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국뷔] 큐브(The cube) 03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6/a/1/6a116b4f4049c47604e157613cb65dbc.jpg)
큐브(The cube) 03
w. 멜린다
정국은 큐브 안을 한참 돌아다니다가 커다란 스크린을 발견하고는 그 앞에 선다.
"우와, 이거 되게 신기하다..!"
정국이 그 스크린을 건드릴 찰나, 어느샌가 V가 다가와서는 정국과 스크린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그 안을 막아 섰다. 그러자 정국은 갑작스러운 V의 행동에 놀라고 머쓱한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이거 만지면 안되는거에요?"
"응"
"근데 형은 퇴근 언제해요?"
"퇴근?"
V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정국의 깜짝스런 방문에 시간을 확인할 여유조차 없었다. 시계는 7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불현듯 V의 표정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너 이제 가야되."
"네?"
"시간이 늦었어. 빨리 나가야되."
"지금 이제 저녁시간인데요? 저녁은 안 먹어요?"
"배불러. 자 이제 나가."
V는 정국의 등을 밀어내며 출입구 쪽으로 정국을 세웠다. 손목시계가 째깍째깍 움직이는 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도드라지게 들렸고, 식은땀이 줄줄 났다. 정국은 그런 V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듯했다. 정국은 문 한 쪽 벽을 손바닥으로 잡아 섰다. 긴 두 팔이 두 벽을 지짓대삼아 V가 미는 힘을 저지했다. 정국은 뒤를 돌아 V를 마주했다. 살짝 고개를 숙여 V의 눈을 바라보며 정국은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에요? 이렇게 자기를 꽁꽁 가두고 살아간게.."
정국의 질문 따위는 지금 V의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저녁 8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항상 그랬다. 저녁 8시가 되면 이 큐브는 검은 그림자들로 가득찬다. 그리고 V 자신을 괴롭혔다. 검은 그림자들이 누구고,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 턱이 없다. 그저 그들은 V를 괴롭히며, 항상 V가 죽기를 기다리고 있는 존재들인것만 같았다. 유일한 말동무이자 친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흰 옷의 사내, B가 그런 V를 위해 큐브를 설치해줬다. 스크린에 손을 대고 마음 속으로 행복한 상상을 하면 V가 살고 있는 큐브는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다. 그러면 밖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검은 그림자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고 그 광경을 V는 큐브 안에서 숨죽여 바라볼 뿐이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정국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8시가 되기 전에 정국을 내보내고 스크린으로 달려가야한다. 그러나 지금 눈 앞에는 정국이 고집을 부리며 문 앞에서 버티고 있다. V로선 답답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하나하나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정국이 납득할 것 같지도 않고, 굳이 이런 사실을 정국에게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
"나 피곤해. 이제 좀 나가줘."
"오늘 한 일이 뭐가 있다고 피곤해요?" 정국은 V를 놀리듯 헤실헤실 웃으며 문 앞에서 버티고 있다.
"제발..나가줘.."
V는 한껏 낮은 목소리로 정국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정국의 시선에서 V는 지금 굉장히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한 마리의 생쥐 같았다. 정국과 스크린을 계속 왔다갔다 쳐다보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 모델인지도 모를 굉장히 낡은 손목시계를 오른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정국에게 계속 뜬금없이 나가라고 하고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정국은 더 밖으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뷔형 괜찮아요?"
"아니, 하나도 안 괜찮아."
"이렇게 떨고 있는데 하나도 안 괜찮으면 어떡해요."
정국은 벽에 짚고 있던 두 손을 떼고는 V위 양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메고 있던 책가방을 옆에 벗어두고는 긴 두 팔로 V를 힘껏 안았고, 토닥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아요.."
V의 손목시계가 삐빅-하고 울리며 저녁 8시 정각을 가리켰다.
***
9시간 전)
"전정국 너 아침 안먹고 가냐? 또 굶지 또?"
"아 엄마, 미안 미안. 나 오늘은 꼭 들러야되는 곳이 있어서."
"너 자꾸 엄마 속 썩인다!"
"다녀오겠습니다."
정국은 대충 교복을 챙겨입고는 문 밖을 나섰다. 오늘은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학교 형의 생일이다. 식물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생일 선물로 화분을 가져다주고 싶었다. 같은 배드민턴 부로 활동하고 있는 둘은 어려서부터 동네에서 자라와서 외동아들인 정국에게는 친형같은 존재다. 평소 등하교를 하면서 눈여겨본 꽃집이 있었다. 굉장히 크고 다양한 식물들을 키우고 있는 가게였다. 항상 등하교를 할 때마다 지나가며 안을 들여다보고는 한다.
주인인 듯한 사람은 아침에는 항상 무기력한 표정으로 식물들을 가꾼다. 그리고 정국이 하교할 때 쯤이면, 구석 탁자에서 턱을 괴고 멍하니 밖을 쳐다보고 있다. 정국은 그런 사람에게 왠지모를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오늘 드디어 그 가게주인과 말을 해 볼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정국은 들떴다.
"이름이 뭐에요?"
라는 정국의 물음에 묵묵부답이었던 가게 주인. 많아봤자 자신의 또래 정도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더 이상 대답을 기다리다가는 지각할 것이 뻔했다. 정국은 그 가게주인에게 돈을 쥐어주고는 서둘러 가게를 나섰다. 이따 꼭 다시 말을 걸어보리라 다짐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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