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소년기ㅡ03
백현의 집 앞에 맹하니 서 있는 것만 몇 분째, 몇 번이고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도 나올 생각이 없는 백현이다. 얘는 어떻게 고삼이 되도 그대로냐ㅡ 한숨을 푹 내쉰 찬열이 낮은 목소리로 변백현ㅡ 하고 소리를 질렀을 찰나, 끼익, 하고 천천히 문이 열렸다. 머리 위에 새라도 키울 생각인지, 엉망이 된 머리를 한 채 벌써 왔어? 하고 묻는 백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찬열이 문을 닫고 들어섰다. 뭐가 벌써야, 시간이 몇 신데ㅡ
“ 으아, 나 또 늦었네. 너 또 밖에서 기다렸지, 내가 준 열쇠 있잖아ㅡ ”
“ 됐어, 입 냄새나 너. 가서 빨리 씻기나 해ㅡ ”
치, 하고 볼에 잔뜩 바람을 넣은 백현이 쿵쾅거리는 걸음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애같긴, 넌 어떻게 십 년이 지나도록 변한 게 없어ㅡ 백현의 뒷모습을 보는 찬열의 입꼬리가 잔뜩 올라갔다. 선반에서 식빵을 꺼내 토스트기에 빵 두 개를 넣고 버튼을 누르는 찬열의 행동이 자기 집인 것 마냥 익숙했다. 냉장고에서는 우유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옷장을 열어 백현의 교복을 꺼내들었다. 옷걸이에 걸어서 두라니까, 또 구겨 넣은 것 봐. 하여튼.
찬열에겐 백현이 일상이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백현에게도 찬열이 일상이었다. 죽고 못사는 사이, 라고 그들의 주변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시도 서로의 곁에서 떨어지는 법이 없으니까. 하지만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항상 미묘하게 다르다. 백현은 찬열이 편안했다. 자신이 아는 그 누구보다도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이자, 의지할 수 있는 가족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찬열은 달랐다. 같은 방향으로 가던 그들의 마음은 언젠가부터 엇갈려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고, 그것은 찬열을 괴롭게 했다. 난 네가 불편해, 백현아. 어느 순간부터 나는 네가 불편해. 찬열이 주머니에 손을 넣어 백현이 준 작은 열쇠를 꺼내들었다. 집 열쇠를 준다는 건 대체ㅡ 넌 도대체, 얼마나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걸까. 난 도대체, 얼마나 너에게 익숙한 존재일까.
“ 오오, 빵 냄새 좋다ㅡ 우유는? ”
“ 당근 뎁혀놨지. 빨리 먹어, 시간 없다. ”
젖은 머리 위에 수건을 얹은 백현이 식탁에 앉았다. 전자레인지에서 우유를 꺼낸 찬열이 뜨거운 김이 나는 우유를 몇 번 호오ㅡ 불고는 백현에게 우유를 건넸다. 뜨거우니까 조심히 먹어. 라고 말하는 찬열의 음성은 낮고 다정하다. 적어도 백현에게만큼은 한없이. 백현의 의자 뒤에 선 찬열이 백현의 젖은 머리를 말려주었다. 오, 왠일이야 머리도 말려주고? 백현은 항상 아침에 머리를 감고 나면 찬열에게 머리를 말려달라며 떼를 썼다. 귀찮아, 니가 해줘. 그런 백현이 괘씸해 특별한 날이 아니면 머리를 말려준 적은 없지만, 오늘은 어쩐지 백현의 결 좋은 머리칼을 마구 헤집고 싶은 날이다. 그냥ㅡ 오늘은, 오늘은 어쩐지 니가 더 좋아 변백현. 끝내 잇지 못한 말이 찬열의 입 안에서 맴돌았다.
“ 으아, 늦었다. 빨리 가자, 자전거 가져왔지? ”
“ 응. 근데 너 명찰은? ”
“ 아 맞다, 어딨더라…. ”
“ 또? 야, 너 명찰만 몇 개 째 잃어버린 줄 알아? 내가 너…, ”
“ 아 몰라ㅡ 안 들려, 안 들려. 아침부터 또 잔소리냐, 너는. 됐어, 그냥 벌점 한 번 받고 말지 뭐. ”
“ 잠깐만. ”
신발을 대충 꺾어 신은 백현의 몸을 돌린 찬열이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아, 찾았다. 방긋 웃어보인 찬열이 손에 쥔 것은 자신의 명찰이다. 급하니까 이거라도 하고 가, 명찰에 이름까지 보진 않으니까 괜찮겠지. 이리와봐. 백현의 작은 키에 맞춰 허리를 숙인 찬열이 백현의 자켓 왼쪽 가슴에 자신의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백현의 옷에 달린 박찬열이라는 글자가 보기 좋았다. 잔뜩 올라간 찬열의 입꼬리에 백현이 피식, 하고 따라 웃었다.
“ 뭘 그렇게 웃어ㅡ ”
“ 어? 나 웃고 있었나? 자, 다 달았다. ”
“ 벌점은 안 받겠네, 그래도ㅡ 가자. ”
현관문을 열자 들어오는 찬바람에 백현이 몸을 웅크렸다. 추워, 박찬열ㅡ 그 소리에 찬열이 자전거 키를 꺼내어 서둘러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앉아, 빨리. 남자 두 명이 앉기엔 조금 좁은 안장인지라, 찬열의 뒤에 꼭 붙어 앉은 백현이 찬열의 허리를 잔뜩 감싸 안았다. 허리 부근에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이 기분 좋았다. 힘껏 페달을 밟은 찬열이 조용한 골목 안을 나섰다. 빠른 걸 무서워하는 백현을 위해, 조금은 천천히.
“ 변백현. ”
“ 응? ”
“ 넌 나 없으면 아침에 혼자 어떻게 일어날래? ”
“ 너 있으니까 됐어. 너 없으면 나 진짜 아무 것도 못할 걸ㅡ ”
“ 야. ”
“ 왜, 또. ”
“ 그럼 나랑 결혼하자. ”
“ …미친. ”
장난스레 던진 찬열의 말에 백현이 죽자고 찬열의 등을 가격했다. 으억,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뱉은 찬열이지만 그의 입꼬리는 또 잔뜩 올라가있다. 닭살 돋게, 또 그런 소리 해봐, 너ㅡ 하는 백현의 목소리는 잔뜩 심통이 나 있다. 근데ㅡ
“ 으아, 다 왔다ㅡ ”
근데, 백현아ㅡ
“ 뭐해, 안 내리고? ”
내가 한 말이 다 장난은 아니야ㅡ
빙그르르, 웃음을 지은 찬열이 그제서야 자전거에서 내려 교문을 들어섰다. 아직은 거무스레한 하늘, 군데군데 켜져있는 가로등과 짹짹이는 새소리만이 들리는 조용한 봄의 아침. 저 멀리 앞서가는 백현과 찬열의 거리는 그들의 마음의 거리같이 느껴져 찬열을 씁쓸하게 했다. 항상 곁에 있는데도 멀리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찬열에게 백현은 그런 존재였다.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백현의 옆에 선 찬열이 백현의 손을 잡고 끌었다. 가자, 빨리ㅡ
마주잡은 손이 후끈거리고, 찬열의 볼이 조금씩 붉어지고, 백현은 그저 웃기만 하고, 단단히 지키고 있던 우정의 색깔은 점점 변해만가고ㅡ 그들의 봄도 조금씩 지나갔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안녕하세요, 리베입니다! 어째, 이번 화는 좀 빨리 온 것 같나요.....? 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소금쟁이가 될 테야.......허허.... 음, 저번에 댓글로 카디 한 편, 찬백 한 편이요! 이런 의견들도 많고, 저도 사실 이쪽이 좀 더 편할 것 같아서 카디와 찬백이들을 번갈아가면서 한 편씩 쓸 예정이에요! 이번 화는 찬백이들의 음... 프롤로그라고 할까나..... 분량이 좀 짧죠?ㅠㅠ 나름 길게 쓴다고 쓴 건데 허허... 망할 똥손 허허... 그냥 찬백이들 분위기가 어떤지, 그런 것만 대충 알려드리고자 짧게 써둔거라고...... 하죠....... 허허....... 땀땀.. 아무튼 처음 써보는 찬백이들.... 맘에 드실지 모르겠지만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꾸벅) 으음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암호닉과 신알신은 항.상 감사하게 받는답니다. 하트해요. 하.트 그럼 다음 4화에서 뵐게요 여러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