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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도] Some Day 12 (집착남 변백현X철벽남 도경수)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a/0/0/a001d7b110970d0b195d1e2ed0601fa0.png)
Some Day:: 12
(변백현X도경수)
백현이 책상 밑으로 초조한 듯 다리를 떨었다.
좀 있으면 오겠지, 좀 있으면 오겠지 하며 기다린 것도 벌써 한 시간째였다.
1교시를 마치는 종이 치자 백현은 결국 경수를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아픈 게 아니고서야 절대로 지각하는 일이 없었던 경수였기에 백현의 걱정은 배가 됐다.
"……!"
드르륵, 교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백현이 제 친구들을 정통으로 맞닥뜨렸다.
하마터면 부딛힐뻔 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백현의 친구들이 조금은 당황한 얼굴을 했다.
그대로 몸을 비껴 나가려던 백현은 이상한 낌새에 발을 멈췄다.
"너네 혹시 도경수 못 봤냐?"
"…못 봤는데."
"……."
"왜? 걔 또 학교 안 왔어?"
천연덕스럽게 되묻는 말에 백현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제 친구들의 표정을 자세히 살폈다.
승훈이 정말로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무언가 미심쩍게 느껴지는 것을 기분탓이라고 애써 치부한 백현은 그제서야 다시 발을 뗐다.
혹시 도경수 오면 전화좀 해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백현이 교실을 나갔다.
"도경수가 다 꼰지르는거 아냐?"
"설마. 쪽팔려서라도 못 그러겠지."
백현의 모습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나서야 승훈과 현준을 비롯한 네 명이 잔뜩 경직되어있던 몸에 힘을 풀었다.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백현의 친구들은 앞으로도 쭉 아무 일도 모르는 척 잡아떼기로 입을 모았다.
창문으로 밖을 내려다보자 빠른 걸음으로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백현이 보였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현준은 병신, 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탁 소리 나게 창문을 닫았다.
경수의 집 주변을 몇 번이나 돌아본 백현이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골랐다.
가장 먼저 경수의 집에 찾아가 보았으나 허탕이었다.
일찍이 집에서 나갔다는데, 학교에는 오지 않았고 전화기도 꺼져있다.
백현은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스르르 주저앉았다.
도대체 어딜 간거야.
제 머리를 마구 헝클며 으으, 하고 답답한 소리를 내던 백현이 별안간 고개를 들었다.
터벅, 터벅. 신발을 질질 끄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그 소리의 출처를 찾던 백현이 놀란 표정으로 벌떡 일어섰다.
"……도경수."
멍하니 그 이름을 중얼거린 백현이 빠르게 경수를 향해 달렸다.
막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는 경수의 걸음새가 심상치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아주 느리게, 절뚝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경수를 향해 달려온 백현이 급박한 손길로 경수의 팔을 잡아챘다.
"야, 너……."
팔을 잡자마자 경수가 곧바로 백현의 품으로 힘없이 고꾸라졌다.
당황한 백현이 잠시 숨을 멈췄다.
귓가 가득 경수의 버거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백현이 경수의 어깨를 힘주어 잡고 살짝 품에서 밀어냈다.
몸으로는 여전히 경수를 지탱한 채로 얼굴을 확인한 백현이 경악을 했다.
입술이 터지고 뺨은 퍼렇게 부어올라 있었으며 얼굴 곳곳이 신발 밑창에 긁힌 듯한 상처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심각한건 완전히 넋이 나가버린 듯한 표정이었다.
완전히 풀려버린 눈이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백현은 순간 본능적으로 느껴진 안 좋은 직감에 경수를 거칠게 뒤돌려 세웠다.
아니나 다를까 교복 바지 뒷부분이 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누가, 누가 이랬어."
"……."
"누가 이랬냐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한 백현이 경수를 마구 다그쳤다.
미친 듯이 차오르는 분노에 입술마저 덜덜 떨렸다.
경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또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아서였다.
백현은 아침에 마주쳤던 제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경수를 봤냐는 물음에 분명 못봤다고 했으나 여전히 의심은 지울 수가 없었다.
추궁을 한다고 해도 만약 아니라고 잡아떼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일단 경수의 입으로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직접 듣고,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 백현이 화가난 목소리로 반복해 물었다.
"누군지 말해."
여전히 경수는 대답이 없었다.
일단 지금 중요한건 지금 경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아닌, 경수가 받은 상처였다.
백현은 고개를 숙이고 자꾸만 화가 치미는 제 자신을 진정시켰다.
미친 듯이 날뛰던 심장이 조금씩 조금씩 잦아들자 백현이 고개를 들고 경수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잔뜩 지치고 상처받은 기색이 경수의 얼굴에 가득 묻어났다.
백현은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약하게 떨리는 한쪽 손으로 천천히 경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안타까움이 가득 배어있는 손길이었다.
경수의 입가에 고인 피를 엄지손가락으로 살풋 닦아낸 백현이 이내 경수를 꽉 끌어안았다.
백현의 심장소리가 마치 따뜻한 체온을 나누어 주듯 경수의 가슴으로 전해져왔다.
쿵, 쿵, 일정하게 가슴을 울리는 고동소리가 잔잔히 퍼졌다.
경수는 순간 머릿속을 어지럽게 회오리치던 불안감이 멎는 것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 환청처럼 귀를 울리던 그 놈들의 섬짓한 웃음소리도 더는 들리지가 않았다.
경수가 백현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불안한 생각들은 진정되었으나 마음이 복잡해졌다.
자꾸만 아까부터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있었다.
기대고 싶다.
받아들이기 힘든 말도 안 되는 감정이었다.
경수는 그런 감정을 느끼는 제 자신이 한 없이 비참하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백현에게 휘둘리고 있는 거라고,
얕은 위선에 농락당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경수가 그 감정을 쉽사리 받아들이기에는, 그동안 백현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나 집에 갈래."
경수가 억지로 정신을 부여잡으며 백현의 어깨를 밀어냈다.
백현의 품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수가 간신히 힘을 준 다리로 한걸음씩 발을 옮겼다.
성치 못한 몸으로 구태여 고집을 부리는 경수의 모습이 애처로웠다.
백현이 암담한 표정으로 경수의 손목을 잡았다.
"안 돼. 병원가."
"……됐어."
"쓸데없는 억지부리지마. 너 지난번처럼 또 쓰러……."
"안 간다고!"
결국 경수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로 고함을 치자 백현의 말이 그쳤다.
잘 나오지도 않는 목을 억지로 쥐어짜니 기력 없는 몸이 한층 더 버겁게 느껴졌다.
경수가 띵해져 오는 머리를 잠시 부여잡고 숨을 가다듬었다.
당황한 백현이 뭐라 다시 말을 하려는 순간 경수의 잠잠한 목소리가 치고 들었다.
"……나 아파보이지."
"……."
"근데 그거 아냐? 나는, 니가 제일 아파."
경수의 말끝에 물기가 잔뜩 어렸다.
울음을 참는 듯 불안정하게 떨리는 목소리였다.
"…도경수."
"그러니까……. 너는 나 걱정도 하지마."
"……."
"그럴 자격 없어, 너."
끊어질듯 말듯 위태로운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마친 경수가 그대로 뒤돌아섰다.
경수를 잡고 있던 백현의 손이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경수는 느리게 백현에게서 멀어져갔다.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딛으면서 경수는 모든 것을 참아내고 있었다.
억누르고 견디는 것엔 이제 진절머리가 났지만 경수는 또 그래야만 했다.
막 차오르려고 하는 눈물도, 온몸에 느껴지는 통증도, 자꾸만 와 닿으려 하는 백현의 진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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