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 남사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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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착 달라붙어서 죽고 못살고 있는 커플이, 정면에는 친구들과 하하호호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보이는 건 수많은 커플. 에이씨 뭐 죄다 커플이야 짝지어서 혼자다니면 어디서러워서 살겠나. 난 혼자라도 하나도, 전혀, 조금도..외롭지않다고. 신경질적으로 앞에 놓인 허니브레드를 쿡 찍어서 입안으로 쑤셔넣었다.
왜 이렇게 달달하고 난리야.
“뒷모습부터 듬직함이 느껴지는게 누가봐도 권여주네”
등장부터 깐족거림을 달고 들어오는 사람은 재환이었다.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자연스럽게 내가 쥐고 있던 포크를 가져가, 제 입속으로 허니브레드를 쏙 집어넣었다. 이시키가.
“뭐, 뭐 권여주 먹는거로 치사하게 그러는거 아니다”
“...”
“알았다고, 됐냐”
양심도 없이 휘핑크림을 한가득 올려서 먹는 김재환에게 얼굴로 욕을 해주니, 접시에 크림을 조금 덜어놓고는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래봤자 입속으로 넣은 빵에 크림이 가득 묻어있었지만 말이다.
너 여친한테도 이런 진상짓하는건 아니지?라는 내 질문에 재환이는 뭐 그런 당연한 질문을 하냐는 듯 즉각 대답을 했다. ‘당연하지, 내꺼 더 줘도 부족한데 어떻게 뺏어먹냐 너꺼니까 뺏어먹지’
“여주야 너가 좋아하는 허니브레드도 하나 시켰어”
“역시 운이 너밖에 없다니까 내가 많이 좋아하는거 알지?”
“그럼, 김재환 넌 머리가 왜 그러냐?”
“쟤는 신경쓰지말고 여기 앉아”
누구랑 달리 등장부터 이쁜 짓을 하는 성운이를 반갑게 맞아주자, 머리카락을 삐죽삐죽 띠운 재환이가 쳇.하고 심통을 부렸으나 모른척하였다.
“근데, 너희 오늘은 여친 안 만나? 웬일로 날 다 만나주냐”
“여주 너 내가 안 놀아줘서 삐쳤구나”
“그..그런거 아니거든, 그냥! 오늘은 왜 안 만나나하고 물어본거야, 그렇게 보지말라고 진짜 그냥 물어본거라니까!”
젠장, 쓸데없이 이런데서 예리한 재환이가 내 말속에 묻은 서운함을 캐치하고는, 계속 뚱하게 있던 표정을 지우며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던 성운이까지 합세해서 ‘여주 너 내가 바빠서 서운했어?’라며 재환이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이럴때만 너네 우정나온다 이거지.
얄밉게 웃음을 터트리며 ‘권여주 가만보면 애라니까 애,ㅋㅋㅋㅋㅋㅋ’라고 말을 하는 재환이와 진지한 얼굴로 ‘여주야 많이 서운했어?’라고 묻는 성운이에 결국 그래 서운했다, 근데 진짜 진짜 아주 쪼오금 서운했던거야!라고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선에서 진실을 털어놓었다.
“여주야 나 여친이랑 헤어지고 니 옆에만 딱 붙어있을게”
“권여주 오빠가 여친이랑 데이트갈때마다 질투나서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
“씨..내가 이럴 줄 알았어. 아 몰라, 니들 다 필요없으니까 다 꺼져”
“니들 한마디만 더하면 예쁜 이 다 털어버릴거야”
“너무해, 난 여주 너가 좋아하는 허니브레드도 사줬는데”
“성운아, 그래서 넌 봐줬잖아, 너도 저렇게 되고싶어?”
내말에 성운이는 격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카페가 떠나가라 시끄럽게 웃어대던 재환이는 머리가 폭탄이 된채로 의자위로 쓰러져있었다. 테이블에는 재환이의 머리카락이 몇가락 떨어져 있었다. 걷어올렸던 소매를 밑으로 내리며 자리에 앉았다. 이제야 좀 조용하네.
“강다 이자식은 언제 온데?”
“이제 곧 온다는데, 여친이랑 헤어졌대.”
“웬일로 이렇게 빨리? 여친 만나는 날은 얼굴보기도 힘들었잖아. 다니엘”
“헤어졌으니까 빨리오지”
“그러니까 웬일로 이렇게 일찍 헤어졌냐고”
“여주야, 다니엘 헤어졌다니까.”
다니엘이 웬일로 이렇게 여자친구랑 일찍 헤어졌냐고 묻는 내 질문에 둘은 계속 헤어졌다는 말만 반복하였다. 아니 그러니까 나도 헤어진건 들었으니까 아는데, 웬일로 아직 밖이 어두워지지도 않았는데 헤어졌냐는 말이지. 계속 답답한 말만 하는 둘에게 그러니까 나도 그건 아는데라고 말을 하자, 재환이가 더 답답하다는 듯 주먹으로 가슴을 툭툭치더니 ‘헤어졌으니까 지금 오지, 그럼 뭐 전여친이랑 다정하게 계속 데이트라도 하냐’라고 말을 하였다.
헐, 그럼 헤어졌다는게 오늘 일찍 헤어진게 아니라, 이별한거라고? 혼란스러운 내 생각을 읽기라고 한 듯이 성운이가 한 마디 덧붙였다. ‘다니엘, 여자친구랑 헤어졌대, 그러니까 다니엘 이제 솔로.’
방금 헤어지고 온 사람답지 않게 다니엘의 표정은 밝았다. 말하지 않으면 방금 이별을 한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쏘리, 조금 늦었지?”
“조금은, 엄청 늦었거든 니가 오늘 술 쏴라”
“오, 나도 찬성”
다니엘에게 늦었으니, 오늘 술은 니가 사라는 재환이의 말에 성운이가 슬며시 동의를 하며 웃었다. 그에 다니엘은 입꼬리를 축 내리며 ‘나 방금 여친이랑 헤어지고 와서 슬픈데, 너네가 위로주 사줘야 하는거 아니냐’라고 답을 하였다. 헐...진짜 헤어진거 맞구나... 사귄지 얼마나 됐다고... 정말 대단하다...
“다니엘 진짜 헤어진거야?”
“여주야 나 방금 헤어지고 왔는데, 그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보면 나 상처받는다.”
“아..미안”
“미안하면 나랑 사귈래 여주야, 나 이제 솔로인데.”
미친...입밖으로 말이 튀어나오기도 전에 ‘이 새끼야 미쳤냐, 권여주가 좀 부족하긴하지만 너한테는 못 주지, 이 바람둥이새끼야.’, ‘강다니엘, 너 자꾸 여주한테 개수작부리면 농담이던 진담이던 죽는다’ 먼저 다니엘을 향하여 욕설을 날리는 재환이와 성운이에 가만히 있었다. 그래도 아직 나를 좋아하긴 하는 구나 귀여운 자식들. 그래도 재환이는 나중에 따로 잠깐 불러서 더 예뻐해줘야 되겠다. 나를 많이 부족한애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
“재환아, 성운아 너희 연애할 생각없어?”
“응”
“없는데”
내 말에 둘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을 했다. 이런 쓸데없이 단호한 시키들..
“우리반애들이 너네 좀 소개시켜달라고 야단이란 말이야, 아니면 너희 좋다고 따라다니는 다른애들 중에서라도...”
“여주야”
“응, 왜? 마음에 드는 애들이라도 있어?”
“난 너만 있으면 돼.”
“어, 어? 응?”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보는 성운이에 기대에 차서 똑같이 눈을 빛내며 바라봐주면, 들려오는 대답은 내가 바라던 대답과 아주 동떨어진 말이었다. 응, 나도 성운이 너랑 노는게 더 좋기는 한데....애써 당황한 사실을 숨기며 성운이를 다시 설득했지만 다시 들려오는 대답은 더 단호하였다. ‘나는 연애할 생각이 없어, 여주야. 그런거 다시는 물어보지마.’ 하성운은 실패..그러면
“재환아 넌? 친한 여자애들도 많잖아. 그 중에서 호감가는 애라도 없어?”
“나 친한 여자애 너밖에 없는데”
“어...그럼 이상형은? 이상형같은건 있을거 아니야”
“너,”
“어?”
“권여주 넌데, 내 이상형”
잔뜩 굳어있으면 곧이어 살짝 웃으며 ‘뻥인데 그걸 믿냐, 아직은 연애할 생각없어. 그냥 니들이랑 이렇게 노는게 더 좋은데’라고 말을 하는 재환이었다.
“갑자기, 그건 왜 묻는데, 애들이 또 뭐라고 해?”
“.....아니, 그런건 아니고..그냥”
응.이라고 대답할뻔한 걸 참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너네랑 친구라서 학교에서 얼마나 들들 볶이는지 니들은 모를거다.
“혹시 여주 너 우리랑 노는게 귀찮아진거야?”
“아니! 그런건 절대 아니고, 그러니까...에이 아니야 그냥 헛소리했다고 생각해. 나도 니들이랑 같이 노는게 제일 좋아.”
“뭘또 부끄럽게 그걸 말로하고 그러냐.. 어쨌든 그럼 권여주 너도 앞으로 연애는 안하는걸로.”
“무슨 결론이 그렇게 나냐, 나는 연애하고 싶거든”
“우리랑 같이 놀려면 연애하면 안돼, 어차피 넌 못할것같긴하지만”
“이씨 죽을래, 하성운 넌 또 뭐가 좋다고 웃어 니들 둘다 죽었어”
너네 때문에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근데 또 따지고 보면 그게 꼭 너네 잘못은 아니니까. 우리사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함께 있고 싶다. 더 멀어지지않고 친한 친구 사이로 계속.
“생각해보니까 너네 완전 배신자야”
“뭐가?”
“너네 둘 고2때 나한테 말했잖아. 연애할 생각없다고 나도 연애하지말라고, 근데 어, 아주 지금은 둘이서 연애한다고 제일 바쁘지”
“언제? 내가 그랬었나, 성운아 우리가 그런 말을 한적이 있던가.”
“아니, 여주가 꿈꿨나봐.”
갑자기 떠오른 기억에 야채를 골라내고 고기만 쏙쏙 집어먹던 재환이와 그 옆에서 재환이가 준 야채를 받아먹는 성운이를 보고 배신자라고 말을 하자, 그건 또 무슨 헛소리냐는 듯이 젓가락질을 멈추었다.
와, 기억안나는 척 한다 이거지, 너네 거짓말하면 입술만지고 귀만지작 거리는거 내가 모를 줄 알고.
아직까지 연애한번 못해본 내가 잘못한거지. 그래도 연애에는 관심도 없더니 무슨 바람이 불어서 입학하고부터 열심히 연애 중이래. 부럽게시리
“다니엘, 넌 여자 어떻게 꼬셔? 비법이 뭐야”
“갑자기 왜?”
“기분상하게 할 의도는 아니지만, 너 여친이랑 빨리 헤어지는 주제에 솔로인적도 얼마 없었잖아.”
“오 권여주 팩폭!”
시끄럽게 떠드는 재환이의 입에 야채를 가득 넣어주고는 다시 다니엘에게 말을 했다. 나도 하고 싶어서 그래, 연애. 니들은 몇 번씩이나 해봤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난 한번도 못했다고, 이건 너무 불공평해. 나도 연애할거야 벚꽃도 같이 보러갈거고 손도잡고 다닐거라고, 그러니까 알려줘 비결이 뭐야? 다니엘에게 징징대며 말을 하였다. 분명 무슨 특별한 스킬 같은게 있는 거지?. 움찔거리는 다니엘의 입을 집중해서 쳐다보았다. ‘그런거 없는데, 그냥 넘어오던데’
“재수없는 새끼.”
“말해줘도 뭐래”
내가 잊고 있었다. 이 녀석이 보통보다 잘생긴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더불어 믿기싫지만 나머지 두녀석도 그렇다는 것을. 그래, 인기있고 잘생긴 니들이 모쏠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겠어. 못생기고 인기없는 나만 외롭지.
“아, 굳이 하나 찾자면”
“찾자면?”
“이런거?”
들고 있던 컵을 테이블위로 내려놓은 다니엘이 나와 시선을 맞추며 매력적인 입매를 자랑하며 강아지처럼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곧 언제 웃었냐는 듯 무표정으로 바꾸며 순식간에 내 코 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점점 내 입술쪽으로 얼굴을
“이런 미친새끼가”
다가오는 얼굴에 손을 들어서 다행히 뺨은 아니고 이마를 딱 쳐버렸다. ‘장난이야 장난.’ 이마를 손으로 문지르면서도 내가 한 대 더 때릴까봐 서둘러 장난이라고 말을 하는 다니엘이었다.
그럼 당연히 장난이어야지, 너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그렇게 냅다 입술부터 들이대면 철컹철컹 할 수 도 있어 알아? 그게 숨겨둔 비법이냐 내가 지금 저기 테이블에서 한 사람 붙잡고 입술 들이 밀면 나도 연애시작할 수 있는거냐, 어?! 너 오늘 죽었어, 대단한 거 알려주는지 알고 기대했더니.
숟가락을 들어올리는 내 모습에 재환이는 ‘화내는 요점에 약간 이상한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권여주 파이팅! 그리고 너 어디가서 입술 막 들이대면 죽는다.’라고 외쳤고, 성운이는 ‘여주야 더 때려, 너가 안때렸으면 내가 때릴려고 했어, 내 숟가락도 줄까?’라고 말을 하며 다니엘이 맞는 장면을 진지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한참을 내게 맞던 다니엘은 내게 남자를 소개시켜줄 것을 약속하고나서야 내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도 넌 아직 쪼금 덜친하니까 한명으로 봐주는지 알아. ‘이마에서 피나는 듯, 권여주 손 진짜 매워, 손이 아니라 쇠방망이인줄’ 다니엘은 내게 벗어나고나서 이마를 쓰다듬으며 투덜거렸으나, 그 말에 귀를 기울려주거나 관심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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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신알신과 암호닉이 매우 행복하게 만드네요ㅜㅜㅜㅡㅜ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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