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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전체글ll조회 1518


 

 

 

 

*      *     *

 

05

 

 

 

결국 한숨도 못자고 집에서 나온 태일이 뜨거운 머그컵을 만지작거렸다. 아닐거야...부정하고 있지만 아닌게 아닐 것 같다. 유권을 보면 뭐라고 말해야할까. 뭘 물어봐야하지? 살인범을 숨겨주고 있냐고? 온갖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려올 때쯤 딸랑, 종소리가 들렸다.

 

"...여기야."

 

태일의 목소리를 들은 유권이 리사와 함께 걸어와 자리에 앉았다. 리사는 테이블 밑에 얌전히 엎드렸다.

뭐 마실래? 묻자 천진한 목소리로 초코라떼. 하고 대답한다. 카운터로 걸어가 라떼를 주문한 태일이 그가 모르게 한숨을 쉬곤 자리에 앉았다.

 

"...요즘 눈은 어때?"

 

"엄청 새삼스럽네"

 

유권이 방긋 웃어보인다.

 

"..뭐하고 지내니.."

 

"...거의 집..얼마 전엔 병원 다녀왔어. 리사 깁스 풀었다?"

    

오늘의 태일은 좀 이상했다. 전화가 왔을 때 부터 이상하긴 했지만, 마치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 목소리로 들리는건 내 착각일까. 유권은 어느새 긴장감에 손끝을 잡아뜯고 있었다. 리사를 내려다본 태일이 입술을 깨물었다.

 

"...김유권, 나한테 말할거 없어?"

 

눈동자가 허공에서 흔들렸다. 무슨 말이야..?

 

"...니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그만해...앞도 안보이는 애가 어딜 휘말려 드려고 하는 거야...정신 차려"

 

"아..냐...뭐라구?"

 

끝까지 모른척을 하려던 유권이 ..제발, 하는 그의 목소리에 한숨을 쉬었다. 오래 알고지낸 태일이라면 이미 내가 거짓말을 하고있다는것도 진작에 눈치 챘겠지.

 

"...어떻게 알았어?"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난 니가 못 나오는줄 알았어. 나 지금 신고 할거야."

 

"휴대폰을 꺼내드는 태일의 손을 황급히 잡느라 머그컵이 밀려 아메리카노가 흘렀다. 밴드가 덕지덕지 붙여진 유권의 손을 발견한 태일이 제 손을 제지하고 있는 그의 행동에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뭐하는거야..? 너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묻는 말에 그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다.

 

"너 미쳤어?"

 

"미쳤다고 해도 할 말 없어...근데...근데 정말...좋은 사람이야..."

 

"김유권...걘 살인마야...니가 아무것도 못보니까 이용하고 있는거고. 니가 뭘 안다고 그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

 

"...나도 첨엔 몰랐어. 모든 일엔...다이유가 있었어 형...매일 악몽에 시달리고 그도 괴로워해...곧 경찰들이 알아서 찾을 거야...그때까지만 내버려두면 안 돼..? 정말 딱 그때까지만...그 사람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자..응?"

 

"...하...난 정말 가끔 널 모르겠어..."

 

고개를 저은 태일이 눈이 쌓인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 순진하디 순진한 아이를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행동해야 그를 아프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이어지는 유권의 말에 태일의 머리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남은 며칠만이라도 같이 있을 수 있게 해줘..."

 

 

 

태일의 뒷 테이블에 앉아있던 금발의 사내가 입도대지 않은 프라페를 그대로 두고 일어서 카페를 유유히 벗어났다. 얼굴엔 미심쩍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순진하긴, 픽, 하고 웃어버린 그가 검은 준중형의 차를타고 사라진다.

 

 

 

 

 

 

"..약속해.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신고한다. 나한테 매일 전화를 한다. 아냐. 한시간마다 아무거나 쳐서 카톡날릴래? ...그냥 제발 집에 안 들어가면 안 돼?"

 

아파트 1층까지 쫓아온 태일을 달래는건 유권의 몫이었다. 충분해 형, 나쁜 일은 안일어날 거야...그냥 좀 더 같이 있게 될 뿐이지. 걱정 말고, 생각날 때 전화할게.

 

리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올라타는 모습을 보던 태일이 울상을 지었다. 이래도 되는걸까..

 

 

 

 

 

 

 

 

좀 늦네, 태연한척 했지만 절대로 태연하지 않았다. 족히 열 번은 앉았다 일어선 것 같다. 가만히 있는게 맞는 걸까, 바보같은 내가 그를 너무 맹신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가도 그의 미소가 생각나 다시 의심이 사그러 들었다. 하지만 까드득, 손톱을 씹는 것은 멈출 수가 없었다.

 

때맞춰 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린다. 문에 가까이선 그가 발소리가 하나인지 확인하곤 소파로 돌아갔다. 뒤이어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 안도의 한숨이 밀려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온 유권이 살풋, 웃어 보인다. 맘 졸이고 있었나 보네요. 리사를 먼저 안으로 들여보낸 그가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를 확인했다. 조금은 지친느낌, 민혁이 앉아있는 소파로 걸어온 유권이 그와 나란히 앉았다.

 

"...알고 있는거 맞아?"

 

"..네..그래도 잘 말했어요...형은 우리를 기다려줄 거에요."

 

"어떻게 알았대?"

 

"..그건 잘.."

 

마른세수를 한 민혁이 뭔가를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권아, 난 내일 여길 떠날거야.

 

 

 

 

 

 

 

...왜요? 하는 말에는 대답해주지 않은 것 같다. 침실로 들어와 빠진 물건이 없는지 둘러보곤 당장 청소를 시작했다. 내 흔적은 티끌하나도 남아있지 않도록, 남은 유권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침실 문 앞까지 따라 걸어온 유권이 멍하니 서 있다가 말없이 그를 도왔다. 이불을 말아 안고 베란다 창을 열어 탈탈 털기 시작한다. 리사를 어루만져준 민혁이 유권의 모습을 사각지대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불청객의 난입으로 아무래도 이 계획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주물러지는 것 보단 내손으로 끝내는게 나을 것 같아. 시간이 지체되면 될수록 유권에겐 독일 테니까. 더 힘들테니까. 제 얼굴을 어루만지던 지난밤의 일이 떠오른다. 너무 가까이 와버렸어. 그가 이카루스라면 나는 태양이었다. 더 다가오면 밀랍날개가 녹아 그가 추락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좀 더 빨리 떠났어야 하는걸까.

 

커튼이 쳐지자 민혁이 장갑을 끼고 젖는 수건으로 모든 물건을 닦기 시작했다. 그가 닿았던 모든 물건, 냉장고, 주방의 칼. 책상과 소파, 침대기둥, 리모컨까지 싹 다. 하나도 남김없이.

 

아직 겉옷을 벗지 못한 채 집에서 그의 흔적이 속속들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던 유권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숙였다.

주머니 안에서 뭔가가 손톱에 틱, 하고 걸렸다.

검지로 네모난 종이를 탐색해보던 유권이 쎄 한 느낌에 휩싸였다. 그의 명함이야. 양각으로 새겨진 글자들을 주머니 속에서 천천히 쓸어본다.

 

프로 파일러. 우지호

010 XXX XXXX

 

-.

 

 

조용히 명함을 구겨버렸다.

 

 

 

 

 

 

 

 

 

"오늘저녁은 제가 할게요."

 

티비도 켜놓지 않아 시계소리만 울리던 거실에 그의 미성이 울렸다.

 

"기대해도 되는거야?"

 

"그럼요."

 

몸을 일으킨 그가 냉장고를 열어 남은재료를 만져 확인했다. 뭘 만들까...고민하다 메뉴를 결정했는지 재료를 꺼내기 시작한다. 티비 소리가 없으니 지독하게 조용했다. 그래서 그의 소리가 훨씬 듣기 수월했다. 이젠 뉴스를 확인할 필요가 없는 거야...앞으로 민혁이 어찌할지 자세한건 몰랐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조만간 뉴스가 조용해질지도 몰랐다. 이제까지 그려온 그의 청사진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듯 하니까. 아껴오던 총알하나를 어디에 쓸지 알게된지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확실하지도 않고, 하지만 내 주제에 말릴 수가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슬프다. 나 까짓게, 뭘 안다고...

 

칼질을 하던 유권이 손을 멈췄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던 눈동자에 슬픔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디 죽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그도 많이 힘들어 했을 테니까, 많이 아팠으니까. 나는 그가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다. 어째서 돌이킬 수 없는 '살인'으로 그들을 벌주려했는지. 그러지 않았더라면...되돌리진 못하더라도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더 많지 않았을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김치를 볶기 시작한 유권이 그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음식을 만들어나갔다.

 

그는 살인마로 남기엔 엮인 스토리가 너무나 처연하다. 가해자로 정의 짓기엔 피해자와의 선이 분명하지 않았다. 뭐가 잘못되었고, 뭐가 옳은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아있는 건 민혁 뿐이었다. 남아서, 상처와, 죄를 함께 짊어지고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그 뿐이다. 살아있는게 그에게 더 잔인한 벌일지도 몰랐다. 그는 벌을 받으려고 살아가고 있는것이다. 그럼 죽음은 속죄인걸까. 그게 최선책일까.

 

잘 볶아진 김치볶음밥을 접시에 잘 담았다. 그가 말없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내 식탁위에 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리에 마주앉은 둘이 마지막 저녁을 함께하는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준비된 이별은 둘다 처음이라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으니까.

 

 

 

 

 

"Good night. "

 

밤 열시, 소등을 한 그가 오늘은 거실로 걸어나와 소파에 누웠다. 침대에 누우려던 유권이 거실로 따라 나온다.

 

"...수갑은요?"

 

"오늘은 편하게 자."

 

...네, 시무룩. 처진채로 침대에 누웠다. 싱글치곤 큰 사이즈. 그곳에 매일 서로를 잇는 수갑을 찬채 잠들었던 날들. 다시 혼자 누운 침대가 전보다 넓어 보이는건 내 착각일까...

 

"..리사, 올라와줘."

 

침대 위를 두드리자 그가 훌쩍 뛰어올랐다. 리사를 꼭 끌어안은 유권이 한참을 뒤척이다 늦은 새벽이 되서야 잠이 들었다.

 

 

 

 

 

 

 

 

소파에 누운 그가 유권의 뒤척이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접힌 사진을 꺼내 만져본다. 리사, 난 조금 무서워. 내가 널 잊어가고 있다는 것도, 인정하기 싫다. 시간은 약이 아니라 독인 것 같아. 지난 것을 좀먹는 독. 춥지?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어서 네게 가야겠어. 그 뒤론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죽음으로 속죄하고, 너와 함께 하면 되는거야.

 

흐르는 눈물을 방치한다. 거실엔 톡, 토독. 가랑비가 오는듯한 소리가 작게 퍼졌다.

 

혼자 남게 될 저 가엾은 아이에겐...시간이라는 독이 꼭 필요할 것 같아. 차라리 내가 사라지게 되면 나에 대한 기억마저도 말끔히 사라져버렸으면...

 

 

 

 #

 

 

 

이른 새벽, 민혁이 눈을 뜨고 일어나 커튼사이로 밖을 바라다 보다 책상 앞에 섰다. 불도 켜지 않은 채. 김유권, 이름이 잔뜩 적힌 수첩을 한 장 찢어 고민을 하다가, 뭔가를 써내려갔다. 마지막으로 접촉했던 몇몇 물건들을 꼼꼼히 닦았다. 입고 있던 가죽자켓 안의 물건들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침실문틀에 기대었다. 늦게까지 뒤척거리더니, 세상모르고 자고 있네.

 

좋은 꿈꾸길 바라.

 

등을 돌려 거실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 나온다. 어슴푸레한 새벽빛이 내려앉은 아파트단지를 빠져나와 하염없이 걸었다. 날이 밝기 전까지 그녀를 흩뿌린 강에 도착할 수 있겠지. 골목길 모퉁이를 돌아 나오던 민혁이 옅은 구둣발소리에 뒤를 돌아다본다.

 

 

-.

-.

 

 

 

 

찌릿한 통증을 느낀 그가 모로 쓰러져 버렸다.

 

 

 

 

She said "Time is irrelevant, it's not linear"

그녀는 말했죠, "시간은 무의미하며, 유순한것이야."

 

Then she put her tongue in my ear

그리곤 내 귀에 속삭이죠

 

Oh oh oh oh oh oh oh

 

No, no line on the horizon♬

수평선위에 선이란 존재하지않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금발의 사내가 그를 끌고 골목 끝에 주차되어있던 차에 태운다. 매끈하게 도로로 올라선 자동차가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여보세요..."

 

간만의 숙면으로 잔뜩 잠긴 목소리, 태일이 부스스하게 울리는 휴대폰의 통화버튼을 찾아 눌렀다.

 

[...]

 

"..여보세요?"

 

귀에 가져다대었던 휴대폰을 떼어내 다시 발신지를 확인한다. 김유권? 김유권이 맞는데. 반대편에서는 대답없이 뭔가가 부시럭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도 간간히 수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야, 야 너 울어?"

 

무슨 일있어? 뭔데..? 이불을 걷어낸 태일이 휴대폰을 든 채로 겉옷을 꾸역꾸역 주워 입기 시작했다.

 

"..내가갈까?"

 

묻자 그가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전화를 끊고 밖으로 걸어 나온 그가 잠깐..그와 같이 지내고 있었던 거 아닌가? 어깨를 으쓱, 하고는 별수 없이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꼬라지봐...뚝 안 그칠래?"

 

소파 밑에 벌써 구겨진 티슈가 잔뜩 이었다.

그가 없다.

제일먼저 집안을 둘러본 태일이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 그의 앞에 와 주저앉았다. 왜 우는데, 왜 또? 그는 그의 눈물이 지긋지긋할 법도 했다. 1년 전의 기억들이 오버랩 된다. 그래, 그때도 이렇게 서럽게 울었지, 밥도 안 먹어, 밖으로 나오지도 않아 진짜 속 터졌는데.

습관처럼 그를 달래주러 오긴 했지만, 안 좋은 예감은 언제나 딱 들어맞기 일쑤였다.

 

"울지마, 우는거 그만보고 싶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이유가 맞다면 더더욱."

 

잔뜩 빨개진 눈과 코를 가리고 있던 유권이 팔을 내리고 잘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가버렸어..."

 

태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신차려...다행인거거든? 니가 다친곳없이 잘 살아있다는게."

 

"...완전...가버렸어..."

 

"...너...진심이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줄 알아?"

 

유권이 눈을 가린 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널 헤치려했다는 것 빼고 중요한게 더 있어?"

 

 

 

 

 

 

"...아내가 있었어.. 임신 중 이었고..."

 

".....뭐?"

 

심지어 유부남? 진짜 또라이 아냐? 미쳐버리겠다.

잔뜩 구긴 미간, 태일이 말을 하려다 울먹이는 그의 목소리에 말문이 막혔다.

 

 

 

 

"...그런데 아내가 목을 매달아 자살했어. 미국에 다녀온 사이 동료들에게 윤간을 당했거든..."

 

"...그게 무슨..."

 

"그는 너무 괴로워서 그녀를 뿌린 바다에 뛰어들기위해 수십번을 찾아갔대...그런데...그런데 죽지 못했데.."

 

"..."

 

"그녀의 죽음의 이유를 캐내던 수사가 이유도 모르고 중단됐어. 그래도 법으로 심판해주길 기다렸대."

 

"..."

 

"매일 밤마다 그녀와 아이가 나와 왜 구해주지 않았냐고 목을 조르고..."

 

"..."

 

"돌아온 건 명예퇴직과 미국으로 돌아가길 권하는 한국의 압력이었어.."

 

"..."

 

"함께 살던 집에 혼자 쓸쓸히 걸어 들어온 그는 스스로 심판의 칼을 주워들었던 거야..."

 

"..."

 

"...지독히도 추악한 살인범이 누구일 것 같아?"

 

"..."

 

"...그가 정말 이 사건의 가해자일까..."

 

"...어디 갔는데...그 사람은.."

 

"....그녀를 만나러..."

 

이야기를 듣고 있던 태일이 고개를 들어 유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게정말...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이야?

 

눈을 감은 유권의 뺨을 타고 계속 눈물이 흐른다. 근데 난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어. 처음엔 너무 무서워서, 그다음엔 그가 가엾어서,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이미 내안에 아저씨가 너무 크게 자리잡아 버린거야...나도 정말 믿기 힘들다.. 사실 아직도 헷갈려, 싸구려 동정 일까봐 겁나. 하지만 아니었어...이렇게...이렇게 아픈데 사랑이 아닐 수도 있는 거야? 내가 그를 사랑하면 안되는걸까?

 

괴로워하는 유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태일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한마디라도 해볼걸. ...그냥 말이라도 꺼내볼걸... 후회된다...왜 좀 더 빨리 알지 못했을까?

 

그가 늘 누워있던 소파를 손으로 쓸었다. 여기서 처음 내 발의 상처도 치료해줬지..이상하게 부끄러웠는데, 이런 감정의 시초였을까.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아직 그녀를 사랑하잖아..."

 

태일의 말에 유권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내가 아무말도 못한 이유가 아닐까...하지만 너무 마음이 아프다...흐르는 눈물을 리사가 다가와 핥기 시작한다.

 

 

 

 

 

 

 

 

 

 

골이 심하게 울렸다. 흔들리는 시야를 바로잡은 민혁이 뺨에 닿아있는 시멘트바닥을 확인하곤 몸을 일으켰다. 퀴퀴한 지하실냄새, 눈앞에는 정장을 바르게 갖춰 입은 남자가 멀찍이 소파에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려던 민혁이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멈춰서 버린다. 오른손에 감겨 얇은 쇠기둥에 연결된 수갑이 날카로운 쇳소리를 냈다. 오른손을 두어번 흔들어본 민혁이 지호와 눈을 맞췄다.

 

"너야?"

 

소파에 앉아있던 그가 다리를 꼬고 앉아 느리게 웃었다. 이렇게 끝내려고 하다니 재미없게..

 

눈썹을 치켜올린 민혁이 품안의 권총을 꺼내 해머를 당겨 지호를 겨냥한다.

 

"그건 너한테 쓰려고 남겨 놓은거 아냐?"

 

그가 쿡쿡, 하고 비열하게 웃는 걸 바라보던 민혁이 총구를 돌려 수갑를 쏘았다. 지하실에 울린 단발마의 총소리와 민혁의 신음이 들린다.

 

What...

 

회색의 시멘트바닥에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내렸다. 사방으로 튄 총기의 파편에 여기저기 생채기가 져 있었다. 수갑이 부서져야 하는데 어째서...총을 들고있던 왼손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지호가 그제야 소파에서 일어서 민혁에게 다가와 반쯤 부숴져 바닥에 떨어진 총신을 주워들었다.

 

"베레타라...군에서 빼돌렸네. 하지만 오래 탄창을 장전해 놓으면 스프링이 약해져 총알을 밀어내지 못해. 조금 맘이 급했나보군 대위.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왼손을 못쓰게 됐어."

 

계속해서 웃음을 띄고 있는 모습에 바짝 약이 올라버린다. 이를 가는 민혁의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손을 뻗어 그의 왼쪽 자켓속을 뒤지자 군번줄과 사진이 떨어졌다. 그의 피가 고여있는 곳에 떨어져 그녀의 사진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안돼...."

 

뻗으려는 오른손이 수갑에 의해 제지된다. 필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사진을 집으려는 모습에 계속해서 미소를 띄우던 그가 표정을 굳혔다.

 

"...이렇게 나오면 재미가 없잖아..."

 

지호가 피에 젖은 사진을 발로 짓밟아 치워버렸다. 눈을 크게 뜬 민혁이 수갑을 거칠게 당겼다. 오른손목엔 벌써 상처가 지기 시작했다. 안 돼...그녀의사진이... 계속해서 손을 뻗으려는 민혁의 뺨을 쓸었다.

 

"...벌써 그녀를 잊어가는거 아니었어?"

 

핏물이 떨어지는 왼손으로 지호의 멱살의 끌어다 잡았다. 하얀셔츠에 피가 번졌다.

 

"시끄러워. 나는 그녀의 모든것을 기억해."

 

"...그럼 그 애는 그냥 이용한 거야?"

 

휴대전화를 꺼내 만지작거리던 지호가 민혁의 코앞에 사진 한 장을 들이밀었다. 건널목에 리사와 함께 선 유권의 사진이었다.

 

"너...왜..."

 

"니가 저지른 짓에 흥미가 생겨서 말이지.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그냥 그만하려고. 이 바보같을 정도로 순진한 아이만 좀 놀려주고."

 

"...안 돼...그러지마..."

 

"괜찮아. 뭘 하던 너보다 잔인할까."

 

...?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마도 이 소년은 너한테 더 상처받았을걸?"

 

"...뭐?"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넌 별 생각 없이 보낸 시간이었겠지. 하지만 혼자지낸 시간이 많았던 그에게는 정말 각별한 시간이었을 거야. 소년은 어느새 그 시간뿐만 아니라 너도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아마도.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이용만 당한다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넌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으로 밖에 남지않은 그녀를 계속 쫓았고...네게 불리해지자 그냥 죽어버리려고 걸어가고 있던거였잖아?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지않아?"

 

"...그는 남자야..."

 

"..여기 아직도 사랑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바보가 있네. "

 

코웃음을 친 지호가 뒤로 돌아 지하실을 벗어나려다 맞다, 하고 다시 그에게 다가왔다. 휴대폰을 꺼내 밀어놓은 그녀의 사진옆에 놔둔 그가 민혁의 벨트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속죄하고 소년을 구하던지, 거기있는 나이프로 내게 진걸 인정하고 자살하던지. 선택하게 해줄게.

 

다시 문으로 걸어간 그가 바이바이. 손을 까닥거리다 사라졌다. 자리에 주저앉은 민혁이 고개를 떨궜다. 왼손엔 심한 화상의 고통과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그런 존재였던 거야...? 리사의 사진을 멍하니 응시하자, 귓가에 그녀의 음성이 스쳤다. 웨딩드레스, 프리지아. 며칠 전 꾸었던 꿈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자리에서 일어선 민혁이 단단히 묶인 오른손을 내려다보다가 왼손으로 수갑을 잡고 이를 악문채 손을 비틀었다. 수갑과 닿아있던 살들이 긁히고 손사이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지하실을 울렸다. 신이시여...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그가 삐져나오는 신음을 참지 못한 채 이를 갈았다. 중간엔 정말 차라리 나이프로 손을 잘라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수갑을 통과한 손이 잘게 경련을 일으킨다. 휴대폰을 집어들어 말을 듣지않는 손으로 아무 다이얼을 누른다. 이상태론 내가 유권을 구해주진 못하겠지...어지러운 머리, 양손을 내려다보던 그가 신호음이 끝나고 들리는 저음의 목소리에 입을 열었다.

 

...금발을 찾아...-.여긴---.. 지하...

 

한 문장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 민혁이 일어서 걸어가려다 고꾸라져버렸다. 벨트에 고정되어있던 군용 나이프를 떨리는 손으로 꺼낸다.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보던 그가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고 판단해 예리한 칼날로 손목을 여러차례 그었다.

 

미안...돌이킬 수 없어. 이게 내 최선이야...

 

손끝에서부터 몸이 차가워지고 있는것이 느껴진다. 잠든 듯 누워 눈을 감은 민혁의 숨이 꺼져가는 등불처럼 수그러들고 있었다.

 

 

 

 

 ▷

 

 

 

 

"빨리 위치추적해!!"

 

"통화시간이 너무 짧아서 위치추적이 불가합니다.."

 

"뭐? 이런...뭐같은..!!!"

 

휴대폰을 내던지려던 지훈이 심호흡을 하고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분명 우지호 번호야. 사무실 주소를 뒤져 다시 찾아본 그가 탄식을 내뱉었다.

 

"인원 반으로 나눠서 반은 우지호가 어디 있는지 찾아. 반은 나랑 그의 사무실로 간다. "

 

빨리!

 

인원을 분리시킨 그가 자켓을 꿰어 입었다. 얼마나 그를 쫓았는지 모른다. 드디어 내손으로 그를 잡게 되다니. 벌써 벅차오르려는 감정을 다스렸다.

 

"총기소지여부가 불분명하니까 무장한 후 출동한다."

 

주의를 고하고 서를 빠져나가는 검은 그랜저 뒤로 경찰차 두세대가 따라붙는다.

 

 

 

 

 

 

 

지하실이 있는지 확인해! 잠겨있던 그의 사무실문을 부숴 진입한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책상위에 올려진 모래시계를 집어 던져 버렸다.

 

"지하실, 여기 있습니다! "

 

총을 빼어들고 누구보다 빠르게 숨겨진 지하실 계단으로 뛰어 내려간다. 문을 쾅 열고 손들어, 이민혁! 소리친 지훈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멈춰서 말을 잇지 못한다. 뒤이어 밀려들어온 경찰들이 총을 내리고 한숨을 쉬었다. 창백한 얼굴로 눈을 감고있는 그의 주위로 짙은 피가 흘러있었다. 우지호...무슨짓을 한거야. 다가가 그의 코에 손가락을 대본 지훈이 낮게 말했다.

 

"...구급차 불러...빨리"

 

내가 상상한건 이런게 아니었는데...손수건을 꺼내 민혁의 손목을 단단히 묶고 일어서 지하실을 한 바퀴 돌아본다. 기둥에 매달려있는 수갑엔 그의 피가 맺혀있는 채였다. 금이 간 휴대폰, 기둥 옆에 떨어져있는 사진을 주워들었다. 한숨을 쉰 지훈이 뭔지 모를 표정으로 민혁을 돌아다 보았다.

 

 

 

 

 

 

#1month

 

 

 

 

 

[한달전 구속된 미군 연쇄살인의 범인, 전 주한미군대위 이민혁이 오늘아침 공항으로 이송되었다고 합니다. 검거당시 과다출혈로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그는 완치가 덜 된 상황이지만 아직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경찰과 의료진을 함께 항공기내에 배치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사건에 연루된 프로파일러 Z씨의 자료로 모든 사건의 전말이 확인되었으며 어떻게 Z씨가 용의자를 납치, 협박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중에 있습니다. 용의자는 미국으로 후송되어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멍하니 티비를 보고있는 유권에게 따뜻한 우유를 건넸다. 괜찮아..? 묻는 말에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는 잦은 경찰의 방문과 소환요청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태일의 집으로 왔던 우편물도 증거물로 싸그리 챙겨간 채였다. 그렇게 한 달이 넘도록 경찰들에게 시달린 유권이 이제야 좀 조용해진 상황에 눈을 감았다. 시각장애를 가졌단 이유로 더 괴롭히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지도. 생각하던 그가 그날을 회상했다.

 

 

 

 

 

 

딩동-.

 

울리는 초인종에 울음을 멈추지 않는 그를 달래던 태일이 인터폰으로 다가섰다.

 

누구세요?

 

우지호.

 

익숙한 목소리에 유권이 눈을 떴다. ...그 사람이라고...?

 

아는사람이야? 묻는 태일의 말에 유권이 목소리를 낮추고 그를 불렀다.

 

문 열어주지마. 절대로.

 

말하기가 무섭게 문고리가 흔들렸다. 뒤이어 도어락의 커버를 여는 소리가 들렸다.

 

..미친거 아냐? 뒷걸음질 친 태일이 유권을 일으켜 세운다. 비밀번호 푸는건 아니겠지...서로의 옷깃을 꼭잡은채 구석에 서있던 둘이 소란스러워지는 밖의 소리에 인터폰으로 다가갔다. 열댓명의 경찰들이 몰려와 그에게 수갑을 채우고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들려온 소식은 민혁이 병원에 있다는 것, 자수한 후 자살기도를 했다는것. 주한미군과 미국, 한국의 대대적인 연합수사 후에 재판이 이뤄질거라는 것.

 

언론중에선 이런 비극적인 상황의 전말을 낱낱이 보고해주는곳도 있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그를 흉악범으로 몰아넣던 곳들, 오해를 풀어주는 것은 감사했지만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행동들이 곱게 보일 수만은 없었다. 아니, 차라리 누구의 입에도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파에 깊숙이 몸을 뉘인 유권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 유권을 바라보던 태일이 우유가 반쯤담긴 머그컵을 치우고 집안을 정리했다. 한 달동안 그는 마치 영혼 없는 꼭두각시 같았다. 여기저기 불려다니는건 물론이고 저기가 연쇄살인범이 숨어있던 집이래. 저기가 연쇄살인범이 살던 집이래. 저기가 연쇄살인범이 살인을 저지른 집이래. 이따위로 흘러가는 뜬소문에 유권은 2차적인 피해를 감수해야만했다. 그 중에는 집값이 떨어진다고 고개를 젓던 사람들도 있었다. 보다못한 태일이 이사를 권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가 돌아올 수도 있을 거라는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건 아니겠지...

 

책상을 정리하던 태일의 시선이 왜인지 한곳에 멈췄다. 그가 글씨연습을 잔뜩 해놓았을 수첩의 종이하나가 미세하게 삐져나와있었다. 보통 찢었다가 다시 구멍을 맞춰 끼워 넣으면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뭐지? 별생각 없이 수첩을 꺼내본 태일이 글씨가 빼곡한 종이를 넘기다가 손을 멈춘다. 그곳엔 유권의 글씨와는 판이하게 다른 필체가 적혀있었다.

 

뒤를 돌아 유권을 바라보던 태일이 권아. 하고 그를 불렀다. 감고 있던 눈을 뜨지도 않은 채 유권이 왜? 하고 피곤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가 쪽지를 남겼어..."

 

눈을 뜬 유권이 숨을 들이마셨다.

 

"...읽어줘..천천히."

 

그의 말에 책상에 기대 선 태일이 쪽지를 천천히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프리지아의 꽃말이 뭔지 알아?

...천진난만.

소중한 사람이 새로운 시작을 하려할 때 노란색 프리지아를 선물해 주기도해.

넌 웃는 얼굴도, 마음도 너무 예뻐서 난 마치 누군가에게 노란색프리지아를 선물 받은 기분이었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 기분이 들게 해줘서 고마웠어.

잘 지내고있어.

이제다시...만날 일은 없겠지만.'

 

 

쪽지를 다 읽은 태일이 고개를 떨군다. 마지막으로 종이를 건네받은 유권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 처연해서 울지말란 소리도 못한 채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민혁은 유권의 마음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별을 더 빨리 준비한 걸지도.

 

..안됐네요..그렇게 치부하고 잊어버리기엔 그에게 당신과의 기억은 너무나 애틋하고 달콤해요. 울고있는 유권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려준다.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덩달아 눈물이 차오르려해 태일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응시했다.

 

 

 

 

 ▷

 

 

 

 

"대체 증거들을 빼돌린 이유가 뭐래?"

 

"그냥이래요. 그냥. 재미있어 보였다나?"

 

"어휴, 진짜 미친새끼. 첨부터 알아봤다. 더 조사할수도 없어. 풀어줘. 따지고보면 전에 있던 수사들까지 줄줄이 나와서 일이 한방에 풀린건 그놈덕분이니까. "

 

아 배고프다. 자리에서 일어선 지훈이 이민혁이 항공기에 오르는 장면이 흘러나오는 티비를 꺼버렸다. 마음아프긴 하지만 좁은 한국 땅에서 연쇄살인이라니..용납되지 않는 일이니까. 아니, 어딜가도 그러겠지. 최악의 체포경험이었달까.

 

민혁을 조사하던 사건파일을 정리해 책상에 꽂아 넣은 그가 그의 인질이 되어 한동안 서를 왔다갔다 거렸던 소년을 생각해본다. 안내견과 함께 서로 들어온 그는 모든 형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모두 어떻게 질문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기 바빴다. 이민혁이 혈액을 여러 팩 수혈 받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1차 조사를 받은 상황이라 그리 어려운조사도 아니었지만...그는 사실을 확인하는 형사들의 질문에 그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눈빛으로 네...네..하는 대답을 할 뿐이었다.

 

질문이 끝나고 가셔도 좋습니다. 하는 말은 들은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꾸벅, 인사를 하고 서를 벗어날 때까지 지훈의 시선이 그에게 고정된 채였다. 여느 인질들과 다른 모습에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생각을 털어버렸다. 범인에게 동조되는 인질이 드물진 않지. 하고 생각 했던 것 같다.

 

"난 퇴근한다."

 

차키를 챙긴 지훈이 서 밖으로 걸어 나오다 문 앞에 서있는 지호와 눈이 마주쳤다. 왜 안가고있어? 빨리 눈앞에서 사라졌음 좋겠는데. 그를 지나쳐 차를 향해 걸어가려다 구두에 내려앉는 눈을 바라봤다. 함박눈이었다. 설마 눈이 온다고 못 가고있는건 아니겠지? ..알게 뭐야. 지훈이 아랑곳 않고 걸어가 차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매자 조수석문이 열렸다.

 

"..뭐,뭐야?"

 

"난 눈 맞으면서 집까지 못가."

 

...이런..또라이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지훈은 보이지도 않는지 그는 야무지게 안전벨트를 찾아 매었다.

 

"뭐해? 출발해."

 

하,

 

어이없어서 웃음이 튀어나와버린 지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차를 빼기 시작했다. 목을빼고 후진할 공간을 확인하는 그를 지호가 몰래 훑었다. 도로위로 미끄러지듯이 올라선 지훈이 시선을 앞쪽에 둔 채 말을 꺼낸다.

 

"그 바닥에서 유명하단 소문이 진짜였네, 언제 그걸 다수사한거야?"

 

좌우로 움직이는 와이퍼를 바라보던 지호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슬쩍 조수석을 흘겨보자 찢어진 눈이 고이 감겨있다. 하긴, 그간 서에 거의 감금되다시피 했으니까. 고개를 돌려 시선을 거두자 내리깐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내가 게이란 소문도 진짜인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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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깡님, 해바라기님, 바게트님, 우동님, 치코리타님

암호닉 ♡

 

선이없는 경계를 좀 오래, 길게 쓰고싶었는데 아무래도 힘이...부족...또르르...

저번편에 이야기라도 해드릴걸 그랬어요 ㅜㅜ 끊기가 애매해서 마지막이야기까지 붙여서 사실상 완결이 나버렸답니다.

후속작치고 너무 욕심낸 이야기기도 해서 에필로그를 꼭 들고오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신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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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해바라기입니다!! 좀더 빨리올수 있었는데ㅠㅠㅠㅠ늦었네욯ㅎㅎ 그런데 오자마자 저 마지막이라는 한자가 제목옆에 붙어있는걸 보고 멍때리다가 글을 읽었네요... 마지막이라늬ㅠㅠㅠㅠㅠ안대....... 오늘 편에서 전 태일이가 권이의 의견을 존중해줄꺼란걸 알았어요 왠지그럴거 같았어욯ㅎㅎ그런데 뒤에 지호가 있을줄은.... 그리고 미녁이가 집을 나갈때 권이를 위해 지문이 닿았던 곳을 닦고 자신의 흔적을 없애다니...진짜 나간다는게 느껴져서 슬펐어요...그리고 민혁이가 집을 나갈때 이대로 세드로 막을 내리는 건가ㅠㅠㅠㅠㅠ했지만 아니었어요ㅎㅎㅎㅎ지호한테 고마워 해야하나 지호아니었으면 민혁이는 그대로 황천길.... 근데 지호때문에 권이 곁을 떠난거니까 아 뭐 다른이유도 있지만ㅎㅎㅎ 그나저나 군대에선 배테라라는 총을 쓰는군요 그리고 안쓰고 오래 냅두면 총이 발사가 잘안돼고... 지식을 알아가네욯ㅎㅎ 그나저나 전 민혁이가 손목을 그을줄은.....다행히 지훈이 덕에 살았네요.... 그리고 권이ㅠㅠㅠㅠㅠㅠ미녁이 좋아햇구나ㅠㅠㅠㅠ뭐그렇겠지ㅠㅠㅠㅠ그리고 고생이만타ㅠㅠㅠㅠ안그래도 슬픈데 경찰이랑 기자들한테 들들볶일걸 생각하니....에휴...그리고 프리지아의 꽃말이 천진난만이었군요이쁘네요ㅎㅎㅎ 유권이가 천진난만했으면 좋겟어요 우지호가 권이를 찾아갔을땐 아마 민혁이를 지하에 두고 나온후겠죠??? 권이 다치게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그리고 민혁이...병원으로 간뒤 살아있었군요 그리고 그 일도 세상에 들어나게 되었고..모든게 다행이에요 만약 그일이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다면 민혁이는 더 큰 죄를 물게 되겠죠...미국에 가서 올바른 심판을 받았으면 합니다 물론 이유가 있었지만 일단 살인은 죄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민혁이를 너무 잔인한살인자로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유가 있었으니까 무죄는 아니더라도 민혁이가 그래야만 했던 이유를 생각해주셨으면.....그리고 태일이의 말대로 잊을수는 없겠죠 같이있던 시간도 시간이고 지호가 말한대로 유권이 옆엔 사람이 없었으니까 리사를 키운이유가 눈 때문도 있겠지만 살아있는 생명이 필요해서가 아니었을까요...아그리곸ㅋㅋㅋㅋㅋ저둘 저렇게 될줄 알았아욬ㅋㅋㅋㅋㅋ느낌이 왔달깤ㅋㅋㅋㅋ제가 파는 두 컾링이 범권과 피코인뎈ㅋㅋㅋ좋네욯ㅎㅎㅎㅎ 아 드디어 선이없는 경계가 끝났어요....구원끝났던건 엊긎제 같고 선이없는경계 시작한지는 어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이라니....하긴 분량이 확실히 늘었으니까욯ㅎㅎㅎ에필로그를 기대할께여.....구원 끝나도 쉬지않고 다른 글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여태 선이없는 경계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고 오늘 역시!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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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시원섭섭이라는말이 정말 지금과 잘어울리는것 같네요 ㅠ ㅠ제맘이 딱그렇답니다. 처음으로 픽을쓰면서 이것저것찾아보고, 준비해보기도했고..아쉬움과 후련함이 뒤엉켜찾아오고있네요 ㅠ ㅠ그동안 매회마다 정성어린 덧글로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에필로그를 준비중이니 조금만기다려주세요♥명절은잘지내셨나모르겠습니다. 새해에도 좋은일만가득하길!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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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헉ㅜㅜㅠㅠㅜㅜㅜㅜ와 이거 진짜 명작이에요ㅠㅠㅠㅠㅠㅠ와ㅠㅠㅠ너무 좋은데 뭐라고 다 표현해야될지 모르겠어요ㅠㅠ으엉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아 작가님 표현 진짜사랑해요ㅠㅠㅠㅠㅠㅜ이카루스와 태양이라니ㅠㅜㅜㅜㅜㅜㅜㅜㅜ으으ㅠㅜㅜㅜ너무 좋아 ㅠㅜㅠㅠㅠㅠ프리지아도 그렇고 ㅠㅠㅠㅠㅠㅠ보통 팬픽하면 남남간의 사랑을 당연시 여겨서 약간 이질감느껴지는데 작가님 소설은 이것도 사랑이야 말해주는느낌ㅠㅜㅠㅠ너무 좋아요 ㅠㅠ자연스럽구ㅠㅠㅠ하 진짜텍파 만드실 생각없으시나요? 그 누구도 보여주지 않고 간직하고 싶어요ㅠㅠㅠ막공유당하기엔 아까운소설이에여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아님 제발 삭제하지 말아주세요ㅠㅠㅜㅜㅜㅜㅜ생각날때마다 와서 읽어야지ㅠㅠㅜ하 이 좋은 소설써주셔ㅓ 정말 감사합니다 눈호강 감성호강했어영 수고하섰습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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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그동안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수있도록 고민을많이했답니다 ㅠ ㅠ에필로그까지 모두 끝나면 꼭 텍파본을 들고오도록하겠습니다^*^ 삭제도 하지않을게요~늘 함께해주셔서 잘끝낼수있었습니다. 명절은 잘보내셨나요? 새해에도 좋은픽을 쓸수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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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새우깡이에요..
우리 권이..아 우리 권이는 웃어야 이쁜데..아니 이게아니라..
쓰고싶은 말은 많은데 정리가 안되네요..
지호는 뭐죠?아 우지호..(부들부들)이런 나쁜..!
아 헐 저 방금 소름돋았었요
제가 지금까지 읽은 새드엔딩 범권에서 지호는 다 악역이였어요 그것도 막 사연이있어서 아픈 악역이 아니라 그냥 밑도끝도없이 나쁜..헐..
그래도 선이 없는 경계에서는 일이니까 봐줄..헿..?
권이는 그래도 소중했던 시간일텐데..
태일이를 빼면 거의 유일하게 마음 터놓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니까..
뭐 늘 있는 일이지만 꼭 주인공들은 후회할 만한 행동을 하고 나주에 뼈져리게 후회하니까요..
민혁이도 분명 엄청난 후회를 하고 있겠죠?
그나저나 지호가 권이 찾아갔을때 권이한테 해코지하면 어떻하지 구너아ㅠㅠㅠㅠ태이리ㅠㅠㅠㅠ하고 가슴 졸이면서 봤는데 다행이에요..ㅎㅎ
벌써 끝이라니...기적적으로 구원 마지막회를 보고 작가님한테 빠진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후속작이 완결..
준비를 하고 계시던 글이던 아니던간에 쉴새없이 후속작이 나왔는데도 이렇게 퀄리티가..
오두막님 글은 늘 뭔가가 남아 있어서 되게 음..계속 뇌리에 박혀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문득 문득 떠오르고 그러면 또 찯아보고ㅋㅋ..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다음글은 당연히 기대해도 되겠죠?ㅋㅋㅋ
그렇다고 부담감은 안가지셔도 되요!(모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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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정말 벌써 끝이나버렸네요 ㅠ ㅠ끝까지 함께해주신 덕입니다♥구원을쓰기시작한것도 정말 엇그제같은데...(먼산) 연재가 끝난후에도 한번씩 찾아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쉴새없이달리느라 힘들었는데 매번 덧글달아주셔서 열심히 써내려갈수있었습니다. 이글의 에필로그까지 끝나게되면 다음글도 열심히 구상해오도록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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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우동입니다! 아 오랜만에 댓글 남겨요 전편도 그렇고 이번편도 좋네요ㅠㅠ 어찌됐건 민혁이가 유권이한테 권이라고 하는것은 참 좋네요ㅠㅠㅠㅠㅠ민혁이가 나가고 혼자 아침을 맞은 권이가 얼마나 외로웠을까요ㅠㅠㅠㅠㅠ 그리고 민혁이가 스스로 손목을 그을때 어떤마음으로 했는지 가슴이 찡하네요ㅠㅠ뒷얘기도 궁금하고 민혁이의 생사여부나 권이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너무 궁금해요ㅠㅠ 근데 벌써 마지막화라니! 진짜 작가님 글은 뭔가 항상 여운이 남아요 에필로그도 다음글도 기다릴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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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우동님 ㅠ ㅠ ㅠ ㅠ ㅠ오랜만이네요 ㅠ ㅠ보고싶었습니다 ㅠ ㅠ 또르르..궁금해하시는모든것을 에필로그에넣기위해서 고군분투중이랍니다♥여운이 남는글이라고 평해주시니 감사할다름입니다. 에필로그로 신속히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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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바게트)오랜만에 들어왔더니 완결이라니ㅠㅠㅠㅠㅠㅠ제목보고 헉했어요...ㅠㅠㅠ권이가 너무 안타깝네요...에필로그도 있다고 하시니 또 보러가겠지만 여기까지만 봤을땐 정말 여운 ㅠㅠㅠㅠㅠㅠ여운이남아요ㅜㅜ저렇게 마음아픈사랑을...권이는 이제 어떻게 버텨낼지 ㅠㅠ민혁이는 어떻게되는건지..둘은 후에 추억으로 남을 이야기로 끝나고 마는건지ㅠㅠㅠㅠ오두막님 글은 항상 묘한 분위기가 있어서 몰입하게되네요....지호나빠....ㅋㅋ큐ㅠㅠㅠㅠㅠ완결까지 숨차게 달려오신것 정말 수고하셨고 좋은글 완결까지 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으앙 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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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으앙 ㅠㅠㅠㅠㅠㅠ오랜만이에요 바게트님 ㅜㅜㅜ 그세 완결이 나 버렸답니다 ㅜㅜ...여기서 끊기엔 저도 여운이 많이 남아서 에필로그를 하나둘 올리고 있습니다 ㅜㅜ 몰입하게 된다니 봐주시는것만으로도 감사한대 늘 칭찬해 주시니 저는 복에 겨운작가입니다 ㅜㅜ바게트님도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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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 어으어ㅠㅠㅠㅠㅠ어 프리지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오늘 꽃집가서 노란색 프리지아 살겁니다 말리지 마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서 이 글을 떠올리면서 울꺼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오두막
왜이리 귀여우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울지마시긔 ㅠ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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