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러니까 김명수,"
"뭐."
명수는 자신보다 서너살은 어려보이는 데다가 이상한 옷차림을 한 성종이 거리낌없이 반말을 써대는 게 영 시원찮았는지,
성종의 말에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음... 그니까 니가 해야할 일은."
"앙. 뭔데."
"죽어."
"뭐.. 뭐 이 새끼야?"
순간 놀랐는지 두 눈이 휘둥그레 커지는 명수를 보고 성종은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이성열 시한부래매. 살리고 싶다매. 맨날 기도 했으면서?"
"내가 죽으면 성열이는 행복할 줄 아냐 병신아?"
"아니 죽는 게 죽는 게 아니야!"
"개소리 말고 너 누구냐고?"
"나-?"
성종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천사 악마 혼혈이다, 새끼야."
명수는 3류 판타지 영화같은 일이 자신의 눈 앞에서 벌어지는게 기분이 참 오묘하고도 한편으론 불편했다.
"천사 피도 섞이셨으면서 왜 나한테 이런 깊은 빡침을 느끼게 하나요 니는?"
"아 그만 비꼬라고. 내가 이성열도 살리고 막 둘 다 존-나게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까?"
"지껄여봐라."
"로미오와 줄리엣은 알지? 그 섹스피언가 쎅쓰피언가 셰익스피어."
"내가 병신이냐 그런 얄팍한 상식도 모르게?"
"줄리엣이 그.. 그 로미오랑 결혼하려고 독약 쳐먹고 죽은 척 했잖아."
명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너 줄리엣 역할하라고."
"독약 먹고 죽은 척하다가 뒤지라고?"
"독약 말고. 그냥 너 신체만 분리하면 돼."
"뭔 개소리야-?"
성종은 도무지 이해를 못하는 명수가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머리에 살짝 꿀밤을 먹이고 째려보는 명수를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너도 알겠지만은 인간은 영혼이랑 육신으로 나눠질 수 있어. 넌 그 육신을 이 곳에 놔두고, 영혼은..."
"...영혼은?"
"영혼은... 저 위로 올라가서 우리 좀 도와줘."
명수가 궁금한 듯 다소 무관심한 태도를 일관하던 아까와는 달리 귀를 기울였다.
"천국이랑... 지옥 좀 도와줘."
"..?"
"너가 우리 세계 도와주면, 이성열 시한부에서 벗어나게 해줄게. 그러니까 제발."
"성열이가 걱정할거야... 나 죽은 줄 알고, "
"너 중학교 동창에 장동우 알지?"
"음... 장동우가.. 장동우.. 아, 짱똥!!!"
"그래 짱똥이고 짱오줌이고 뭐든 간에, 걔 우리 세계 사람이야."
"뭐?"
"잠깐 인간 세계 탐방하러 너랑 중학교 3년 같이 다닌거야."
"3년이 짧은 시간도 아니고?"
"아까 말했잖아. 난 니보다 나이는 적어도 더 오래 살았다고."
"그럼..?"
"인간한테 15년은 우리에게 1년에 불과해. 장동우가 탐방 왔던 시간은 우리한테 두 달 남짓이야."
"진짜 천사같은 게 있었구나.."
"꿈 아니니까 걱정 쳐치우시고요, 계약하자고."
"계약?"
"내가 너랑 이성열 이제 안 슬퍼하게 해줄테니까 여기 도와달라고."
"성열이가 걱정..."
"내가 장동우 얘기를 왜 꺼냈겠어?"
"그럼.."
"장동우가 이성열한테 설명해줄 거니까 걱정말고,"
".."
"같이 가자고."
#
"명.. 명수야.. 흐아아악..!"
절규하던 성열의 눈에 무엇인가가 보였다.
누렇게 변색된 쪽지.
"흐으.. 저게 뭐야.. 하으... 명수.. 김명수우.."
성열은 하염없이 울면서도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열었다.
'Romeo & Juliet'
"뭐.. 뭐야아.."
영어 밑에 이쁜 글씨체로 무엇인가가 작달막하게 쓰여있었다.
'김명수 생명 O 계약 O 이성열 생명 O 장동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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