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억-"
내 머리가 잘림과 동시에 꿈에서 깨어났다.
또 악몽을 꿨다. 며칠 전 내 집에 불을 질렀던 자와 그의 딸이 꿈에 나왔다.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검게 칠하며 목을 조르고, 방 안에 벌레를 풀었으며. 나를 쓰레기라고, 죽어서도 저주를 할 것이라며 고함을 질렀고. 거대한 칼로 내 목을 내려쳤다. 수를 셀 수 없도록 악몽을 자주꾼다. 나는 항상 밤에만 일이 있어 해가 지기 전까지는 충분히 잠을 자기 위해 모든 빛과 소리를 차단한다. 하지만 내가 잠을 자기 위해 지랄하는 이 짓들은 내 수면의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밤마다 죽은 자들이 내게 와 저주를 속삭이기 때문이다.
안대를 이마 위로 밀어 올리고 이어 플러그를 빼 침대 옆 서랍에 올려 놓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열 두시네"
아직도 커튼 뒤에서 밝은 빛들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 문자가 도착하였습니다. '
「pm.9시 EK아파트 13동 23층 2303호번호 201384247」
일이 들어왔다. 오늘도 늦을 시간일 줄 알았더니 겨우 아홉시. 집에서 차를 타고 가면 그리 오리 걸리는 시간이 아니다. 그리고 이 때는 사람들이 전부 깨어있을 시간이라 더 조심해야 하는데, 망할 새끼들은 뭐가 급한지 심부름을 서두른다. 돈도 쳐 많으면서 뭐가 그리 급하냐고 젠장.
잠을 더 자야겠다 하는데, 문자 한 통이 더 왔다.
「유상건과 일가족을 모두 죽여주길 바람.(부인, 아들)
조금이라도 늦으면 놓칠 수 있으므로 빠른 해결 바람.
혹시나 집에 유상건이 없으면 인천 공항으로 가는 것을 따라가길.」
" 도망칠까봐 사람을 일찍 부르는 거네 개새끼들. "
다시 잠을 자기 위해 베개 위에 머리를 눕혔고, 안대를 다시 고쳐쓰고 이어 플러그를 귀에 꽂았다.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가만히 감았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억지로라도 잠을 잘 것이다. 남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잠을 자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락할 친구 하나 없다. 그렇다고 이뻐할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날 위해 잔소리 할 여자도 없다. 그리고 난 그런 사람들은 원하지도 않고, 내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
눈을 뜨고 보니 일곱 시가 되가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샤워를 한 후 옷장 안에 들어있는 온통 검은색으로 도배된 슈트를 입고 현관 문을 열었다.
집에서 나와 문을 잠구고 있을 떄,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 어, 음.. 저기..요 "
말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502호 어제 봤던 그 꼬맹이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아저씨 김수현? 이름 김수현 맞죠? "
녀석의 말에 고개를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아저씨 어디 가세요? 놀러가나? 근데 왠 슈트? "
".. 나 지금 많이 바쁘다 네 질문에 대답해 줄 시간 없어."
" 아~ 그럼 그럼 언제 대답해 줄거에요?"
" 시간이 된다면."
" 언제 시간이 되는 건데요~"
고딩 말을 무시하곤, 서둘러 복도를 벗어났다. 저 뒤에서 아저씨 하며 날 불렀지만 그 말 마저 무시하고 빌라에서 나왔다.
빌라에서 나와 걷는 도중에 어린 목소리가 또 나를 불렀고 난 그 목소리에 걸음을 세웠다.
"아저씨~ 시간 언제 되나요!!"
녀석의 목소리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 했지만, 녀석이 나를 불렀기 때문에 빌라 주변의 있던 시선들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두리번 거리다 빌라 위에 있는 녀석을 찾곤 그가 부른 사람들 찾기 위해 또 시선을 돌려 아파트 앞에 있던 나를 쳐다 보았기 때문에 나는 빌라 복도 창문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과 시선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 우리 오늘 열 두시에 만남을 가지죠! 어때요?"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은 또 한 번 크게 소리쳤다. 난 녀석의 목소리에 걸음을 서둘렀고, 말을 무시했지만, 녀석은 그 것을 포기 하지 않고 '다녀오세요'같은 말을 내뱉으며 소리를 마구 질러댔다. 지금은 저녁 시간. 한 창 조용 할 때, 가족들이 옹기종기 앉아 밥을 먹거나, 연인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학생들은 집에 돌아 올 시간. 시끄러우면서 조용한 그런 저녁 시간에 그 녀석의 말 때문에 편안함, 안락함이 깨졌다.
*
빌라 근처 편의점에 들려 담배를 사 주머니에 넣곤 차에 탔다. 아까 고딩의 시끄러운 질문 때문에 그런지 머리가 더 지끈거리는 느낌이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한 개피를꺼내고 곽은 옆 좌석에 던져놨다. 담배를에 물어 불을 붙이곤 차에 시동을 걸었다.
「7:33분」
그 고딩만 아니였으면 더 천천히 일을 보러 갈 수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더보기 허허... 수정된 부분 찾는 분들은 빙의글이라도 써드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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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