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아아옹-!!! “강아름, 강다운! 엄마가 토니 괴롭히지 말라 그랬지?!” “괴롭힌 거 아니야아!” “우리가 놀아준 거라고오오!” “그래, 여주야. 애들 너무 혼내지 마라.” “아버님, 그래도…” “할아버지이!! 우리 놀이터 가요!” “웅! 엄마 빼고 가요!” “하하- 그래그래, 가자. 이리 와서 할아버지 손잡아.” “허, 참나…” 민족 대명절 이라고 불리는 한가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고 하던데, 난 절대 그 말에 동의 못 한다. 음식 준비하랴, 쌍둥이 감시하랴, 아주 그냥 죽을 맛이었다. 정신없이 갓난아기들을 돌본 게 엊그제 같은데, 아이들은 벌써 미운 다섯 살이 되어 날마다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방금도 토니를 놀아준답시고 꼬리를 마구 잡아당겨 깜짝 놀란 토니가 냅다 도망 가버린 일이 발생했다. 아름, 다운. 내 생애, 그리고 다니엘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아이들이 태어나던 순간이었다며 이름을 붙여놨지만, 요즘엔 둘 다 참 아름답게도 엄마와 아빠를 속 썩이기에 바쁘다. 아름이와 다운이 둘 사이의 관계는 너무나도 좋았다. 하지만 그 좋은 사이가 나와 다니엘에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벅찼다. 어쩜 그리 미운 짓과 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지, 내 자식이지만 가끔은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때가 많다. 그리고 또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상대, 내 남편. 다니엘은 오늘 아침, 시댁에 온 이후로 계속해서 내 옆에 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남들은 애가 태어나면 남편의 태도가 180도 변한다던데, 어찌된 일인지 다니엘은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내게 잘해주었다. 그게 참 고맙기도 하면서도 때로는 괜히 창피하고 밉기도 했다. 나를 위해준답시고 아름이와 다운이처럼 사고를 쳐대니 말이다. “여보,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지?” “아, 뭐하는 거야! 아니야, 이거!!” “이거 이렇게 굽는 거 아니야…?” “그거 이따가 튀겨야 하는 거야… 아니, 제발 저리 좀 가!!!” - “어유, 다했다. 수고했어, 여주야.” “아니에요- 어머님이 더 수고하셨죠.” “엄마, 나는?” “어유, 저 화상. 옆에서 계속 사고나 쳤으면서 네가 뭘 수고해?” “난 여주랑 엄마 도와주려고 그랬다니까…” “어유, 됐네요. 가서 둘이 데이트나 좀 하고 와. 아름이랑 다운이는 이따 들어오면 내가 볼게.” “…진짜 그래도 돼요?” “그럼- 오늘 같은 날 아니면 너희가 언제 둘이서 놀 수 있겠니. 얼른 다녀와. 가서 저녁까지 먹고 들어와.” “헤, 감사합니다 어머님!” 어머님 덕분에 짧은 휴가를 얻게 된 나는 신이 나서 매고 있던 앞치마를 벗어 두고는 곧장 방으로 향했다. 편한 옷에서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우리는 어머님께 짧은 인사를 드리고는 기분 좋게 데이트에 나섰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고, 하늘은 맑고 높았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에 오후 3시, 예상치 못한 휴가가 주어지니 막상 뭘 해야 할지 감도 오질 않았다. “우리 어디 가지?” “그러게, 그냥 드라이브나 하고 올까?” “응, 그러자.” 다니엘은 익숙하게 한 손으로는 내 손을 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어디론가 차를 몰았다. 우리가 연애할 때부터 자주 갔던 서울 근교로 향하는 듯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떠나 서울 시내는 비교적 한산했다. 덕분에 속 시원하게 도로 위를 누비며 다닐 수 있었고, 다니엘은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일부러 좀 더 둘러가기도 했다. “어, 여기 우리 둥이들 태어난 병원이네.” “…씨, 난 아직도 그 날만 생각하면 화딱지 나 죽겠어 진짜.”
“하하.. 아이, 여보야. 그게 언제적 일인데… 이제 그만 좀 잊어주라-” “너 같으면 잊혀지겠냐, 그게?!” (5년 전, 싱글벙글 출산일) “산모 보호자분 아직 안 오셨어요?!” “아, 제가 보호자…는 아니고요, 그게, 그냥 친한 친구인데, 그… 보호자가 오고 있긴 한데, 그게…” “일단 친구분이라도 들어와 주세요. 옆에서 산모분께 계속해서 말 좀 걸어주세요.” “네?! 아, 저기, 아휴… 네…” 쌍둥이는 예정일보다 빨리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던데, 싱글벙글이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예정일보다 3주 빠른 어느 날, 집에 혼자 있다 갑자기 양수가 터져 혼자 어찌할 줄 모르다 정신없이 다니엘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뒤늦게 그가 제주도 출장 중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진통은 점점 더 강도가 세졌고 양수는 자꾸만 흘러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 절로 눈물이 새어나왔다. 겨우 엄마와 아빠를 불러 함께 병원으로 간 나는 곧장 분만실로 들어갔다. “아악!!! 선생님, 저 진짜 너무 아파요! 아아!!” “산모분, 조금만 더 힘주세요! 곧 나와요!” “아니!! 진짜 너무 아프다ㄱ… 아악!!!!” 나 홀로 땀을 뻘뻘 흘리며 진통과 싸우는 동안, 다니엘은 어디서 뭘 하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고통과 악이 섞인 비명을 지르던 내 곁으로, 어느샌가 재환이 다가왔다. 다니엘이 보낸 건지, 쭈뼛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재환이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창피함을 느끼기도 잠시, 곧바로 밀려오는 고통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재환이의 머리칼을 쥐어뜯었다.
“아악!! 야야야야, 여주야, 여주야, 잠깐만. 아!!! 아니, 잠깐만!!! 나 이러려고 들어온 거 아니고, 아아!! 아파!!!!” “내가 더 아파 이 새끼야!!!! 아아악!!!!!” 으아앙-!!! - “여주야!! 허억… 여주… 흐, 어딨어?! 하아…” “…들어가 봐.” 싱글벙글이가 모두 세상 밖으로 나오고 난 후, 뒤늦게 병원에 도착한 다니엘은 누가 봐도 급히 뛰어왔다는 걸 보여주듯 숨을 불규칙적으로 몰아쉬며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내 뱃속에 있던 아이들이 빠져나오니 갑자기 밀려드는 허탈함과 말로 쉽게 설명하지 못할 묘한 기분에 멍하니 누워있기도 잠시, 눈앞에 다니엘이 보이자 냅다 짜증이 몰려왔다. “야!!! 너, 이 씨...” “미안해, 내가 진짜 미안해. 제일 빠른 비행기 잡았는데도 그게 지연이 돼서…”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하.” 내가 누워 있던 침대 옆에 의자를 끌어와 앉은 다니엘을 향해 냅다 등짝 스매싱을 마구마구 날린 나는 그마저도 힘이 빠져 금방 그만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심스레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온 재환이는 우리 둘의 눈치를 살피는 듯 했다. 쟤만 보면 미안해 죽겠어, 진짜. “야, 김재환.” “ㅇ, 어?! 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애들 잘 낳았으면 됐지, 뭐.” “야, 재환아 진짜 고맙다. 내가 진짜 너 갖고 싶은 거 뭐든 사줄게.”
“됐어- 원래 인생이 이런저런 경험하면서 사는 거지, 뭐….” 어째 재환이 목소리가 갈수록 작아지는 것 같았다. 어찌됐든 다니엘이 밉고, 재환이가 고마운 건 그렇다 치고, 내 아이들이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나와서 참 다행이었다. 처음 겪는 극심한 고통과 생경한 경험을 뒤로하고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보낼 앞으로의 나날들이 왠지 설레고 기대되기도 했다. (현재) “내가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재환이한테 미안해 죽겠어, 진짜.” “그래서 내가 재환이한테 선물을 얼마나 통 크게 해줬는데. 재환이한테 쓴 돈만 해도 몇 백은 될 걸?” “그건 그거고! 재환이 그땐 결혼도 안 했었는데. 총각 머리를 내가 냅다 쥐어뜯었으니…” “…근데 너 왜 자꾸 내 앞에서 외간남자 얘기해?” “참나, 재환이가 외간남자야?” “그럼 외간남자지. 네 남편은 나잖아.” “됐다, 말을 말자…” 나는 한결같은 내 반응에 배시시 웃으며 손을 잡아오는 다니엘을 굳이 피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아름이와 다운이를 낳은 병원을 지나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우리의 추억이 담긴 장소가 보였다. 내가 일하던 카페가 있던 곳. 지금은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유명한 카페 브랜드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근처에 오니 또 옛날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의도치 않게 과거여행을 하게 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공유했던 추억을 하나 둘 입 밖으로 꺼냈다. “네가 나 다시 찾아왔던 날 기억난다.” “와, 나 그날 진짜 떨려서 죽을 뻔 했는데.” “난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했는데. 대뜸 와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 하나요. 이러는데…” “엄청 매력 있었지?” “참나… 내가 무슨 말을 못 해요.” 그 후로도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짧은 추억여행을 한 우리는 슬슬 배가 고파져 근처 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둘만을 위한 시간이니 사치 좀 부려보자며 꽤나 비싼 스테이크와 와인을 주문한 다니엘은 마냥 히죽히죽 웃어댔다. 어쩜 나이를 먹어도 한결같이 어린애 같은지.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같이 따라 웃었다. “여보.” “응?” “고마워.” “뭐가?” “…그냥 다.” “뭐야.. 크흠, 나도 고마워.” “뭐가?” “그냥 다.” “히히- 귀여워 죽겠어, 내 와이프.”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환하게 웃었고, 마치 고등학생 때 했던 연애처럼 그렇게 마냥 순수하게 둘만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 얼마 안 가 아이들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식사를 급하게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오늘 했던 이 짧은 데이트를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 * * * * * “우와아아-!!!” “누나아 같이 가-!!” 우리 가족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남은 황금연휴를 만끽하려 괌으로 떠나왔다. 4시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편의 비행에다 다니엘의 배려로 -사실 내가 살짝 압력을 넣어- 비즈니스석을 타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런 나는 호텔에 도착해 미리 예약해 둔 방에 들어서자마자 창밖으로 보이는 오션뷰에 감탄하며 테라스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곧장 침실로 들어가 침대위로 쓰러졌다. 아, 미리 운동 좀 할걸. 나 혼자 체력이 바닥이네. “여보, 많이 피곤해?” “응… 나 죽겠다, 진짜…” “좀 쉬고 있을래? 내가 애들 데리고 좀 놀다 올게.” “아냐… 너 혼자 감당할 수 있겠어?” “에이, 날 뭘로 보고. 괜찮으니까 조금 쉬다가 내려와. 요 앞에 수영장에 있을게.” “알았어, 그럼. 수고 좀 해줘.” “응원의 의미로 여기다가 도장 한 번만 찍어주시죠.” 침대에 누워 있는 내게 능글맞게 웃으며 다가온 다니엘은 이내 긴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리켰다. 그런 그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겨우 몸을 일으킨 나는 그의 입술을 살짝 피해 볼에다가 짧게 뽀뽀를 해 주었다. 그러자 언제 온 건지 다운이가 나타나 내게 매달리며 자신에게도 뽀뽀를 해 달라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아! 엄마는 맨날 아빠만 좋아하고! 다운이도 여기 뽀뽀!” “야, 강다운, 엄마는 아빠 거야.” “아니야, 다운이 거야!” “으유 우리 다운이- 이리 와!” 괜히 흐뭇해진 나는 다운이를 꼭 껴안은 채 이리저리 마구마구 뽀뽀를 퍼 부었다. 그 모습을 본 다니엘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운이에게 뽀뽀를 해댔다. “꺄하하-!! 엄마, 이제 그만! 다운이 수영하러 가야 돼!” “우리 아들, 수영복 혼자 입을 수 있겠어?” “웅! 나는 엉아니까!” 나는 자신을 엉아라고 칭하며 호기롭게 옆방으로 수영복을 갈아입으러 뛰어가는 다운이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잠시, 옆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이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 “…왜?” “내가 지금 아들한테 패배감을 느껴야겠어?” “뭔 소리야?” “왜 나는 여기 한 번 해주고, 다운이는 막 여기저기 많이 해줘?” “아, 어린애같이 왜 이래 또- 자기도 얼른 옷 갈아입고 나갔다 와.” “흥, 아까 했던 말 취소야. 나 강다운 감당 안 되니까 자기도 같이 가.” “헐, 남자가 두 말 하기 있냐?!” “응. 난 있어.” 나 삐쳤어요-라고 광고라도 하듯 툴툴거리는 다니엘을 보니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내심 기분은 좋았다. 내가 정말 엄마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계속해서 툴툴대는 다니엘에게 딱 붙어 앉아 그의 목에 팔을 두른 나는 그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내 입술을 맞췄다. 이때다 싶어 다니엘은 그대로 나를 뒤로 눕히며 더 깊이 파고들었다. 나는 혹시라도 아이들이 볼까 그의 넓은 등을 팡팡 두들겨댔지만 다니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겨우 그를 밀어내고는 한껏 열이 올라 빨개졌을 내 얼굴을 손바람으로 진정시키며 다른 한 손으로는 다니엘의 등짝을 밀었다. 빨리 나가, 그냥.
퉁명스런 내 말에도 끝까지 능글맞게 웃으며 윙크를 날리고 나간 다니엘은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아예 방문을 닫아버렸다. 어쩜 저렇게 능글맞을 수가 있는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다시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아씨, 잠 다 깼잖아. - 다니엘과 아이들이 내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결국 나 또한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한국은 선선함을 넘어 싸늘하기도 한 완연한 가을인데, 여기는 따뜻하다 못해 더웠다. 저 멀리 아이들을 튜브에 태운 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다니엘을 발견한 나는 곧장 그들에게로 향했다. 나를 제일 먼저 발견한 아름이는 환히 웃으며 크게 손을 흔들었다. “엄마아!!!!” “피곤하다면서 왜 왔어- 더 쉬지.” “잠 다 깨우고 나간 게 누군데. 아름이는 엄마랑 놀자-” “시러! 난 아빠랑 놀 거야!” “내가 엄마랑 놀래!” 딸내미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는 것 같다. 아름이는 나를 피해 고개를 다니엘 쪽으로 홱 돌려버렸고, 그 모습을 본 나는 괜히 상처를 받아 툴툴거렸다. “흥, 엄마도 다운이가 더 좋지롱.” “상관없어! 난 아빠만 있으면 돼. 나중에 아빠랑 결혼할거거든.” “…허.” "아, 우리딸 귀여워 미치겠다 진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듣던 대사를 내 딸에게서 들으니 기분이 참 묘했다. 다니엘은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아름이를 데리고 저 멀리 가버렸다. 그제서야 나는 아까 다니엘이 애같이 굴었던 걸 이해할 수 있었다. 마냥 다니엘이 철없이 군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당해보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질투도 아니고, 이 기분 뭐지? 괜히 찝찝한 마음을 느끼던 나는 이내 나를 애타게 부르는 다운이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 . .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서로 편 갈라 물싸움을 하기도 하고 물속에서 달리기를 하기도 하며-사실상 나와 다니엘의 경기였지만-신나게 물놀이를 하다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었다. 저녁 시간에 맞춰 호텔로 들어온 우리는 얼른 젖은 옷을 갈아입고 호텔 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어린 시절 다녀온 유학과 더불어 다수의 출장 경험 덕분에 영어를 꽤, 아니 많이 잘하는 다니엘이 알아서 음식을 주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에 다양한 음식들이 차려졌다. 물속에서 놀다 나와 배가 꽤나 많이 고팠던 우리는 정신없이 앞에 놓인 음식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으아, 배불러…” “엄마아, 나 배 이만-큼 나와써!” 식사를 마친 우리는 호텔 내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걷다 급 밀려오는 피곤함에 방으로 올라왔다. 돌아오자마자 두 아이들을 씻긴 나는 다니엘에게 뒷일을 맡기고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반신욕을 시도했다. 덕분에 절로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샤워까지 마치고 나오니 아이들은 잠들었는지 방 안이 매우 조용했다.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먼저 가 잠든 걸 확인한 뒤 침실로 온 나는 화장대 앞에 앉아 젖은 머리를 말렸다. 다니엘은 씻을 생각이 없는 건지 그저 침대에 엎드려 휴대폰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완벽히 잘 준비를 마친 나는 다니엘의 옆에 누웠고, 그는 내가 눕자마자 휴대폰을 내려두고는 가까이 다가와 나를 껴안았다. “너 안 씻어?” “귀찮아, 조금만 더 있다가.” “빨리 씻고 와- 안 피곤해? 얼른 자야지.” “난 별로 안 피곤한데. 여보 많이 피곤해?” “응… 한국 가서는 진짜 운동 해야겠어. 요즘 체력이 너무 달려.”
“운동이야 오늘 당장 할 수도 있는데 왜 미뤄?” “피곤해 죽겠는데 무슨 운동이야-” “왜- 침대에서 할 수 있는 운동 있잖아. 나랑 같이 하는 거.” “…아, 뭐라는 거야 진짜!! 너 저리 안 가?!” “에이- 우리 애들도 잠들었겠다, 셋째 한 번 만들어 보자.” “야아아! 뭐 하는 거ㅇ…” 이토록 능글맞은 내 남편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내 위로 올라와 덮치는 자세를 한 다니엘은 자신의 입술로 내 입술을 막으며 내 투정 섞인 말을 잘랐다. 그렇게 다니엘과 나는 우리 둘만의 비밀스럽고도 황홀한 밤을 보냈다. 누군가가 그랬다. 세상 사람들은 각자 눈에 보이지 않는 빨간 실을 매달고 있고, 그 실의 끝에는 자신의 운명적인 상대가 있을 거라고. 내 운명의 빨간실의 끝은 결국 다니엘이었고, 다니엘의 끝도 결국 나였다. 우리 둘은 서로의 소중함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다시는 절대 떨어질 일이 없을 것이다.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서로를 단단히 당기며 딱 붙어서 말이다. 나는 내 구남편이자 현남편이기도 한 이 남자, 강다니엘에게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었나 보다.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녤루입니다 :) 드디어 구남편이 막을 내렸네요 하핫ㅎㅎㅎ 태어나서 처음 이렇게 글을 연재해봤는데 무사히 끝내서 시원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더 잘 쓸 걸 하는 아쉬움도 남네요. 저번에 약속드린대로 암호닉 분들께는 텍파 메일링 해드릴게요. (암호닉+메일링 공지 참조) 혐생 덕분에 언제라고 확답은 못 드리겠으나 10월 안에는 꼭 해결하는걸로..! ㅎㅎ헤 근데 많이 기대하실 것도 없어요 그냥 번외 아주 조금 들어가는 것 말고는 글이랑 별 차이 없을 거 같아요........ㅎㅎㅎㅎㅎㅎ(급민망 아무튼 녤루는 이만 사라지도록 할게요. 차기작 계획이 대충 있기는 한데 아마 필명을 바꿔서 올 것 같아요!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공지 올려드릴게요♡ 알아보시는 분들께는 제 사랑 정말 정말 진짜 대박 리얼 헐 완전 많이 드릴게요 0_〈 그동안 구남친, 아니 구남편 강다니엘을 사랑해주신 독자님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X1996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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