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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나는 경수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뻔했다.
“ 나 좋아해? ” “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
좀 흐지부지한 대답이었지만, 나는 그걸로도 만족했다. 만족뿐만 아니라, 정말로 심장이 쿵쿵거려 몸밖으로 뛰쳐나갈 것 같다. 도경수가 대답을 하는 순간, 나는 정말로 지금 쏟아붓는 비마저, 핑크빛 빗방울로 보였다. 정말로…. 환상을 보는 것만 같았다. 도경수에게 고백을 받는 순간이 올 줄이야. 나는 정말로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행복했다. 도경수의 머리가 비로 축축히 젖어들어갔다. 나는 우비에 달린 모자를 경수의 머리에 살포시 씌워주었다. 더이상 머리는 비를 맞지 않게 되었다. 나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 사실 지난번에 준면 선배랑 얘기했었어. 준면 선배는 그랬지. 도경수는 박찬열 같은거에 관심 없을거라고. 근데 내가 그랬어. 도경수가 나같은거에 관심 없다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무슨일이 있어도 도경수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거라고. ”
경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비 쫄딱 맞은 얼굴을 보니까 더 귀엽다. 나는 도경수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너무나도 고마운 도경수.
“ 고마워. 내 말 이루게 해줘서. ”
고마워. 이 말을 하던 순간, 나를 바라보던 경수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다시 큰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도경수는 안쪽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아내었다. 나는 그가 우는 것을 못 본척 하고, 우비 속에 숨겨진 손을 잡았다. 나도 덩달아 눈가가 시려왔다. 살며시 잡은 경수의 손이 차가워서, 깍지를 끼었다.
“ 가자, 집에 데려다 줄게. ” “ …네. ”
경수는 쿨쩍 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손을 잡고 도경수와 나만이 존재하는 비오는 거리를 걸었다. 우리가 걷는 걸음 마다 찰박찰박 소리가 났다. 경수와 나란히 걷고 있어서 인지, 온 몸이 흠뻑 젖는 것도, 찰박찰박 거리는 물소리도, 모두 기분 좋은 것들이었다. 경수가 씌워준 모자는 비로부터 내 머리를 잘 지켜주고 있었다. 이 모자가 경수를 지켜주길 바랬는데 오히려 경수가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경수가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잠시 경수의 집앞에 서있었다. 혹시 경수가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해줄까, 하고 창문을 보며 잠시 기다렸었는데 도경수는 매정하게 나에게 인사해주지도 않고 집안으로 잠적했다. 역시 도경수네. 나는 속으로 실실 웃으며 아파트 단지를 걸어 나왔다. 어느새 비가 그쳐 구름사이고 해가 조금씩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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