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공커] 에그몽 [ 19 ]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4/2/0/420a03c2b357584ebd465a4221be92f4.jpg)
*
삐삐삐.삐삐삐.
늦은 밤 거실에 나란히 앉아 티비를 보는 도중 베란다에 놓인 세탁기에서 요란한 알림음이 들려왔다.다 됐나보다.리모컨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세탁기를 연 뒤에 익숙하게 옷을 하나씩 꺼냈다. 이리저리 엉켜져있는 옷들사이로 제일 바닥에 있는 성열의 옷을 잡아챈 명수가 씨익 웃으며 '짜아잔~! 완전 깨끗해졌지?'하며 웃어보였다. 성열의 표정이 썩어문드러지기 시작했다.
깜빡하고 하얀 빨래와 알록달록한 프린팅 티셔츠를 같이 빨아버렸다. 성열의 하얀 옷에 얼룩덜룩한 색감이 한가득 묻어있었다.명수가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힐끗 성열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 뭐,뭐가 좀 묻었네. "
" 야!!!!!!!! "
성열이 소파에서 일어나 쿵쿵 다가오더니 명수의 머리통을 내려치고는 옷을 홱 빼앗아들었다.
" 이거 어떡할꺼야 !!!! "
" 아이씨 !! 그렇다고 머리통을 때리냐 !! "
" 내가 안 빤다고 했잖아 !!!! "
" 내가 일부러 그랬냐 !! "
" 뭐 ?! 니가 너만 믿으라며!!! "
" 그래도 망가진 건 아니잖아 ! 뭐 좀 약간 묻은 거 가지고 생색은...아!!! "
명수의 정강이를 걷어찬 성열이 씩씩거리며 서둘러 바지도 살펴봤다. 맙소사.바지에도 온통 얼룩이 한가득이다.마치 혼란스러운 정신을 표현한 예술작품처럼 여기저기 지저분한 얼룩이 그려져있었다. 성열이 진심으로 화난 표정을 지으며 명수를 노려봤다. 그 기세에 머리통과 정강이를 문지르던 명수가 움찔했다. 성열이 소파에 털썩 앉아 자신이 입은 명수의 반팔티로 그 얼룩을 문질러보자 얼룩은 지워질리가 없었고 반팔티만 축축히 젖어갔다.
" 야...미,미안해."
" 이거 내가 제일로 아끼는 옷이였는데...난몰라..."
성열의 옆에 뻘쭘하게 서있던 명수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나도 잘해볼려고 그런건데...
*
어둡고 붉은 빛이 감도는 방안.
다른 방에 있는 사자들은 모두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호원은 여태껏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리고 있었다.이틀안에 동우의 할아버지 혼을 모셔와야한다.
사자를 양성하는 학교에서도 냉정해야하는 사자답지않게 많은 정을 가지고있는 호원은 꽤 많은 지적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차갑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오늘 하루,잠깐동안 동우와 접촉을 한 것이 후회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자신은 사자일 뿐 명부에 있는 혼을 지울 수 없고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도 없다. 한숨을 내쉰 호원이 눈을 감고 오지않는 잠을 청했다.
*
" 성열아,너 옷이... "
" 묻지마. "
아침 일찍 우현과 성규,성열과 명수가 만났다.
명수와 우현은 평소처럼 교복 차림이었고 성규는 천상의 옷을,그리고 성열은...성열은 명수의 체크남방과 스키니진을 입고 있었다.옷에 대해 묻자 성열이 명수를 휙 노려본다.이 자식때문이야.성열의 말한마디에 명수가 가방끈을 꽉 쥐며 움찔했다.
" 잘 어울리는구만. "
" 너 지금 뭐라했어 ? 지금 누구 염장질러 ? "
우현이 한마디 끼얹었다가 성열의 째림을 받았다.성질한번 더럽네. 우현이 작게 속삭이며 어깨가 축쳐진 명수와 함께 학교로 향했고 성규와 성열은 잉란을 찾아나섰다.
" 근데 성열아. 진짜 잘 어울려."
" 불편해. 날 수도 없고 ."
" 옷이 어떻게 됐는데 ? "
어제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거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참 이야기를 듣던 성규가 '그래도 명수는 너 위해서 그런 것 같은데 니가 너무 했다'하며 명수의 편을 들어주자 ' 몰라.짜증나'하며 성열이 투덜투덜거린다. 하긴 어제 자신이 좀 너무 하긴 했다. 자존심이 전부인 성열인지라 자신이 너무 한 걸 알았어도 선뜻 사과하기가 민망했다. 아침에 명수가 옷을 꺼내주던 모습이 생각난다. 어깨가 축 쳐져서는 서랍앞에 쭈그려앉아 뒤적뒤적.가진 건 남방 뿐이라며 미안해하던 명수의 모습.
" 아,짜증나. 그거 내가 제일 아끼는 옷인데... "
" 그래도 그렇지..."
" 몰라몰라.잉란이나 얼른 찾자."
" 치이... "
아무렇지않은척 먼저 앞장서걸어갔지만 성열의 어깨가 무거웠다.
*
" 장동우 ~ ! 학교 가자! "
" ...... "
" 이상하네.늦잠자나 ? 장동우 !! "
동우네 대문앞에서 동우의 이름을 번갈아부르는 명수와 우현. 원래 한번 부르면 후다닥 달려나오는 동우였는데 어째 오늘은 잠잠하다. 들어가볼까. 우현이 덜 닫힌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부엌의 불도 켜져있고 거실 TV도 켜져있다.
" 어라 ? 얘 방금까지 있었던 것 같은데."
" 이거 봐. 식탁에 밥도 있어. "
식탁에 퍼놓은 밥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우현과 명수가 모든 방을 열어봤지만 어느 곳에도 동우는 없었다.
" 이상하네.증발했나 ? "
" 한번 전화해봐."
" 어.잠깐만. "
우현이 동우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컬러링만 줄기차게 들려오고 정작 받지를 않았다. 야,이러다가 우리까지 지각하겠다. 명수의 말에 우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안의 불을 끈 뒤 집을 나와 학교로 향했다.
*
" 아저씨 ! 빨리요,빨리 ! "
" 아이참,학생. 지금 출근시간인 걸 몰라 ? "
" 아아...그냥 여기서 데려주세요!!! "
동우가 택시에서 내려 클락션을 울려대는 차들 사이를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발바닥이 뜨거웠다. 옆구리가 뻣뻣하게 땡겨오고 호흡이 턱턱 막혀오기도 했지만 발은 멈추지않았다.이마에선 땀이 송글송글 맺혔고 파란 하늘은 노랗게 보였다.속도 울렁울렁거린다. 10분거리를 5분만에 도착한 동우가 서둘러 병원안으로 달려들어갔다.
" 고모 ! "
복도에 서있는 고모의 얼굴은 눈물로 축축히 젖어있었고 얼굴은 하얗게 떠있었다. 그리고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수술실의 글씨가 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아침에 갑자기 머릿속 혈관이 터져버려 수술에 들어가신다고 문자가 왔다. 이미 한번 머리를 열었던 상태라 불안정한 상태인데 하루만에 다시 수술실로 들어가셨다. 동우가 숨을 헉헉 몰아쉬며 복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제서야 밖이 무더운 여름날이란걸 깨달았다.
*
" 내일부터 학교 후문,창고 뒤에서 담배피다가 걸리는 놈들은 교내 봉사로 안 끝내기로 결정했다. 무슨 말인지 알지 ? "
" 네 !! "
" 반장 ! 인사. "
" 저...선생님 ! "
종례가 모두 끝나고 마무리 인사를 하려고 할때 우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비어있는 동우의 책상을 가리키며 물었다.
" 오늘 동우 왜 안 온 거에요 ? "
" 아, 동우는 할아버지가 위독하셔서 아마 며칠간 안 나올 것 같다. 반장은 출석부에 동우 미리 체크해놓고."
" 네. "
" 그럼 인사."
" 차렷 ! 선생님께 경례 ! "
모두들 우루루 달려나갈때 우현은 느릿느릿 걸으며 교실을 빠져나왔다. 왠지 오늘 하루종일 전화를 받지않는게 이상하다했다. 원래 전화하면 5초도 안되서 받는 동우였는데. 명수는 짤린 알바때문에 다른 알바를 구해야한다며 먼저 학교를 빠져나가서 결국 혼자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시내 사거리 횡단보도에 서있자 건너편에 있는 베스킨로션스의 간판이 보인다. 저거 김성규가 좋아하는데.우현이 중얼거리며 바지에서 지갑을 꺼냈다. 다행히 아이스크림을 사면 똑 떨어질 돈이 들어있었다.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해맑게 웃을 성규를 생각하며 우현이 서둘러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
" 하늘 좋네. "
빌딩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앉은 호원이 붉게 타오르는 노을을 보며 중얼거렸다.하지만 표정은 어느때보다 어두웠다.동우 할아버지의 혼을 모셔가야하는데 자꾸만 마음이 약해지고 있었다. 이게 그 미친 사교성의 동우때문이였다.남은 시간은 오늘,길어봤자 내일 뿐이다. 멀찍이 노을을 감상하는데 이쪽으로 두둥실 다가오는 기운이 느껴졌다.
" ...저게 뭐지."
두루뭉술한 기운이 점점 가까이 오는게 느껴지고 이내 그 기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
" 아,저거 진짜 맛있는데... "
" 저게 뭔데 ? "
" 핫도그. 김명수가 사줘서 먹어봤어. "
" 그래 ? "
" 오 ! 저것도 맛있어 ! 저건 핫바라는 건데 저것도 김명수가 사줬어."
성열이 길가에 널린 음식거리를 가리키며 조잘거렸다. 모든게 명수가 사준 것들로 가득했다.명수한테 미안하다고 꼭 말해.성규가 달래듯이 말하자 성열이 괜히 투덜거렸다.
- 야 !! -
갑자기 머릿속을 울리는 호원이의 목소리에 관자놀이를 짚은 성규가 발걸음을 멈춘 채 눈을 감고 호원이 목소리에 집중을 했다. 이미 아까부터 멈춰서있는 성규를 못 봤는지 성열이 계속 걸어가며 무어라 궁시렁궁시렁거리고 있었다.
- 사자님 ? -
- 왜 교신을 이제서야 받는거야 ?! -
- 자,잘 안 들려서요.죄송해요. 어쩐 일이세요 ? -
- 아오. 잉란이라고 잉란 ! 교신을 몇 번 보냈는지 몰라 ! 여기 희망병원 쪽. 얼른 와 ! 잉란 빛이 흐려. -
가방끈을 꼭 쥔 성규가 다른 사람이 보든지 말든지 몸을 숨기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바람에 옷과 머리칼이 펄럭거렸고 곧 있는 힘껏 속도를 내기시작했다.
" 그래.형이 말한대로 나도 잘 한 건 없어.그건 알겠는데 그러니깐 누가 맘대로... "
그제서야 곁에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닫고 주위를 휙휙 살폈다. 지나가던 꼬마가 혼잣말하는 모습이 신기한건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뭘 쳐다봐. 저리 안 가 ? "
사라진 성규의 행방을 찾으며 바쁜 회사원들 사이로 섞여들어갔다.
*
- 사자님 ! -
- 오,빨리 왔네 ? -
- 잉란은요 ? -
공중에서 만난 호원과 성규. 가방에서 잉란을 담을 하얀 주머니를 꺼낸 성규가 다급히 묻자 호원이 서둘러 높은 빌딩 사이를 가리켰다.
- 저기 보여 ? -
흐릿하긴 했지만 잉란이 분명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낀 성규가 서둘러 그 쪽으로 몸을 날렸다. 색이 많이 옅어져있었다.아마 인간세상에 홀로 내려와 이리저리 떠돌면서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빛을 잃었을 것이다. 힘없이 나풀나풀거리던 잉란이 성규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자 갑자기 남은 힘을 쏟아 덩달아 도망가기시작했다.
- 어어 ?! 도망가지마 ! -
겁을 먹은 건지 도망을 멈추지않고 빌딩 주변을 빙빙 돌아댄다.
성규가 잉란을 따라서 빌딩 주변을 몇 바퀴 돌았을때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혀를 차던 호원이 나섰다. 잉란이 날아가는 반대편으로 빠르게 날아가 멈춰선 채로 잉란을 노려보자 무서운 호원이의 눈빛에 멈칫한 잉란이 도망가지 못 하고 멈춰서 안절부절하자 그 타이밍을 놓치지않고 성규가 뒤에서 조심스럽게 주머니를 씌우고 입구를 꾸욱 묶었다.
- 잡았다 !! -
성규가 환하게 웃으며 잉란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
" 다녀왔습니다. "
" 아들 왔어 ? 근데 뒤에 그건 뭐야 ? "
" 아,이거 ? 아아...그...학교 준비물 ! "
아이스크림 봉투를 뒤로 숨긴 우현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엄마에겐 미안하지만 돈이 없어서 성규꺼밖에 못 샀다.
" 성규는 ? "
" 너 오기 전에 방금 들어왔어. 무슨 좋은 일 있었나보더라. 싱글벙글이던데 ? "
" 그래 ? 나 올라간다 ! "
봉투를 뒤에 숨긴 어정쩡한 포즈로 계단을 올라간 우현이 방문을 열기전에 환하게 웃으며 좋아할 성규를 생각하며 문을 활짝 열었다.
" 내가 뭘 사왔... "
" 우현아 ! 왜 이제 와 ! "
문을 열자마자 와락 우현에게 안겨 오는 성규때문에 우현이 뒷걸음질을 쳤다. 얼떨떨해하며 얼굴이 붉어진 우현이 손을 들어 성규의 등에 손을 얹으려는 순간 다시 쏙 우현의 품에서 벗어난 성규가 책상위에 얹어진 불룩한 주머니를 들고 오더니 씨익 웃으며 주머니 입구에 묶여진 매듭을 풀고 소리쳤다.
" 짜아잔 ! 찾았어 ! 잉란 ! "
" ...... "
주머니안에서 오묘하게 빛을 뿜어내는 잉란이 두근두근거리고 있었다. 뒤로 숨긴 아이스크림 봉투를 잡은 손에 힘이 꾸욱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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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란 찾았네여 !
그럼 에그몽은 여기까지~
에그몽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정말 감사해여
ㅠㅠㅠㅠㅠ
다음 작품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는 개드립
아직 안 끝났답니다.ㅎㅎㅎㅎ
걱정 뚝.
댓글 부탁드려요
신작알림 필수~♡
에그몽은 매일 8~10시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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