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with. 권정열 of 10cm) - 미쳤나봐
"손 안빼요?"
"왜 빼. 이젠 티내고 다녀야지"
"....아직 결혼한거 아닌데..."
"...자꾸 그럴래? 안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
"뭐야, 왜 대답 안해"
".......해야하나?"
"당연히 해야지. 자길 누가 데려가요. 말도 안듣고, 눈치도 없고. 술버릇도 나쁘고"
".....치"
"....진짜 뭐가 예쁘다고...내가 봉사 좀 하잖아요. 선행이지, 선행"
못됐어, 진짜. 내가 째려보니까 "자기야, 나는 너무 착하게 사는것 같애" 하면서 더 깐족대더라. 못살아... 내가 결혼하겠다고 말한것도, 손에 반지가 바뀐지도 몇주가 지났어
서로 부모님한테 인사드리고, 허락도 받고. 좀 일찍 결혼한 친구들이나 이야기 들어보면 준비하면서 싸우기도 하고, 집안끼리 안맞기도 한다던데 우리는 전혀.
상견례 날짜도 잡고, 부장님이랑 나는 회사다니면서 그냥 평범하게 지내고 있어. 결혼 준비는 천천히 하면서.
솔직히 부장님이 급한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한데, 오히려 나보다 더 꼼꼼해서. 빨리 준비할수가 없다ㅋㅋㅋㅋㅋㅋ
아, 그 날. 내가 결혼하겠다고 한 날. 부장님 회사에서 되게 이상한사람됐어ㅋㅋㅋㅋㅋㅋ
그 날 회사가서 하루종일 싱글벙글 표정관리도 못하고 보고서를 발로쓰던 손으로 쓰던 괜찮아요, 와, 잘했네요. 이런말만 하니까 사람들이 다들 부장이 미쳤다고 그러더라
갑자기 사람이 착해졌다고ㅋㅋㅋㅋ죽을때 다된거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빼요?"
"왜, 좀 잡고 있자. 화났어?"
"....여기 회사예요"
"그러던가, 말던가"
"부장님"
"왜 그럽니까, 오사원"
"빼요, 빨리"
"싫습니다"
회사 출근하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계속 나는 손 빼고. 그러면 부장님은 다시 잡고. 티격태격하다가 결국엔 잡고 내렸어
못이기는척 같이 들어가니까 역시나 수정이랑 경리선배가 제일 먼저 반응하더라. 아, 이제 우리 사귀는거 다 알아ㅋㅋㅋㅋㅋㅋ
내가 사실 결혼식 할때 회사 사람들한테 청접장 돌리고 하면서 말하려고 했는데, 얼마나 눈치를 주던지
그래도 내가 맨날 안된다고 어차피 나중에 다 알게될건데 벌써부터 다른사람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거 싫다고 했는데, 그냥 대놓고 부서에서 실수인척 "자기야" 하더라
당연히 사람들이 다 나한테 "부장님이랑 그런사이야?" 이러는데... 나는 당황스러운데 부장님은 웃으면서 "오사원. 자기야 왜 대답안해요" 하셨어
사람들은 부장님이 나 그렇게 부르는거에 놀라고, 웃는모습에 한번 더 놀라고. 나는 그냥 어색하게 웃었지, 뭐.
"얼레리 꼴레리, 둘이서 손잡는 것좀 보래요. 선배, 봤어요?"
"저게 안보이면 사람이니. 내가 괜히 도와줬나"
"아, 그래 나 궁금한거 있었어요. 경리선배, 둘이서 뭘 짜고..뭘 한거예요. 대체"
"아, 그거? 징어야 그거 있지.."
"경리씨. 일 없습니까"
"...네, 네. 일하러 갑니다. 가요"
"...궁금한데"
"...오사원도 가서 일해요"
"...아직 오사원 아니야. 말해줄때까지 오사원 안할거야"
"...여기 회사야"
"아까는 상관없다더니"
"...나는 못보겠다. 둘이서 사랑싸움을 하던지, 뽀뽀를 하던지, 뭐 더 한걸 하던지. 둘이서 해요. 둘이서"
".........."
".........."
둘이서 또 티격태격대니까 수정이가 인상쓰면서 둘이서 하라며 손 내젓더니 가버리더라. 쟤는, 지도 애인 여기 뻔히 두고 저래
덕분에 부장님이나, 나나 투닥거리는거 멈추고 그제서야 자기 자리로 갔어
오전내내 일하다가 보고서 보내놓고 어차피 점심시간 다 됐길래 이것 저것 결혼 관련한거 찾는데 뒤에서 "티는 자기가 더 내는데?" 하는 목소리 들리더라
"아, 뭐야. 놀랬잖아요"
"너무 집중해서 보길래, 좀 기다렸는데. 그래도 놀라네"
"....다들 나갔네요...."
"응. 우리도 밥 먹으러 가요"
주위 둘러보니까 몇명빼고는 아무도 없더라. 내가 그렇게 집중해서 보고 있었나? 아, 아닌데...ㅋㅋㅋㅋㅋㅋㅋㅋ정수정은 왜 나한테 알려주지도 않았지ㅋㅋㅋㅋ
뻘쭘해져서 웃으니까 "그래서, 뭐 마음에 드는건 찾았어?" 하시는데, 고개만 저었어
부장님도 꼼꼼하고 깐깐한데, 사실 나도 내 마음에 드는거 찾는거 되게 힘들어하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마음에 드는거 보면 그때 그때 사야해...
부장님도 그거 아시니까 자기도 이것저것 따지는거 많으면서 나한테 "그냥 대충해. 어쨌든 나랑 사는건데" 하시더라
"그러니까 더 잘 준비해야죠"
"...좋은 말이야?"
"가구든, 뭐든 오래 쓸거잖아요"
"....뭐 잘못한거 있어? 왜 예쁜말해?"
".....듣기 싫으면 말던가"
좋게 말을 해줘도 왜 저래. 내가 입 삐죽이면서 듣기 싫으면 듣지 말라고하고 먼저 나가니까 금방 따라와서 "좋아서 그러지" 하더니 팔짱끼게 만들더라
둘이서 밥 먹고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 있길래 들어갔어. 내가 반지 다시 커플링 하고 다니니까 그게 또 마음에 안들어서 만지작만지작 거리더라
"이거 말고. 더 예쁜거 있잖아"
"그러니까 이거 하고 다녀야죠"
"왜?"
"결혼식하고 나서 많이 하고 다녀야하니까"
"그냥 하나 더 살까?"
"....돈이 넘쳐나네요"
요즘 왜 더 애같지, 진짜. 칭얼대는거 받아치다가 내가 "...믿고 살겠나..." 하니까 눈 동그래져서 "뭐가, 나?" 하시더라
내가 의심가득한 눈초리로 부장님보면서 핫초코 한모금 마시니까 어이없어 하시면서 "내가 뭐가 그렇게 못미더워요" 하셨어
"....다?"
"다? 진짜?"
"...아기같아요 진짜..."
"...내가?"
"응"
"참 나,...이그, 여기 묻었다. 자기가 더 그런것 같은데"
핫초코위에 생크림 듬뿍 올려달라해서 마시고 있었는데 입가에 묻었나봐. 내가 그 말 듣고 티슈로 닦으려니까 먼저 손가락으로 쓱 닦으시더라
그러다 눈 마주쳤는데 괜히 부끄러워서 먼 산만 보니까 웃으면서 "요새 자기 진짜 귀엽다" 하셨어
그 말에 또 뭐가 귀엽냐면서 그러니까 부장님도 커피 마시시면서 "자기만 모르는 그런게 있어" 하더니 나보고 한번 더 웃더라
"...자기야. 근데 저 알바생 계속 나 보는것 같지 않아요?"
"어?"
"...아닌가...."
"...요즘 너무 자신감 넘친다, 자기야...."
"아니, 잘 봐요. 부장님. 계속 나랑 눈 마주치는데?"
"......진짜?"
"막 혹시, 나보고 전화번호 물어보고 그럼 어떡해요?"
"....설마"
"응? 응? 어떡해, 그럼?"
"........."
부장님이랑 계속 이야기하는데, 아까부터 계속 한 알바생이 나 보는 것 같은거야. 농담반, 진담반으로 부장님한테 얘기하니까 헛웃음 지으시더니 한번 슥 보시더라
그러더니 피곤하다는듯이 말하시는데 그 와중에도 나랑 눈 마주친거야. 근데, 와, 잘생겼더라...
그래서 더 호들갑떨면서 말하니까 갑자기 눈빛 흔들리시더니 표정 점점 굳으셨어
근데 내가 그거보고 더 신나서 번호 물어보고 그러면 어떡하냐니까 에이, 설마 하는데 눈빛 흔들리는거 다 보여ㅋㅋㅋㅋㅋㅋㅋ
"와, 나 번호 한번도 안 따여봤...아니네"
"뭐야, 있어?"
"....한..아니, 두번?"
"......어디서"
"한번은 놀이동산 갔다가, 또 한번은 그냥 길거리 걷다가"
"...언제"
"어릴때요. 고등학생때랑, 대학생때?"
"....그래서, 번호 줬어?"
"아니요. 그땐 뭐가 무서웠는지. 그냥 말도 끝까지 안듣고 도망쳤어요"
"잘했네"
"...그 때 줬어야 하는건데"
"뭐?"
내가 번호 따여본적 있다고 하니까 갑자기 진지해져서 꼬치꼬치 캐묻는데 결론적으로 번호 안줬다니까 표정 조금 펴시면서 잘했다고 하셨어
근데 내가 그 때 줬어야 한다고 하니까 표정 한순간에 일그러지면서 되묻는데, 솔직히 조금 무서웠어...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내가 애써 부장님 표정 안보면서 "그래야, 내가 억울하게 남자 한번 만나고 시집은 안가는데" 하니까 무표정으로 나 보시더라
"...왜, 왜요...화났어요? 그냥 장난으로..."
"나도 미안하게 생각해요"
"...네?"
"얼마나 억울하겠어. 남자 한번 만나고 시집가고. 게다가 그 남자는 나이도 많고"
".....아니, 아니에요"
"그래도, 그런말은 하지마요. 장난이라도 조금 서운해져"
"....응..미안해요"
"자기가 미안할건 아니고...그냥 내가 질투가 많아서 그래"
"....안 할게요..."
".....아 진짜 자기 어떡하지"
"......."
"...내 표정 하나하나에 그렇게 반응하면 어떡해"
"...네?"
부장님이 되게 진지하게 말하시길래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어서 말 듣는데 갑자기 웃음터지셔서 나 보고 막 웃는거야. 뭐, 뭐야...
내가 영문도 모르고 부장님 보니까 사실 표정 굳은건 저기 알바생이랑 부장님이랑 눈 마주쳐서 였는데, 나보고 괜히 혼내고 싶었다면서....변태야?
내가 짜증나서 발목 약하게 걷어차니까 "아! 자기 제발 때리지만 말고, 좀" 하고 발목 감싸시면서 내 눈치보더라
내가 변태냐면서 소리지르니까 놀래서 돌아보더니 사람들 다 본다고 막 미안하다고 하고 나는 씩씩대고 있는데 옆에서 "징어 누나 맞지?" 하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네?"
"...오징어 누나 맞죠?"
"...누구...누구세요?"
"...누나"
"..네?"
"나 몰라요? 되게 오랜만이다"
언제 온건지 아까 나랑 계속 눈 마주치던 알바생이 되게 반갑다는듯이 나한테 와서 말하는데, 도무지 누군지 모르겠더라
부장님은 갑자기 말 없어지셔서 표정없이 지켜보고 계시고. 내가 기억안나서 "...미안해요, 나 진짜 기억 안나는데..." 하면서 어색하게 웃으니까 "와, 진짜 서운하다" 하는거야
"누나. 나 홍빈이잖아"
"..홍빈? 아! 진짜 이홍빈이야? 니가? 와, 왜이렇게 많이 컸어? 와...."
"누나도 많이 변했는데 뭐. 아까부터 계속 맞는건지, 아닌건지 보고 있었어"
"야, 그럼 미리 말을 걸지"
"앞에 남자분 계시잖아. 예의 아닌것 같아서"
"와, 진짜 오랜만이다. 여기서 알바해?"
"...아니, 나 여기 주인인데"
"어?"
예전에 세훈이 태어나기전부터 친동생같이 아끼고 같이 다니던 동생이 있었는데, 내가 이사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 끊겼었거든
근데 여기서 이렇게 볼줄은 몰랐네. 당연히 알바생인줄 알고 알바하냐고 물었더니 주인이래. 와, 아무튼 반가워서 막 대화 나누다가 그제서야 부장님 생각난거야
급하게 소개시켜주니까 부장님 매너는 지키시는데 되게 마음에 안들어하는 티 팍팍 내시더라
"그럼 나 여기 오면 이제 공짜야?"
"누나, 공과 사는 구분하자"
"....야, 너는 오랜만에 봤는데. 말이라도 그렇게 해준다 해주지"
"에이, 누나. 그래도 당연히 공짜지"
"아, 뭐야 이홍빈"
"....자기야, 이제 회사 들어가야되는데"
"아, 점심시간 끝났다. 홍빈아, 다음에 들릴게"
"응. 잘가"
한창 홍빈이랑 떠들다가 부장님이 조용히 점심시간 끝나간다고 말하길래 정신차리고 부장님이랑 카페 나왔어
내가 부장님한테 팔짱끼고 "홍빈이 귀엽지 않아요?" 하니까 내 팔짱 빼내면서 "뭐가 귀여워" 하시더라. 딱봐도 삐쳤구만. 싶어서 다시 팔짱끼니까 스윽 빼시더라
"...부장님, 요즘엔 연하가 대세라던데"
"...그래서"
"그냥... 홍빈이도 보니까 되게 매력있는것 같고. 왜 좋아라 하는지 알것 같아서"
"........."
"왜, 마음에 안들어요?"
삐친거 귀엽기도 하고, 더 놀리고 싶어서 은근히 속 긁는말 골라서 하니까 입 툭 튀어나오고 나 한번 보더니 먼저 걸어가더라
빨리 걸어서 따라잡기도 힘든데 총총총 걸어가서 옆에서 "누나. 하는거 되게 좋다. 남자들이 오빠 좋아하는거랑 마찬가진가?" 하면서 더 그러니까 갑자기 우뚝 멈춰서는거야
그러더니 작게 "....연상도 매력있거든요..." 하는데 예상도 못한말에, 부장님 울상인 표정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라고요? 작아서 안들리는데?"
"....아, 안해"
"뭘 안해요?"
"...몰라"
오구오구. 삐쳤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웃으면서 왜, 말해봐요. 하면서 엉덩이 토닥이니까 기겁하면서 도망가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표정은 좀 풀려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손 잡아주면서 "그래도 난, 연상이 더 좋네" 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니까 웃음 새어나오는걸 주체를 못해, 왜ㅋㅋㅋ
어휴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연하야, 연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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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왔어요!! 오늘은 안어울리게 BGM이라는 것을 깔아보았습니다 (뚜둔)ㅋㅋㅋㅋㅋㅋㅋ 댓글 예쁜말들 참 많던데, 너무너무 너어어어무무우우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도 감사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번편 댓글들보고 결혼 되게 기다리셨다는걸...느꼈는데......오늘은 결혼썰이 아닌...그런...나쁜작가.....나그네쥐같은.... 몸조심하시고, 설...에는 올수 있을지 그때 되야 알것 같네요! :)
암호닉 확인은 꼭꼭 해주세요.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습니다! (대신 [ ]요거 안에 넣어주시면 작가가 빨리 찾아요. 눈이 살짝 안좋은 작가에게 선행을...ㅠㅠㅠ) 오타나 표현 지적은 거침없이 박력넘치게 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