움직이고 있었다.

 

 

 

#

 

 

 

☎RRRRRR

 

울리는 전화기소리에 눈을 떴다. 아저씨...휴대폰 좀 가져다주세요...그를 흔들어 깨우자 수갑을 풀어주곤 눈을 비비며 휴대폰을 찾으려 몸을 일으켰다. 좀 이른 시간인 것 같은데 누구지? 민혁이 발신인이 찍힌 화면을 익숙하게 읽었다. 이태일.

 

...여보세요?

 

하품을 내뱉은 유권이 태일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너 며칠간 우리 집에서 작업 좀 도와줄 수 있어?

 

유권의 손바닥에 X자를 그린 민혁이 벽에 기대어 통화내용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어...미안해..그건 안될 것 같아. 리사..도 있고.

 

그럼 오늘 잠깐 보자. 리사도 같이. 자주 가던 카페에서.

 

대답해 달라는 듯 손바닥을 내민 유권을 보던 그가 고민에 빠졌다. 느낌이 좀 이상하지만 손바닥에 O자를 그린다.

 

...그래! 몇시 쯤?

 

..가능한 빨리.

 

카페 언제 문 열더라...

 

열시 반, 기다릴게.

 

...응.

 

평소와 다른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휴대폰을 민혁의 손에 넘기고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한 시간만 더 자고... 다시침대에 몸을 뉘인 유권을 바라보던 민혁이 거실로 걸어나와 소파에 앉았다. 가죽 자켓과 군번줄까지 봐버렸지...뉴스를 켠 민혁이 왠지 모를 불안감에 흘러나오는 앵커의 말을 흘려듣는다. 증거들은 눈앞에서 집과함께 불타버렸으니 태일이 눈치 챘을 리가 없는데. 리모콘을 만지작대던 그가 이번에도 유권을 믿고 기다릴수 밖에 없는 걸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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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주신

새우깡님, 해바라기님, 바게트님, 우동님, 치코리타님

그외에 선이없는 경계를 봐주시는 모든 독자분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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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바게트)으아ㅠㅠㅠㅠㅠㅠㅠㅠ항상 기대이상이네요!!오늘도 역시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권이는 지호 지훈이와의 대화에서 얼마나 두려움을 느꼈을까요ㅠㅠㅠ뛰다가 넘어지기까지하고 ㅠㅠ그런 권이를 치료해주는 민혁이의 모습에서 이 둘이 이제 정말 돈독해지는구나...싶고..민혁이의 꿈속에서 그를 놓아주려는 부인의 모습에 이젠 편하고 행복하게 사랑했으면 좋겠는데 동시에 행복해지니 떠날준비를 하는모습에 애처롭기도 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태일이는 눈치를 채버렸군요!!권이가 다음편에 어떻게 변명을 할지.....권이가 자기전에 주절주절 이야기하는게 참 마음에 박히네요ㅠㅠㅠ그래..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ㅠㅠㅠㅠㅠ민혁이 얼굴을 더듬는 장면에선 괜히 저까지 아련아련.......으으ㅠㅠㅠ행복했으면 좋겠건만 ㅠㅠㅠㅠ재밌게 잘보고갑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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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항상기대이상이라고 말해주시니 이렇게 꾸준히 다음편을 이어쓸수있는것같습니다. 오늘도 이렇게나 정성스레 덧글을써주셨군요 ㅠ ㅠ읽어주시는것도, 매번정성스레 써주시는 덧글도 감사한마음으로 하나하나 받고있습니다. 다음편도 열심히 써올수있도록 하겠습니다♥사랑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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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해바라기에요!!!안자고 있길 잘했네요!!! 물론 인티에 있지 않고 네이버에서 웹툰을 봤다는게 흠이지만 ㅎㅎ 다행히도 리사는 건강하네요 그런데 지호는ㅋㅋㅋㅋ유권이에게 자신의 명함이 아닌 지훈이의 명함을 줄려고 했군욬ㅋㅋ지훈이라면 덜 무서웠을까요...지호라 그런가 더 막 위협적인거 같아요...유권이도 그걸 느꼈겠죠?발자국 소린 또 어떻게 들었는지...아 어디서 들은거 같은데 사람은 한가지가 부족하면 어떤것이든 다른 한가지가 무섭도록 발달이 되있데요 아 선천적으로 없는 사람이었나? 어쨌든 그래서 지호의 발소리가 들렸던 걸까요 지호가 권이를 알고 있었을줄은...근데 용용 죽겠지라ㅋㅋㅋ뭔가 지훈이나 민혁이나 태일이나 다 진지한데 지호만 태평한것 같아서 더 무섭네요 궈나...어후 뛰다가 엎어지기도 했으면서....게다가 발도 다쳤는데...범이가 치료를 잘해줬겠죠...그리고 악몽...저좀 소름돋았습니다?흰드레스가 검은드레스로 변한다...뭔가 분위기가 되게 슬프네요..이제 그분은 더이상 범이가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하나봐요...물론 저도 그렇고요...티비에 공개수배로 이름이 나왔을땐 저도 놀랐어요 그런식으로 나올줄은...그리고 권이..맘이여리군요ㅜㅜ 권이가 범이 얼굴 만질때 저는 몸을 비비꼬면서 봤어요 아이걸뭐라그래야 하죠 음...막 설레고 그러는??ㅎㅎ 태일이가 받은건 지호가 보낸거겠죠...일찍보자고 하는거 보면 또 무슨일이 일어날것만 같네요ㅜㅜ 제발 둘다 무사해야 할텐데...오늘도 정말 잘읽고가요!!항상 읽을때마다 느끼는건데 작가님 문체 저사랑이에요♥여태 맞는 문체 찾기 짱힘들었는뎋ㅎ 여느때도 그랬지만 오늘 분량도 많고 내용도 짱이었어요 잘읽고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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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오늘도 글의 포인트를 정말 잘짚어내주셨네요 ㅠ ㅠ ㅠ범권이들ㅜ ㅜ ㅜ제 문체를 사랑해주시니 그저 감사할다름입니다. 오늘쓴 픽이라도 내일보면 부족한점이 여기저기 보이는탓에 늘 더 열심히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와중이었는데 힘이나는군요♥독자님의 덧글도 짱짱이네요! 늘 감사합니다. 다음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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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사실 어제 봤는데 잠시 쓰기차단 걸려서 이제야 댓글달아요!! 오두막님 소설은 참 느낌이 좋아요ㅠㅠㅠ분위기도 좋고 문체가 이랑한곳없이 매끄럽고요ㅠㅠㅜㅜㅜ인물의행동에 대해서도 이해가 가고요ㅠㅠㅜㅜㅠㅜ정말 스토리 탄탄하게 짜신게 느껴지는 소설이에요ㅠㅠㅜ과장하는 느낌없이 담백하고 잔잔한느낌의 소설ㅠㅜㅠㅠㅠㅠㅜㅜㅜㅜ팬픽이 아니라 소설이에요 소설ㅠㅜㅜㅜㅜㅜ작가님 사랑합니다 아시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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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쓰기차단이라니 ㅜㅜㅜ오늘이라도 풀리셔서 다행이에요..독방도.....두둠칫. 생각을 많이 하고 쓴다고 쓰는데 그게 느껴지신다니 ㅜㅜㅜㅜㅜ전 기쁠 뿐입니다..♥ 저도 사랑합니다!!아시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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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아 안돼ㅠㅠㅠㅠㅠㅠ아 어떡하지...! 용용죽겠지. 싸이코는 거기 한명 더있었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를 알아버린 태일이와 유권이를 믿을 수 밖에 없는 민혁이. 그리고 그 사이의 유권이.
아 진짜 너무 재밌어요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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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정주행하시면서 매회 덧글을 달아주시니 감사한마음 뿐이네요 ㅜㅜㅜㅜㅜ 끝까지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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