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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한 번 저지를 줄은 알았다만, 그게 오늘일 줄이야.



핸드폰 액정에는 야속한 한파 주의보 문자가 떠있었다. 

나를 지독히도 미워하는 이모와 심한 말다툼을 하고 집을 나와버린 오늘의 날씨는 영하 11도였다. 

집을 나서자마자 파고드는 칼바람에 어디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도움을 줄 만한 친구들의 전화번호 목록을 훑었다.

그러다 멈춘 손가락 끝에는 민윤기의 이름이 걸려있었다.

말이 자취방이지, 작업실이나 다름없는 그의 집은 내가 기억하기론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웠다. 

더 이상 앞뒤 재볼 여유가 없는 기온에 나는 민윤기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탄소년단/민윤기] 한파주의보 | 인스티즈


한파주의보

w. 열대야










한 번 작업에 몰두하면 밥 먹는 것도 잊고 빠져드는 놈이라 집에 있을 줄은 알았다만,



[방탄소년단/민윤기] 한파주의보 | 인스티즈


"...뭐냐, 갑자기."



1,2년 본사이도 아니고, 왜 저렇게 당황한 표정을 짓는거야?



"우리 사이에 갑자기란게 있었나? 비켜봐, 들어가게. 밖에 존나 추워."



그제야 뒷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비켜서는 민윤기다.



"아, 이제 좀 살겠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이불에 파고 들어가자, 허-하며 어이없다는 듯 웃던 민윤기는 작업실로 쓰는 방에 들어갔다.

그도 잠시, 몇 분 뒤에 나와서는 내게 줄 핫초코를 타며 물었다.



"이 날씨에 왜 밖을 돌아다니다 여길 와."


"집에 있을 수가 있어야지."


"이모때문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나를 초등학생 때부터 거둬준 이모는 나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그리고 그 즈음부터 나와 어울려 다녔던 민윤기는 그 사실을 잘 알고있었다.

워낙 무덤덤해서 얼굴에 표정 변화가 잘 없는 민윤기지만, 가끔가다 만난 이모를 보는 눈초리는 심상치 않았다.

그 때문에 나는 민윤기가 내 편일 거라 멋대로 생각하고 있다.

이모 때문이냐는 그의 질문에 그가 건네는 핫초코를 받아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내려다보던 민윤기가 갑자기 내려와 나와 눈을 맞췄다.



"그래도 그렇지, 이 날씨에 가디건 하나 걸치는 게 제정신이냐?"


"짜증나서 그냥 아무거나 주워입고 왔어. 너 없었으면 아마 변사체로 발견됐을지도..."



못하는 말이 없다며 내 이마를 가볍게 민 민윤기는 작업을 할테니 알아서 놀라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서서히 몸이 녹는 것을 느끼며 핫초코를 홀짝거렸다. 

민윤기의 집에서는 항상 비누 냄새가 난다.

아마 곳곳에 걸려있는 빨래 때문일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다 눈에 들어오는 후드티에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고 후드티를 가져와 입었다.

추위를 잘 타는 나에게 종종 자신의 옷을 건네주곤 했던 민윤기니까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다.

비누 냄새가 나는 그의 옷에 코를 박고 킁킁 거리다가, 따뜻하게 뎁혀진 바닥에 다시 누웠다. 

아까 이모한테 화를 내서 그런가, 어쩐지 지친 상태라 잠이 오기 시작했다. 

이불을 끌어올릴 생각도 못하고 잠에 빠졌다.

잠결에 들린 감기 어쩌구 하는 민윤기의 목소리와 함께 내 위로 이불의 폭신함이 느껴졌다. 

그에 기분이 좋아 살풋 웃으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잠에서 깬 나의 눈에 작업실에서 나오는 불빛이 들어왔다. 

도대체 작업을 언제까지 할 셈인거야, 하는 생각에 방문에 노크를 했다. 


똑똑-


"어, 왜."


나올 생각이 없어보이는 대답에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 두번 와본 장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들어올 때마다 괜히 조심스러워 지는게 민윤기의 작업실이다. 

몇 년 전에 뭣도 모르고 이 안에서 설쳤다가 작업물을 한 번 날릴 뻔 했던 전적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잘 놀라지 않는 민윤기도 그 때는 목까지 빨개졌었다. 

나한테 큰 소리 치려나, 싶었는데 그 큰 손바닥으로 내 정수리를 덮으면서 당장 나가라고 조곤조곤 화를 냈다.

조곤조곤 화를 냈다는 게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큰 소리를 치며 화를 내는 게 덜 무섭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 이후로 몇 시간을 거실에서 민윤기 눈치를 보며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 잤냐?"


그 때를 회상하니 끼치는 소름을 떨치고 있을 때 민윤기가 물어왔다. 

그의 시선이 잠깐 후드티에 머물렀다가 얼굴로 올라왔다.



"그건 또 언제 주워입었어."


"그냥, 예쁘길래."


"그래도 여자라고 품이 남긴 한다?"


"당연한 소리를 하고있어."



어느새 손을 가린 소매를 걷어올리며 미니쇼파에 털썩 앉았다.

그래도 나름 이 바닥에선 유명하다고 자부하던 민윤기의 말이 사실인지, 요즘들어 작업실에서 나오는 날이 적을 정도로 바쁜 민윤기였다.

이름 꽤나 알린 래퍼들이 민윤기가 만든 비트에 랩을 하는 것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신기했다.



"이번엔 뭐 만드는 거야?"


"... 그냥, 노래."


"언제 마무리 돼? 그건 특히 오래 걸리네."


"이게 좀, 신경을 써야되는 곡이라서..."



답지 않게 횡설수설하는 민윤기를 보며 의아하다고 느꼈다.

평소에는 자기의 작업물에 대해 묻지도 않은 자랑을 해대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작업물에 대한 대화를 꺼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잘 안풀리는 곡인가, 하고 생각한 채 민윤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중학교 때는 키가 엄청 컸었는데, 그 키가 지금까지 이어질 줄이야.

키는 좀 작아도 어깨는 넓은 편이네,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찰나 민윤기가 몸을 돌려 나를 보았다.



"니가 자꾸 그렇게 보면 집중 안 돼."


"뭐래, 뒷통수에도 눈달렸나."


"배는 안 고프고?"


"고파. 맛있는 거 먹자."



저작권 부자님이 한턱 쏘세요, 하고 놀리듯 말하자 피식 웃고는 지갑을 챙겨 일어나는 민윤기였다.


[방탄소년단/민윤기] 한파주의보 | 인스티즈


"나갔다 올 테니까 얌전히 있어. 이 곡 날아가면 나도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민윤기의 말에 괜히 찔끔해서 빨리 나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민윤기 말대로 얌전히 쇼파에 앉아 있었다.

... 5분 동안은.



이 곡이 뭐길래 오래 걸려서 민윤기 시간을 자꾸 뺏는 거야, 나랑 놀지도 못하게.

하는 생각에 뒷짐을 지고 컴퓨터 앞으로 다가갔다.

그 땐 내가 뭣도 모르고 아무거나 눌러대서 사단이 날 뻔 한거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손대지 않고 구경만 할 셈이었다.

하지만 화면에는 내가 모르는 전문 용어와 들쭉날쭉한 선들만 나열되어 있을 뿐이었다.


 

"뭐야, 재미없네."



민윤기가 이렇게 시간을 오래 끄는 곡은 흔치 않은데, 이걸로 대박 치려나. 하는 생각에 문득 이 곡의 제목이 뭔지 궁금해졌다.

그러다 문득 프로듀싱 프로그램 창 뒤에 다른 창 하나가 더 띄워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장된 곡의 파일창인 것 같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마우스에 손을 갖다 대었다.








[AGUST D]



♪ 김여주.mp3

♪ 김여주_수정본.mp3
♪ 김여주_마지막.mp3
 김여주_진짜완성.mp3
♪ 김여주_보고싶다.mp3







예상치도 못한 제목들에 당황했다. 왜 내 이름이 여기에...?

왠만하면 작업물을 한 큐에 해결하곤 하는 민윤기지만, 내 이름을 단 이 곡들의 제목을 보아하니 수정을 여러 번 한 것 같았다.

얼굴에 열이 몰리는 게 느껴졌다.

그럼 여태껏 붙잡고 있었던 게 나를 위해서 만든 곡이었단 말이야...?

민윤기가 평소 지나가 듯이 말했던 신경을 써야 한다, 대충하면 안된다 같은 말이 기억나자 귀가 뜨거워졌다.

그 순간, 밖에서 민윤기가 비밀번호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붉어진 내 얼굴을 감춰야 해서, 그리고 민윤기와 눈을 마주치지 못할 것 같아서 얼른 후드를 뒤집어 쓰고 창을 되돌려 놓은 채 쇼파에 풀썩 앉았다.

어떡해, 진짜...

민윤기의 속마음을 훔쳐다 본 것 같아 진정이 되질 않았다.






[방탄소년단/민윤기] 한파주의보 | 인스티즈


"야, 나 왔다."


"..."


"모자는 왜 쓰고 있어?"


"..."


"얘가 왜 이러지."


말이 없는 내가 이상하다는 듯 내 옆에 앉는 민윤기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내 눈을 마주치려고 민윤기가 다가오자 후드 끈을 잡아당겨 얼굴이 보이지 않게 했다.

후드 위로 내 머리통을 쓰다듬던 민윤기가 모자를 슬그머니 벗겼다.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


"열나는 것 같은데?"



이마에 닿이는 민윤기의 손에 눈을 꼭 감았다.

아... 진짜 미치겠네.



"이 날씨에 얇게 입고 돌아다닐 때부터 알아봤다.

잘 때 이불은 왜 안 덮고 자?"


"..."


"약 먹을래?"



하고 걱정스레 묻는 민윤기의 말에 고개를 젓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그래, 나는 지금 감기다. 민윤기한테 설렌 게 아니라 아파서 이런거야!

하고 속으로 단정짓고는 거실로 후다닥 달려가 이불을 끝까지 덮어쓰고 누웠다.

그런 나를 보고 민윤기가 피식 하고 웃더니 아프면 좀 자다가 일어나. 밥 먹게- 하고 말했다.

곧이어 건반과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민윤기가 만드는 곡이 뭔지 알아버린 지금은 저 소리마저 마음을 간질였다.






밖은 한파주의보가 떴지만, 지금 내 귀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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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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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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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넘나설레요...
고백하려고쓰는곡인가...ㅎ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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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오호옹ㅜㅠㅠㅠ간질간질ㅜㅠㅠㅜㅜㅜ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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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48.252
헐....이거 단편으로 끝나나여..?ㅠㅠㅜㅠㅠ 진짜 심장 터질뻔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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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0.13
설렘사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 겁나 달달해요 사랑해요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 뒷이야기는 없나여..?????
7년 전
대표 사진
열대야
번외편이 올라갈 것 같긴 합니다만,,,, 언제일 지는 저도 모르겠네여...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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