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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일 곱 마리와 나 09
W.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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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뇨, 메일 안온 것 같아요. 다시 확인하고 전화주시겠어요?"
" … …."
나는 요새 미친 것이 분명하다. 아니,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 며칠 전에 다 같이 글램핑을 다녀온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그 때 박지민이랑 둘이 잠시 함께 있었던 게 전부였는데. …그 이후로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물론 그 때 그냥 같이 있던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서 '와, 반할 뻔 했네.' 라고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근데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일할 땐 섹시해보이고, 평소엔 귀여워보이는 건 오바잖아. 거래처와 전화하고 있는 지민이가 너무 섹시해서 전화를 끊을 때까지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박지민은 안섹시하다. 전혀 안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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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시해. 오빠, 날 가져요, 엉엉. 섹시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게 불과 10초 전인데 나도 모르게 박지민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뭔가 잘 안풀리는지 미간을 찡그리며 뭔가를 끄적이는 박지민이 너무 잘생겼다. 너무 섹시해. 진짜 미친 것 같다. 내가 쟤랑 뭐 키스를 한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과민반응을 하는건지. 나 연애한지 너무 오래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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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씨, 이따 회의에 준비하기로 한 자료 다 돼가요?"
" … …."
" 이름씨 …?"
" …아, 네, 팀장님."
" 회의자료 다 됐어요?"
" 아 …! 거의 다 됐어요. 금방 마무리하고 보낼게요."
아, 맞다, 자료. 아까 거의 다 했던 것 같은데. 정신이 뭔가 다른 데로 가있어서 그런지 마무리하고 석진오빠한테 보낸다고 하고는 또 까먹어버렸다. 석진오빠는 그런 나를 보고 한숨을 살짝 쉬더니 내게 옥상으로 오라는 입모양을 해보인다. 평소의 석진오빠는 정말 1도 안무서운데 팀장님일 때 석진오빠는 좀 무섭단 말이지. 오랜만에 혼나려나보다, 하고 축 쳐진 어깨와 아직 다 낫지않아 절뚝이는 다리로 최대한 불쌍하게 보인 채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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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왜 그러는거야."
" …화났어?"
" 내가 왜?"
" 요 몇일간 일 제대로 안해서 …?"
" 내가 무슨 동네 일진이냐, 화난다고 옥상으로 부르게."
" 그럼 왜 불렀어?"
" 요새 정신이 완전 저기 지구 반대편에 거주 중인 것 같아서 왜 그러는지 들어보려고 불렀다, 왜."
석진오빠의 말에 뭔가 온몸에 힘이 다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혼나지 않아서 다행이고, 걱정해주는 것도 다행이고, 요새 딴 생각하는 걸 들켜서 창피하고. 복합적인 기분이다. 맥이 탁 풀려서 옥상 벤치에 털썩 앉아서 한숨을 푹 쉬었다. 내 앞에 서서 걱정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석진오빠를 향해 입을 열었다.
" 오빠."
" 오야."
" …나 남자 소개 시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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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남자를 소개시켜달라고?"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 남자를 소개시켜달라는 내 말에 석진오빠는 안그래도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떠보이고는 내게 다시 물어본다. 아니, 내 나이에 남자 좀 소개 받을 수도 있지. 오빠의 격한 반응에 당황해서 '어? 어..' 하고 말끝을 흐리자 석진오빠는 고개를 몇번 젓고는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 주변에 남정네가 일곱 명인데, 물론 일곱 마리긴 하지만. 어쨌든 뭐하러 남자를 소개받어."
" 아니 … 어짜피 우리가 서로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관계도 아니잖아. 나 요새 외로운 것 같단 말야."
" 우리랑 있는데 뭐가 외로워."
" …그냥. 외로운지 가끔은 어, 막 설레고 그런다고."
" …지민이한테?"
석진오빠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더니, 내 속마음 정도는 다 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그 정도로 티를 냈던가…?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석진오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지민이가 좋아?"
" 아닐걸. 지민이랑 내가 뭘 했다고. 그냥 요새 외로운지 가끔 설레고 그 정도?."
" 꼭 뭐 특별한 일이 있어야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 …그렇다고 해도. 어짜피 박지민은 내가 주인이라서 잘해주는 거 다 아는데."
" 그럴까나?"
알 수 없는 대답에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석진오빠는 글쎄, 라며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내 옆에 앉았다. 그렇게 한 일분 정도 앉아있었을까,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슬슬 들어가자. 아까 보내주기로 했던 자료도 줘야하고."
" 그래야지. …이름아."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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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너 좋아하는 건 주인이어서가 아니라 같이 지내보니 성이름이라는 사람이 괜찮아서 좋아하는거야."
" … …."
" 처음 관계는 주인이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들 그냥 너를 좋아해."
" … …."
" 아마 그 중엔 가족으로서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널 좋아하는 애들도 있을테고."
"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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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이름이가 지민이 좋아하는 거 알면 몇 마리는 울겠구만."
좋아하는 거 아니라고! 먼저 일어나서 옥상 문을 열고 나가는 석진오빠의 등을 팡팡 치며 아니라며 지민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뭔가 오빠가 말한 알 수 없는 얘기들 때문에 알 수 없는 기대감인지, 아니면 그냥 들켰다는 창피함인건지, 머릿속이 뒤숭숭해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애완동물 일 곱 마리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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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아, 여기!"
오랜만에 태형이랑 시간이 맞아서 저녁을 같이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멀리서 예쁘게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르는데 또 한번 느꼈다. 늘 주변에 있고 편해서 그런지, 평소엔 잘 못느끼지만 이렇게 밖에서 보면 김태형은 참 잘생겼단 말이지. 김태형의 손짓과 목소리 하나에 가게에 있던 많은 여자들의 눈길이 나에게 옮겨진 걸 느낀 것도 그 생각에 한 몫 했을 것이다.
" 많이 기다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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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리고 너 기다리는 건데, 뭐. 그나저나 다리는 괜찮아?"
" 오늘 아침이랑 똑같지, 뭐.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태형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괜찮다고 말해주던 내 머릿속에 곧 생각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얘는 나를 주인으로서 좋아하는 거겠지? 아무래도 석진오빠가 내게 했던 의미심장한 말들이 신경쓰여서 그런 듯 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몇 입 먹을 때까지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던 나는 무슨 생각하냐는 태형이의 질문에 말문을 열었다.
" 태형아."
" 응?"
" 너 나한테 왜 잘해줘?"
" 왜 잘해주냐니, 무슨 질문이 그래?"
" 아니, 그니까 …."
내 질문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태형이를 보며 어떻게 물어봐야할 지 잠시 고민했다. 아까 석준오빠 얘기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누군가 나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것 같아서 궁금한데. 갑자기 물어보면 이상하겠지? 이름아, 이상하지않게 물어 볼 방법을 생각해보자. 두뇌 풀가동!
" 너 나 여자로서 좋아해서 잘해주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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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두뇌 풀가동 실패. 뭐라고 약간 돌려서 물어보려던 말이 있었는데, 뭔가 그냥 물어보자! 라고 생각하니 머릿속에 있던 질문이 그대로 나와버렸다. 아차, 싶었지만 태형이니까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내 말에 뭔가 어려움이 있었는지 잠시 멍한 표정으로 음식을 먹던 김태형은 곧 놀란 표정을 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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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이름아, 너 나 좋아해?"
" …뭐? 그게 무슨 개소리, 아니 헛소리야."
" 아니, 뭔가 지금 나 좋아한다고 말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아닌가?"
죽어도 아니거든! 강하게 부인하는 날 보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해보이는 김태형을 보며 가슴을 주먹으로 쾅쾅 쳤다. 아니라고 말하려다 하마터면 박지민 얘기까지 꺼낼 뻔 했다. 잠시 흥분했던 숨을 후, 하고 고르고는 다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 그런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그랬어. 나한테 잘해주는 게 어떤 의미인지."
" 그걸 생각하다가 날 좋아하게 된거야?"
" 진짜 죽는다. 그게 아니라 다들 나한테 너무 잘해주잖아. 원래 주인이면 다 그러는건지, 아니면 …뭔가 다른건지 갑자기 생각이 들어서."
" …음, 주인이라서 애정이 많이 가는 것도 당연히 있지."
" … …."
" 근데 다들 너 자체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 그 중에 너를 진짜 여자로 좋아하는 동물도 있구."
" 누구?"
기다렸다는 듯이 누구? 라고 묻는 나 때문에 순간 화들짝 놀라던 태형이는 대답해주려고 입을 살짝 열었다가 곧 알 수 없는 미소를 띈 채 나를 바라본다. 그 음흉한 표정에 왜 그렇게 쳐다보냐고 불안한 마음으로 묻자 평소에 눈치도 없던 김태형이 왠일로 눈치를 장착하고는 예리하게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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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너 요새 누구 신경쓰이지!"
" …아닌데?"
" 와, 나 눈치 쩔었다, 쩔었다!"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하는 내게 계속 '누군데? 나지?' 라고 묻는 태형이의 질문사례를 힘겹게 피하며 어찌저찌 저녁을 먹었다. 김태형의 압박수사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식당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태형이에게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편의점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려주고 생각해보니 집에 치약이랑 칫솔이 없길래 치약, 칫솔을 산 후 집으로 가는데 뒤에서 발랄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 태형쌤?"
" 지수? 여긴 왠일이야? 밤길 어두운데."
" 저 이 주변에 학원 다녀요. …근데 쌤."
" 응?"
태형이가 가르치는 학생인지 태형이에게 쌤이라고 부르던 여학생을 보며 와, 학교에서 인기 많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곧 그 지수라는 여학생의 눈길이 태형이가 들고 있는 칫솔과 치약에 향해있으며 약간 놀란 표정을 짓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그 여학생이 입을 열었다.
" 쌤 … 여자친구랑 동거해요?"
♡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벌써 설날이라니'-'.. 예전에는 빨리 나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새는 제발 시간이 그만 갔으면 좋겠고 그렇네요.. 흑흑.
다들 즐거운 설날이 되시길 바라면서! 헉헉, 뭔가 두근거리네요.
암호닉! 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려요! 한분한분 기억할게요!
> 캔따개님, 둘셋님, 아듀님, 난나누우님, 본싱어님, 물빠않석님, 쀼ㅣㄹ님, 참기름님, 민슈가천재짱짱맨뿡뿡님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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