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국뷔] 큐브(The cube)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c/9/2c96902cd2bc0a5f9a2eb3330774aab8.jpg)
큐브(The cube) 01.
w. 멜린다
드르르륵.
아침 해가 밝았다. 밤새 살짝 눈이 내렸던 탓일까, 살짝 찬 기운이 콧등에 스치운다. 마른 체구의 한 소년이 철장 문을 두 손으로 올린다. 철장문이 위로 올라가면서 그 위에 쌓여있던 눈이 소년 머리 위로 흩날린다. 그러자 그 눈이 차가운듯, 그 소년은 코를 찡긋한다. 아직 새벽인지라 어둑어둑함이 채 가시지는 않았고, 한밤중의 차가운 기운이 고즈넉히 공기 안에 담겨있었다. 손이 시린듯 그 소년은 손을 호호 불며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었다.
"V 일어났니."
회색 정장을 입은 사내가 그 소년에게 다가간다. 그 소년은 V라고 불리우는듯 했다.
"예. 안녕히 주무셨어요?"
회색 정장의 사내는 말없이 V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내는 V의 뒷목을 살짝 잡은 채 멀뚱히 내려다보았다. 얼핏봐도 190cm는 넘어보이는 체구에 다부져보이는 몸의 사내는 금방이라도 그 소년을 압도할듯 했다.
"간밤에는 무사했고?"
"그럼요. 덕분에 하루하루가 무사한걸요."
"다행이네. 가게 일은 어때?"
"뭐.. 손님들도 간혹 오고 화분도 사가고 그래요."
"그래? 오늘도 수고해. 그리고 무사하게 내일 보자."
"네, 안녕히가세요. B"
V는 그 사내를 'B'라 불렀다. 그 둘은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알파벳으로 부르는듯 했다.
V는 사내가 가게를 나가자 침구를 정리했다. 그 소년이 있는 이 가게가 곧 그의 집이자 안식처였다. 가게 안 불을 켜자 수백개의 화분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V는 한 손에는 분무기를, 다른 한 손에는 행주를 들고 천천히 가게 안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화분 하나 하나를 지나치면서 깨끗하게 닦아주거나, 물을 뿌려주었다. 매우 정성스레. 그 소년에게는 이것이 일상인듯 했다. V는 매우 조용했다. 하루종일 나누는 대화라고는 아침마다 V의 안부를 묻는 B라는 사내와의 몇마디 뿐이었다. 간혹, 가게에 손님들이 찾아오긴 하지만 그들은 V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부분이 이리저리 화분을 둘러보다가 맘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가져다가 조용히 계산을 하고는 나가버린다.
그래서일까. V는 시종일관 차분하면서도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가게 구석에 앉아있다. 손님이 와도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V는 한번도 자신이 왜 이 곳에서 살게되었는지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저 하나의 생존 본능처럼 하루하루를 이 곳에서 보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 소년이 갖고 있는 작은 손목시계만이 지금이 아침인것을 알려줄 뿐이다. 아, 단 한가지의 사실은 안다. 밖의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이 곳을 '큐브'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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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국뷔] 큐브(The cube)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e/b/beba4fc50c49279c7db6f2305a50b950.jpg)
오늘도, 여김없이 어제와 같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멀쑥한 키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한 소년이 그 가게를 방문하기 전까지는 분명 어제와 같은, 엊그제와 같은 하루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따릉-
손님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작은 종이 울렸다. V는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가게 구석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가게에 들어온 사람은 매우 젊은 손님이었다. 매우 멀쑥한 키에 시원시원하게 생긴 이목구비, 그리고 환한 햇살을 머금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손님은 가게를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구석에 멍하니 앉아있는 V 앞에 다가가 허리를 굽혀 눈높이를 맞추었다.
"저기요."
그 손님의 말에 V는 풀렸던 눈의 초점을 거두고는 화들짝 놀란다. 다른 누군가가 자신에게 먼저 이렇게 말을 거는 일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응.....?"
"아니.. 손님이 왔는데 어떻게 눈짓 한번 안 줄수가 있어요?"
"....."
"아, 별 뜻은 아니었구요. 화분 하나 사려하는데 사실 제가 잘 몰라서요. 뭐 추천같은거..해 주실수 있나해서."
"아..화분.."
V는 벌떡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두 번째 선반에 놓인 화분을 그 손님 앞에 턱하니 내려놓았다.
"이거."
그러자, 그 손님은 그런 V의 모습이 신기한듯 피식 웃음을 지어보였다. V는 그런 모습이 자신을 비웃는듯 하여 기분이 나빠진듯 미간을 찌푸렸다.
"아.. 비웃은게 아니구요.. 되게 당황스러워서요. 가게 안을 보면 진짜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꾸며놓은 것처럼 그런데, 막상 그 주인은 별 관심이 없어보여서.."
"계산할거야?"
"근데 초면부터 말을 쉽게 놓으시네요. 뭐.. 제가 어디가서 어려 보인다는 소리는 자주 들어요. 아, 제 이름은 정국이에요. 전정국."
뜬금없이 자신의 이름을 대며 자기소개를 하는 소년의 천진난만한 표정에 V는 당황한듯 했다. 무슨 말을 할듯 말듯 입술만 떼었다 닫았다한다. 그런 모습을 정국은 가만히 지켜보더니 V의 손에 지폐 몇 장을 건넨다.
"놀라게 할 의도는 아니었어요. 화분 이거 감사해요. 우리 형한테 선물할거거든요. 향이 되게 좋네요. 안녕히계세요."
정국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는 가게 문을 나섰다.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V의 평화롭고도 단조로웠던 그 소년만의 작은 세계에 작은 진동이 일기 시작했을 때가. 그리고 그 작은 진동이 채찍질하듯 퍼져나가기 시작했을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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