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태형] 양반가 4대독자 김태형 X 과부 너탄 3장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11/1/feb8abd89c9e2046f0cda052c2cd271b.jpg)
양반가 4대독자 김태형 X 과부 너탄
3장
남편이 집에서 쫒겨난지 어언 사흘째다. 그날, 사실을 안 어머님께서는 혼을 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저에게 손찌검을 하려고도 했으나 아버님의 만류로 겨우 넘어갈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제 얼굴을 보기가 싫으신건지 아예 마주치려고도 안하신다. 말로는 호되게 야단치셨지만 그래도 본인의 아들이기에 쫒아낸 것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아버님께서는 매일 밤마다 쉬이 잠을 못 이루시고 마당을 서성거리셨다.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였다. 잘 곳은 있는지, 밥은 제때 챙겨먹는지, 또 술을 마시고 어딘가에서 행패를 부리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다가도 막상 장날이 다가오고 있으니 시장에 가면 남편이 있을까봐, 다른 여인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봐 겁이 나기도 했다.
“아가.”
“예, 아버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래, 너도 잘 잤느냐?”
“예.”
서로가 한 사람으로 인해 잠에 들지 못한 것을 아는데도 푹 자고 일어난 사람인냥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탄소야, 뒷마당에 가면 어제 가져다놓은 나물이 바구니에 담겨 있을것이야. 그중에 하나를 옆집에 좀 가져다주고 오려무나.”
“아버님, 옆집은 빈집일텐데요?”
“며칠 전까지는 그랬지. 저번에 집에 들어오는 길에 옆집에 새로 들어온 사내를 보았는데, 사람 좋게 웃으며 말을 걸기에 감사의 의미로 나물을 좀 주고 싶어서. 그 김에 너도 인사나 하고 오거라.”
나물이 가득 든 바구니를 들고 대문을 나섰다. 옆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약 서른 걸음쯤 걸어가면 나오는 소소하고 작은 기와집이었다.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집이라 그런지 아직 사람이 사는 느낌은 나지 않았다.
“저.. 옆집 김 영감 댁 며느리입니다... 계십니까?”
...
“안계십니까..?”
인기척조차 없는걸로 보아하니 자는 것은 아닐테고, 부지런한 사람인지 아침부터 일하러 나간 듯 했다. 집 앞 마당에 조그맣게 자리 잡은 평상위에 나물이 든 바구니를 내려놓고 그 옆에 앉았다. 아직도 머릿속에는 제 남편 걱정이 가득했다. 아무리 저를 증오하고 싫어한다 해도 이미 끊을 수 없는 부부의 연을 맺었기에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는 아내와 남편 사이었다.
*
2년 전, 아버지의 심부름을 받아 처음 연(蓮)마을에 갔을 때였다. 아버지의 오랜 죽마고우이신 김 영감님께 서역에서 들여온 귀한 약주를 전해드리러 가는 길이었다. 고운 보자기로 깔끔하게 싸여진 약주는 어린 제가 들고가기엔 많이 무거웠지만, 아버지께서는 집의 종을 보내지 않으시고, 굳이 저를 보내셨다.
끙끙대며 약주를 들고 간 연마을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괜히 연꽃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게 아니였다. 마을 안에 드문드문 위치한 연못위로 봉우리 져 올라와있는 모양새를 보면, 괜시리 마음이 안정되어지는 듯 했다.
아직 개화기가 아니여서 연꽃이 활짝 피어있는 장관을 보지는 못하였지만 한달 후면 흐드러지게 피어날 꽃들을 보러 곧 다시 찾아오고 싶어졌다. 잠시 한눈을 팔다가 작은 돌부리를 보지 못하고 발등을 부딪혀 걸음이 꼬였다. 약주를 낑낑대며 들고 연못을 구경하며 걷다가 앞을 보지 못한 게 문제였다.
휘청대다가 그대로 앞으로 넘어질뻔한 것을 가까스로 몸을 돌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앞으로 넘어졌으면 심부름거리인 귀한 약주가 산산이 부서졌을 것이었다. 약주를 보호하려다 보니 제 몸이 말이 아니었다. 돌부리에 찍힌 발등에서는 피가 조금씩 흐르고 있었고, 넘어지면서 치맛자락을 밟았는지 치마 끄트머리가 조금 찢어져 있었다. 게다가 옷이 전부 흙투성이여서 누가봐도 흉한 꼴이었다.
누가 볼새라 얼른 일어나려니 엉덩방아 찧은 곳이 아파와 혼자서 일어 설 수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뭔가 지지해서 일어날 것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연못가에 뭔가 있을 리가 없었다. 반대쪽을 돌아 본 순간 저는 그제서야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이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허..”
“..아, 그게 몰래 보려던건 아니었는데...”
첫눈에 봐도 알 만큼 훈훈한 외모의 청년이었다. 제가 넘어지는 것을 보며 웃음을 참았을 것을 생각하니 볼이 뜨거워져 왔다. 너무 창피했다.
“......”
“저..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업어드릴까요?”
“..아뇨 괜찮,”
“손에 그것은 약주입니까?”
“예..”
“혹시 김 영감님께 전해드릴..”
“어,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하하, 제 아버지시거든요.”
“..에?”
그렇게 만난 것이 처음이었다. 어차피 자기도 집에 가는 길이었으니 업히라며 등을 내주는 모습을 보며 참 좋은 사람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넘어진 채로 밑에서 올려다봤을 때는 잘 자란 양반집 자제이니 만큼 여리여리하게 보였는데, 막상 업혀보니 사내는 사내인지 등판이 꽤 넓었다. 힘들텐데도 걸으면서 심심치 않게 말을 걸어주기도 하고, 제 발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서두르기도 하였다.
저를 생각해주는 모습에 설레이는 제 모습이 어색했었다.
*
항간은 여전히 좌찬성의 둘째 아드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아직도 안들어 오셨다구요?”
“네, 워낙 부모님 속 썩이는 일이 없던 효자기에 금방 돌아오실 줄 알았는데..”
“그러게나 말이에요.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는지, 좌찬성께서는 얼마나 속이 상하시겠어요.”
“그놈의 좌찬성 둘째 아들 얘기는 하루라도 안하면 입에 가시가 돋치나. 어딜 가도 저 얘기 뿐이네.”
![[방탄소년단/김태형] 양반가 4대독자 김태형 X 과부 너탄 3장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2/25/9/367f5084981481be16d962a1518323d7.gif)
태형은 오늘도 어김없이 장날을 맞아 장에 나와있었다. 뒷짐을 지고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노라면, 주위에서는 저를 몰래 훔쳐보는 계집들의 시선과 수군거림이 느껴지곤 했다. 아픈 아내를 두고 장에 나온 것에 마음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오늘은 막연히 선녀님을 보러 나온 것만은 아니었기에 뜨끔함을 떨치기로 하였다.
“원래 무가 이렇게 깔끔하게 생겼습니까?”
“아이고, 아니지요. 다른 무들은 다 울퉁불퉁 고약하게 생겼지만, 저희집이 키운 무들은 유독 이렇게 깨끗하니 예쁘게 자란답니다.”
“호오, 어쩜 그리 농사를 잘 하시오? 비법이라도 있소?”
“양반가 도련님께서 농사를 하실 일은 없으실텐데,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있지요, 비법.”
“무엇이오?”
“사랑을 듬뿍 주는 것이지요.”
“사랑을 듬뿍?”
“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제가 키우는 작물에 대한 애착이 정말 크거든요. 하루하루 무에게 말을 건네면서 예쁘게 잘 자라달라고 애정표현을 하면, 신기하게도 진짜 이렇게 예쁘게 자라준답니다.”
애정표현이라...
태형은 집에서 골골대고 있는 제 아내를 생각했다. 안쓰러웠다. 좋아해주지는 못해도, 건강한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건강해달라고 하면 건강해질 수 있을까. 마음에도 없는 표현을 한다 해도, 해준다면 좋아할까.
“그런데 아직 젊은 분이 왜 벌써 무 장사를 하시오?”
“아.. 어머니께서 잠시 시골로 내려가셔서 오늘 장에는 제가 나왔습니다. 잠시 쉬려다가, 어머니께서 예쁜 새댁이 무를 사러 나올 것이라고 꼭 나가라고 하셔서요.”
“...예쁜새댁?”
그러고 보니 오늘은 선녀님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장이 크고 넓다고는 해도 어딜가나 눈에 띄던 여인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무 하나 드릴까요?”
“예, 제일 예쁜걸로 주시오.”
무를 바구니에 담아 가는 양반집 도련님을 보던 규수들의 입가엔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어쩜 저리 다정하실까. 혼인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방을 들락날락거리던 태형이 제 아내에게 줄 죽을 쑬 재료인 무를 사가는 것이 그렇게도 다정해 보일 수가 없었다. 사실 혼인하고 나서 태형은 본인도 모르게 많이 바뀌어 있었다. 어릴때는 그저 계집을 후리고만 다녔는데 이제는 여인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 물론 그 여인에 해당하는 사람은 한명 뿐이지만.
태형이 바뀐 시점은 정확히 말하자면 선녀님을 만난 후였다. 자기가 겪어본 여자들과는 다른 순수함과 솔직함, 그리고 티 하나 없는 맑음. 이것에 매료되었다.
사실 이미 혼인을 한 여인을 탐내는 것은 안될 일이지만 태형은 지켜보는 것만으로 족했다. 그리고 이미 저도 임자가 있는 몸이니 별 다른 수도 없었다. 그저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눠보았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했다.
태형은 저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미 저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태형 본인도 인지하고 있었다.
선녀님을 못 본 것은 아쉽지만 장날은 많으니 다음을 기약하며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을 아내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송마을로 접어드는 길목에 다다를 때였다. 아직은 훤한 아침이었는데도 주막 앞이 북적거렸다. 서로 수군거리는 것이, 무슨 일이 난 것 같았다.
“감히 네가 내 말을 거역하는 것이냐!!”
“꺄아!”
쨍-
태형은 그냥 무시하려고 지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어린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뒤이어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뒤이어 사람들의 어쩔줄 몰라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태형은 사람들의 사이를 헤집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린아이 하나가 덩그러니 서서 엉엉 울고있었다.
“무슨 일이오?”
“아이고오, 말도 마십쇼. 연마을의 소문난 술주정뱅이인데, 오늘은 장에까지 나와서 이 난리를 피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바닥은 온통 접시와 술잔들이 나뒹구러져 있고, 술상 위엔 대여섯개 쯤 되어보이는 술병들이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태형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갈 즈음 부엌에서 술병을 들이키며 술에 거하게 취한 사내가 나왔다. 제 또래처럼 보였다.
“..뭐야, 구경났어? 재밌냐? 재밌냐고!!”
태형은 앞에서 울고있는 여자아이와 저 사내의 상태로 상황을 어느정도 추측할 수 있었다. 분명 술에 쩔어서 별거 아닌 트집으로 여기서 일하는 여자아이를 괴롭혔을 것이다. 진상도 이런 진상이 따로없다.
“탄소, 탄소 데려와... 탄소야!!!!! 탄소야!!!”
“아유, 저 인간 저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만. 새댁 볼 때마다 내가 다 미안하네. 새댁이 얼마나 잘하는데... 쯧쯧.”
“탄소야.. 탄소...”
술먹고 주정하는 남편이라니, 그런 남편을 둔 아내는 얼마나 힘들까. 아내의 이름을 외치던 사내는 곧바로 술에 취해 쓰러졌다. 태형을 인상을 구기고는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더는 보고싶지 않았다.
탄소... 처음듣는 이름이었지만 한없이 불쌍하게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내에게 좋은 남편이었던가. 얼굴을 마주하며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고, 정치에는 관심이 없으며 거의 매일같이 장으로 나가는 남편. 어쩌면 저 사내와 다를 바가 없다.
태형은 복잡한 생각을 떨쳐내고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다음번에는 선녀님을 꼭 만나야지. 안보니까 불길한 일이 생기는거 같아.
*
하루만에 마주한 아내는 더 야위었고, 더 안쓰러웠다. 매일같이 좋다는 약을 다 먹이는데도 좀처럼 나을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태형은 항상 밝던 사람이 어떻게 저리 약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원인을 알고 싶었다. 단순 열병에 묻힌 진짜 병을 알아내고 싶었다. 유전되는 것도 아니었고, 전염되는 것도 아니었다. 태형은 이게 왠지 저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내는 사실 입맛이 없었다. 억지로 먹는다 해도 다 게워내서 사실상 하루에 먹는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너무 아파서 배고픈 것도 잊은지 오래였으니. 그냥 이대로 누워 계속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괴롭혔다.
하지만 제 눈앞에 있는 이 사내가 그 생각을 멈추게 만든다.
“열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무가 좋다고 하여 손수 시장에서 무를 사왔소. 제일 예쁜 무로. 먹기 쉽게 밥과 함께 죽으로 쑤었으니 조금이라도 드시오.”
“..서방님.”
“어서.”
먹고 싶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웠고, 냄새를 맡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렸다. 하지만 앞에서 수저를 들고 저를 바라보는 눈빛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빨리 기운 차리시오.”
“...”
“웃는 모습이 제일 예쁘니까.”
사랑을 듬뿍 주는 것이지요.
하루하루 무에게 말을 건네면서 예쁘게 잘 자라달라고 애정표현을 하면, 신기하게도 진짜 이렇게 예쁘게 자라준답니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양반가 4대독자 김태형 X 과부 너탄 3장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1823/b8465cf8bf7aa6a460da0f16a838294e.gif)
“빨리 나아서, 많이 웃어주세요.”
건강해달라고 하면 건강해질 수 있을까. 마음에도 없는 표현을 한다 해도, 해준다면 좋아할까.
“..예, 서방님.”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분명 저를 걱정해 주고 있는 말이었다. 신기하게도 그간의 아픔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기뻐서 나오는 눈물이 이런 것인가. 나 홀로 바라보던 사랑이 이루어졌다. 이 사람도 나를 신경 쓰고 있다. 태형은 울고있는 저를 보며 당황한 듯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기뻤으니까. 나는 지금 제일 행복하니까.
태형이 떠 먹여준 무죽이 담겨있던 그릇을 깔끔하게 비웠다. 여전히 안색은 좋지 않았으나, 태형은 조금은 나아보이는 저를 보고는 뿌듯해했다. 사실 속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러나 저를 생각해 제 손으로 시장에서 무를 사온 그를 속상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삼킨지 얼마 되지 않은 죽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게워내기 전에 태형을 내보내야 했다.
“서방님, 저는 먼저 잠자리에 들테니 이제 나가계셔도 되어요.”
“같이 있겠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더 이상 아픈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요. 특히 서방님께는 더.”
“그러시다면, 잠시 나가있다가 금방 들어올 것이니 편히 누워계시오.”
태형은 오늘밤을 아내의 곁에서 지새우려고 했다. 어젯밤에 꽤나 끙끙대는 아내를 보며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왠지 오늘 일진이 사나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아내가 잠이 들때까지만 나가있으려고 했지만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오늘 꼭 뭔가 좋지 않은 변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한참 마당을 서성이던 태형은 다시 방문 앞으로 돌아왔다. 아직 들려오는 이불 뒤척이는 소리에 잠이 드는데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 숨죽여 앉아있었다.
웩, 켁, 케헥, 우웩,
한참 잠잠하던 방 안에서 속을 게워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태형은 곧장 방으로 들어가려던 몸을 다시 돌려앉았다. 자신의 아픈 모습을 더는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제가 챙겨준 죽을 토해내는 모습이라면 더더욱. 방안에서는 고통스러운 소리가 한참 이어졌다.
아내는 한참이나 잠에 들지 못하였다.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다시 고통스러운 소리가 문 틈으로 새어나왔다. 죽을 먹이는 게 아니었다. 무턱대고 먹인 제가 잘못이었다. 잠에 드려고 하면 넘어오는 속에 아내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나눌 걸... 남편이라는 자가 아내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듣는 것도 고통스러웠던 소리가 그쳤다. 아내는 인시(오전 3시~5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든 듯 했다. 밤새 구역질에 시달린 아내를 차마 볼 수가 없어 자리를 옮겼다. 잠을 자기엔 이미 글렀기에 평상에 앉아 별을 헤아렸다. 제게 들었던 불안감이 아무것도 아니길.
다 괜찮아지길.
***
“탄소야... 탄소야... 문 좀 열어보거라 탄소야...”
탄소는 간만에 깊게 잠들었던 것도 잠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피곤해서 헛것이 들리나..
“탄소야아.. 문 좀 열어보래도.. 탄소야..!”
“...나으리?”
헛것이 아닌 제대로 들리는 소리가 맞다. 그것도 바로 문 밖에서 나는 소리였다. 나으리께서 돌아오셨다. 닷새가 되어가는 새벽에. 두려움과 동시에 반가움이 몰려왔다. 아니, 반가움이 더 컸다.
꿈이 아니길 바라며 문을 열었다.
“헤헤.. 탄소야..”
“나으리, 어서 들어오세요.”
술에 잔뜩 찌든 상태였기에 건들면 다음날 또 화를 낼 것이 분명했다. 감히 남편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었다는 이유로. 그래서 제멋대로 부축해 집안에 들이기가 겁이 났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달랐다.
“탄소야, 내 몸이 이상하다.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구나. 나 좀 잡아줄 수 있겠니..?”
“..예,”
이름을 저렇게 다정한 말투로 불러준 적이 없었다. 술을 마시고 불러준 적은 처음이었다.
방에 들어와 앉은 남편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괜히 낯이 붉어지는 느낌이었다.
“탄소는 여전히 예쁘구나.”
남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나를 향한 달달한 말이었다. 술김에 하는 말일 텐데도 여태껏 이런 적이 없어서 더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말이었다.
“내 생각이 짧았다... 내가 나쁜놈이다...”
“...나으리..?”
“..널 아직 연모한다.”
“..예?”
“....내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구나.”
연모한다는 말에 가슴이 미칠 듯이 뛰었다. 온몸이 뜨거워졌다. 꿈이 아니길 바랐다. 아니, 꿈이어도 좋다. 이대로 깨지 않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과는 달리 남편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내가 여태까지 무슨 짓을...”
“...”
“이렇게 사랑스러운 너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한건지...”
“...아닙니다.”
“...탄소야,”
남편에 눈에 어려있는 슬픔에 제 마음도 아려왔다. 진심이었다. 그의 입에서 뱉어지는 말들은 진심이었다. 눈을 마주하며 내 이름을 불러오는 그에게서 애틋함이 느껴졌다. 2년 전 그때처럼. 좋았던 그때처럼.
“...연모한다.”
탄소 너를 연모한다!
“..저도요, 나으리.”
쓰러지듯 잠들어버린 남편을 보는 시선속에서부터 흐른 기쁨의 눈물이 서서히 눈과 볼을 적셨다. 가슴 한켠이 따뜻함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 *^^* |
여기까지가 재연재구요 이 다음부터는 천천히 올라 갈 예정이에요. 신청해주신 암호닉분들의 암호닉들도 다음화인 4장부터 올려드릴 예정입니다!! 항상 노력하는 작가 되겠습니다! 봐주시는 모든 분들 항상 감사해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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