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gue of Legendary븅신08
w.공대생
08: 김종인님이 미쳐 날뛰고있습니다.
"이걸 어떻게하지..."
야자 1교시가 끝난 쉬는시간, 경수가 자신의 손에 들린 "MIXTAPE"외장하드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외장하드를 자신에게 떠넘긴 찬열은, 결국 자신이 도로 돌려주는 것을 받지않았던 것이다. 좋다고 반 아이들과 모두 돌려들으며 즐기던 찬열이 이것을 다시 자신에게 되돌려준 연유는 알 도리가 없었으나,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경수 자신에게 믹스테잎 외장하드같은것은 절대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한테 더 필요하기는 개뿔, 존나 뭐라 씨부리는지도 모르겠는 랩에는 흥미가 없는데. 그렇게 한참동안 외장하드의 처리를 골몰하던 경수는,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무릎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 디.오.경수 너-무좔쌩겼꼬! 그뤼고 랩도쫠하고 뭐리부터봘끝까지 완뷰ㅕㄱ해!-'
별로 떠올리고싶진 않았지만 랩같지도 않은 랩을 하던 종인이 떠올랐다. 별 랩같지도않은 랩을 해재끼던 새끼였으나 랩을 좋아하는거 같긴 했다, 생각하며 경수가 달려간곳은 종인의 반이었다. 아까 종인이 신나게 쪼물딱해놓은 빵을 백현에게 전해주고 갑자기 제 반으로 내려가버린 이유도 캐물으면서 존나 쪼아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창문 안을 기웃거리는데, 경수는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1학년새끼들 발육상태가 장난이 아니네...... 저 놈들중 하나를 불러내서 '혹시 여기 김종인 있니?'라고 했다가는 저가 2학년이라는 것을 모르고 다짜고짜 반말부터 날리겠지. 저 수많은 덩치들중 하나는 왠지 일진일것 같고, 약 30분의 3정도의 확률로 내가 불러낸 애가 일진이라면 욕부터 들을게 분명해. 시발 넌 뭐냐? 존나 쪼끄만게 시발.....인정하긴 싫지만 저는 키가 작았다. 그럼 말투를 조금 공격적으로 해볼까? 야 시발 여기 김종인있냐? 아니면 , 나 니네 선밴데 여기 김종인있냐? ...아니 이건 좀 그런가? 내가 너네보다 키가 작긴하지만 사실 선배니까 막 반말쓰지마렴^^, 하는거 같잖아 존나 찌질해 시바알....
그렇게 경수가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머뭇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경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 이런 내가 뒷문앞에서 서성대서 거슬리니? 미안해 비켜줄게... 그렇게 쫄아서 뒤를 돌아보는데,
"어? 맞네, 경수형."
오세훈이다. 할렐루야! 동아리에 얹혀살다시피하는 이 혀짧은 병신이 이렇게 자신의 구세주가 될줄이야! 경수는 벅차오른 나머지 세훈을 끌어안고 춤을 출뻔했지만, 곧 평정을 찾았다. 세훈은 약간 놀란 눈치였다.
저 형이 왜 우리반에.......호..혹시 내가 모든 포스터를 떼고다녔다는것을 알고..!!! 세훈은 두려움에 떨며 저도 모르게 가드를 올렸다.
"뭐하냐 너..? 김종인 좀."
아. 세훈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가드를 풀었다. 김종인을 찾아왔구나. 다행이다....., 근데 도경수가 김종인을 찾아오다니 이건 대박사건인데. 종인이 버선발로 뛰쳐나와 얼씨구나 반길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병신새끼는 아까전에 혼자 교실로 내려가버린 후, 계속, 저녁도 먹지않고, 책상위에 엎어져서 자는척하고 존나 울고있는 중이었다. 아직도 질질짜고있는건지 질질짜다 자고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백현에게 상황을 대충 전해들은 세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김종인이 가여웠다. 그래서 세훈은 가여운 병신새끼에게 쉴드를 쳐주기로 한다.
"어, 김종인 자는데요....."
"아 그래? 그럼,"
왠지 우정을 지켜낸것같은 뿌듯함에 젖어있던 세훈에게, 경수가 내민 것은 "MIXTAPE"이라는 네임스티커가 붙어있는 외장하드였다. 세훈은 얼결에 그것을 받아들었다. 김종인이 좋아할만한거야. 전해주라. 종인이 믹스테잎을 좋아한다는 것은 금시초문인데, 세훈이 뭐라 말하려고 입을 달싹이는순간,
딩-동-댕-동
언제 들어도 촌스러운 종이 치고, 아아 님은 갔습니다....
외장하드는 야자가 끝나자마자 전해주기로 하고, 세훈은 제 자리로 돌아갔다. 앞에 앉은 종인은 아직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쟤 몇시간째야 도대체.....
'그럼 싫어하는건 뭔데요?' '음,,너?'
흐어어ㅓ어어ㅓㅓ어어ㅓ어어ㅓ어어어어어ㅓㅓ어어어엉몇시간이 지났는지도 무감각하도록, 종인은 계속 같은 짓을 반복하고있었다. 경수형이 싫어하는건 뭔데요? 음,,,너? 하고 말하던 찬열의 순진무구한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약 한달동안의 아침에, 눈길도 안주고 앞만보고 걷던 도경수의 뒷통수도 생각이났다. 틈만 나면 빵사와, 하는 차가운 얼굴도 생각이 났다. 이렇게 빵셔틀로만 끝나는 것일까, 흐어어어어어어어어어ㅓ어어어엉.....그리고는 곧 박찬열의 말한마디 가지고 짠내를 풍기는 스스로가 너무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추슬렀지만, ...싫어하는건 뭔데요? 음..너? 흐어어어어어ㅓ어어엉 시바아아아아아아아알.....
딩-동-댕-동-
그리고 곧 왁자지껄하게 교실을 나서는 아이들의 소리에, 그제서야 야자시간마저 끝났다는 것을 깨달은 종인이 부스스,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마자 제 앞으로 툭, 떨궈지는 무언가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세훈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저를 내려다보고있었다. 뭐 이새꺄. 실연당한남자 처음보냐 시발....
"뭐냐?"
"야-,너 아까 질질짤때 도경수가 너찾아옴."
"뭐!!!!!!!!!!!!!!!!"
'도경수'란 소리에 종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책상의자가 쿠당탕, 소리를 내며 교실바닥으로 쓰러졌다. 왜 나 안깨웠어!!!!
"깨우기는 시발, 존나 지가 잔줄암? 처 울고있는거 쉴드쳐줬더니 은혜를 모름?"
하긴, 그래. 존나고맙다.... 종인이 쓰러진 의자를 주섬주섬 일으켜세우고, 가방을 어깨에 들쳐멨다. 야자시간에 숙제를 하나도 못했다. 존나 집에가서 미친듯이 숙제나하고 쓰러져 자야지, 모든것을 잊어야겠다. 종인은 나름대로 성실한 학생이었다. 어,근데
"어, 근데 이건 뭐냐?"
"도경수가 너 좋아할만한거라면서 전해주라던데? 너 언제부터 랩퍼들을 좋아함?"
"뭐?"
그러니까. 내가 언제부터 믹스테잎을 즐겨들었지. 종인이 "MIXTAPE" 외장하드를 집어들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20기가? 많기도 존나게많네.... 진짜 도경수가준거냐? 어, 진짜임. 세훈이 다시한번 너 좋.아.할.만.한.거.라.면.서. 줬어- 하고 한글자한글자 또박또박 강조하고는 야, 나 간다 내일보자! 하고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세훈이 인사를 하고 교실문을 나설때까지 종인은 굳어서 외장하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쨌든 도경수가 준거....!
+
까똑왔숑!
까똑왔숑!
까똑왔숑!
이 야밤중에 누가 카톡질임? 세훈이 울어대는 제 핸드폰에 슬쩍, 눈길을 줬다가 다시 키보드와 모니터에 집중했다. -'서울시장'님이 학살중입니다- 다죽여어어어어ㅓㅓ어어! -'서울시장'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마우스를 짚은 오른손과, 키보드를 짚은 왼손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전진전진!충재충재! -'서울시장'님을 도저히 막을수 없습니다- ....-'서울시장' 전장의 화신!-
세훈은 롤을 하고있었다.
승리!... 채팅창에 시옷과 기역, 두글자를 쳐넣은 세훈이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2시...몇판 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야. 내일을 위해 이만 자는게 현명하다 판단한 세훈이 컴퓨터를 끄고 몸을 뉘이려다가, 아까 온 카톡이 생각나 핸드폰을 들었다. 김종인이었다.
「야」
「도경수가 나한테 야동을 준다는건」
「무슨의미일까」
......믹스테잎이 아니라 야동이었어...? '김종인이 좋아할만한거야. 전해주라' 제게 외장하드를 내밀던 경수의 얼굴이 머릿속에 스쳤다. 도경수 그렇게 안봤는데...되게....음......이.미.지.를.파.괘.한.다.
도경수가 야동매니아였다니. 게다가 빵셔틀에게 그것을 챙겨줄 정도로 자부심 강한 야동전도사. 매니아이자 전도사. 당신이 말로만 듣던 야동요정..? ..그는 그렇게 넓은 아량으로 자신의 빵셔틀에게 20기가의 야동을 전도해주셨으나......크게 잘못짚으셨습니다.세훈이 도경수가 야동을 보는 모습을 상상하며 굳어있다가 못된 생각이라도 한것처럼 세차게 도리질을 쳤다. 무슨의미일까. 세훈은 제 친구한테 미안했지만 사실대로 답해주기로했다. 전화가 올지도 모르니까 폰은 끄고자야지. 재빨리 자판을 치고 '전송'버튼을 누르자마자 휴대폰을 종료하고 이불속에 파고드는 세훈이었다.
흐응, 핫, 흐응, 야,야메ㄸㅔ, 하응,핫.하이톤의 신음소리가 방안에 메아리쳤다. 종인은 살색으로 물결치는 화면을 몇시간째 감흥없이 넋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외장하드를 연결하고 폴더를 여는순간 쏟아지는 avi파일들에 종인은 몹시 당황했다. 니가 좋.아.할.만.한.거.라면서 줬어- 하던 세훈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게 무슨의미일까,
명확한 답을 알것 같았지만, 스스로의 뇌가 그 답을 찾기를 회피했다. 결국 세훈에게 카톡을 보냈으나, 답장이 없었다. 그리고 30분쯤이 흘렀을까, 종인이 교실바닥에서 뒹구는 여자를 보며, 저 여자는 과연 교복을 벗은것일까 입은것일까 고민하던 무렵.
카톡!
세훈에게서 답장이왔다! 종인이 후다닥,지푸라기를 붙잡는듯한 심정으로 카톡을 확인했다.
「도경수가 나는 게이가 아님, 이라고 하는거같음」
시ㅣ발 썩은 지푸라기......종인은 자신의 손에들린 썩은 지푸라기를 허망하게 바라보며 나락으로 추락했다. 아아...님은 갔습니다.......나의 사랑하는 님으으으은...시바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
경수는 정말로 간만에 꿈을 꾸었다. 솔직히 꿈을 꾸면서도 언제 어디서 김종인이 나타나서 무슨짓을 할지몰라 조마조마했다. 시발 내가 꿈속에서도 이새기를 의식하다니, 경수는 꿈속에서도 자신을 자책했다. 그렇게 긴장했지만 이번 꿈속에서 경수는 진딧물도,벌도 아니었다. 자신은 정상적인 인간의 형상을 하고있었다. 와 이게 얼마만이냐 시발.... 감격한 경수는 발밑을 내려다보았다가, 자신이 서있는곳이 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화들짝 놀랐다. 몸통은 인간이 맞는데 왜 날고있지! 당황한 경수가 양 팔을 휘적거리다가 팔에 무언가가 걸렸다. 돌아보니 날개가 있었다. 자신에게 날개가 있었다.
경수는 천사였다.와 시발 꿈속이지만 내가 천사라니...!!...한껏 기분이 좋아진 경수는 그렇게 오래도록 날아다녔다. 오래도록 하늘위에서 인간세계를 감상하던 경수에게, 웬 나락으로 통하는 통로같은 절벽이 눈에 띄었다. 어? 저건뭐지? 왜 한국땅에 그랜드캐니언이 있는거야...꿈이라지만 이건 너무 현실파괴인거같아.
호기심에 그곳으로 다가간 경수는, 절벽끝에 누군가의 손가락이 걸쳐져서 파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어머, 누가 지금 저기로 떨어지기 일보직전인거같아. 나는 천사니까, 저 사람을 구해야겠어! 사명감에 넘쳐서 절벽을 붙잡고있는 사람이 있는쪽으로 가까이 다가간 경수는, 절벽 끝을 잡고 애처롭게 자신을 올려다보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어, 김종인.천사의 사명 따위는 김종인임을 확인하는 순간 내팽개친지 오래였다. 저번에 두번이나 내 꿈에 나타나 나를 괴롭혔지. 요놈. 내가 살려줄까보냐! 존나 복수해야지! 꿈이지만 통쾌하다!
경수가 희열에 가득찬 표정으로 씩, 웃고는, 망설임없이, 손가락을, 밟았다.
"잘가라,김종인."
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끝없는 어둠으로 추락하는 종인을 보며, 경수는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꿈이지만 통쾌하다♡
"으아-"
경수가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드물게 상쾌한 아침. 김종인이 나오는 꿈을 꿀때면 실제로 침대옆에 등장하던 그를 생각하면서 옆을 돌아다보았지만, 종인은 없었다. 그럼 거실 쇼파에 앉아있겠군. 경수는 종인과 같이 등교를 하던 둘째날, 일어나자마자 보는건 서로의 정신건강에 안좋을거라며 저가 준비하고 나올때까지 종인은 거실에 있으라고 했었다. 그때부터 얌전히 거실쇼파에 앉아있던 종인. 오늘도 그럴것이라 생각하며 씻으려고 욕실로 가기위해 방문을 열었는데, 엄마가 국자를 든채 의아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종인이 안왔는데, 걔 아프대니?"
웬일로?...거실을 슬쩍 보았지만 늘상 앉아있던 자리에 종인이 없었다. 갑자기 안오니까 뭔가 께름칙하긴한데....
"모르겠는데, 뭐, 안올수도있지-"
대수롭지않게 생각한 경수가 욕실로 쏙 들어갔다. 경수엄마도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엄마,형,경수. 아침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 처음, 김종인이 식탁에서 빠진 아침식사였다. 경수는 첫 아침식사때, 종인이 아침상에 낀 것이 누가봐도 이상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던것을 까맣게 잊은채, 이번엔 김종인이 없어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집을 나서면서는 근 한달만에 다시 혼자 등교를 하는것이, 또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혼자 등교를 한건 고등학교를 입학하고나서 쭉, 그리고 김종인과 같이 한건 단 한달 뿐이었는데. 허, 참나.아침은 좀 춥네, 시발. 경수가 교복재킷대신 입은 가디건을 다시한번 여미면서, 해가 길어져서 완전히 동이 튼 아침의 거리를 휘적휘적 걸었다.
+
세훈은 다음날아침, 등교하자마자 훅 끼쳐오는 음울한 기운에 몸을 떨어야했다. 뭐,뭐지? 지금 4월인데 존나 2월같다. 반이 왜이리 춥냐...... 반을 휙, 둘러보자 자신보다 일찍 등교한, 덩치만큰 학우 몇몇이 옷깃을 여미며 세훈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내고있었다.
"야, 오세훈왔냐? 얘좀 어떻게해봐.."
"진짜 쟤좀 어떻게 좀...."
"너 김종인 중학교때부터 친구였다매? 쟤 후들겨패서 정신좀 돌아오게 만들어라."
세훈이 바라본 종인은 외장하드를 책상한가운데에 곱게 올려놓고 앉아있었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볼펜이 들려있었다. 왼손은 다소곳이 무릎에 올리고, 볼펜으로 외장하드를 통,통, 치기 시작했다. 저게 뭐하려는거지?
통통통통통통
"나-무,"
나무?
통통통통통통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사아알--"
뒷문에 선 세훈이 그대로 굳었다. 덩치큰 학우들이 귀를 틀어막으며 구조요청을 했다. 세훈아 제발...! 쟤좀 제발...! 절박한 목소리가 안들리는것은 아니었으나, 세훈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당장가서 때려눕히기엔.....너무 경건함.
"나-무-아-미-타--불---"
딩-동-댕-동-
종이치고, 불경외는 소리가 멎자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끼가 그래도 양심은 있구나.....
하지만 자습이 끝나고,김종인이 외장하드를 머리에 얹더니 세훈아, 나 모자샀당. 하고 빙구같이 웃기 시작했다. 덩치큰 학우들은 두려움에 떨기시작했다. 오,오세훈, 쟤 왜저래....어? 쟤 왜저러는데? 쟤가 저정도였어? 세훈은 다시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어,어.... 그,그럴,일이, 있었음....
1교시가 끝나고 외장하드는 김종인만의 드림카가 되었다. 뛰뛰빵빵!
2교시가 끝나고 그것은 김종인의 전용요트가 되었다. 흰천과 바람만있으면, 어디든지 갈수있어.
3교시가 끝나고 그것은 김종인의 전용기가 되었다. 콜이안 에얼.
4교시가 끝나고, 세훈은 제정신이 아닌것같은 제 친구를 억지로 급식실에 데려가서 밥을 먹여야했다. 자꾸만 젓가락으로 국뜨기를 시도하는 제 친구를, 세훈이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얘가 이렇게 진짜 병신이 되어가는구나.
5교시가 끝나고 외장하드는 나로호가 되었다. 3단로켓 분리성공! -'김종인'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6교시가 끝나고 그것은 김종인의 드럼이 되었다. 학우들이 목탁의 재탕버전이라며 수군댔다. -'김종인'님을 도저히 막을수 없습니다-
7교시가 끝나고 그것은 김종인의 피아노가 되었다. 학우들은 오전엔 탈것이더니 오후엔 악기인가보다, 고 수군댔다. -'김종인', 전장의 병신!-
보충수업인 8교시까지가 끝나고, 종인은 외장하드를 베고 잠이들었다. 학우들은 그를 애도했다. -'김종인',전설의(병신) 탄생!-
아아......
혼자의 힘만으로는 종인을 감당하지 못할것이라 여긴 세훈이, 2학년 3반으로 달려가 백현을 찾은것은 8교시가 끝난 쉬는시간이었다.
"형 어떡해여어...""어? 니가 여기 웬일이냐?"
세훈의 예상치못한 등장에 놀란 백현은, 세훈의 영혼이 나간듯한 표정에 다시한번 당황스러웠다. 영혼리스..영혼리스....대체 왜그러냐는 백현의 물음에 세훈은 어제 있었던일과 오늘 저가 겪은 일을 횡설수설 늘어놓았다. 아 어제 김종인이 찬열이형때문에 쿠크깨졌자나여..근데 도경수-아니 경수형이 준 야동을, 아니 그니까여 경수형이, 아 그니까 쿠크가 머냐면은, 많이 상처를 받았다구여, 근데 경수형이 김종인이 좋아할만한 거라면서 야동을 줬는데, 그니까 저는 경수형이 그럴줄은 몰랐거든여, 지짜 이미지가 안맞자나여, 아니 그니깐은......
너는 혀도 짧은게 말도 못하니. 영혼을 붙잡지 못하고있는 세훈을 다독인 백현이 대충 무슨말인지 알아듣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수가 야동을? 그것도 충격적이긴 하지만....여러모로 종인이 불쌍하게 되었다.
"야, 어....너무 상심하진마라."
백현은 금같은 저녁시간을 반납한 채, 팔자에도 없던 실연당한 후배 달래기를 하고있었다. 내가 왜 저녁도 안먹고 이짓을. 백현이 밥대신 매점표 햄버거를 씹으면서 종인의 것도 까서 내밀었다. 쿨피스도 까주었다. 어쨌든 종인이 불쌍했다. 저는 불쌍한 사람을 보면 못견디니까, 에휴.
"먹어."
"네, 형. 저도 먹고 힘을내야죠..."
종인이 제몫의 햄버거 옆에 놓인 외장하드를 집어 입에 가져갔다.
그거 말고!! 백현이 얼른 종인의 손에 햄버거를 끼워주었다. 이새끼 참말로 제정신이 아니네..... 다시한번 종인이 가여워졌다.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고 싶은데, 무슨말을 해줘야할지 모르겠다. 백현이 뒷목을 긁으면서 멋쩍어했다. 문과의 자존심이 구겨진다,휴..
"음, 어, 그니깐, 도경수가 야동을 본다는게 좀 충격일수도있지만, 그러니까 도경수도 평범한 남자새끼니까 야동도 좀 보고, 어? 그럴수 있지않냐? 설마 애가 그 많은 야동을 전부다 보고 외울정도로 보고또보고 따라할수 있을정도로 봤겠어? 뭐, 그냥, 뭐, 그럴수도있다는거지. 중요한건 도경수가 니생각을 하면서 그 외장하드를 갖다줬다는거 아니겠냐? 어, 그니깐, 좋게 생각해라."
백현은 자신이 뱉어놓은 말이 대체 무슨말인지 모르겠다, 고 생각하며 말을 마쳤다. 남을 욕하는건 몰라도 위로하는건 조나 적성에 안맞네. 상담사같은건 절대 되지 말아야지, 생각한 백현이 종인을 보자 종인은 외장하드를 마시려고 하고있었다.
아니, 그거말고 ! 백현이 얼른 다시 쿨피스를 쥐어주었다. 이새끼 진짜 제정신이 아닌듯...
"경수가 크게 잘못 짚긴 했지만, 음, 다 널생각한 행동이란거지. 그래! 그렇게 생각해!"
"전 괜찮아요."
종인이 외장하드를 깨물며 말했다.
...대체 어디가 어떻게 괜찮다는거니....백현이 종인의 손에 다시 햄버거를 쥐어주었다.
저 망할놈의 외장하드 얼른 돌려주고 필요없다고 말해라 미친노마.... 다시한번 백현이 종인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왔다. 저녁식사를 하러 우르르 내려갔던 1학년들이 하나 둘 계단을 올라오고있었다. 그 중엔 세훈도 있었다. 종인을 백현에게 떠넘기고 제 친구들과 신나게 급식실로 달려간 세훈은, 밥냄새를 풀풀 풍기며 백현에게 다가왔다.
"형, 어떻게 됬어요?"
"아까보단 나아진거같다. 존나 나의 자상함으로 다 커버해줬지!"
자신만만하게 말하고는 층계로 사라지는 백현을, 세훈이 감격스럽다는듯이 쳐다보았다. 와, 저 병신새기를 구제하시다니 앞으로 스승으로 받들게요 백현느님, 병신조련의 달인! 백현느님! 당신의 제자가 되어 병신조련의 이인자가 되겠어요. 김종인 조련. 우,우호♡
그리고 산뜻하게 교실로 들어서 종인을 바라본 순간, 세훈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었다....뭐가 나아짐? 저새끼 지금 외장하드 마시려고하잖아요......
+
종인은 외장하드를 제 보물인양 꼭 껴안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이건 경수형이 나한테 준 첫 선물. 근데 야동. 경수형이 준 첫 선물. 근데 야동. 경수형이 준 첫 선물. 근데 야동......
어디에 더 의미를 둬야 좋을지 고민하고 고민했다. 근데 야동이라는 것에 의미를 더 둬도, 도경수를 좋아하는 마음이 사그라드는건 아니겠지, 생각하고 고개를 푹, 떨군 종인의 머릿속에 아까 저녁시간의 백현이 하던말이 떠올랐다.
'다 널 생각한 행동이란거지!'
그래, 첫 선물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자! 나름대로 큰 결정을 내린 종인이 한결 산뜻한 기분으로 집으로 향했다.
첫 선물! 갑자기 감격스러워진 마음에 외장하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가로등불에 비춰 이리돌려보고 저리돌려보았다. 관점이 달라지니 물건이 달라보인다. 어, 근데 웬 이빨자국이.
어떤놈이 도경수가 준 선물에 잇자국따위를 남긴거지! 존나 미친놈이! 어떤 시방새가! 이빨도 존나큰게! 대체 누가 이걸 먹을태세로 씹은거야? 미친놈이 틀림없다.종인이 외장하드에 깊게 패인 이빨자국을 어루만지며 , 어떤 새낀지 길 가는데 확 넘어져버려라, 하며 이빨자국의 주인을 저주했다. 셀프저주ㅇㅇ.
+
다음날, 동아리실에 들어서는데 문을 열자마자 제 앞에 내밀어지는 외장하드에, 경수는 무서움에 떨었다. 저거 왜 자꾸 나한테 다시 돌아와. 돌려주지 말라고! 경수는 외장하드를 다시 돌려받지 않겠다는 의지로 손을 재빨리 뒤에 숨기고 종인을 올려다보았다.
"형, 저이거 필요없어요"
"왜, 왜지? 좋아하는거아니었어?"
"별로 안좋아하는데요..."
그, 그래? 나는 니가 좋아서 하는건줄알았는데, 그 랩 말이야.
"그,그래?"
"네, 진짜 고맙긴한데요, 마음만 받을게요..."
"어, 나는 니가 잘하지는 않지만 노력하는것 같아서..."
"예?!?뭘요!!!!"
뭘요!!!!!!!!!!! 내가 그걸 잘하지는 않지만 노력한다는걸 대체 어떻게 아는건데!!!!! 종인은 경수의 갑작스런 섹드립에 정말이지 놀랐다. 어떻게 저런얼굴로 저런말을, 물론 매력있긴한데요...
경수도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는 종인에 놀랐다. 왜, 왜 성을 내지? 아, 잘하지는 않는다는 말때문인가? 내가 너무 돌직구를 날렸나봐. 살짝 미안하다.
"무,물론 더 노력하면 잘할수있을거같아. 힘내."
툭, 와장창.
뭐라구요!!!!무슨 힘을내요!!!! 어디서나온 힘을 내요!!!! 뭘 노력하라는건데!!!!!! 제 손에서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져 껍데기와 부품이 분리된 외장하드를 주울 생각도 못한채, 종인은 그대로 굳었다. 어, 어떻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런말을....... 경수형은 알면알수록 매력이 불.꽃.처.럼. 터.져. 베이베-
"노력해서 잘하게되면 어쩔껀데요? 으흫흐흫흐흫""니가 좋겠지. 왜 갑자기 병신같이 웃냐, 너-"
니가 좋겠단다. 어쩌면 형이 좋을수도 있어요, 라는 말을 삼킨채 종인이 바닥에 떨어진 외장하드 잔해들을 주워모았다.
"형 진짜......"
경수는 박살이 나버린 외장하드에 당황했지만, 곧 안도했다. 이제 다시는 저 요망한게 돌고돌아 제게 돌아오는 일은 생기지 않겠지. 경수가 외장하드의 잔해들을 손바닥에 주워담는 종인을 보며, 쿨피스 파인맛이랑 크림빵을 사오라고 하려고 입을 달싹였다.
"야,너-""쿨피스파인맛이랑 크림빵 사올게요,흐흐흐."
어, 시발 쟤 내 뇌를 읽나? 어떻게 알았지.
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달싹이던 입을 닫고 멍하니 종인을 쳐다보았고, 그와중에 종인은 외장하드의 잔해를 쓰레기통으로 탈탈, 털어넣더니 계속 의미를 알수없는 웃음을 실실 흘리면서 경수옆을 지나쳐 계단쪽으로 사라졌다. 뭐야 쟤..... 외장하드가 박살난게 그렇게 웃기냐?경수가 고개를 갸웃, 하더니 동아리실 문을 닫고 들어와 쓰레기통을 들여다보았다. 한때 힙덕인 제 형의 유산이었던 20기가 믹스테잎 외장하드...의 잔해. 하나도 안웃긴데. 경수가 다시 갸웃, 하며 제 악보가 있는 보면대 앞으로 다가갔다. 오늘은 다 늦네, 내가 일찍온건가?
야, 어떻게됬냐?어, 돌려주려고했는데, 그거 결국 박살났어요.
경수가 뭐라고하냐능?
흐흫,
왜 처웃냐?...아, 그리고 그저께는 미안. 이거 변백현이 사과하라고해서 억지로하는거 절대아냐.
흐흫.
20기가면 얼마짜리지? 조낸아까움.
그렇게됬어. 으흫.
밑층에서 대기타고있던 네명이 종인이 계단에서 리듬을 타며 내려오는것을 보고, 어떻게 됬냐며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그런데 어제까지 제정신이 아니었던 종인은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수없는 웃음만 흘리며, 어서 빵과 쿨피스를 사와야 한다며 발걸음을 빨리할 뿐이었다. 어쨌든 어제보단 나아진것같아요, 하고 세훈이 숨을 한차례 돌리자, 그럼 뭐 잘된거겠지, 하고 간단하게 결론을 내린 넷은 그제서야 동아리실로 향했다.
"야, 경수야. 연습많이했냐? 맞춰보자, 우리 "
-------------------------------------
안녕하세요 공대생임다 ㅋㅋ 호호 ? 호호호....
1. 찔러도피한방울안나올듯 완벽한 쟈가움..이었던 경수의마음이 조금 움직인것같네용 느껴졌나여?ㅋ
2. 그놈의 외장하드..... 이 사단이 난것은 전부 경수의 형때문이다.
3. 다음편엔 찬백이 나옴니다.껄껄...
:) 수펄내츄럴파월!
됴종이님,수녀님,여세훈님,루루님,여우님,감다팁님,고구마님,꾸리꾸리님,세모님 워아이니 쎼쎼. 쎼쎼치기 정말힘들다.
다음 글
이전 글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두쫀쿠 주문당 1개제한인데 4개 보내주고 욕먹은 사장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