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넌 나의 트리거 06:처음으로 이름을 부르기까지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6/15/23/9ea8a857625b835a020379289ad51b92.gif)
[넌 나의 트리거 06: 처음으로 이름을 부르기까지]
W.살찐물만두
축구 경기를 보고 난 뒤집으로 돌아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털썩 누워 하염없이 천장만 쳐다보았다. 왜 이런 기분일까 왜 이리 아쉽다고 생각하게 될까,
무엇이 날 이리 만들어놓는지 이미 답은 알고 있지만 굳이 그 아이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다.
어느새 잠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방 안은 이미 깜깜해져있고 살짝 열어둔 창문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얼마쯤 잔 걸까 으슬거리는 몸을 쓰다듬으며 창문을 닫으니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문자 메시지는 총 3개로 한 사람은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과 한 사람은 날 헤집어놓는 사람이다. 그러나 나의 손은 먼저 온 문자 메시지로 향하지 않았다. 내가 가장 익숙하고 낯이 익은 이름에게 가 아닌 나를 헤집어놓는 이에게 먼저 눌러진다. 미안하다, 지민아 너 문자는 나중에 볼게.
‘오늘 축구 경기 보러 왔더라. 솔직히 안 올 줄 알았어’
여전히 딱딱해 보일 수 있으나 다정함이 묻어나는 정국이의 문자 메시지 말투는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사실 오늘 널 보러 간 이유가 더 커.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난 용기가 없다.
-‘응 지민이가 꼭 오래서, 너 진짜 잘 하던데?’
‘아냐 오늘 지민이가 다 해 먹었지. 사실 오늘 너 안 오면 어쩌나 싶었어’
‘경기하기 전 계속 너만 찾았거든’
이건 또 무슨 소리인 걸까, 지금 정국이가 나만 찾았다는 걸 내가 그 문장 그대로 이해한 게 맞을까 싶어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았다. 연속으로 두 개가 온 문자는 나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 건지, 듣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다. 전정국이란 아이는 원래 이런 아이일까? 남에게 알쏭달쏭 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단어를 골라 말하는 게 그 아이의 특기 일지도 모른다.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해 아니, 여기서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정국이가 이끌어 나가는 대화 주제를 바꿔보려는 티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
-‘ㅋㅋ오늘 끝나고 밥 맛있게 먹었어?’
이 정도면 완벽하다. 아주 자연스럽게 웃는 문장으로 이어져 다음 질문을 이끄는 방식.
이러면 정국이는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할 것이고 부드럽게 대화 주제는 바뀌게 될 것이다. 그래야 했을 것인데,
‘오늘 경기 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힘 났어’
‘밥 고기 먹었는데 너랑 같이 먹었으면 더 좋았었을 것 같아’
예상치 못한 질문의 대답과 다른 말들을 얻게 됐다. 분명 내가 의도한 상황은 부드럽게 대화 주제 내용이 바뀌면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전정국이란 아이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솔직하다고 하면 좋을까? 표현을 강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다. 고작 내가 경기장을 간 것만으로 정국이에게 무슨 힘이 됐다는 걸까? 오히려 나 자신은 내가 정국이를 보고 싶어서 간 것뿐이고 내가 고맙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결과적으론 정국이가 나에게 고마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괜찮은 답장을 썼다 지웠다를 계속 반복해가며 겨우 괜찮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답장을 보냈을 땐 나의 기운은 다 빠져있었다.
-‘나중에 같이 가지 뭐, 얼른 자 피곤하겠다’
겨우 이게 수십 번, 수백 번 고민해서 쓴 답장이라고 보이진 않겠지만 나에겐 저 답장을 생각하고 쓰기까지의 시간은 무척이나 길고 험난했다.
그런 나의 수고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국이의 답장 메시지는 정말 발빠르게 왔다.
‘알았어 월요일 문자 잊지 말고 학교에서 보자’
내가 수십 번, 수백 번 고민한 게 문자에서 느껴졌는지 마무리를 뜻하는 문자 메시지 내용이었다. 물론 그전에 내가 끝을 내려는 티를 냈지만 바로 응해줄 줄은 몰랐는데.
-‘응 잘 자’
‘너도 잘 자’
억지로 끌어올린 듯한 대화의 마지막 말. 내가 먼저 티를 냈지만 그래도 막상 이렇게 끝내니 조금 아쉽다 더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았으련만 그러기엔 내 조그마한 심장이 버틸만한 능력이 없었다. 어째서 나 같은 이에게 이렇게 착하게 대해주는 걸까? 정국이는 내가 고민하고 있는 걸 알고 있을까? 어쩌면 알고 이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득문득 훅 찾아들어오는 정국이기에, 나는 당황스러우면서도 계속 그러길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을 지내고 있었다.
알 수 없다. 그냥, 모든 게 알 수 없지만 재미없고 반복적인 일상보단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나 혼자서 생각하기엔 무리이다 싶어 누군가에게 상담을 요청하기로 결론을 내렸으나 마땅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8년째 짝사랑 친구와 양다리였던 친구 두 명에겐 나중에 어떻게 놀림감이 될지 모르므로 아직까진 말하고 싶진 않았다. 사실 저번 아이스크림 먹고 있을 때 말할 뻔하였으나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지민이로 인해 하지 않았던 게 떠오른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누가 있을까. 말했을 때 입도 무거우면서 조언도 해줄 수 있을만한 인물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인물들을 총집합해 생각해본 결과 나에게 딱 들어맞는 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라면 나에게 어떤 도움이라도 줄 것 같다.
*
![[방탄소년단/전정국] 넌 나의 트리거 06:처음으로 이름을 부르기까지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10/30/22/6831c78856f7a24e70f3dac6c00921aa.gif)
-선배!
"어? 오랜만이다 최탄소"
-선배가 너무 바빠서 자주 못 본 거예요. 오늘 점심시간 때 시간 돼요?
"응 되는데. 왜? 뭐 할 말 있어?"
-선배 진짜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제 고민 좀 들어주세요 진짜 선배밖에 없어요
".. 알았어 엄청 심각한 고민인가 보네. 점심시간 때 내가 너 반으로 내려갈게"
-선배 진짜 고마워요 매점은 제가 쏠게요!
나와 방금 대화를 끝낸 사람은 우리 동아리 3학년이자 스위트하기로 소문난 남준 선배이다.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고 매너도 좋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가 많은 선배로 2학년에 정국이 같은 존재가 3학년에선 남준 선배와 비슷하다. 물론 남준 선배도 정말 매력이 넘치고 멋있는 사람이지만 내가 볼 땐 그냥 가지고 있는 물건 부수고 잘 잃어버리고 요리 못하는 선배로만 보일 뿐이다.
원래는 남준 선배와는 일면식조차 없었지만 동아리 시간 때 남준 선배가 부수고 다니는 물건들을 내가 고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레 남준 선배는 물건을 부실 때마다 나에게로 가져와 고쳐주는 걸 반복했기에 안 친해지려야 안 친해질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남준 선배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조언도 잘해주는 점이 있어 누구나 남준 선배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건 당연하다. 이럴 땐 내가 남준 선배랑 알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생각했다. 얼른 점심시간이 돼서 시원하게 털어놓고 똑 부러지는 듯한 조언을 듣고 싶다.
남준 선배라면 나에게 맞는,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쉽게 말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
"저기 미안하지만 탄소 좀 불러줄 수 있을까?"
"아 네. 야, 최탄소 얼른 나가봐"
"고마워"
4교시를 끝마치는 종이 울린 지 몇 분 채 되지 않았을 때 반 아이들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시끌벅적하게 교실에서 한참 떠들어 대고 있을 때 나도 슬슬 책상 정리를 마친 뒤 나가볼까, 하고 생각할 찰나, 역시나. 남준 선배가 먼저 내 반으로 찾아와 나를 기다렸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말 남준 선배도 매너와 배려가 몸에 깃든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정국이도 그런 아이인데 하면서 자연스럽게 남준 선배와 겹쳐 생각하고 있었다.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도 정국이를 부여하는 일이 이젠 내 일상에 되어버려 혼자 너무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교실 밖으로 나갔다.
-선배 죄송해ㅇ..
".. 네가 무슨 고민을 갖고 있는 건지 알 것 같아"
-네?
"사랑 고민 아냐?"
교실 밖으로 나가 남준 선배에게 다가가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을 때 남준 선배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마치 꿰뚫어보는 듯한 나에게 물어왔다.
뭐라고 답하면 좋을까, 네 맞아요? 내가 지금 남준 선배에게 말하려고 하는 게 사랑 고민인 걸까?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몰라 어찌어찌하고 있을 때 남준 선배는 그 달콤한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조용한 곳으로 가자"
*
학교 뒤편으로 가면 조용한 벤치가 나오는데 이곳은 특이하게 학생들이 많이 오지 않는다. 그러나, 1학년 한때 나는 이곳을 정말 좋아했다. 숲으로 인해 살짝 어두운 느낌이 들면서도 상쾌하고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면 편안해지는 그곳. 그곳은 나만 알고 있는 아지트와 같았는데 오랜만에 다시 이곳을 찾아왔다.
"여기 네가 좋아하는 곳이잖아"
-선배도 여기 자주 와요?
남준 선배와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나는 오랜만에 이곳에 온 터라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온 마냥 이리저리 둘러보며 달라진 게 있나 찾아보았을 때 남준 선배가 또 한번 물어왔다. 내가 예전에 남준 선배에게 이곳을 좋아한다고 말했던가?
"아니, 그래도 네가 여기 좋아하는 건 알고 있어"
-오, 선배 저 조금 감동받았어요
예전부터 내가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 무서워하는 것 등등 자세히 알고 나를 항상 배려해줬던 남준 선배였다.
꽤 오랫동안 못 본 것 같은데도 남준 선배는 여전히 변함없다. 이러니 이성이건 동성이건 끌릴 수밖에.
-그보다 선배 저 진짜 진지한 고민이 있어요
"맞아 그거 들으러 왔었지, 말해봐 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내가 고민을 털어놓고자 하는 고민에 대해 예고장을 남준 선배에게 건넸다.
남준 선배도 내가 무척이나 진지한 고민이라는 것을 느꼈는지 남준 선배도 눈빛이 바뀌더니 고민을 들어줄 자세를 취했다.
-선배.. 있잖아요 어떤 사람이 사소한 거에도 겹쳐 보이고 생각나고 궁금하게 해요. 또 그 사람과 주고받은 대화를 계속해서 되짚어보고 그러다 막 심장이 진짜 빨리 뛰고 눈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기도 하고요
-... 그리고 그 사람 웃는 얼굴 보고만 있어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너무 예뻐서 계속 보게 되고 보고 싶어요
“... 가끔 넌 너무 자각을 못할 때가 많아. 변함없는 건 여전하네”
-아, 선배 또 있어요. 그 사람이 진짜 절 막 쥐어잡고 흔들기도 하고 다정하게 해주기도 하고 갑자기 훅 들어와서 헤집어 놓기도 하는데 전 이게 이상하게 싫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색다로운 것 같아요.
“걔도 너 좋아하는 거 아냐?”
‘좋아한다’라는 단어의 말이 남준 선배에게서 나오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진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그 아이가 날 좋아한다고? 정국이를 안 뒤로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대답이었기에 어안이 벙벙했다.
“걔는 몰라도 확실하게 내 입으로 말해 줄 수 있는 건, 넌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같은데”
-아, 아니 선배 장난이죠? 저 진짜 진지하다니까요
“나도 진지해. 너 걔 좋아하는 거 맞아 계속 생각나고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은 거면 그게 뭐겠어. 좋아한다는 감정이지”
“이제 스스로 너의 감정을 알아채야지. 이 바보야”
남준 선배에게 다 털어놓으면 무언가 시원하게 해결될 줄 알았다. 뻥하고 뚫려버린 것처럼 훤히 내 마음을 파악해 대답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준 선배에게 들은 대답은 날 더 혼란에 빠트리면서도 한편으로 속 시원하다는 두 가지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내가 정국이를 좋아하고 있었던 거구나 싶었다. 내 스스로가 너무 의심이 들어 못 미더웠다. 나 같은 애가, 정국이 같이 주위에서 사랑받고 자란 애를 좋아해도 되는지 확신도, 용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날 혼란에 빠지게 한건 정국이도 날 좋아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무리 이 말은 남준 선배라도 믿어선 안될 것 같은 조언인 것 같아 잠시 고이 접어 내 맘속에 한구석 자리를 내어줬다.
-선배, 고마워요. 역시 선배한테 말하면 해결될 것 같았는데 절반 정도 해결된 것 같아요
“절반이라도 해결됐다니 다행이네. 그러면 너한테 절반 해결 준 값 얻어먹어볼까나”
남준 선배는 그렇게 말한 뒤 달콤하고 보조개가 예쁘게 피어있는 웃음을 내게 지어 보였다. 큰일 났다, 나 돈은 있을까?
-좋아요 선배 제가 매점에서 쏠게요. 근데 너무 비싼 건 안돼요 딱 절반값이에요.
애써 태연하고 도도한 척하며 말은 번지르르하게 했으나 돈은 얼마 없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기네 결국 말끝은 멋있지 않게 되어버렸으나 남준 선배는 알겠다는 듯 벤치에서 일어나 매점 쪽으로 몸을 돌려 향했다.
“가자”
*
-‘지금 나오면 시간 맞을 거야’
‘응’
시간이 흘러 어느덧 자연스럽게 아침마다 학교 가기 위해 집을 나서기 전 정국이에게 문자 해주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때쯤이면 이제 슬슬 버스 오는 시간 알게 될 터인데 내가 문자를 보내지 않는 날이면 정국이는 그 시간에 정류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날은 정국이는 지각을 한 모양인듯했었다.
아무래도 시간 타이밍을 잘 못 맞추는 타입인 것 같고 그랬던 이후로 나는 꼬박꼬박 정국이에게 아침 등교 알림 문자를 주고 있었다.
“야 뛰어 우리 늦었어 버스 곧 도착해”
-벌써? 아 진짜
느긋하게 집을 나서 저 멀리 뛰어오는 8년 지기 짝사랑에게 인사를 건네려는 순간, 날 보자마자 뛰라는 소리에 앞뒤 상관없이 정류장까지 뛰었다.
아침마다 가끔 육성하는 기분은 덧없이 힘들고 지치게 만들었다.
뛰어서 정류장 사람들 태우고 있는 버스를 간신히 붙잡아 올라탔다. 숨이 턱 끝까지 막혀와 숨 고르고 있을 때 정국이는 나의 문자에 여유롭게 나왔던 건지 남은 자리 쪽에 앉아있었다. 숨 고르고 있을 때도 정국이를 자연스레 쳐다보니 정국이도 느껴졌는지 눈이 마주친 후 나에게 살며시 웃어 보였다.
언제나 봐도 그 웃음은 나에게 비타민과 같은 존재인 것 같다.
그렇게 오늘도 조그마한 변화도 차츰 일상으로 변해가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
-나 잠시 박지민한테 갔다 올게
"또 뭐 가지러 가?"
-응, 얘 또 안 가져다 놨어
박지민의 가장 문제점은 바로 이것이다. 1학년 때 그 일 이후로 매번 나에게 물어보는 것도 귀찮았지만 이젠 체념에 가까웠다. 그러나, 가끔 빌린 물건을 제때 가져다 놓지 않는 버릇도 아직 고쳐지지 못한 듯 내가 한번 씩 지민이 반으로 가 가지러 가는 일도 자주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다음 시간에 쓸 교과서를 가지러 지민이 반으로 향했다.
하도 와서 익숙해질 법도 하나 여전히 남학생 30명이 모여있는 반 근처에 여학생 한 명이 서성이는 모습은 어색하기만 했다.
"누구 찾고 있어?"
지민이 반 앞에 서서 창문 너머로 지민이를 연신 찾아대고 있을 때 뒤에서 익숙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뒤돌아봤을 때, 그새 키가 좀 더 컸는지 고개를 좀 더 높이 들어 정국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넌 예쁘게 생겼구나
-아 응 혹시 반에 지민이 있을까? 교과서 돌려받으러 왔는데
"지민이 아까 어디 간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무슨 교과서 필요해? 내가 가져올게"
-고마워. 문학 교과서인데 아마 지민이 책상 안에 있을 거야
가끔 시간이 약일 때도 있다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정국이와 눈을 마주치기까지가 가능해졌다. 그래도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발전했다는 기분이 들어 조금 자랑스러워졌다. 어쩌다 정국이에게 지민이 교과서를 가져오게 하는 부탁을 하게 됐지만 한편으로 안심이 됐다. 저 30명 있는 남학생 반으로 들어가 지민이 책상을 뒤적거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도에서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정국이가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복도로 나에게 교과서를 건네주었으나 교과서에 박힌 커다란 이름은 내 이름이 아닌 '전정국'의 이름이었다. 내가 잘 못 본 건가 싶어 몇 번이나 다시 봤지만 이름 석자 그대로 '전정국'이라고 쓰여 있었다.
-저기.. 교과서 잘 못 가져온 것 같은데
"지민이 책상 함부로 뒤지는 건 조금 그래서. 그냥 내 거 빌려줄게 혹시 불편할까..?"
어떤이라도 아무 말 못하게 만드는 정국 이만의 특유 눈빛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혹시 불편하냐고 물어오는데 내가 뭔들 불편하다고 말할까? 솔직히 남의 교과서는 친구, 박지민 것 이외에 사용해본 적이 없어 많이 조심스러울 것 같았지만 그래도 정국이가 애써 가져온 교과서를 다시 돌려보내기엔 미안했고 생각해준 것에 대해 고마워 받아들이기로 헀다.
-아냐 전혀 안 불편해. 내가 깨끗이 써서 가져다줄게 고마워 정국아
"... 아까 마지막에 뭐라고 했어?"
-응? 깨끗이 써서 가져다주겠다고 했는데. 아 혹시 교과서 남의 글씨 있는 거 싫어해?
"아니 그거 말고 아까 마지막에 고맙단 말 뒤에"
-.. 고마워 정국아?
"너 처음으로 내 이름 불러줬어"
책을 깨끗이 써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정국이 이름은 말한 듯했나 보다. 그걸 깨닫지 못하고 정국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하기만 했는데 마지막 정국이 말을 듣고 나니 처음으로, 심지어 위화감 없이 이름을 불렀다는 소리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정국이도 나름대로 놀랬던 것일까 아니면 신기했던 걸까 나에게 웃으면서 말해주었다.
"고마워, 교과서 가지러 내가 갈게 늦겠다 얼른 가"
얼굴이 달라올라 덥고 부끄러워 미칠 것만 같은데 더군다나 정국이의 웃음을 보고 있으니 머리가 어질어질하기까지 해 마지막 말을 듣고 대답조차 목에서 나오지 않아 고개만 끄덕이고 황급히 반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반으로 향해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체온이 점점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돌아가는 길은 매우 짧은데도 그 짧은 순간 남준 선배와 나눴던 대화들이 차츰 씩 떠오르면서 결국 '나는 정국이를 좋아한다'에 결론이 도달하기까지. 나는 무슨 정신으로 정국이 이름을 막 불렀던 걸까? 이게 다 박지민을 서슴없이 부르던 습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내가 박지민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그 녀석 덕분에 이렇게 정국이 물건을 빌려보기도 하고 처음으로 정국이 이름을 불러보기까지 했으니까.
반으로 돌아와 수업을 시작한 지 5분가량 지났을 때 교과서를 천천히 펼쳐서 살펴보았다. 여기저기 수업을 열심히 들은 흔적들이 보였다.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부분들을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것도 보였고 글씨는 마냥 정갈하다고 볼 순 없었지만 나름 반듯하게 쓰려는 노력이 엿보이기까지 했다. 중간중간 수업 중 졸았던 걸까 글씨를 적다가 도중에 끊긴 것도 보이고 문자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글씨도 보였다. 이렇게 열심히 정국이의 문학 교과서를 보고 있자니 귀엽다는 생각도 들고 그 아이에 대해 한 발짝 다가간 느낌도 들었다.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을 땐 어떤 모습일까, 졸고 있는 모습은 얼마나 귀여울까 혼자 생각하고 있으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런 모습 한번 보고 싶다.
평상시 그렇게 느리게 가던 수업은 눈 깜짝할 새에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제 교과서를 가져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지막에 포스트잇 한 장과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사탕 한 개를 꺼냈다. 포스트잇에는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신중하고 조심스럽고 반듯한 글씨로 적어 사탕과 함께 교과서 앞 장에 붙여두었다. 또한 내가 혹시나 보면서 잘못한 게 있을까 싶어 다시 한번 꼼꼼히 살피고 포스트잇도 한번 더 확인하였다.
-'책 빌려줘서 고마워. 사탕 맛있게 먹어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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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들 또 이렇게 6번째 이야기로 찾아오게됐습니다.
최대한 빨리 온다고 그렇게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5일이나 지났네요. 시간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또 한번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넌 나의 트리거 06:처음으로 이름을 부르기까지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10/30/22/ff39d9104c67ff31aaf5fe091e49f58c.jpg)
제가 5번째 이야기를 올렸을 때 이런 쪽지를 받았습니다! 물론 제가 확인했을 땐 아침이였으므로 초록글에 오른 상태는 못봤지만 그래도
초록글에 몇초동안 혹은, 몇분동안 올랐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드려요. 정말 부족하고 답답하고 그런 글일 뿐일텐데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또, 여러분 모두 콘서트 티켓팅 하셨나요? 전 오늘 멜론뮤직어워드 티켓팅을 했으나 역시 제가 앉을 포도는 없더군요! 모두 남의 포도였어요..
얌전히 독자분들을 위해 글을 쓰고 알바 열심히 가려고 합니다. 콘서트,혹은 멜뮤 등등 가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부디 제 몫까지 즐기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또 한번 7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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