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공커] 에그몽 [ 20 ]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4/2/0/420a03c2b357584ebd465a4221be92f4.jpg)
" 다녀왔습니다. "
" 아들 왔어 ? 근데 뒤에 그건 뭐야 ? "
" 아,이거 ? 아아...그...학교 준비물 ! "
아이스크림 봉투를 뒤로 숨긴 우현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엄마에겐 미안하지만 돈이 없어서 성규꺼밖에 못 샀다.
" 성규는 ? "
" 너 오기 전에 방금 들어왔어. 무슨 좋은 일 있었나보더라. 싱글벙글이던데 ? "
" 그래 ? 나 올라간다 ! "
봉투를 뒤에 숨긴 어정쩡한 포즈로 계단을 올라간 우현이 방문을 열기전에 환하게 웃으며 좋아할 성규를 생각하며 문을 활짝 열었다.
" 내가 뭘 사왔... "
" 우현아 ! 왜 이제 와 ! "
문을 열자마자 와락 우현에게 안겨 오는 성규때문에 우현이 뒷걸음질을 쳤다. 얼떨떨해하며 얼굴이 붉어진 우현이 손을 들어 성규의 등에 손을 얹으려는 순간 다시 쏙 우현의 품에서 벗어난 성규가 책상위에 얹어진 불룩한 주머니를 들고 오더니 씨익 웃으며 주머니 입구에 묶여진 매듭을 풀고 소리쳤다.
" 짜아잔 ! 찾았어 ! 잉란 ! "
" ...... "
주머니안에서 오묘하게 빛을 뿜어내는 잉란이 두근두근거리고 있었다. 뒤로 숨긴 아이스크림 봉투를 잡은 손에 힘이 꾸욱 들어갔다.
*
" 아이씨,여기가 어디지... "
성규형은 왜 교신도 안 받고 난리야
성열이 바락바락 성질을 내며 이리저리 떠돌았다. 쉽게 말해서. 길. 잃어버렸다.그것도 매우.
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옷이 명수의 남방퍼레이드인지라 꼼짝없이 걸어다닐 수 밖에 없게 생겼다. 그렇다고 벌거벗은 채로 곧휴를 덜렁덜렁거리면서 날 수도 없는 노릇. 밤이 다가오니까 더욱 길이 분간이 안 갔다. 여기저기 번쩍번쩍 거리는 네온사인에 껄렁거리는 학생들, 술에 취한 직장인,호객행위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 더욱 정신이 없다.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던 성열이 지친 몸을 이끌며 편의점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일단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겠다. 다리를 흔들흔들거리며 곰곰히 생각하는데 두꺼운 패딩을 입은 고등학생 무리들이 담배를 피며 성열의 옆 테이블에 앉아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 야,씨발. 새벽까지 술 존나 퍼마셨더니 속쓰려뒤지겠다. "
" 낄낄낄. 닥쳐,새꺄.나는 오늘 바이크타고 배달가다가 선생한테 걸려서 뒤질뻔."
" 힉힉힉힉힉힉힉 !!! 아...완전 퐝 터져써..."
" 야,담배 더 없냐 ? 쓰흡..."
지독한 담배연기가 성열의 코를 쿡쿡 쑤셔댔다. 두어번 기침을 한 성열이 짜증을 내며 패딩무리에게 말했다.
" 켁켁...야,너네들 역겨운 냄새나."
" 므워 ? 시팔,너 방금 모라그랫숴 ? "
일부러 혀를 굴리는 건지 아니면 쎄보이고 싶어서 그러는건지 정체불명의 발음의 뽀글뽀글 파마머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성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뒤에 무리들도 우루루 성열에게 향했다. 하지만 그저 성열의 눈에는 하찮은 인간으로 보일 뿐 무섭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가까이 다가오자 더 풀풀 풍기는 고약한 냄새에 우웩하며 코를 막은 성열이 뽀글파마를 밀어내며 눈살을 찌푸렸다.
" 가까이 오지마. 우웩. "
" 므워 ? 우웩 ? 우웨엑 ? "
분위기가 험악해졌지만 여전히 코를 막고 있는 성열은 손부채질을 하며 오만상을 썼다. 뽀글파마머리가 성열의 멱살을 잡고 성열을 일으켰다. 다행히 성열이의 키가 조금 더 컸기에 그리 크게 위협은 안 됐다.하지만 남방안에 있던 하얀 반팔티가 꼬깃꼬깃 말리면서 성열의 살을 꼬집혔다.
" 앗따가 !! 이씨,인간주제에 이거 안 놔 !? "
성열이 거칠게 손을 떼어내며 뽀글파마를 밀치자 뒤로 주춤한 뽀글파마가 욕을 뱉으며 주먹을 꽉 쥐고 성열에게 다가갔다. 그때 편의점 앞치마를 두른 명수가 양 손에 쓰레기봉투를 든 채 편의점에서 나왔다. 그러자 뽀글파마를 비롯한 패딩무리가 깜짝 놀라며 명수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패딩무리들은 울림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들로 명수는 학교에서 나름 잘 나가는 축에 속했다. 그러니깐 소위 말하는 일찐이랄까. 일찐이라하기엔 손발이 쪼그라들긴하지만 아무튼 패딩 무리의 인사를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준 명수가 성열을 보고는 눈을 커다랗게 뜨며 놀랬다.
" 너 왜 여깄어 ? "
" 몰라.성규형도 없어지고 길도 잃어버렸어."
" 얘네들이랑은 왜 있는거야 ? "
명수가 턱으로 패딩무리를 가리키며 묻자 성열이 뾰족눈으로 뽀글파마를 쳐다보며 말했다.
" 아니 하찮은 인간주제에 내 멱살을 잡잖아 ! "
" 뭐 ? 멱살을 잡아 ? "
패딩무리가 하나둘씩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아,좆됐다. 명수가 한발짝 다가가자 패딩무리가 움찔하며 슬슬 눈치를 본다. 특히 뽀글파마는 더더욱.
" ...... "
바닥에 한가득 떨어져있는 담배꽁초를 본 명수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은 뒤 물었다.
" 너네... 담배피고 여기다가 버렸냐 ? "
" 예 ? 아,저...그게... "
" 야,얼른 주워.담배 꽁초랑 여기 편의점 근처 쓰레기까지. 아까 내가 다 청소해놨구만. "
" 옙!
굳은 표정으로 말하자 너나 할 것 없이 바닥에 쪼그려 앉아 담배꽁초를 줍기시작한다. 자신이 피우지않은 것들도 맨 손으로 덥석덥석 줍는다. 명수가 성열을 데리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온통 먹을거리다. 성열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깨끗한 테이블에 성열을 앉힌 명수가 핫바와 바나나우유를 자신의 돈으로 계산한 뒤 성열에게 내밀었다.
" 근데 넌 여기서 뭐해 ? "
" 아는 형이 알바하는 곳인데 오늘 하루만 맡아달라고 해서. "
" 알바가 뭔데 ? "
" 아,그러니깐 뭐...일하고 돈 버는거 ? "
" 아아... "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아 성열에게 건네주자 쪽쪽 잘도 빨아먹는다. 깨끗하게 병을 비운 성열이 빨대만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
" 야."
" 어 ? "
" 어제는...내가...미..."
" 뭐라구 ? "
" 그러니깐...미...미... "
" 미 ? 미꾸라지 ? 미쟝센 ? "
아이씨,미안했다고!성열이 버럭 소리지르듯 말하자 핫바를 뜯어주던 명수가 흠칫 놀라며 쭈구리 표정을 지었다. 사과하는 사람이 왜 저렇게 성질낼까싶지만 짧은 기간에 성열이의 성격을 빠삭하게 파악한 명수는 씨익 웃으며 되물었다.
" 뭐~가 미안했데 ~ ?"
" 내가 제일 아끼는 옷이 너 때문에 더럽혀졌는데 성질내서 미안해. "
" ...어어..."
" 내가 안 빨아도 된댔는데 빨아주겠다고 해놓고 더럽힌 너한테 성질내서 정~말 미안."
" 야,그만해라... 나도 미안해죽겠다고.. "
흥. 성열이 콧방귀를 뀌며 명수가 건넨 핫바를 한 입 깨물었다. 잘 먹네,역시. 명수가 실실 웃으며 성열이의 먹는 모습을 구경했다. 입에 안 맞을 법도 한데 진짜 맛깔나게 먹는다. 하얀 볼이 열심히 움직이고 눈망울은 초롱초롱거린다. 우물거리는 성열이의 볼을 신기하게보던 명수가 성열이의 볼을 손으로 살짝 꼬집었다.
" 뭐하는 짓이냐."
" 그냥.귀여워서."
" 뭐래. 미친 인간."
그러게말이야.니가 어디가 귀엽다고. 비글같은게.
손님이 들어오자 명수가 꼬집었던 손을 거두며 좀 있으면 교대시간이니 기다리라고 한 뒤 서둘러 카운터로 향했다.
*
아침에 시작된 수술은 저녁까지 계속됐다.
동우의 부모님도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왔다. 시간이 점점 지나자 몸도 지치고 마음도 점점 지쳐갔다. 희망이 점점 색을 잃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동우는 의자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댄 뒤 눈을 감았다.사실 일찍이 희망을 버렸다. 병석에 누워서만 지내신지도 꽤 되었기때문에 동우의 할아버지와 가족들은 모두 지친 상태였다. 병은 호전되지않았고 기계의 힘을 빌려 인공적인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차라리 이렇게 떠나시는게 오히려 더 편한 길이 아닐까...동우가 한숨을 쉬며 음료수 자판기로 향했다. 부모님과 고모님이 드실 음료수와 자신이 마실 생수 한 병을 산 동우가 다시 수술실 복도로 돌아왔을땐 이미 상황이 끝나있었다.
수술을 마치고 나온 의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얀 종이를 내밀었다.그리고 곧바로 수술실 간판의 빨간 불빛이 팟 하고 꺼졌다. 예상치도 못했던 일은 아니였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가기는 바랬다. 동우가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고모님을 일으켰고 동우의 눈에서도 굵은 눈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 이제 그만 가시죠 -
복도 끝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아버지에게 호원이 냉정하게 말했다. 할아버지는 아직까지도 안 믿기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수술실에서 하얀 천으로 덮힌 침대가 미끄러지듯이 나오자 눈을 감고는 고개를 돌렸다.
- 갓난애기때부터 내 손으로 키워온 손자인디 차라리 조금 더 일찍 데리러오지그랬소. 조금 덜 고생시키고 가는 건데... -
- ...... -
- 불쌍한 내 새끼...-
그래도 죽은뒤엔 멀쩡하니 다행이구려.흉한 모습이면 어쩔까했더니만...
할아버지가 눈물이 덩글덩글 맺혀있는 눈으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호원이 씁쓸하게 웃으며 명부를 꺼내 '장기영'이라고 쓰여진 이름에 빨간 획을 그으려다가 당황하며 자신의 주머니를 뒤졌다.
명부필이 없어졌다.
*
" 와아 ! 아이스크림이네 ! "
" 어... 니 생각나서 사왔어. "
" 고마워.흐힛. "
부끄러운듯 몸을 베베 꼬며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퍼 입안에 넣은 성규가 해맑게 웃었다. 그 모습을 침대에 누워 흐뭇하게 보던 우현이 갑자기 울적해진 기분에 코를 긁적이며 물었다.
" 이제...갈꺼지... "
" 응 ? 어디를 ? "
" 천상말이야."
" 아..."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대답을 못하는 성규에게 우현이 애써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 이제 잉란도 찾았으니깐...니가 인간세상에 남아야할 이유가 없잖아. "
" ...... "
" 난 조금 더 걸릴 줄 알았는데...존나 빨리도 찾았네,김성규. 빨리 돌아가고 싶어서 그랬냐..."
" 아냐,아냐 ! 그건 절대로 아니야...나도...나도 너 좋아한단 말이야. 천상이 내가 원래 있던 곳이긴 하지만... 돌아가는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구..."
책상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통을 끌어안은 성규가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스윽스윽 긁어내렸다.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졌다. 먹고 싶지 않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우현이 갑자기 책상의자를 자신 쪽으로 홱 돌린 뒤 성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 너 천상으로 가기전에 내 소원. 하나...아니,하나는 너무 적고 세 개만 들어주고가. "
" 세,세 개씩이나 ? "
" 어.왜 싫으냐 ? "
" 아니...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꼭 들어줄께. "
그래,그래야지. 우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첫번째 소원을 말하기시작했다.
" 첫번째 말한다."
" 벌써 ? "
" 그래,벌써. 내 첫번째 소원은 ! 너 ! 김성규. 너 한 달 꽉 채우고 가. "
" 뭐 ? "
" 너 우리집에 온 지 이제 막 일주일밖에 안 지났잖아. 잉란은 한 달 안에만 찾으면 된다면서.그러면 아직 3주는 남은거니깐 아무리 잉란을 찾았다하더라도 한 달.채우고 가. 그리고 너랑 나. 사귄지 이틀도 안 됐어. 벌써 내빼냐 ? "
" 아니야 ! 알았어. 한 달 채우고 갈께...나머지 두 개는 뭐야 ? "
" 니가 나랑 평생 살았으면 좋겠고 니가...니가 인간이였으면 좋겠어."
" ...그건.."
" 알아,나도. 니가 못 들어주는거. 그냥 말해본거야. 소원 두 개 아직 남은거다 ? 진자 들어주기.약속."
" 그래,약속. "
성규와 새끼손가락을 건 우현이 자신도 성규와 같은 천사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고 생각했다.
성규도 생각했다. 자신이 우현이처럼 평범한 인간이였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하고.
*
" 쉿 ! "
" 응 ! "
늦은 밤. 모두가 잠든 시간. 잉란주머니를 든 성규와 우현이 까치발을 들고 살금살금 불꺼진 1층으로 내려왔다. 거실에 놓인 소파에서 코고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는 걸 확인한 우현이 성규의 손을 잡고 최대한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엄마가 자고 있는 안방으로 향하려는데 갑자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아빠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얼른 소파 뒤로 숨은 우현과 성규. 곧 촤르르르르하는 소변소리가 들리고 물내리는 소리와 함께 소파로 돌아와 누운 아빠가 다시 코를 골자 우현과 성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우현아.너희 아버지 왜 거실에서 주무셔 ? "
" 우리 아빠 코 엄청 골거든. 엄마한테 방해될까봐 소파에서 주무셔. "
소파뒤에서 쪼르르 나온 우현과 성규가 살금살금 까치발을 걸으며 드디어 안방 문 앞에 도착했다. 성규와 사인을 주고 받은 우현이 안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푸른 조명과 핑크빛 조명이 번갈아 아른거리는 방안. 우현과 성규가 침대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 후..이제 됐지 ? "
" 응 ! "
" 조심히..."
성규가 조심스럽게 잉란 주머니의 입구를 열었다. 아직까지는 두근두근거리며 영롱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잉란을 손으로 몇 번 쓰다듬자 두둥실 떠오른 잉란이 방안을 한번 둘러보기시작했다. 덤덤히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성규와 다르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난생 처음보는 우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동심에 젖은 눈으로 잉란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방을 한 바퀴 다 돌아본 잉란이 마치 인사를 하듯이 성규에게 한 번,우현에게 한 번 가까이 다가간 뒤 침대에 누워있는 우현의 엄마에게 향했다. 마치 우현의 엄마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잉란이 그대로 공중에 올라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그리고 가장 밝고 깨끗한 빛을 내며 엄마의 뱃속으로 쑤욱 들어갔다.
다시 잠잠해진 방안.
" 잘...된거야 ? "
" 하아...응,잘 들어갔어.이제 걱정 안 해도 돼. 아주머니 깨시겠다.얼른 올라가자. "
다시 2층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마음의 긴장이 풀린건지 성규가 크게 한숨을 뱉으며 침대에 털썩 누웠다.
" 드디어 다 해결됐다."
" 그러게."
성규의 옆자리에 나란히 누운 우현이 성규의 손을 꼭 잡았다. 이번엔 깍지까지 껴서 단단히 잡자 성규가 괜히 손을 꼼지락거린다.
" 김성규. "
" 응,왜."
" 3주동안 잘해보자."
" ...응.꼭."
둘 다 아무 말없이 천장만 바라보고 있자니 시계초침소리가 쿵쿵거리며 들려오는 듯 했다.
" 우현아. "
" ..어."
" 너무너무 고마워."
" ...... "
" 나도 진짜 많이 너 좋아해."
쿵쿵,쿵쿵. 이제 시계초침소리가 심장으로 옮겨간 것 같다. 우현이 손을 꼭 잡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성규의 입술을 향해 몸을 숙였다. 맨날 하던 꼬꼬마들의 뽀뽀와는 달리 이번엔 뭔가 좀 어른스러웠다. 깍지를 끼지 않은 손으로 성규의 머리카락을 넘겨준 우현이 좀 더 깊게 파고들었다. 키스를 해본 적이 없는 우현이였지만 키스를 어떻게 하는 지는 잘 알고 있었다. 글로 배웠냐고 ? 좋은 영상이 있는데 왜 글로 배우는가.숱하게 널린 avi를 보며 나름 독학했다. 하지만 순수한 성규에게 키스를 하기에는 약간의 망설임이 들었다.애가 너무 놀라면 어떡하지. 그렇게 한참동안 입술만 우물쭈물거리던 우현이 손을 좀 더 꼭 잡고 살며시 성규의 입술을 열었다.
예상대로 성규가 깜짝 놀라며 우현이의 어깨를 꼭 잡았다. 괜찮아,괜찮아하는 듯한 손으로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은 우현이 본격적으로 키스 스킬을 시전했다. 독학이지만 나름 훌륭한 테크니션이었다.
*
장례식 준비를 하며 이것저것 심부름을 하던 동우가 몰려오는 졸음을 쫓으려 잠시 병원밖을 나와 벤치에 앉았다. 바쁘게 움직여서 그런지 자꾸 눈물을 흘리시는 친척분들과는 다르게 동우는 꽤 덤덤했다. 무거운 물건을 나르느라 쑤셔오는 팔을 툭툭 두드려보지만 여전히 쑤셔왔다.
" 뭐하냐,여기서. "
" 어,형 !"
호원이 심드렁하게 물으며 벤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했다. 명부필에 대해 물어봐야하는데 선뜻 말이 나오질 않는다. 호원이 주저하고 있을때 동우가 무언가 생각난 듯 서둘러 주머니를 뒤졌다.
" 잠시만요. 형 만나면 주려고 갖고 다녔었는데. "
" 어..."
동우가 내민 건 자신의 명부필이였다.
어떻게 돌려줘야할지 생각했었는데 딱 만났네요. 호원이 받아든 명부필을 손 안에서 몇 번 돌려봤다.
" ..너 이름이 뭐냐. "
" 저요 ? 아,전 장동우에요..형 이름이 뭐에요 ? "
" ...... "
호원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명부를 꺼냈다.그리고 명부필을 뚜껑을 빼고 조심스럽게 명부에 가져다댔다.
" 동우야. "
" 예 ? "
" 날 너무 원망하진마."
'장기영'이라는 이름위에 굵은 명부필을 대고 힘주어 긋자 검붉은 획이 그어졌다.
*
연재늦어서 죄송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
그 대신 좀 길게 써봤는뎅....ㅠㅎㅎㅎㅎㅎ
신작알림 필수구요!
에그몽은 매일 8~10시 사이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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