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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누구세요..?"
"나? 김명수."
"왜.. 왜 창문으로 들어오세요.. 저희 집 가난한데.. 어머니도 돌아가시구.. 아버지도 가출하.."
"아 야야야, 내가 도둑으로 보이냐?"
고작 10살 꼬마였던 성종은 겁을 잔뜩 먹고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에헤이- 도둑 아니거든?"
"지.. 진짜죠? 나 죽이러 온거 아니죠..?"
"내가 왜 생판 모르는 꼬마애를 죽이러 와. 나 천사야 천사~"
10살이라도 알 건 다 안다고 자부하는 성종은 아저씨 지금 나 어리다고 놀려요-? 하면서 살짝 째려봤다.
"아나 진짜! 미친 사람 아니라고! 술도 안 마셨어!"
"아저씨 그럼 우리 집 왜 왔는데요?"
"음... 그러니까 그게"
"그것도 창문으로? 도둑처럼? 스스스슥?"
"아 그러니까 그게.."
성종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자 명수는 괜히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꼭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
"근데요?"
"벌써 천사로 온갖 가식은 다 떨면서 인간 나이로 450년을 살았어."
"450년이래. 진짜 아저씨, 죄송한데 도신 거 아니에요..? 살짝?"
"야 꼬마 입 다물어봐. 내가 진짜 이 사람을 사랑 안 하면 진짜 안 돼. 진짜 진짜."
"왜요?"
"아니 진짜... 그 사람이 진짜 너무 이쁘고.. 완전 그렇구.. 거기다가.. 으흥-"
음흉하게 미소짓는 명수를 성종은 경멸하듯 바라보면서 손가락을 머리에 대고 돌리며 정말로 미쳤냐고 물어본다.
"아저씨가 그 사람이랑 연애하든 깨지든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요?"
"그러니까 내가 그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인연의 시각이 1주일 후 정오야."
"네."
"진짜 만나야 해. 나 진짜로 그런 사람 한 명도 못 봤단 말이야."
"아 그러니까요, 결론이 뭐길래 이렇게 뜸을 들여요."
"예언을 받았어. 내가 그 사람이랑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액운이 끼는데 그걸 풀어줘야 할 사람이 나야. 근데 그 미래의 내가 모든 걸 깨닫는 순간은 널 다시 만났을 때야."
"그래서 어쩌라구요?"
"너 천국이라고 아냐? 착한 사람들만 가는 데~"
"네!! 네 알아요! 나 천국 가구 싶어서 맨날 맨날 착하게 기도도 하구 그러는데!"
2시간 전에 읽은 동화책이 행복한 하늘나라에 관한 것이었기에 성종은 유난히 격하게 반응하며 좋아했다.
"천국 탐방 가볼래? 죽으라는 말은 아니구, 너같이 착한 애는 천국 갈 거니까 미리 보고 와라고."
"우와아!!! 가보고 싶어요!! 근데.. 근데 언제까지요? 제 형 몸이 워낙 약해서요."
"한 1주일만 갔다 오자."
"에헤.. 왜 그렇게 짧아요."
어차피 너가 곧 오게 되니까.
명수는 하고 싶은 말을 눌러 삼켰다.
"...자발적으로 찾아오는게 강제로 명을 끊어버리는 것 보다는 낫잖아."
"네..?"
"휴우.. 아니야."
"그.. 그럼 천국! 천국은 언제 가요?"
"지금."
지금요? 하면서 성종이 휘둥그레한 눈으로 묻는다.
"너 학교나 학원도 안 다녀서 괜찮잖아. 형은 걱정마, 내가 내려와서 보살펴 줄게."
"무슨 말이에요?"
"..일단,"
명수는 두 손을 모아서 성종의 이마에 올려놓더니 세게 눌렀다.
"아야! 아.. 아ㅍ.."
성종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천국으로 와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1주일 후 지상으로 다시 오게 되면, 명수를 그리워 하게 될 것이다.
명수는 매우 매우 착한 천사라고 세뇌를 당하고, 그를 사랑하도록 바뀌었기 때문에.
그리고 결국은,
다시 천국으로 갈 것이다.
명수는 천국의 인구를 유지한다는 구실로 지상에서 사랑을 나누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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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여기가 어디야."
하얀색으로 가득찬 다소 암울한 이 세상은 천국이라 사고하기 힘들었다.
"명수아저씨.. 어딨어요?"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명수아저씨.. 여기 천국 아니 잖아요. 동화 속이랑 완전 다르잖아요!"
성종은 주위를 둘러보다 아무도,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자 사기꾼- 이라 소리치고는 그대로 주저 앉아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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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가 성종이에요?"
보랏빛 오오라가 도는 검붉은 뿔을 가진 미녀가 물었다.
완전한 흑색인 머리칼과 눈동자는 너무도 매혹적이어서 빠지면 못 헤어나올 듯했다.
"정확히는 성종이란 애 영혼이겠지."
쓰러져 있는 성종의 몸과, 그 옆에서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나는 청록의 구슬.
그 옆에서 흰 날개를 달고 나풀거리는 옷을 입은 사내가 대답해주었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들이 낳은 이제 15살 되는 소년의 입에 구슬을 물렸다.
"આ ગળી, માય ડિયર."
(삼켜보렴, 아가야.)
소년이 구슬을 삼키자 마자, 뉘여져 있던 성종의 몸은 사라지고 소년은 얼굴과 몸이 성종의 것으로 바뀐 채 잠이 들어 쓰러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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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가 누구에요, 엄마?"
"엄마도 잘 몰라. 성종아, 이 일 못해도 너 재판 안 받아두 되니까 계약 꼭 맺고오렴."
"네,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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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입니다. 방금 전 00대로에서 6중 추돌사고가 발생하여 22살 김 모 씨 외 열 명이 부상을 입.."
성열은 곧바로 00대로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달려갔다.
분명 명수는 나와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00대로라고 했는데...
갑자기 전화가 끊어진 후 1분만에 뉴스에 교통사고가 뜨니 직감으로 명수가 있을 곳을 향해 뛰고 또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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