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마 (YIRUMA) - F L O W E R
아침 수업 시작하기 전은 항상 시끄럽다. 삼삼오오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 봤던 예능 이야기, 좋아하는 아이돌 이야기, 이성 이야기.
오늘은 좀 다르다. 반 전체가, 아니 한 학년 전체가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거 알아? 어제 옆 반 승철이 다친 이유가 음악실 귀신 봐서 그렇대. 그 귀신 연주 끝까지 다 들으면 죽는다더라. 듣기만 해도 다친대.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 말도 안 돼. 저걸 누가 믿어? 고개를 저으며 수업을 준비를 마쳤다.
“아미야 그 이야기 들었어? 옆 반 승철이가....”
있었다. 그 말을 믿는 사람이. 언제 들은 것인지, 어디까지 들은 것인지 뭐 그리 대단한 이야기라고 내게 귓속말까지.
비밀 이야기라도 되는 양 소곤소곤 말하는 슬기를 떼어놓았다. 슬기는 날 빤히 쳐다봤고,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건 없어, 슬기야.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냐? 있으면 다 데려와. 내가 싸워줄게."
학교가 일찍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가지 못 하고 잡혀있다. 어제 야자 째는 게 아니었는데.
아침에는 반성문을 썼고, 애들이 다 간 후에는 복도 청소를 했다. 밀대를 들고 대충 청소를 하며 하루빨리 성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술도 먹고 클럽도 가봐야지.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행복한 삶을 보내고 싶다.
굽히고 있던 허리를 폈다. 청소할 복도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남은 복도는 음악실 앞.
귀신이란 건 믿지 않는다. 다 허구로 만들어 낸 것이라고.
죽은 사람이 어떻게 내 눈에 보여서 나를 해코지할 수 있겠는가. 나중에 내가 죽으면 또 만날 것인데.
그래도 들은 말이 있으니 궁금했다. 그런 건 없다고 믿지만 또 소문이 사실일 수도 있으니깐.
뭔가에 홀린 듯 발걸음이 음악실 앞으로 향한다. 한 발짝, 두 발짝.
음악실 문고리를 잡았다. 손잡이가 천천히 돌아가고 문이 조금씩 열리고, 그 작은 틈으로 소리가 들렸다.
문을 활짝 열었을 때 피아노 의자 앞에 앉은 누군가가 보였다.
까만 머리에, 교복을 입은 사람.
의자 앞에 앉아 가만히 있더니 다시 건반을 하나씩 눌러본다. 띵, 띵. 몇 번 울리더니 이내 연주가 시작되었다.
감미로운 연주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슬펐다. 잡고 있던 문고리를 더욱 세게 잡았다.
누군지도 모를 이 사람의 연주가 너무 슬퍼서. 뭐가 그리 슬픈 것일까.
“김아미? 청소 다 했어”
저를 부르는 소리에 당황해 문을 쾅 닫았다. 옆에 세워뒀던 밀대를 들고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어휴, 당연하죠! 다가오는 선생님에게 좋은 웃음을 보이고는 밀대를 꽉 잡고 있었다.
다 했으면 가도 된다는 말에 얼른 교실로 향해 가방을 챙겼다.
저 멀리 음악실이 보인다. 아직도 연주할까? 음악실 문을 천천히 열었다.
음악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용했다. 음악실 안을 훑어봐도 없었다. 금방 나갔나 보다.
하지만 누군가가 가는 걸 본 적이 없다.
길이 두 개가 있다. 아까 내가 서있었던 길과 우리 반을 지나야지만 갈 수 있는 길.
그 어디에서도 사람을 보지 못 했다.
멍하니 교실 밖을 나왔다. 정말 그것이, 내가 본 그가 음악실 귀신인 것일까. 정말 음악실 귀신이 맞는 것일까. 가방끈을 쥐고 한참을 생각했다.
학교 앞 신호등의 불이 깜빡거린다. 초록불이 곧 빨간 불이 될 것만 같다. 짧으니 금방 건널 수 있겠지. 발걸음을 빨리해 횡단보도를 건넌다.
쾅.
몸이 떠오르고 정신을 잃었다.
.
.
.
눈을 떴을 때 나를 반기는 건 흰 천장도 아닌, 코를 찌르는 듯한 알코올 냄새도 아니었다.
좋은 냄새가 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을 땐 미술 시간에서 본 것만 같은 그림이 걸려있었다.
또 병원이라고 하기에는 팔을 움직이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 잔잔한 음악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 방 밖에 누군가가 있다.
“너 이리 와. 내가 그렇게 내려가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코 가서 또 사고를 쳐? 데리고는 왜 와? 너 진짜 나한테 죽고 싶어? 또 죽고 싶냐고.”
“아, 형...”
“내 놔.”
“뭘.”
“차 키 내놓으라고.”
“제발...”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잔뜩 겁을 먹었다. 문을 열고 나가는 게 맞는 것일까. 재빨리 방안을 스캔했다.
창문 하나 없는 방이 어디 있어.
지금 신장도 가격 많이 내렸다던데 날 잡아서 뭐 하려는 거지? 장기 매매가 맞으면? 이대로 죽는 것일까.
죽기에는 아직 못 해본 것들이 너무 많은데.
낭랑 18세 여기서 끝일까.
벌컥 문이 열렸다.
“어, 깼어요? 아픈 곳은 없고?”
“여기 어디예요?”
“제 집이죠?”
“댁이 누군데요.”
“천천히 알아가요. 시간도 많은데.”
“아니, 여기 어디냐고요.”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
“예?”
“잠시 머물다 갈 쉼터라고 생각해요.”
“...”
“어서 와요, 하늘나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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