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공커] 에그몽 [ 23 ]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b/2/7b2b5166a5da90b6e9f87e57756a78ef.jpg)
*
" 뭐라고 ? 체육대회 ? "
" 그래. 우현이 넌 500미터 주자야. "
" 뭐 ?! 내가 왜 ? "
" 너가 우리반에서 제일 잘 달리잖어. 암튼 됐어.이미 결정났어."
" 아오 ! 시발 ! 싫어. 땀나. 바꿔. 그리고 뭔 체육대회여. 오늘 처음 듣는 구만. "
" 너 우리 회의할때 잠만 자서 그래. "
" 아아 ! 귀찮게... "
" 야 ! 축구팀 빨리 만들어봐 ! 농구팀도 ! "
반장이 교탁앞에 서서 칠판에 쓰여진 종목 이름 옆에 반 아이들의 이름을 적고 있었다. 달리기 종목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걸 본 우현이 짜증을 냈다. 달리기 귀찮은데...숨도 차고 발도 뜨거워지고 땀까지 뻘뻘 나는 최악의 종목.하지만 불행스럽게도 우현은 달리기 종목에서 알아주는 우사인볼트같은 존재였다. 적어도 학교 내에선.
" 야,축구에 내 이름 넣어.시발."
그러나 어느새 짜증도 잊은 우현이 교탁에 달려가 축구종목에 자신의 이름을 넣으라며 바락바락 떼를 썼다.
" 아,참. 그리고 장동우도 축구에 넣고 농구에는...농구에도 장동우 넣어. 오키 ? "
" 아,맞다! 동우를 깜빡했네. 그럼 축구에 너랑 동우 넣고...농구에 동우..."
자신의 이름과 동우의 이름이 칠판에 적히는 걸 만족스럽게 보던 우현이 문득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담임쌤 수업을 빼서 체육대회 반티와 종목을 상의중이였는데 어느새 저 빙구같이 웃고있는 3반 명수새끼가 찾아와 창가에 바짝 기대 칠판에 적힌 종목선수들을 염탐하고 있었다. 우현이 서둘러 복도로 나가 명수를 창문에서 떼어냈다.
" 김멍수. 염탐꺼져라. "
" 오호. 축구에 너랑 장동우가 나간다니 이번 체육대회 일등은 우리껀가 ? "
" 지랄똥을 싸네.너 왜 삼학년 이반이 3 - 2 라고 쓰여진지 아냐 ? 삼 빼기 이는 일등이라서 이렇게 쓰여진거야,인마. "
" 억지 쩌네요."
" 저리꺼지세요. "
보니깐 달리기는 당연히 너가 나가는 것 같네.
명수가 비웃듯이 말하자 우현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 우리 학교에선 내가 제일 잘 달리니깐,뭐.
" 나보다 다리도 짧은게."
" 너도 긴 건 아닐텐데. "
" ...시발,인정. 사실 나도 달리기랑 축구 선수로 나가 . "
" 푸훕 !!! 축구는 그렇다쳐도 니가 달리기를 나간다고 ? 치와와 다리 김멍수님이 ? "
" 닥쳐. 연습쩔게했거든. 긴장타라,아무튼. 너넨 응원점수을 노리는게 더 빠를꺼야. 그럼 빠이. "
명수가 씨익 웃으며 혓바닥을 내민 뒤 유유히 3반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우현이 콧방귀를 뀌며 다시 자신의 반으로 들어가 체육대회 준비로 후끈 달아오른 교탁으로 향했다. 사실 달리기 실력은 확실히 자신이 좀 더 뛰어나긴 했지만 축구는 명수도 꽤 못하는 쪽은 아니였다. 작년 체육대회에 같은반이였던 명수가 전반전에 두 골씩이나 터트리며 반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아, 오늘부터 축구 연습에 들어가야겠다.
*
" 야,넌 내가 눈 감고 해도 이긴다."
" 지랄하네. 내가 고추로 달려도 너는 이겨."
조문객으로 정신없이 북적거리는 장례식장에 있기에는 덩치 큰 4명의 고등학생이 방해가 될까싶어서 우현이와 명수,성열이와 성규는 병원 앞 넓은 공원으로 향했다.
붉은 노을이 일렁이는 공원에는 열대야를 피해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고 텐트까지 쳐놓고 누워있는 사람도 꽤 많이 보였다. 축구에 대해 알지만 관심이 없는 성열과 성규는 벤치에 앉아 명수와 우현의 하는 짓을 구경했고 이름 모를 꼬마에게 비싼 메이커 축구공을 간신히 빌려 잔디 대신 모래가 깔려있는 좁은 축구장으로 향했다. 축구공을 두어번 튕긴 명수가 익숙하게 묘기를 부리기시작했다. 우현이 움찔했다.난 저런거 못 하는데. 우현의 마음을 읽은 건지 명수가 피식 웃으며 좀 더 고난이도의 기술을 선보였다.
" 야..!...봐...! 넌 ! 이런거 ! 못하지 ! 후랏챠챠 !! "
" ...에이 ! "
" 야 ! "
명수 발등에 아슬아슬하게 올려져있던 축구공을 홱 낚아챈 뒤 재빠르게 낡은 골대로 달려가기시작했다. 뒤늦게 당황하며 따라붙었지만 이미 뻥-!하고 시원하게 슛을 날린 후였다.하지만 골대 기둥에 맞고 다시 데굴데굴 굴러오는 공.
" 우하하학!!야,남우현 ! 넌 어떻게 골키퍼도 없는데 공을 못 넣냐 ? "
" ...아오... "
다시 굴러온 공을 신경질적으로 뻥 걷어차자 포물선을 그리고 멀리 날아간다. 높이 올라갔던 공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뜬금없이 이 쪽으로 걸어오던 동우의 머리통에 정확히 꽂혔다.
" 으악 !!! "
" 헐 ! 짱똥 !! "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동우에게 4명 모두 우르르 달려갔다. 머리통에 정통으로 맞은건지 눈물까지 그렁그렁 매달려있다. 동우를 잡아일으킨 우현이 '너 왜 여깄어?'라고 묻자 눈물을 손등으로 문질러닦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 일손 충분하다고 휴가 비슷한 거 받았어. 근데 너네 공원 가있겠다면서 겨우 축구나 하고 있던거야 ? "
*
" 이건 불합리해."
" 조용히해."
자신이 축구에 출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자마자 골키퍼가 된 동우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더니 그것도 잠시,이내 체념하며 어디선가 얻어온 목장갑을 손에 끼웠다.너는 수비도 잘하고 공격도 잘하니깐 연습할땐 골키퍼나 해. 우현이 막무가내로 동우를 골대에 세워놓고 잠시 멈칫했다. 자신과 명수,그리고 동우. 명수와 팀을 이룰 한 명이 부족한데...곰곰히 생각하던 우현이 벤치에 앉아있던 성열을 잡아 질질 끌었다.
" 뭐하는 거야,미친 인간."
" 너 골키퍼해라. "
" 뭐 ? 골키퍼 ? "
" 그래. 축구가 뭔지는 알지 ?"
" 응,알아.근데 안할꺼야,비켜."
" 그럼 여기 그냥 서있기만해."
" 미친 인간아,싫다니깐. "
" 핫바 사줄께."
" 여기 이렇게 서있으면 되는거야 ? "
성열이 싱글벙글 웃으며 골대앞에 서자 명수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따지기 시작했다.
" 야 ! 말이 되냐 ? 짱똥이랑 얘랑 같아 ? "
" 연습인데 뭐 어때.그리고 축구 자신있다며."
" ......시바.오케이."
명수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며 시작을 알렸다.
먼저 공을 뺏은 명수가 재빠르게 골대로 공을 몰아갔고 우현이 바짝 따라붙었다. 축구장이 좁아 얼마 안 달렸는데도 골대 앞까지 다다랐고 명수가 시원하게 슛을 날렸다. 무서운 속도로 날라오는 공에 동우가 눈을 질끈 감고 아무렇게나 손을 휙 뻗었고 다행히 동우의 손가락 끝을 맞은 공이 필드로 데굴데굴 굴러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연달아 명수가 공을 골인시켜 8 대 0 이라는 스코어를 냈고 성열은 지루하다며 골대앞에 털썩 쪼그리고 앉아 나뭇가지로 모래에 김명수 멍청이라고 긁적거리고 있었다. 성규가 지켜보는데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자존심이 상한 우현이 괜히 동우에게 버럭 화를 냈다.
" 야,짱동우 ! 제대로 못 막냐 ! "
" 뭐 ?! 한 골도 못 넣은게 ! "
동우의 말에 명수가 낄낄거리며 비웃더니 ' 역시 우승은 3반껀가.'하며 중얼거렸고 그 중얼거림을 들은 우현의 두 눈이 활활 불타올랐다. 그리고는 갑자기 공을 홱 낚아챈 우현이 무서운 속도로 멀뚱멀뚱 성열이 서있는 골대로 달려갔다. 그리고 명수가 공을 뺏기도 전에 슛을 날렸다.
" 성열아 ! 막아 ! "
" 으악 ! "
성열의 머리통을 비스듬히 맞춘 공이 그대로 골대안에 쏙 들어갔다. 동우와 우현이 서로 부둥켜안고 방방 뛰었고 명수는 서둘러 성열에게 다가갔다.
" 야,괜찮아 ?! "
" ...미친 인간들. 야,저리 비켜봐. "
" 어 ? 어어... "
명수가 알 수 없는 기운을 풍기는 성열에게서 한발짝 뒤로 물러났고 성열이 바닥에 놓인 축구공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공을 띄우더니 입술을 앙 깨물고 있는 힘껏 공을 걷어찼다. 명수가 공을 찼을때 뻥- 소리가 났다면 피융-하는 소리가 났다. 공원에 있는 사람의 눈이 모두 좁은 축구장으로 향했다. 아니,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사람들이 순식간에 하늘로 사라진 공을 보고 있었다.
우현과 명수,동우의 입이 쩌억 벌어졌고 성열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1분이 지나도 하늘 높이 올라간 공은 내려올 기미가 안 보였고 순간 비싼 메이커 공이란게 생각난 우현과 명수가 각각 성열과 성규의 손을 잡고 후다닥 도망가기 시작했고 의문을 모르는 동우도 덩달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
- ! -
갑자기 자신의 앞에서 슉 - ! 솟아오르는 축구공에 호원이 움찔하며 한 손으로 공을 덥석 잡았다.
뭐지...여긴 지상과 한참 떨어진 아주 높디 높은 하늘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인간의 축구공이...
축구공을 살핀 호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짝거리는 한강쪽으로 시원하게 공을 찼다.
*
" 으으으...."
명수에게 홀딱 발린 게 분한 우현이 샤워를 마치고 나와 신음하며 침대위에서 뒹굴거렸다. 책상에 앉아 자신의 비밀 노트에 글을 쓰던 성규가 그 모습을 보고 살짝 웃자 우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 비웃냐 ? "
" 아니야 ! "
" 아오,열받아. "
달리기에서 아주 김멍수를 조져버려야지...
우현이 복수의 칼날을 갈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축구는 혼자하는 경기가 아니니깐 나 말고도 다른 애들이랑 합치면 김멍수쯤이야 쉽게 조질 수 있어. 우현이 위안을 삼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
" 봤냐,내 실력 ? "
" 좀 하던데."
" 좀이 아니지 ! 앞으로는 축구천재라고 불러. "
명수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하자 성열이 귀를 후벼파며 대충 고개를 끄덕거렸다. 공원에서부터 현관문 앞까지 명수는 쉴 새 없이 조잘거리며 자랑을 늘어놓았고 그 자랑에 질려있는 성열은 그저 기계적인 맞장구만 쳐주고 있었다. 연신 자랑을 하며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명수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짐가방을 들고 다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고 명수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짐가방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 ...다시 일 나가세요 ? "
" 어 ? 어..."
배웅해드릴께요.
성열에게 먼저 들어가있으라고 말한 뒤 아버지 손에 들린 짐가방을 든 명수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짐가방이 꽤 무겁다. 이번엔 좀 더 오래걸릴 모양이다. 엘리베이터에 아버지와 단 둘이 남게 됐다. 엘리베이터가 지하에 도착했고 멀리 보이는 익숙한 차에 멈춰선 명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
" 말 안 할께요,엄마한테는."
" 저...명수야,그게..."
" 다녀오세요. "
명수가 꾸벅 인사를 하고 뒤돌아 엘리베이터로 뛰어갔다.
*
먹구름이 잔뜩 꼈다.차라리 비가 오는 게 낫겠다.
2반 우현은 학교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고 3반 명수는 몰래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성열이는 명수의 집안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날아다녔고 성규는 우현이의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하나씩 보다가 우현이의 중학교 졸업앨범을 보며 끅끅거리며 웃고 있었다.
오늘은 동우 할아버지의 발인식이다.
부산스러웠던 장례식장은 어느새 고요했던 처음 그 상태로 정리가 됐고 할아버지의 관은 화장을 위해 화장장으로 옮겨졌고 접수를 마친 뒤 잠시 대기를 하는 곳에는 통곡소리로 가득했다. 동우는 익숙해진 울음소리에 한숨을 쉬며 여기저기 생수를 나눠드렸다. 잠시후 투명하고 두꺼운 유리창 너머로 할아버지의 관이 천천히 화구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통곡소리가 더 커지기 시작했다. 유리창에 바싹 붙어있는 사람들과 달리 동우는 멀찍이 서서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가장 오래 함께 있어주며 말동무가 되고 간병을 해준 사람은 자신이었다. 할아버지가 병실에 누워계실때는 한번도 찾아오지않던 사람들이 돌아가신 후에야 찾아와 눈물을 흘린다. 그 생각도 잠시 이제서야 정말 할아버지를 다시 볼 수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며 매번은 아니지만 아주 가끔씩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있는 경우 병원에 가는 걸 귀찮아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화구의 문이 닫혔다.이제 3시간동안 뜨거운 온도가 내려쬐겠지. 문이 담힘과 동시에 동우가 그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호원이 비상구로 향하는 동우를 뒤따랐다. 비상구 문을 열자 계단 끝에 앉아 고개를 무릎사이에 묻고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는 동우의 뒷모습이 보였다. 계단을 하나씩 내려가며 몸을 나타낸 호원이 고개를 숙이고 쪼그려 앉아있는 동우의 앞에 섰다.공원에서 아기처럼 엉엉 울던 모습과는 달리 끅끅거리며 울음을 참아내고 있었다.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에 호원을 올려다보는 동우를 호원이 그대로 꼭 껴안았다.
" 왜 참아. 참지마. "
호원의 낮은 목소리에 호원의 배에 얼굴을 묻은 동우가 호원을 꼭 끌어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조심히 손을 든 호원이 동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며칠 뒤.
주말이 지나고 등교를 하는 우현의 얼굴이 초췌했다.
주말동안 성규와 달달하게 놀아댄 탓에 학교가기가 더욱 싫어진다. 어떻게 달달하게 놀았냐고 ? 그건 비밀이다.뭐...흔히 아는 끌어안고 뽀뽀하고...그 정도 ?
아무튼 오늘은 곧장 학교로 향하지않고 동우의 집으로 향했다.대문 앞에서 몇 번 목청을 가다듬은 우현이 우렁차게 외쳤다.
" 장동우 ~ ! 학교가자 ! "
" ...... "
" 장동우 ! 학교가자고 ! "
곧 쿠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벌컥 열리고 동우가 해맑게 웃으며 튀어나왔다. 그것도 잠시,
" 뭐야,이게!!!"
' 축구는 알았는데 내가 언제 농구 나간댔어!' 동우가 교실 앞 게시판에 붙혀진 종이를 보고 분노했다. 친구들은 오랜만에 보는 동우의 모습에 그저 켈켈거리며 웃어넘겼다.
동우는 종이를 들고 반장을 찾아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남우현이 넣으랬어'하고 돌아오는 한 마디에 눈에 불을 켠 동우가 우현에게 따져댔다.
" 남등신아 ! 그 땡볕에 축구에 농구까지 하라고 ?! "
" 야,시끄러.나도 달리기랑 축구 나가거든 ? "
" 달리기는 30초도 안 걸리는거잖아 ! "
" 시끄러.하라면 해. 말이 많아.쯥. "
우현이 씨익 웃으며 동우의 튀어나온 입술을 잡아비틀었다.
동우가 울상을 지으며 반장에게 바꿀 수 없냐고 묻자 이미 선수명단이 체육선생님한테 넘어가서 바꿀 수 없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 아...짜증이 나... "
동우가 책상에 엎드려 몸을 흔들었다.축구에 농구까지...그것도 살이 잔뜩 타는 여름 햇빛에 !
반 아이들은 시큰둥한 동우에게 헤드락,쓰담쓰담,볼 꼬집꼬집,우쮸쮸를 시전했고 그 환영식에 지친 동우는 그저 손을 한번씩 들어주며 환영에 답했다.
" 축구 유니폼은 에바야 ! 그냥 싼거해."
" 맞아,비싸."
" 너네 미쳤음 ? 체육대회는 유니폼이 진리야.닥치고 유니폼.고고."
유니폼을 입자며 우현이 바득바득 우겨대자 결국 다수결로 결정하기로 했다. 반장이 '유니폼 원하는 사람!'이라고 외치자 모두 조용한 가운데 우현이 혼자 손을 휙 들었다. 뒤이어 ' 유니폼 말고 그냥 카라반팔티 입을 사람!' 순식간에 35명의 손이 하늘로 향해 올라갔다.믿었던 동우마저 손을 든채 낄낄거리고 있다.
" 얘들이 간지를 몰라요...쯧쯧..."
" 야,유니폼은 작년에도 입었고 재작년에도 입었잖아.그냥 이번엔 싼 거 입어."
동우의 말에 우현이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유니폼을 입어야 내 간지가 살텐데...'
김멍수,그 자식은 분명 유니폼까지 쫙 빼입고 체육대회날 나를 비웃겠지. 벌써부터 자존심이 꾸깃꾸깃 구겨진다.
*
학교가 끝난 후.
교복에서 편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곧장 공원으로 향했다.물론 성규도 함께.가는 길에 집에서 쉬겠다는 동우도 억지로 끌고 나왔다.
" 일단 달리기는 걱정붙들어매. 김멍수쯤이야 내가 좆바를 수 있으니깐.중요한건 축구인데..."
" 하암...그냥 다른 거에서 점수따고 축구는 그냥 포기하자...귀찮아."
억지로 끌려나온 동우가 배를 긁적이며 중얼거리자 우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 닥쳐 ! 자존심이 있지. 넌 얼른 가서 농구 연습해."
" 안 해도 잘 하는데..."
" 시끄러.자,어서 가."
우현이 손에 들려있던 농구공을 농구장쪽으로 던지며 얼른 달려가라는 손짓을 해보이자 동우가 궁시렁거리며 멀찍이 떨어져있는 농구장으로 터덜터덜 향했다.
" 그 체육대회라는거...무지 중요한 건 가봐 ? "
" 당연하지. 일등하면 상금도 준다고. 그리고 일단 이건 자존심의 문제야.절대 질 수 없음. 넌 벤치에 앉아있어."
" 응."
성규가 벤치에 앉아 다른 손에 있던 헌 축구공을 바닥에 내려놓고 연습하기 시작한다. 혼자선 연습경기를 할 수 없어 공원 화장실 벽에 공을 차고 되돌아오는 걸 다시 차는 방식으로 연습을 하고 있다. 한참 훅훅거리며 연습에 박차를 가할때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 어이 ! 축구 나부랭이 ! "
" 아니,이게 누구야. 재수없는 김멍수네."
" 똥숫간 벽에 대고 차대면 실력이 느나...선척적인 문제도 있는 건데. "
명수가 비죽비죽웃으며 성열과 함께 서있었다. 오늘은 성열이의 손에 핫바가 아니라 카프리썬이 들려있다.
가지고 온 축구공을 몇 번 발로 굴린 뒤 우현에게 슥 굴리자 굴러온 공을 한 쪽 발로 멋있게 잡은 우현. 잠시 우현과 명수의 눈빛이 파파파박!거리더니 갑자기 서로 공뺏기시합이 시작됐다.
" 쟤네들은 진짜 멍청한 것 같아."
" 왜...우현이 멋있잖아."
성규의 눈이 초롱초롱거리며 우현의 행동을 쫓았다. 멋있어...스고이...스바라시...
그것도 잠시, 명수와 우현의 불꽃튀기는 공 뺏기 시합이 질려갈때쯤 성규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동우가 있는 농구장으로 향했다.
*
" 아오...왜 저게 안 들어가지..."
드리블이나 슛자세는 아주 일품인데 들어가질않으니 말짱 꽝이다.
골대를 빙그르르 돌고 다시 튀어나와 굴러오는 농구공을 집어든 동우가 입술을 앙 다물고 토네이도슛을 외치며 농구공을 잡은 뒤 빙글빙글 돌더니 빠르게 슛을 넣었다.
이번에도 역시 ' 탱 - ! '하며 동그란 골대를 맞은 공이 동우를 지나 뒤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 아아 ! 안해 !! "
" ......"
동우가 주저앉아 맨질맨질한 농구공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만 만지작거리고 있을때, 갑자기 뒤에서 공이 머리를 지나 날아가더니 동그란 골대안으로 깔끔하게 쇽 ! 들어간다. 3점 슛이다. 눈을 동그랗게 뜬 동우가 서둘러 뒤를 확인했다.
" 쯧쯧...요령없이 던지니까 그 모양이지."
" 와 ! 형 ! 언제 왔어요 ?! 안 보였는데."
" 안 보인게 아니라 못 본 거겠지."
손을 탁탁 턴 호원이 다시 굴러온 농구공을 집어들고 또 한번 슛을 날렸다. 이번에도 골인이다. 동우의 눈이 또 커졌다. 튀어나올 것 같다.
호원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사관부 기숙사 앞에 있는 농구골대에서 수십년을 연마해온 농구기술이다.
" 형,형 ! 예전에 농구선수였어요 ? "
" 아니. "
" 근데 왜 이렇게 잘해요 !? 다 골인이네."
" 넌 무조건 골대로 집어던지니깐 안 되는 거야,띨띨아."
" 띨띨이는 아닌데.."
" 여기 서봐."
" 예 ? 네,네..."
동우를 자신의 앞에 세운 호원이 동우의 눈앞에 농구공을 가져다대고 조근조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 잘 봐. 저기 백보드에 집중을 하고 팔에 힘 너무 주지마. 부드럽게..."
가볍게 손을 날리자 호원의 말대로 농구공이 부드럽게 골대안으로 들어갔다.
" 와...그래도 잘 안 되던데..."
" 손에 아직 안 익어서 그래. 자,이번엔 니가 던져봐."
" 아이...안 될 텐데."
농구공을 받아든 동우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호원의 말대로 백보드에 집중을 하고 농구공을 살며시 던졌지만 이번에도 골대를 벗어나버린다.
" 아...거봐요."
" 니가 너무 살살 던졌잖아. 부드럽게 던지라고 했지,살살 던지랬냐. 팔에 힘줘봐."
동우의 팔을 잡고 자세를 교정해줄때 성규가 동우의 이름을 부르며 나타났다.
" 동우야 ~ 연습 잘 되가 ? "
" 어 ? 성규형 ! "
" 옆에는 누구..."
호원의 얼굴을 확인한 성규가 꾸벅 인사를 했다.
" 사자님 ! 안녕하세요.여긴 어떻게...아니...그것보다 왜 몸을 안 숨..."
" 사자님 ? "
사자님이라는 말에 동우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러분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습니다.ㅠ
알만한 분은 아실꺼라고 생각되요ㅠㅠㅠㅠ
아무튼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ㅠ
앞으로 차질없이 매일 연재 하겠습니다.
에그몽은 매일 8~10시 사이에 연재됩니다.
신작알림필수!
댓글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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