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수열] Skins 01 | 인스티즈](http://img703.imageshack.us/img703/9631/14017870.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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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아지트인 "은신처" 안, 성규는 한숨을 쉬었다.
만일 저 미친놈을 말리지 못했더라면 분명 무슨 사단이 났을 것이다. 합의금이야 명수의 돈-명수는 돈이 많았다-으로 충당이 된다 쳐도 만일 그새끼와 사고를 친다면-상대 쪽 아버지가 예상외의 거물이었다- 이 학교에서 지랄할 후환이 만만치 않았다. 학교 최고의 인재이자 문제아인 명수의 존재는 흡사 눈엣가시였다. 더불어, 자신들 또한 그랬고 말이다. 게다가 그 파티에서는 대마초가 있었다. 대마초, 대마초! 흡사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될 건 뻔한데 현실적인 성규는 젊은 날의 객기를 즐길 줄 알았고 누구보다 십대의 일탈 행위를 일삼는 사람이었지만 전적으로 그것이 안 들킨다는 전제하에 저지르는 일이었다. 범죄도 기왕이면 완전범죄가 편하다. 물론 패싸움이라면 환영이지만, 마약 복용사실이 들키면 그야말로 망하는 거다.-피는 것 자체는 그렇다 쳐도 사는 걸 걸리면 인생이 말 그대로 쫑이었는데¹, 안타깝게도 어제의 상황에는 둘 다 포함이 되었다- 결국 성규는 타인인 척 여기 마약을 팔고 있어요!!하고 신고해버리고 단체로 튀는 방법을 택했다. 후환이 두려운 줄도 모르고 미치광이 짓거리를 해대니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연장자의 입장이 마냥 썅스럽다.
" 하여간 넌 존나 미친새끼다 "
성규의 말에는 틀린 점이 없었다. 저보다 한 학년 선배(것도 복학으로 한 해 꿇은)인 성규의 말에도 명수는 별다른 미동이 없었다. 빠른 생일이라 세 살 씩이나 차이가 나는 형이었지만 명수는 그저 어제 피다 남은 대마초 말보로를 입에 문 채 노트에 글을 써내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명수의 교복은 단정했고, 머리도 영락없는 모범생이었던 덕에 겉보기-입에 물려있는 대마 잎이 그려진 담배를 제외하면-에는 영락없는 모범생이었다. 야 씨발 듣고있냐? 짜증섞인 성규의 한 마디에도 그래요, 하고 태연스럽게 대답하는 모양새는 영락없는 객기의 절정이었지만, 저 표정없는 평온한 얼굴이 한번 미치면 어떻게 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성규는 더 말을 않기로 했다.
" 씨발 이성열이나 너나 쌍으로 미쳐선 "
분명하게 저에게 날아오는 비난의 화살에도 태연했던 명수는 줄곧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곧 체념한 성규가 한 대 달라 요청한 것에 말없이 한 대를 건넸던 것과, 이성열은, 하고 성규가 묻자 집에서 자요. 하고 대답한 것이 전부였다. 미동없는 명수의 표정에는 여전히 별 변화가 없었고, 그것을 본 성규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싸이코 김명수, 정신나간 년 이성열. 저 빌어먹을 커플의 조합과 저지르는 짓들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이 안 나온다.
" 이성열 그렇게 피다가 잘못하면 진짜 죽어. "
" 얼마 전에 보니까 그새끼 대마 말고 엑스터시도 하는 것 같던데. 얼마 전에 보니까 주사에 그거 분해한 다음 용액 흘려넣어서 막 팔에 찌르더라. "
알아요, 멍청하게 대답하는 명수에게서는 아직까지 표정 변화가 없었다. 성규는 그것을 보고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그저 진짜 헤로인만 하지 말라며 강조할 수 밖에 없었다. 모델로 활동하는 성열은 상대적으로 더욱 약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대마초만이 아닌 다른 약물을 복용하며 -사실 그건 명수도 마찬가지였지만- 종종 힘이 빠져 쓰러지고는 했다. 그 빌어먹을 약한 몸으로 주사기를 찔러대니 버티기 힘들 만도 했다. 매번 치사량 직전까지 약물을 털어넣는 성열을 명수는 딱히 말리지 않는다. 성열이 다른 남자들과 자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런 명수가 우연히 마약을 대표로 사러 갔던 우현의 전화를 받고 주저 없이 그 곳으로 향했다. 우현이 마약 값이 너무 비싸다며 명수에게 외상 어쩌고 하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을 때, 우연히 들었기 때문이었다.
성열의 숨소리를.
그러나 명수는 지독한 방임주의자였다. 성열에게 그 흔한 사랑한다 말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먼저 고백했던 쪽은 명수 쪽이다. 동거도 한다. 그 점을 성규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동급생인 호원의 말에 의하면 명수가 2년 전 성열을 구한 뒤로 성열은 약물을 하며 점점 더 망가져갔다고 했다. 물론 그 전의 취급도 결코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 학교 걸레로 소문이 자자했다고 하니 그 전이나 지금이나 몸을 함부로 막 굴리는 건 맞았다. 그러다 자살하려는 성열을 명수가 구했고, 그 직후 고백했으며 그 이후 둘의 상태가 저렇다는 말이다. 성규는 먼저 만난 명수보다 성열과 더 친분이 깊었다. 사실, 성열을 어느 정도 좋아하고 있었다. 물론 동생으로서였지만, 인격적으로는 싸이코 김명수보다 이성열이 백 배는 더 나았다. 단지, 하는 행동이 미쳐돌아갈 뿐이다.
" 너네 애인은 맞냐? 씨발 뭐 애인이라는 새끼들이 교류도 뭣도 없어 "
" 애인이죠 "
짧게 답한 명수가 다 쓴 담뱃갑을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성규는 그래도 어제의 미친짓을 생각하면 차라리 둘에게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명수가 대놓고 성열에 대해 그렇게 행동한 적은 제가 보기로는 처음이었다. 모두가 그랬다. 그저, 호원만 그 광경을 보면서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을 뿐이다. 성종은 파티장을 나온 이후에야 찾아왔다. 엉망이 된 제 형의 꼴을 보다가, 앞으로 한 달간은 집에 들어오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수에게 조용히 말했다. 성열의 꼴을 보고 참기 힘들었는지 대마초를 달라고 하다가, 결국 호원이 건넨 싸구려 담뱃갑 하나와 더불어 몇 통을 내리 비웠더랬지. 아무래도 성종도 무언가 짚이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도대체 이성열이 왜 저꼴이 난 건지, 둘의 관계가 왜 저런지. 성규는 그래도 연장자로서 더 이상의 같잖은 상황은 보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명수에게 말을 걸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걸려 했던 거지만.
" 야 김명수, 너 좀 니 애인한테- "
" 형!!!! "
" 아 누가 내 말 끊…어? "
여전히 좋지 않은 표정을 하던 성규는 문을 따고 들어온 존재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장동우, 동우였다. 동우는 일행들 중 가장 유한 성격을 자랑하는 순둥이였지만, 그렇다고 사고를 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사고는 다 쳤다- 정확히 말하자면, 동우는 명수 다음으로 대형사고를 많이 치는 사람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는 좋은 예가 얼마 전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한테 딱 걸려 한 달 동안 유치장 신세를 졌던 것이다. 이번이 꼭 세 번째였다. 동우가 오토바이를 훔친 지는. 성규는 방금 하려던 말을 잊은 채 동우를 주시했다. 역시나, 건강해 보였다.
" 존나 콩밥 먹고 오니까 좋던 "
" 당연하죠 집에선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
헤실헤실 웃는 얼굴을 성규는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그러나 그 뒤로 줄줄이 사탕이라고 커다란 가죽 가방을 매고 있는 우현, 호원이 차례대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성규는 그냥 입을 닫았다. 내가 말을 말자.. 라고 하면서 다 태운 대마를 버리자 입이 심심했다. 그것을 알기라도 하듯, 우현이 제 갈색 가방에 든 것을 죄다 탁자 위로 쏟아냈다.
" 야 너 이게 다 뭐냐 "
" 도망가기 직전에 몰래 싹 쓸었죠, 나 잘했지 김성규. "
칭찬해달라는 듯 싱글벙글인 우현의 머리통을 한방 세게 갈기자 우현이 욕설을 내뱉었다. 아 씨발 왜 때려요!! 누가 형한테 반말이래. 쏘아붙이던 성규는 이내 종이에 싼 대마 한 대를 집어들어 불을 붙였다. 치지직- 타들어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은신처 안을 울렸다.
" 저 왔어요. "
그리고, 성종과 성열이 은신처로 도착했던 것은 그 직후였다.
성종이 명수의 집 문을 따고 성열을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성규를 비롯한 이들의 시선이 은근히 둘을 주시한다. 두 명이서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명수의 시선이 언뜻 성열을 향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을 뿐이다.
대마를 달라고 하는 성열에게 부러 주지 않았다. 보통 때라면 선뜻 건넸을 테지만 어제 그렇게 해대고 쓰러진 사람에게 대마를 줄 수는 없다. 성열은 거의 중독 직전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성열이 손등을 파르르 떠는 것이 느껴졌다. 금단현상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어쩔 수는 없다. 자제력을 모르는 것은 명수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건 말릴 엄두를 못 내는 거고, 기본적으로 성열에게 걱정하는 마음도 있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명수가 나섰다.
명수는 탁자 위로 가득한 수많은 약물들 중 가장 약한 것을 꺼내 성열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저 자신은, 가장 극악한 약물 중 하나로 유명한 엔젤 더스트²가 포함된 대마초를 입에 물었다. 모두가 경악한 채 명수를 미친놈이라 부르며 말렸지만 성열만은 침묵을 지켰다. 어차피 명수를 말릴 만한 인물도 없었다. 주변의 분위기와는 달리 명수는 지나치게 평온했고, 성열은 어제처럼 안색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불을 붙이기 직전까지, 둘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명수가 먼저 불을 붙이려 하던 성열의 지포라이터를 순식간에 빼앗았다. 그러고서는 순식간에 제 PCP에 능숙하게 불을 붙였다. 제 몸을 망치는 데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명수로서 PCP는 이미 몇 번이나 경험해본 존재였다. 타들어가는 심지를 보면서 명수가 한 모금을 빨았다.
세상이, 돈다.
마약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는 광경과 함께 명수가 성열에게 명령했다. 대마 물어. 순순히 성열이 그것을 입에 물자 그 다음은 오라며 고갯짓했다.
라이터는 아직까지 명수의 손안에 있었다. 그리고, 주저하던 성열이 대마를 문 채로 명수에게로 다가서자,
" 피워. "
명수가 짧게 대답한 뒤 제 몫의 타들어가는 PCP의 심지와 대마를 맞댔다.
여전히 표정은 그대로였다.
세상이, 돈다.
이성열도 돈다.
¹ 스킨스의 세계(그러니 유럽)에서는 대마초 등을 피는 것 자체는 합법이지만, 사는 것이나 파는 것을 들키면 말 그대로 망하는 법률입니다. 그러나, 헤로인 등의 고위험 약물을 미성년자가 피게 되면 얄짤없습니다.
² 일명 PCP, 헤로인 다음으로 극악한 약물이며 환각과 흥분제 역할을 합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머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먼지몰겟네여ㅠㅠ용서해쥬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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