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도피 3 |
Side A - 3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 큰일이였다. 그 원인은 도경수 그리고 변백현 때문이라 말할 수 있었다. 운전을 하려 운전대를 잡았을때도 밤에 자려고 머리를 뉘였을때도, 시도때도 없이 지난번 룸 안에서의 광경이 생각났다.
' 가끔 진짜 밑바닥 애들 잘못 건들면 큰일나요. ' ' 눈에 뵈는게 없거든. '
그때 변백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있었다. 그는 대체 무슨 뜻으로 이 말을 한 것일까. 조금은 진지하게 그 뜻을 추측해보며 잠들기 전 수면제 대신 달콤한 술을 한잔 들이켰다.
그런 나날을 지낸지 겨우 사흘이 지났을 뿐이다. 도경수를 만나지 못한지 겨우 사흘뿐이였는데도 몇달 동안 만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일을 겪고 난 후 나를 보았을때 도경수는 과연 어떤 표정을 할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 예전처럼 차가운 인형처럼 나를 쌀쌀맞게 대할까? 아님 덜덜 떨며 나를 피할까? 나는 싸이코처럼 비열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드디어 맡고있던 자잘한 업무들을 전부 몰아 끝내버려 남는 여유시간이 생겼다. 그말은 즉슨 도경수를 만날 수 있다는 소리다. 벌써부터 흥분으로 달아오르는 마음을 추스리고 나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깔끔하게 정리된 붉은 복도를 지나 VIP룸으로 향했다. 곁에있는 사람들을 전부 내보내고 나 혼자만 룸에 남았다. 나는 너무 느리지 않은 비트의 끈적한 재즈풍의 노래가 담긴 씨디를 골라 틀었다. 눈을 감고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감상하며 호출버튼을 눌렀다. 네,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직원의 친절한 목소리가 들린다.
" 도경수 씨 이리로 보내줘요. "
나는 직원의대답은 듣지도 않은채 무작정 내 할말을 전하고 연결을 뚝 끊어버렸다. 넓고 푹신한 쇼파에 등을 푹 기댄채로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손가락을 까딱이며 도경수를 기다렸다. 한시라도 빨리 그를 보고싶다. 과연 도경수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룸의 문을 똑똑 두드린다. 들어가겠습니다. 정중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룸 안으로 들어온다. 도경수인가? 반가움에 고개를 번쩍 들어 홱 돌아보았으나 그곳엔 도경수가 아닌 다른 사람이 서있다. 그는 다름아닌 변백현이였다. 그토록 바라던 도경수 대신 지겹도록 익숙한 얼굴이 내 앞에 보란 듯이 서있다.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던 기대감이 푸스스 쪼그라 들었다. 확 김이 새버렸다.
"난 도경수씨 불렀는데? "
내가 잔뜩 심통이난 표정으로 말하자 변백현은 서비스업에 매우 충실한 직원 흉내라도 내듯 정중한 미소로 답한다.
" 도경수씨 이미 그만 뒀습니다. " " 뭐? "
날보며 실실 웃는 변백현의 미소가 하나도 맘에들지 않는다. 전부 가식적이다.
도경수가 일부러 제 감정을 감추려하지만 숨겨지지 못한 반응들이 솔직하게 얼굴에 나타나는 편이라면, 변백현은 정반대이다. 그는 일반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할 아주 얇은 가면 뒤로 제 감정을 철저하게 눌러 드러내지 않는다. 그 어떠한 작은 틈도 내어주질 않는다. 그 날도 그랬다. 씩 웃는 입꼬리와 짙은 갈색 눈동자에 담긴 씌여진 그것을 보고있자니 어딘가 찝찝했다. 그게 나는 정말이지 짓이겨버리고 싶을정도로 맘에 들지 않는다.
" 이유가 뭔데? "
싫은 기색을 가득 담아 시비걸듯 말하자 변백현은 잠시 텀을 두고 답한다.
"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셨거든요. " " ……. " " 그동안 집안에 여러가지 일을 겪었어요. "
변백현의 어머니? 그게 도경수와 무슨 상관인지 이해가 잘 되질 않아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내 주특기인 여유로운 표정을 되찾았다.
" 어쩌다가? " " 오랫동안 투병을 하고 계셨습니다. " " … 쯧쯧, 힘내요. "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툭 뱉으며 집게로 얼음통에 얼음을 장난치듯이 하나씩 양주잔 속으로 떨어뜨렸다. 딸그랑. 딸그랑. 딱딱한 얼음이 유리에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집게에서부터 유리잔 안으로 굴러 떨어지는 투명한 얼음조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빠른 속도로 추락해 부딪힌 얼음은 이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강한 충격에 의해 부서져버린다.
대부분의 것은 한계보다 강한 압력이나 힘을 가하면 부서지기 마련인데. 도경수의 한계는, 변백현의 한계는 어디쯤일까. 아님 이미 유리잔 속 깨진 얼음처럼 부서져버렸을까.
" 그래서 오늘은 도경수씨 대타로 백현씨가 온건가? " " 음, 지금 보니 상황이 그렇네요. " " 그럼 도경수씨가 나랑 했던 모든 일들을 대신 해줄 수 있어요? "
나랑 뭘했는지는 그쪽도 잘 알고있지 않나…. 백현씨도 나랑 한번 질펀하게 뒹굴 수 있어?
" 아하하하! " 잠시 후 변백현이 하고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건 딱봐도 진심으로 웃겨서 나온 웃음이다. 잠시였지만 강렬하고 진한 여운을 남기고 서서히 그 웃음을 그친다.
" 시키면 해야죠. 저희가 뭐 어떻게 하겠어요. 경수도 했는데 저라고 못할 거 있습니까. "
내 말을 질낮은 농담마냥 받아들이는 것 처럼 그의 입꼬리가 묘하게 빙긋 올라간다. 나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비꼬는건가, 진심인건가.
" 어차피 저도 오늘부로 여기 때려칠거거든요. 마지막으로 한번 자고 일당 받는 것도 나쁘진 않은 듯 싶은데, 음. "
도경수와 나의 관계를 날카롭게 찝어내는 그의 말에 내가 픽 웃음을 터뜨린다. 어느새 그 사이에 변백현이 성큼성큼 걸어와 내 앞에 서있다. 그리고 조용하게 묻는다. " 경수대신 난 어때요? " " …도경수가 좋긴 하지만, 내가 나서서 마다할 이윤 없어. " 그래요. 변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있는 상태로 쇼파위에 앉아있는 내 어깨를 끌어안는다. 그에게선 도경수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 처음의 도경수가 아닌 나를 만나고 난 이후, 달라진 도경수의 냄새가.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눈을 감았다. 떄마침 테이블 위에 올려둔 내 핸드폰에서 요란하게 진동이 울렸다. 눈을 굴려 흘낏 보자 발신자는 도경수였다. 휴대폰이 없어 연락할 방법이 없는 그에게 내가 직접 사준 것이다. 가끔 그 핸드폰을 가지고 도경수는 나에게 먼저 전화를 해 만나길 원했다. 그럼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와 자고, 그에게 돈을 주었다. 이번에도 그럴 요량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된다. 왜냐면 그보다 더 재밌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나는 귀에대고 전화를 받는 대신, 통화 버튼을 누른채 변백현이 알지 못하도록 스피커를 위쪽으로 해 테이블위에 살며시 올려두었다. 이렇게 하면 아마 나와 변백현의 대화가 저 건너편에서 전화를 받고있는 도경수에게 생생하게 들릴거다.
과연 이젠 어떻게 될까. 눈을 내리깔아 테이블 위 통화중 화면이 띄워진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변백현이 서있는 상태로 허리를 숙여 한팔로 내 목을 더 세게 감아온다. 그의 얇은 머리카락이 뺨을 스치며 간질이는 느낌이 생생하다. 귓가로 더 가까이, 은밀하게.
" 혹시 제가 말한거 기억나십니까? " " 윽……?! "
대답을 하려 입을 벌림과 동시에 갑자기 옆구리 쪽에서 불 타는 듯이 통렬한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대체 뭐지? 나는 순간 온몸을 엄습하는 아픔에 숨을 쉬지 못하고 허리를 움켜잡고 웅크렸다. 고개를 숙여 그곳을 보자 아주 날카로운 은색 칼이 옆구리에 박혀있다. 그리고 굳게 칼을 쥔 손은 바로 변백현의 손이였다. 창백할 정도로 희고, 길게 뻗은 손가락이 칼자루를 쥐고있다.
" 밑바닥 애들 잘못 건들면 큰일 난다고 했잖아요. " " 윽…. "
미친건가? 고개를 확 들어 눈을 크게 치켜뜨고 변백현을 바라보자 그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서서히 들었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얼굴이 붉은 조명을 받아 고스란히 광기 어린 눈빛을 드러낸다.
" 난 보이는 게 없어요, 이젠. " " 크윽…너…. " 아하하, 하하, 하. 변백현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내 앞에서 웃어제꼈다. 정말 미쳤구나. 나는 지금 이렇게 된 내 꼴과 상황이 어이가 없어 허, 하고 헛웃음을 쳤다. 이렇게 당돌하게 나올줄을 꿈에도 몰랐다.
몸을 살짝이라도 움직일수록 살을 파고드는 차가운 금속의 고통이 배가 되어 돌아왔다. 고통을 견디지 못해 엉망진창인 표정으로 손을 더듬어 옆구리를 만져보자 붉은 핏덩이가 꾸역꾸역 흘러나와 옷과 손을 적신다. 비릿한 쇠의 냄새가, 피의 냄새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마와 등에 식은 땀이 축축하게 맺혀가지만 나는 내 페이스를 잃지 않고 이를 악문채 변백현을 마주했다. 너의 그 가면을 벗겨주겠어.
" 그래서… 윽… 네가 원하는게 이런거였나? " " 난요, 치졸하고, 치사하고, 더럽고, 추악한 이 세상에서 사는게 질렸어요. " " 원래 이 세계가 그런거야. 강한 자는 갈수록 강해지고, 약한 자는 한없이 약해지는 게 이 세상의 룰이라고. 몰랐나? "
잠시 대화가 끊긴 사이 테이블에 올려둔 내 핸드폰에서 작게 터져나오는 도경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대화를 듣고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이다.
- 여보세요? 뭐예요? 대체 무슨 일이예요? " ……. " - 백현이야? 백현이 맞아?
그 순간 들려오는 다급한 도경수의 목소리에 어떤 자극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변백현의 눈동자가 안정을 잃고 잠시 흔들렸다. 그동안 견고하게 막혀있던 변백현의 가면이, 표정이, 감정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런 걸… 원한게 아니였어.
나는 수직으로 내려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그의 급격한 변화에 보란듯이 씨익 웃는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애처로울 정도로 간절한 처절함과 조용히 타오르는 분노를 보았기 때문이였다.
여보세요? 내 말 들려요? 변백현도 나도, 도경수와 연결된 통화를 끊지 않고 우린 그대로 가만히 있기만 했다. 그러다 변백현이 또다시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더이상 완벽한 가면을 쓰지 못한 그의 입꼬리가 한없이 쓸쓸하게 올라간다.
" 이젠 이 거지같은 곳에서 벗어나려구요. " " 어떻게? " " 음, 최대한의 발악이라도 해봐야죠. "
그 최대한의 발악이 바로 이건가? 나는 칼에 찔린 옆구리를 움켜쥐고는 변백현을 올려다보았다. 정신이 점점 탁해지고 있다는게 확연히 느껴진다.
" 난 이제 모든 걸 잃어도 좋아요. 딱 하나만 빼고. 이젠 그 하나만을 위한 세상에서 살려구요. " " ……큭. " " 아주 아주 깨끗하고 투명한… 그런 세상에서. "
통화가 끊기지 않은 핸드폰에서는 떨리는 도경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백현아? 들리니?
변백현은 그 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 않게 싱긋 웃더니 가죽 쇼파 위에 올려둔 오디오 리모컨을 집어들고는 볼륨을 최대로 높힌다. 도경수를 맞기 위해 내가 고른 노래였다. 끈적하고도 퇴폐적인 멜로디의 재즈음악은 지금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온 룸안을 가득 빵빵한 사운드로 가득 채운다. 볼륨을 최대로 높힌 음악에 두 귀가 멍멍할 지경이였다. 왠만한 말소리나 자잘한 소리들은 모두 묻힐 정도의 소음 수준이다.
변백현이 리모컨을 쓰레기 던지듯 바닥에 툭 던진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올려둔 핸드폰을 집어들어 귀에 갖다댄다.
" 경수야, 조금만 기다려. " - 백현아, 대체 너 어디야? 네가 왜 찬열씨 전화를 받아? 응? 네가 한 말은 다 뭐고? " 이젠 다, 끝났어. "
아이러니하게도 수화기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이는 말투가 붉은 피가 흠뻑 묻은 손과 매우 대조되었다. 변백현은 피칠갑을 한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올려둔 유리 재떨이를 집었다. 그리고 전화기를 귀에 대고 고개만 돌린 채 나를 바라보던 미소를 싹 지워버리는데 무서울정도로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있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동시에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순식간에 180도 바뀌어진 눈빛은 하나의 삐에로 인형을 연상케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변백현이 심상치가 않다. 위험하다. 그 순간 나와 마주친 갈색 눈동자가 어둠속에서 빛을 내며 희번뜩였다. 변백현은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 그럼, 안녕히- "
동시에 변백현의 손에 들린 유리 재떨이가 허공을 가르고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 온힘을 다해 엄청난 속도로 내던져졌다. 정확히는 내 머리를 향해서. 퍽-! 귀가 찢어질 듯한 파열음과 함께 산산히 부서져 내리는 유리조각들이 눈 앞에서 슬로모션처럼 보여지고, 예상치 못한 엄청난 충격과 함께 그 자리에서 바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
드럽게도 맛없는 병원 밥. 아무리 배를 쫄쫄 굶는 한이 있어도 이딴 밥은 먹지 않는다. 나름 영양을 맞춰 나왔다는 밍밍하고도 싱거운 병원 밥을 하나도 먹지않고 바닥으로 치워버렸다. 그리고 병원 흡연실로 가 밥 대신 담배를 물었다. 라이터를 켜 불을 붙이고 숨을 깊게쉬며 씁쓸한 연기를 들이마신다.
숨을 들이마쉬고 내쉴때마다 머리가 띵하고, 칼을 맞은 옆구리가 얼얼하게 아프다. 그 날로부터 벌써 사일 정도가 지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병원에 실려와있었고 치료가 모두 끝난 상태였다. 사람들이 말하길, 크게 틀어놓은 음악에 묻혀 룸 밖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 따위 같은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기에 그런 일이 일어난 줄도 몰랐다고 했다.
내 상처는 생명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꽤나 깊숙하게 박혔지만 칼은 심장이 아닌 그와 동떨어진 옆구리쪽을 찔렀기 때문이였다. 머리도 찢어진 부분만 빼면 나름 멀쩡했다. 덕분에 밥도 잘먹고, 잘자고, 이렇게 담배도 뻑뻑 피고…. 씨발, 이걸 감사해야 하는건지, 말아야 하는건지. 나는 픽 웃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변백현은 왜 내 가슴에 칼을 꽂아 넣지 않았을까. 충분히 나를 죽여버리고 싶어했고 또 죽일 수도 있었는데도, 그는 심장을 피해 아무런 효과도 없는 내 옆구리를 찔렀다. 대체 무슨 생각이였을려나.
그때 흡연실 문이 열리고 내 심부름을 받은 비서가 검정 비닐봉지를 손에 든채 조심스레 이리로 들어온다. 실장님, 시키신 식사 갖고왔습니다.
" 아, 고마워. 배고팠는데 잘 되었네. " " 간단하게 해결하시는게 나을 것 같아 초밥으로 사왔습니다. 몸은 괜찮으신지? " " 이 정도야, 뭐. 거뜬하지. 내가 누군데. "
나는 연기가 폴폴나는 담배를 입에 문채 검정 봉지를 부스럭대며 포장된 초밥를 꺼낸다. 담배를 잠시 입에서 빼내고 젓가락으로 초밥을 집어 입안에 넣는다. 드디어 식사다운 식사를 하게 되었다. 옆에서서 담배와 초밥을 번갈아 입에 대며 느리게 식사를 하는 나를 보던 비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저… 그 변백현 말입니다. 그 날 바로 일을 그만 뒀더라구요. " " 행방은? " " 찾고있는데 이미 자취를 감추어버렸습니다. 아, 그리고 실장님이 아끼시던 도경수도… " " ……. " " 같이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
나는 초밥을 집던 젓가락질을 멈추고 잠시 그 날을 떠올렸다. 사일 전 내가 겪은 그 일은 아주 오래된 일인 것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가면을 벗겨내고 보았던 변백현의 눈빛에서 내가 느낀건 단 한가지였다. 미쳤거나, 아님 미칠정도로 간절했거나. 나에게 강간당하는 도경수를 보았을 때도 그 속에 아마 부글부글 끓는 그런 눈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변백현은 도경수를 데리고 안 잡히고 잘 있으려나. 문득 정말 마지막으로 도경수가 보고싶었다. 어디서, 무얼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한번쯤 보고싶긴하다. 한때, 그 덕분에 사는게 즐거웠던 날이 있었지. 두 뺨이 붉게 물들어 한껏 아파하는 도경수의 얼굴이 흐릿하게 떠올라 나는 킥킥 웃는다.
그런 나를 보던 비서가 내 옆에 꼭 달라붙어 마치 충실한 개처럼 말했다.
" 전국을 샅샅히 뒤져서라도 꼭 찾아내겠습…! " " 아니, 이제 그만 둬. 우린 이제 걔네 못 찾아. " " 예? 그게 무슨…. "
순진한 비서가 내 반응에 잠시 당황하다 묻는다. 무슨 소립니까? 실장님. 그런 비서의 반응이 즐거워 후후, 웃으며 다시 입안에 초밥을 넣었다. 나름 짭쪼름하고 바다향기가 나는 부드러운 생선 살이 입안에서 씹힌다.
" 걔네랑 우리랑 사는 세상이 다른데, 어떻게 찾겠어. "
내 손으로 직접 부서뜨린 그들을 나는 애써 찾아내려 하진 않을 것이다. 어디 한번 너희가 말하는 아주 아주 투명하고 깨끗한 세상을 찾아 도망쳐 봐.
" 운명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뭐. "
Side A Fin. |
A가 세편에 걸쳐 끝났습져
뭐 이딴 내용으로 끝나냐 하신다면 전 할말이 없어요 저도 심각성을 느꼈습ㄴ니다..ㅎㅎ
너무 오랜만이라서 전편 내용도 다 잊으셨을듯
그냥 가볍게만 봐주세요 저도 가벼운 마음으로 쓰렵니다ㅠㅠ
다음은 사이드 B편으로 올게요^_T
참고로 A, B, C는 시점이 모두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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