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성] 킬미 (Kill Me) . P
w.맛있는 우유 |
장마철은 늘 그렇듯 덥고 눅눅했다. 소나기 속에서 나는 불행히도 수중에 우산이 없었고,기껏 돈을 주고 산 편의점 우산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콸콸 쏟아지는 비를 전혀 막아주지 못했다. 잔뜩 젖은 어께에 텁텁한 더위까지 겹치자 불쾌지수가 팍팍 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조금 더 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 집에가서 씻고,소파에 누워서 야식이나 먹으며 심야 프로그램을 보고싶다.한가지 생각만이 간절했다.
비에 가려진 시야사이로 어룽어룽 빛나는 현관조명이 반가워 비를 조금 맞더라도 뛰려다 나는 움찔 멈추어섰다. 현관등 아래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인영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리라.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지용이 말하던 여름 도시괴담이 하나둘 머리에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별거 아닐꺼야!여차하면 군중의 지팡이를 이용하면 되지 않는가.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한걸음 한걸음 옮겨 뚜렷해진 인영의 정체는 다름아닌 남자였다.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양세가 비를 피하고 있는 듯 했다.딱 보아도 나보다 어려보여 나는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아,뭐야.괜히 긴장했네.
".....저기요."
현관문을 떡하니 막고있는 남자에게 나는 넌시시 말을 건냈다.빗소리에 묻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기라도 한 것인지 남자는 움직임이 없었다. 노란 빛에 아슬하게 비춰지는 남자의 머리칼을 잠시 내러다보다 나는 다시 말을 걸었다.저기요,이봐요.야! 남자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오래살다 보니 별 놈을 다보는 구만.나는 혀를 쯧 찼다. 조금-많이-기분이 상해 나는 우산 끝으로 남자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비켜.좀 들어가자."
잔뜩 짜증이 묻어난 내 목소리에 남자가 드디어 고개를 살짝 들었다.앞머리가 만든 그림자에 가려져 시선이 잘 보이지 않는 그는 아마 나를 올려다 보고 있는 듯 했다. '나 많이 짜증나고 화냈어요.'라는 티를 팍팍 내려 인상을 찡그리자 남자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비가 아직 오고 있는 밖을 멍하니 내다보던 남자가 나의 말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비키라니까?"
나의 말에 남자는 순순히 몸을 일으켰다.비틀비틀 몸을 일으킨 남자가 나에게 허리를 숙였다.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건가.아니면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건가. 아무렴 어떠하랴,겁을 주려 무섭게 쏘아보던 눈매를 풀고 나는 남자에게 제대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남자의 눈과 마주치자 나는 나도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묘한 눈매를 한 남자의 눈동자가 아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바삐 고개를 내리깐 남자가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거리고는 비가 내리는 경계로 남자는 발을 내딛었다. 왠지 갑자기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충동이 몸을 뒤흔들어 나는 나도 모르게 입술을 열었다.
"야." "…?" "보아하니 집 나온 가출 청소년인 것 같은데 자고갈래?"
남자의 눈은 여전히 물기가 가득 찰랑거렸다.
◈
최승현. 검은색으로 파여있는 문패를 멍하니 보던 남자를 눈치채고 나는 넌시시 말했다.내 이름.그제서야 아,하고 남자는 아는체를 한다. 아,는 무슨 아.그럼 최승현이 우리 집 개 이름이겠냐.묘하게 기분이 나빠진 나였다.집안에 들어선 나와 다르게 남자는 잠시 머뭇거렸다. 하긴,생판 처음 보는 사람의 집에 들어서는데 어찌 마음편하게 들어오랴.나는 젖은 겉옷을 벗어 소파에 대충 던져놓고는 말했다.
"안 잡아 먹으니까 들어와."
나의 말에 움찔 어께를 떤 남자가 이내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집안에 들어선 후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 듯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남자는,내가 '앉아'라고 친절히 말하자 엉거주춤 자리를 잡았다. 융퉁성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소심한 것일까.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나는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비를 맞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온몸이 젖어 물이 뚝뚝흐르는 남자를 바라보다 나는 화장실에 들어섰다. 아무래도 한개로는 안될 것 같아 수건 두어개를 꺼낸 후 내친김에 드라이기 까지 꺼냈다. 머리를 감으면 마를 때까지 자연건조 시키는 나로써는 얼마만에 꺼내보는 기계인지 세어보다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백날 생각해도 모를꺼다.
"일단 수건으로 말려.영 안된다 싶으면 내가 안 입는 옷 줄테니까." "…." "우산도 빌려줄테니까 몸만 얼른 말리고 집으로 가.부모님 걱정하신다.알겠냐?"
수건을 건내며 던진 나의말에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남자가 수건으로 저의 머리칼을 탈탈 터는 동안 나는 드라이기 전선을 연결하고는 전원을 올렸다. 위이잉.썩 좋지 못한 소음이 시끄럽게 울려퍼졌다.머리칼을 가린 수건을 치워내고 남자의 얼굴에 더운바람을 팡,쐬주자 남자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반응이 웃겨 킬킬 웃을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내 머리도 이렇게 안말리는데.너는 계탄거다.알았냐?"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조금 열 받는다.이 놈,나한테 여태 한 마디도 안했네?남자의 머리칼을 헤집으며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 이름은 뭐에요,아니면 감사합니다...네...이런 말이라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조금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대뜸 남자에게 물었다.
"너 이름이 뭐냐?"
또 대답없음.입을 굳게 닫은 남자는 말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무시하는거냐 지금.열이 받아 씩씩거리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혹시 말을 못하나?…그렇게 생각하니 또 금세 미안해 진다. 나의 표정변화를 읽은 것인지 남자가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다.
"너…혹시 말을 못해?"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끄덕거려? 헉.진짜?진짜 말을 못하는거야?놀라 되묻자 남자는 다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것이 썩 유쾌하지 않은지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아니,사실은 내가 놀라 정신을 놓고 한 부분이 더운 바람을 계속 쐬어 그런 것이리라. 여하튼 그만큼 나는 놀랐다는 것이다. 아니,그러면 그렇다고 말을 하지.아니 말을 못하는 구나.그럼 조금 티라도 내주지.사람을 나쁜놈 만드네 이거.
"미안.몰랐어." "……." "그럼 진짜 이름도 모르고 하루 재워야 되는거네,꼼짝없이."
나의 말에 남자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 입술을 오물거렸다.뭔가 말하려는 듯한 입술을 읽어내려 나는 애를 써보았다. 항,강…상?
"강해성?"
남자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부지런히 말려주던 손을 멈추고 나는 다시 한번 입모양에 집중했다. 나 이런거에 완전 소질없는데.나는 뒷목을 벅벅 긁고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강대성?"
이번엔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강대성,강대성 이구나. 왠지모를 성취감에 소리르 지르자 남자,대성은 풉,소리를 내며 바람빠지 듯 웃어보였다.내가 우스워?되묻자 대성은 다시 표정을 싹 지워냈다.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니였는데.나는 대성의 반응에 조금 당황하다 다시 드라이기를 정지에서 약풍으로 맞추었다.
++
갑자기 쓰고 싶어서 핸드폰에 끄적끄적 거리다 한번 옮겨 봤어용^,^!! 얼만큼 많이 어느 간격으로 어느 정도까지 올릴 지는 모르겠지만..아무 기약도 없는 보험도 없는 팬픽. 여하튼 좋게 봐주심 감사드립니다^^
|
(Cross†Channel-Crystal-clear)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