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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엄마, 유서깊은 도가(家)의 차남 경수는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정식으로 플룻 교수님께 배우면서 배운것도, 느낀것도 참 많아요. 더불어 제 실력이 많이 모자라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서 요즘은 밤 낮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다음달인 5월에는 축제를 비롯해서 행사가 많아요. 그래서 일주일 뒤 부터는 합숙훈련도 한다 더라고요. 엄마,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 까지 플룻과 함께해서 너무 좋아요. 요즘 저는 항상 웃고 다녀요. 가만히 있어도 너무 행복해서 웃음이 떠나지를 않더라고요.^v^
아, 엄마! 서울 사람들 깍쟁이라는 말 다 개 뻥이에요. 우리 관악부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한테 너무 잘 해 줘요. 고향 친구들이 들으면 섭섭할 수도 있지만, 특히 같은 학년 친구들은 짓궃긴 하지만 10년친구 처럼 편하고 그래요. 그 중에서도 엄마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친구가 있어요. 처음에는 되게 무표정에다 말도 없어서 무서웠는데 알수록 속이 뜨거운 핫 팩 같은 남자에요. 



 




-야 오늘 매점에 잔디맛 빵 나오는 날 아니냐?!
-아, 맞다! 근데 그거 인기 많아서 벌써 다 팔렸을 걸?
-아이씨, 일단 가 보자. 도갱 밥 빨리 먹어!
-잠만 잠만!



 하늘의 개시를 받은 듯 다급한 세훈의 말에 모두가 일사천리로 급식판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아예 급식을 마셔버린 찬열은 연신 가슴팍을 두드리며 자리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다. 하지만 원체 먹는 속도가 느린 경수는 울상을 지으며 승리자의 미소를 띈 네 사람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그 때 앞에 앉아있던 백현이 경수의 이마를 검지로 아프지 않게 튕겼다.



-천천히 먹어.
-백현이 너는 매점 안 가?
-어. 먹기나 해.


 사랑하는 엄마, 그 애 이름은 백현이에요. 이름도 멋있죠?


 






SYMPHONY BAND
2
;파도



W.다올




 매점을 휩쓴 네 사람 덕분에 잔디맛 빵을 득템한 경수는 연신 우물거리며 반 안으로 들어섰다. 책상에 붙혀 둔 시간표를 확인하니 다음은 영어시간이다. 서랍 속을 더듬어 영어 책을 찾는데, 어쩐지 아무리 뒤져도 영어책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상한 마음에 가방 속과 사물함까지 뒤져 보았지만 영어책은 보이지 않는다.


"뭐 찾냐?"
"영어책이 없어. 빌려야겠다."
"또?"
"내가 좀 모범생이잖아. 어제도 새벽까지 잉글리시 스터디…백현아 어디가!"


 칫솔을 흔들어 보이며 뒷문을 나서는 백현의 너른 등판을 눈으로 쫓던 경수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험악한 표정으로 반을 둘러보았지만 여느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아이들은 누구하나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경수는 다시금 눈꼬리를 내려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책상에 엎드렸다. 요즘, 경수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집에 가져가지도 않은 교과서들이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장난 많은 제 친구들의 소행인 줄 알았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물론, 백현과 책을 같이 보게 되는 것은 좋았지만. 사라지는 교과서의 수가 늘어날수록 깨름칙함은 배가 되었다. 애써 안 좋은 마음을 떨처내려 백현을 따라 양치를 하기 위해 사물함을 연 경수는 그대로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언제나 가장 앞에 놓여있던 칫솔과 치약이 사라졌다.
 순간 넋을 놓은 경수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쎄한 기운에 화들짝 놀라며 뒷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경수는 왠지 울 것 같은 기분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검은 파도가 발 끝까지 밀려 와 있었다. 




*




"경수야 무슨 일 있어?"
"네? 아,아니요?"


 경수와 같은 플룻 포지션인 2학년 다은이 걱정스런 얼굴로 경수의 이마를 짚었다. 그도 그럴것이, 경수는 이론수업 내내 동그란 눈망울을 빛내던 다른 날과는 확연히 다른 침체된 기운으로 수업에 임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얼굴에 가득 들어찬 검은 안개는 쉽사리 거두어지지 않았다.


"아니기는. 너 이론수업 끝나고 플룻도 안가져 온 거 알아?"
"아…. 죄송해요."
"사과하라고 한 말 아니야. 무슨 일 있으면 누나한테 말 하라구."


 감사해요. 멋쩍은 웃음이 걸리는 귀여운 얼굴에 다은이 저희 집의 늦둥이 동생을 떠올리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경수 네가 참 마음에 들어. 열심히 하니까. 네가 오기전에 있던 녀석이랑은 천차만별이야. 그치, 예은아?"
"뭐가?"
"이재훈 말이야."
"걔 말도 꺼내지마. 진짜 관악부의 수치야."


 앞에 앉아 바이올린을 조율하던 예은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가만히 앉아 듣고있던 경수가 얼굴에 물음표를 가득 띄우자 다은이 불쾌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경수가 오기 전 까지 총 두 석이었던 플룻 포지션 중 한 자리는 꽤 오랫동안 공석이었다. 늘 지원자로 넘쳐나는 관악부에 생긴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그것은 모두 전 관악부원인 재훈 때문이었다.
 학기 초에 대대적으로 치뤄진 관악부 오디션에서 재훈은 어릴적부터 잡아 온 플룻실력을 인정받으며 발탁 되었다. 하지만, 면접장에서 외치던 그의 굳은 다짐과는 판이하게, 재훈은 관악부에 들어온 후 연습에 제대로 나온 적이 손에 꼽았다. 이론수업도 참여하지 않았으며 밖에서는 관악부원들과 지휘자의 험담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제학은 고심끝에 재훈을 관악부에서 퇴출시켰다. 관악부원들은 재훈을 수십년 전통을 가진 관악부의 명성에 금을 그은 재훈에 반색을 했다. 이들이 반감을 가진 것은 재훈이 퇴출을 당한 이후의 소행이었다. 퇴출을 당한 후 자신의 부재로 플룻에 지원하는 아이들을 귀신같이 찾아내어 온갖 치졸한 술수로 막은 그는,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걔 요즘은 잠잠하다니? 경수 해코지 당하는 거 아냐?"
"걱정 마요,누나. 이 엉아 옆에만 붙어있어 경수야."


 종대가 바이올린을 켜다 말고 풀이죽은 경수를 다독였지만 경수의 굳은 표정은 풀릴줄을 몰랐다. 경수는 시선을 떨구었다.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들의 배후자를.


"누나, 플룻 가져 올게요."


 복잡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경수는 힘없는 걸음으로 캐비넷으로 향했다. 뒤에서 들리는 예은과 다은의 미안한 목소리가 더욱 마음을 무겁게 했다. 나의 존재가 혹시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이 과분한 자리가 나에게는 욕심이었던 것일까. 경수는 자신의 케비넷 위에 정갈하게 붙어있는 이름 석자를 검지로 쓸었다. 

 메두사를 마주치고 돌이 되어버린 신화 속의 누군가처럼, 느릿하게 케비넷을 연 경수는 그대로 호흡을 멈추고 온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가슴 언저리가 뻐근하다. 떨리는 작은 손이 비틀린채 놓여있는 플룻 케이스의 위로 향했다. 세련된 서울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기죽지 말라고 부모님이 손에 쥐어주신 갈색 가죽케이스에는 잔뜩 칼집이 나 있었다. 경수는 밭은 숨을 내뱉으며 얼마나 휘갈긴건지 못쓰게 된 케이스를 급하게 열어젖혔다. 불행 중 다행으로, 플룻은 무사했다. 하지만 경수는 알 수 있었다. 발 끝을 적시던 파도가 점차 거세져 끝에는 자신을 잠식시킬 것 이라는 것을.  


"도갱!"


 뒤에서 들리는 찬열의 목소리에 경수는 서둘러 닫아버린 케이스를 품에 안았다. 천천히 몸을 돌려 여전히 불안정한 시선이 위태롭게 저를 올려다보자 찬열은 이상함을 감지하고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찬열이 한 발자국 다가섰지만 경수는 그대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플룻 케이스를 조금 더 꼭 끌어 안으며 시선을 떨어트렸다. 초조한 듯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시선이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는 백현과 마주쳤다. 이제는 익숙해진 건조한 눈매가 매섭게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 크게 일렁이는 눈을 바라보던 백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수는 몸을 틀어 문 쪽으로 내달렸다. 걱정스러운 찬열의 목소리와, 제 쪽으로 다가오는 백현의 느린 발걸음, 여러 악기들이 섞여 빚어내는 조잡한 음들을 피해서. 놀란 얼굴로 경수를 따라 뛰쳐나갈 태새를 취하는 찬열을 백현이 잡아세웠다.


"놔 둬."


 잔뜩 가라앉은 시선의 백현이 경수가 사라진 뒷 문을 응시했다. 채 닫히지도 못하고 삐걱이며 구슬픈 소리를 문이 꼭, 방금 전 경수의 눈과 닮아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도경수. 파도가 점차 거세지고 있었다.




 
 
 
 
 
 
 
 
 
 
 
 
 
 
 
 
 
 
 
 
_
새벽에 급습!!
엄마의 마음으로 경수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봐주세요ㅎㅎ
이번화는 조금 늦게나왔네요ㅠㅠㅠ흑ㅠㅠ3화는 조금 더 빨리 내보낼수있도록!!!
 
댓글달아주시고 힘주시는 분들...너무감사드려요ㅠㅠㅠ
부족한 글인데 이렇게 애정해주시니 정말 몸둘바를ㅠㅠ♡
 
이번화에 첨부된 BGM은 Jay Sean-I'm gone 입니다~
저는 3화를 조금 더 쓰다 자야겠네요ㅎㅎ
다시 한 번 독자분들 사랑해요 이뻐죽겠어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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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신알신 보자마자 바로 달려왔습니다! 이번편에서 백현일 향한 경수의 마음이 살며시 드러났네요 아직까진 서로에게 좋은 친구로서의 호감이지만 점점 발전 될 감정들이 기대가 되네요!! 그와 더불어 경수를 해코지하는 인물이 등장했는데 경수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그리고 그 극복하는 과정 속에 백현이가 어떤 작용을 할지 기대되네여!!!ㅎㅎ 지난번부터 muse란 작품이 매우 낯이 익어 뭐일까..?했는데 예전에 블로그에 쓰셨던 작품을 제가 몰래..ㅎ 즐겨찾기를 해놓았던 글이였더라구요!!!그땐 비록 댓글을 달진않았지만 예전부터 글 잘읽어왔습니다ㅎㅎ다음편도 기대할게요~잘읽고갑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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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빨리 좋아쟜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백현이가 경수를 은근 챙기는게 느껴지네여ㅠㅠㅠㅠ빨리 극복하고 다잘됬으면....작가님 오늘도 글 잘보고가요ㅠㅠㅠㅠ하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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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진짜 다올님 글너무잘쓰시는 것 같아요ㅠㅠㅠ 흑흫ㅎ흫흑ㅠㅠㅠ 완전취향저격에 제대로 하시고...문체도너무좋고...ㅇ>-<
다음편이시급합니다!!!잘보고가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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