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넌 나의 트리거 09:나의 진심은 깊은 땅 속으로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7/18/0/a4b183d820bd7d4da3846be01359ca5c.gif)
[넌 나의 트리거 09:나의 진심은 깊은 땅 속으로]
W. 살찐물만두
울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받아들여야만 한다.
준비라고 말할 것조차 아무것도 없는 나였지만 갑작스레 정국 이에게서 멀어져야 한다는 건 좀처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도, 한시 빨리 내가 멀어져야 그녀의 자리로 채워진다. 나는 서둘러야 했다.
날씨가 상당히 추워졌다. 따뜻했던 바람도 이젠 뺨이 시릴 정도의 차갑게 변해버렸다. 학교에 가기 위해 문을 나서는 찰나,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휴대전화기를 꺼내 들어 정국이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 전송 버튼 누르기 전 내가 아침마다 복남이라고 저장되어있는 정국이에게 문자를 보낸 내용이 많이 쌓여있었다.
항상 정국이에게 문자를 꼬박꼬박 보냈던 나였지만 이미 문자는 지워졌고 오늘 부로는 그것마저도 하지 않기로 한다.
"최탄소 너 눈 왜 그래?"
-..라면 먹고 자서 그래
"무슨 라면을 먹었길래 눈이 그러냐, 알려주라고 그것만은 안 먹게"
-시끄러워, 잘란다
나를 제외한 채 우리 반은 여전히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내 8년 지기 친구도,또 다른 친구도 모두 같은 생활을 반복한다. 나 혼자 달라졌고 적응 못 하는 것처럼 보인다.
심하게 울어버린 탓에 나의 눈은 누가 봐도 울어서 퉁퉁 부었다고 생각될 정도였지만 8년 지기 친구는 애써 나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이런 점은 참 좋았지만 뒷말은 여전히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더는 말하기도 귀찮아 잠자려고 책상에 엎어지며 억지로 잠에 빠져들려고 애쓴다.
*
"..탄소야, 일어나봐 최탄소"
겨우 잠들었다 싶었는데 금방 또 깨우는 탓에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방해받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고 싶다.
지금 당장 그럴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깨운 사람은 누구일까 싶어 쳐다보았을 때 내 짝꿍이자 내가 도와주기로 한 그녀였다.
-...왜?
힘겹게 갈라진 틈을 뚫고 뚫어서 나온 목소리는 형편없기 그지없었다.
"그때 내가 말했던 거 있잖아 많이 늦긴 했는데 오늘 걔한테 고맙다고 말하면서 이거 건네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괜찮을 것 같아?"
작은 손으로 들고 있는 것은 아기자기하게 생긴 쿠키가 들어있는 과자 봉투였다.
알록달록하게 여러 색깔이 장식되어 있었으며 정국이과 닮은 토끼 모양의 쿠키도 있었고 굉장히 맛도 있어 보이게 생긴 그런 과자였다.
-응 괜찮을 것 같은데, 네가 직접 만든 거야?
"..응 고맙다고 말만 하기에는 조금 그렇기도 하고 그래서 재료 사서 직접 만들어봤는데 혹시나, 과자 같은 거 안 좋아하면 어쩌나 싶어서 혹시 정국이 과자 안 좋아해?"
-아냐 걔 과자 엄청나게 좋아해 받으면 아마 좋다고 할 것 같다
"진짜? 다행이다 이거 주러 갈 때 같이 가주면 안 될까? 나 너무 떨릴 것 같아"
-...그래
그녀가 직접 만든 과자를 먹게 되는 정국 이를 상상하니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아파진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충분히 생각하고 생각했는데 마음만큼은 내가 제어하기 너무 힘들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한다.
울리지 않았으면 하는 쉬는 시간의 종이 울리고 나는 그녀의 이끌림에 따라 정국이 있는 반으로 향했다. 정국이 있는 반은 여느 다른 반과 다를 것 없이 시끌벅적했다.
정국이는 반 친구랑 무슨 얘기를 그렇게 나누는지 꽤 즐거워 보였다. 차라리 나도 남자였다면 너한테 스스럼없이 행동했을 텐데,
“탄소야 나 너무 떨려 어떡하지? 네가 불러와 주면 안될까?”
-알았어. 내가 불러와 줄게 꼭 고맙다고 말하고 그것도 전해줘야해
“응”
-저기, 정국이 좀 불러줄래?
지나가는 남자아이 붙잡아 부탁했다. 남자아이는 친근하게 정국아, 하면서 부르니 그 예쁜 눈이 나를 쳐다보며 의외인듯한 얼굴을 하며 나에게로 다가온다.
“웬일이야? 네가 찾아오는 일 되게 드문 일인데”
-오늘은 특별한 일이 있어서 그보다 저기 서 있는 애한테 가봐
“왜?”
-얼른 가봐 기다리고 있잖아
정국이의 얼굴은 크게 물음표로 가득차 보였으며 영문도 모른 채 모르는 여자아이한테 가보려고 하니 쭈뼛쭈뼛 걸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안 어울리는 것 같아 웃음이 새어나왔다.
멀리서 둘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지만 사뭇 정말 선남선녀이구나 싶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잘 어울렸다. 주위 애들도 둘의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 뚫어지라 쳐다보는 아이는 없지만, 힐끔힐끔 쳐다보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럴만하다.
그녀는 지금 상당히 용기를 짜내고 있는 듯 약간의 홍조가 귀엽고 예쁜 분위기를 한층 더 높여주고 있었다. 저 둘을 감싸고 있는 공기마저도 달콤한 핑크빛으로 물들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나와 정국이가 함께 있었을 땐 어떤 색깔을 띤 공기였을까, 예쁜 핑크빛은 아니더라도 포근한 색이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살짝 과자를 내밀자 조금 당황한 정국이다. 처음에는 거절하는 듯해 보이지만 그래도 어찌 저찌 받은 듯 보이고 그녀가 빠르게 내 곁으로 다가온다.
다가온 그녀는 멍하니 보고 있던 나와 팔짱을 끼며 나를 거의 끌다시피 반으로 향해 걸어갔다.
"야 최탄소 조금 이따 보자"
갑작스러운 이끌림에 어김없이 끌려가는 도중 뒤쪽에서 과자를 손에 꼭 쥔 채 정국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도 정국이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팔짱을 낀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이 알 수 없는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이만큼은, 이런 관계만큼은 주변을 보면서 많이 느꼈기에 내 인생에서만큼은 있게 하지말자가 나의 수많은 다짐 중 하나였는데 결국 무너졌다.
빠르게 걸어온 만큼 금세 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체감상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막상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곧 다음 수업시간이 시작되기에 나는 우물쭈물 그녀와 팔짱을 빼려고 했지만, 그녀는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건지 팔짱을 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러다, 곧 끝나는데 아직 사물함에서 교과서도 가져오지 못한 상태이기에 내 마음만 다급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야.. 곧 끝나는데 왜 그래?
"너 정국이랑 무슨 사이야?"
다급함과 초조함은 배가 되어 결국 그녀에게 팔짱을 낀 팔의 힘을 풀어달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말을 끝내 걸어보았다. 그녀는 깊게 생각하는 걸 중단하고 나의 말에 다시 당겨져 왔으나 내가 원하는 상황과 대답은 전혀 다르게 되어버렸다.
정국이랑 무슨 사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게 뻔한 나였다. 그러나 나와는 반대로 그녀의 얼굴은 매우 진지해 보였고 좀처럼 그녀에게서 볼 수 없는 표정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 것 같다. 대답 따위야 쉽게 할 수 있다. 나와 정국이 사이는 친구 이상과 이하의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왠지 친구사이라고 단언 짓기 싫었다. 그녀의 앞에서만큼은 나와 정국이 사이는 조금 특별한 사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 같은 아이가 그녀와 비교조차도 못하는데 왜 그녀 앞에서만큼은 정국이에 대해선 예민하게 구는 걸까,
내가 포기해야 하고
내가 놓아버려야 하고
나와 정국이와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이라는 틀에 묻어두어야 하기 때문이겠지.
이젠 내 자리가 그녀로 채워져야 하기에 난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아주 잠깐의 시간, 몇 초였을 동안 수많은 감정,느낌이 훑고 지나갔다. 이런 상황을 원치 않았던 나였기에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은 종소리는 나에게는 구원의 존재 같았다.
-우선 수업 먼저 듣자. 내가 조금 있다가 말해줄게
*
짝궁인 나와 그녀의 사이에서 미묘하게 바뀐 분위기를 나만 알아챌 수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수업에 집중하는 그녀와 초반에는 열심히 듣다가 결국 집중을 포기하는 나.
겉으론 티가 나지 않지만 무언가 그녀의 얼굴에는 굉장히 불만이 담겨있어 보였다.
'너 정국이랑 무슨 사이야?'
이 문장 자체가 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회피하듯이 조금 이따가 말해준다고는 했으나 그 자리에서 바로 못 말한 이유는 어떻게 말해주어야 하고 나는 정국이랑은 무슨 사이라고 말을 해야 할지 정의를 내릴 수 없어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었다.
나와 정국 이는 무슨 사이인 걸까, 역시 친구 이상과 그 이하도 아닌 관계인 걸까.
어쩌면 겉으로는 친구이긴 하나 나만 좋아하는 그런 짝사랑 관계라고 정리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나 같은 평범하고 잘난 거 하나 없는 고등학생 여자가
인기 많고 성격 좋고 남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그런 존재를 좋아하는 것쯤은 무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느 만화 속에서나, 영화 속에서나,소설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그런 뻔하고 뻔하디 이야깃거리 그래 나만 좋아하는 거니까.
나만 숨기면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나만 잘 숨기면 돼.
"이제 말해줄 거지?"
수업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들려오는 그녀의 예쁜 목소리였다. 정말 궁금했던 걸까 봐 아까 보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정말로 궁금한걸 두고 싶어하는 아이의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바뀌어있었다.
-정국이랑은 그냥...
"그냥?"
-그냥 딱 친구사이야 아무것도 없어
"진짜야? 근데 친구사이에는 남녀 없다고 하잖아"
-무슨 소리야 나랑 박지민 봐 남녀사이에도 친구는 존재해
"그런가.."
-그런데 갑자기 왜? 아까 올 때 나 부른 것 때문에?
"아니, 아까 갔을 때 정국이가 너 보니까 엄청나게 환하게 웃기도 하고 그때 고맙다고 말하면서 과자 주니까 너랑 같이 나눠 먹겠다고 스치듯이 그렇게 말하더라고"
-..진짜?
"그래서 물어본 거야 탄소 너 진짜 나 도와주는 거 맞지? 탄소 너 정국이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 맞지?"
-응 도와줄게. 친구 말곤 그런 사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고 걱정하지마
"진짜 고마워"
이제서야 모든 궁금증이 다 풀렸다는 듯 그녀는 활짝 웃었다. 이제야 그녀처럼 보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 나를 보며 환하게 웃지도 않은 것 같고 정국이는 그녀에게서 받은 과자를 왜 나랑 나눠 먹으려고 하는 걸까? 도저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지러워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으려고 하면 정국 이는 어디선가 다시 나의 마음의 뿌리를 뽑고 쥐어흔든다.
그러는 나는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다. 방금까지 했던 생각들은 뭐가 되는 걸까, 생각하면 할 수록 알 수 없는 게 전정국의 생각과 행동과 마음이다.
정국이 너는 그녀를 좋아해서 둘이 예쁘게 사귀면 될 텐데.
*
머리는 복잡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마음만큼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 마음을 어찌 설명하면 좋을까, 정리했다고 하면 좋을까?
결국, 답은 하나이자 정해져 있다. 내가 정국이에게 품고 있는 마음은 들켜선 안 되며 나는 그녀가 정국이과 잘 되길 도와주는 것뿐.
내가 해야하는 일은 이것뿐.
"최탄소 요즘 얼굴 보기 진짜 힘들다"
내기에 져서 매점 심부름을 위해 계단을 내려가던 중, 저기 계단에서 올라오고 있는 박지민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박지민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정국이 또한 보였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듯한 지민이의 얼굴이었기에 약간의 모를 그런 반가움이 들었지만 애써 반가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왠지 박지민한테 그런 표정 드러내면 지는 기분이다.
-나 보고 싶었으면 찾아오지 그랬냐
"뭐래, 근데 너 매점 잘 안 가잖아 심부름이야?"
-응 내기에 졌어
"하긴 너 어렸을 때부터 가위바위보 같은 거 하면 맨날 졌잖아"
자연스럽게 아웅다웅하는 나랑 지민이 사이는 변함이 없었다. 오랫동안 보지 않아도 서로서로 편하게 대하는 그런 친구사이였다. 오늘만큼은 지민이와 친구사이인게 조금 고맙다고 생각한다. 애써 지민이 옆에 서 있는 정국이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의 얼굴을 보기라도 하면 겨우 가라앉은 마음이 다시 폭발적으로 일어날까 두려워 필사적으로 눈길 한번조차 주지 않고 지민이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지민이도 무언가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챈 것 같다.
옛날부터 그런 묘한 분위기가 흐를 때마다 빠르게 눈치를 채고 행동했던 지민이였기에 나 같이 티가 많이 나는 아이는 지민이한테 당해내지 못한다.
"그보다 정국이 너 아까 탄소한ㅌ"
-아, 나 얼른 갔다 와야 해 애들한테 한소리 듣겠다 나 먼저 간다
"어? 어 알았어"
지민이는 눈치껏 나와 정국이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해볼 생각이었겠지만 오늘부터는 그래서는 안 됐다.
누가 봐도 일부러 대화를 피하려는 게 보였겠지만 나에게선 최선의 도피방법이었다. 정국이도 나름 당황했는지 안 그래도 큰 눈동자를 더 크게 키워 놀란 듯이 뚫어지라 나를 쳐다볼 뿐이다.
자신 없게 시선을 계단을 향한 채 터벅터벅 빠르게 내려갔다. 정국이과 대화도 해서는 안 된다.
또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킬지 모르고 나 또한 그녀의 그런 불안하고 평소에 볼 수 없는 무서운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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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또 찾아뵙습니다.
한 동안 정말 많이 바빴네요ㅠㅠㅠㅠㅠㅠ 축제준비로 인해 매일 야자때 학교에서 남아서 작업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알바가고
정말이지 쉴 틈 없이 보내던 일상에서 드디어 휴식이 찾아와 이렇게 얼른 들고 달려왔지만 너무 늦어버린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다 여러분들이 다 떠나가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단 한사람이라도 제 글을 쭉 읽어주고 계신다면 전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이제 곧 방학이 시작되니까 그 때는 아마 더욱 더 빠르게 찾아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우리 10번째 열차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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