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me Day:: 09
(변백현X도경수)
09
아침, 지친 표정의 경수가 식탁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촌동생들은 수련회에 가고 없는데다 이모부마저 새벽 일찍 출근하는 바람에 이모와 경수 두 사람만이 조촐하게 식탁을 채웠다.
짧은 말 하나 오가지 않는 묵묵한 식사시간이었다.
극도의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인 경수는 온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백현을 만난 후 단 하루도 몸 상태가 좋은 날이 없었다지만 오늘은 유독 더 심했다.
억지로 밥 한 숟갈을 떠서 입 안으로 우겨넣어 보았으나
커다란 돌이 짓누르고 있는 듯한 목구멍은 도무지 밥을 삼키려 들지 않았다.
고작 밥 한술을 넘기는 게 지난지사로 느껴질 만큼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한참 후에서야 물과 함께 밥을 간신히 삼켜낸 경수가 결국 숟가락을 놨다.
"저, 죄송한데 입맛이 없어서요. 먼저 일어날게요."
이모는 경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대충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냥 흘러가듯 괜찮냐는 말 한마디만 해줘도 좋았으련만 이모는 끝내 그러지 않았다.
경수에게는 이 모든 것이 익숙한 일이었다.
허구한 날 얼굴에 크고 작은 상처를 달고 들어와도, 지독한 몸살기운에 밤새 고열을 앓아도
가족 중 그 누구 하나 걱정의 말을 건네는 사람이 없었다.
경수는 모든 고통을 오롯이 홀로 감내해냈다.
그래서 더 많이 아팠다.
학교로 가는 길이 오늘따라 참 멀게 느껴졌다.
몸을 움직이니 안 그래도 고단한 몸에 두통까지 겹쳐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이 어지러웠다.
걸어가는 중간 중간 몇 번을 멈춰 서서 혼미해지는 정신을 다잡으려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간신히 교문을 들어서고 교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쯤 경수는 집을 나설 때보다도 눈에 띄게 안색이 창백해져있었다.
문손잡이를 잡으려는 손이 두어 번 헛돌았다. 눈앞의 광경이 두개로 보였다가 서서히 겹쳐졌다.
드르륵, 가까스로 문을 연 순간 경수는 결국 혼절했다.
***
부스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반쯤 떠진 눈으로 시간을 확인한 백현이 제 머리를 짜증스럽게 헝클었다.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백현은 창문을 통해 따갑게 들어오는 햇볕에 신경질적으로 커튼을 치고 곧장 욕실을 향했다.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않은 채로 집을 나섰을 땐 이미 정오가 다 된 시간이었다.
백현은 간밤에 잠을 자는 동안에도 내내 눈앞을 어른거리던 경수가 떠올라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바쁘게 경수를 찾았으나 휑하니 비워진 책상만이 백현을 반겼다.
어딜 간거야. 금세 짜증 어린 얼굴을 한 백현이 터벅터벅 자리에 가 앉았다.
몇 번이나 교실 문을 뒤돌아보면서 손톱을 물어뜯던 백현이 별안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경수의 가방이 없다. 기껏해야 화장실이나 교무실에 갔겠거니 생각하며 안주하는 것도 거기까지였다.
"야, 도경수 결석이야?"
백현이 마침 옆을 지나가던 현준에게로 몸을 틀어 팔을 붙잡으며 물었다.
갑작스럽게 말을 거는 백현에 흠칫 놀란 현준이 걸음을 멈추고 섰다.
현준은 대답을 기다리는 백현에게 어안이 벙벙해서 되물었다.
"화 풀렸어?"
"아, 됐고. 도경수 학교 안왔냐고."
숨차는줄도 모르고 1층 양호실로 급하게 달려온 백현이 문고리를 잡고 숨을 골랐다.
나도 늦게 와서 잘 모르겠는데, 학교 오자마자 쓰러졌대나. 백현은 방금 전 현준의 말을 떠올리며 문을 열었다.
양호실 안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백현이 학생은커녕 양호선생님도 보이지 않는 실내를 잠시 둘러보았다.
커튼으로 가려져있는 침대 쪽에 기대 놓여진 경수의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서야 작게 한숨을 내쉰 백현이 창가에 자리한 침대로 다가갔다.
조금의 조심스러움도 없이 홱하고 커튼을 열어제끼자 이불이 목 끝까지 덮혀진채 잠들어있는 경수가 보였다.
백현은 작은 간이의자를 침대 옆에 끌어다놓고 앉았다.
"죽었냐?"
볼을 손가락으로 툭 건들자 경수가 미세하게 눈썹을 찡그렸다.
경수의 얼굴에서는 대놓고 아픈 티가 났다.
헬쓱하게 푹 들어간 양볼 하며, 식은땀이 축축이 배어나는 이마 하며.
약을 떠먹여줘도 모자란 상태에도 불구하고 백현은 마구잡이로 경수를 흔들어 깨웠다.
배려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는 손길이었다.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난 경수는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익숙한 얼굴에 도로 눈을 감았다.
두통이 다시금 밀려들었다. 제발 꿈이길.
"개새끼가 지금 나 쌩까지."
잠에 취해 헛것을 본 것이기를 바랐던 경수의 바램이 무색하게 백현의 목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애써 체념을 한 경수가 결국 천천히 눈을 떴다.
"나가."
힘겹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경수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그와 상반되게 백현은 이 와중에도 경수의 얼굴을 눈에 담느라 바빴다.
우습게도 백현은 고열로 인해 붉게 젖은 눈가가, 헬쓱한 볼 때문에 도드라져보이는 입술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창문을 통해 부드럽게 쏟아지는 햇살이 경수의 얼굴을 화사하게 비췄다.
식은땀이 배어나오는 얼굴에 빛이 반사되어 가늘게 반짝였다.
어떤 말도 없이 제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던 경수가 팔을 뻗어 백현의 어깨를 밀었다.
"나가라고."
뻗은 팔이 백현에게 단단히 잡힌 건 순식간이었다.
당황한 경수가 팔을 뿌리치려 했으나 그러기는커녕 도리어 나머지 한쪽손도 단숨에 붙잡히고 말았다.
경수가 몸을 있는 힘껏 뒤로 빼자 백현은 그 것을 역이용해 그대로 경수를 침대에 눕혀버렸다.
"내 이름 불러봐."
"……."
"백현아, 해보라고."
"……."
"싫어?"
"미친 새끼…."
참다못한 경수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자마자 삽시에 백현의 입술이 닿아왔다.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발버둥 치려는 양 손을 힘껏 내리누른 백현이 더욱 깊숙이 입을 맞췄다.
경수가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백현은 더 무섭게 입술을 탐했다.
숨을 쉴 틈조차 없어 가슴이 턱턱 막혀왔다.
"읍…!"
혀가 얽히기 시작하자 경수의 목 너머에서 잔뜩 억눌린 음성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피해보려 애썼지만 허사였다.
경수는 백현이 정말로 미쳤다고 생각했다.
불같이 화를 내며 폭력을 휘두르던 어제, 그리고 오늘 사이에 극심한 모순을 느꼈다.
찰나의 생각 끝에 경수는 제 자신을 백현의 장난감이라고 정의 내렸다.
인격이 완전히 짓밟혀버리는 느낌이었다.
너는 나를 결국 밑바닥까지 끌어내려 버리는구나.
그 순간 경수는 허벅지 안쪽으로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자극에 몸을 떨었다.
백현이 경수의 다리 사이에 고의적으로 무릎을 밀어 넣은 것이었다.
경수는 온 몸에 힘이 빠지며 신음이 흘러나올 것 같은 느낌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백현의 혀를 세게 물었다.
비로소 입을 떼고 침대에서 내려온 백현이 입 안에 고인 피를 뱉어냈다.
경수는 그제야 가쁜 숨을 버겁게 몰아쉬었다. 세게 잡혀있던 팔이 아프게 저렸다.
"지금 너 이거 죽고 싶다는 뜻이지?"
백현이 한쪽 손으로 경수의 멱살을 팍 움켜잡았다.
몸이 힘없게 뒤흔들렸다.
과도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겹쳤으니 절대적으로 안정을 취해야한다는 양호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경수는 멍하니 헛웃음을 웃었다.
안정은 무슨. 또 한 번 기절해도 이상할 것 없는 몸 상태였다.
경수에겐 더 이상 손끝하나 움직일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쾅쾅쾅!
백현이 주먹을 들기 바로 직전이었다.
누군가가 밖에서 세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백현이 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경수는 지금 문 밖에 있는 사람이 양호선생님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눈치 챘다.
안도의 한숨이 작게 배어나왔다.
"안에 누구니! 문 열어!"
들어오면서 무의식적으로 문을 잠군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백현은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멱살을 놓고는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열었다.
다소 거칠게 열린 문에 양호 선생님이 화들짝 놀라 몸을 웅크렸다.
백현은 그녀를 본 체도 않고 그대로 지나쳐 나가버렸다.
"왜 문을 잠그고 그래!"
선생님이 백현의 뒤에다 대고 뒤늦게 소리쳤다.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의아한 듯 입술을 삐죽이며 안으로 들어온 그녀가 물 한 컵과 약을 챙겨 경수에게 다가갔다.
"뭐했어? 무슨 일 있었니?"
약을 건네주며 묻는 말에 경수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쟤 지금 여기서 땡땡이 치고 있던 거지? 하여간. 선생님이 혀를 차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경수는 대여섯 개 이상은 족히 되보이는 알약을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보건교육이 있는 날이라 선생님은 금세 또 자리를 비웠다.
다시 양호실에 혼자 남은 경수는 밀려드는 절망감에 괴로워했다.
오늘따라 유독 모질게 몸이 아팠고 아무도 걱정해주는 이가 없었으며
쉬지 않으면 안 되는 몸 상태로 백현에게 시달렸다.
더 괴로운 건 이 모든 게 거의 매일매일의 일상이라는 것이었다.
인생에서 단 하루라도 행복해본적이 있었을까.
……난 왜 태어났을까.
경수는 억지로 눈물을 참고 서서히 퍼지는 약기운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
백현아 구만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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