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술을 몇병이나 마신 것 처럼, 아무 기억이 안날 것 같았다.
누군가 들으면 참 웃기다고 할 것이다. 둘은 아직 눈물이 메마르지도 못 한채로 입을 맞추고있다.
그와 나는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게 입을 맞추다 숨이 잘 쉬어지지않아 먼저 떼어냈다.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은 여전히 슬픈 눈이었지만, 다시금 나에게 입을 맞추는 그의 허리춤을 감싸 안았다.
제 30화_
나는 괜찮아요
"다시는 그런짓 하면 안 돼요."
"응."
"제가 계속 귀찮게 굴어도 화 내면 안 돼요."
"응."
"진짜 좋아해요."
그에게 마지막 말에 대답을 듣지는 못 했다. 기분은 상했지만 그래도 티내지않고
옆에 누워있는 전정국의 품에 달려들어 꼭 안겼다. 그에겐 좋은 냄새가 났다.
특유의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 말이다. 이대로 잠에 든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
만난지 한달채 안 된 사람에게 느껴지는 편함과, 익숙함은 느끼기 참 어려운 것인데
내가 이렇게 기대고 있는 걸 보니 참 신기했다. 그가 나의 머릴 쓰다듬어주었다. 그대로 내 눈은 감겼다.
그의 손길이 너무 따듯해서 어렸을 때 나의 머리를 쓸어주던 엄마가 떠올랐다.
어제는 씻지도않고 기절하듯 침대에서 잠이 든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나는 어제 키스를 하고서 민망해했는데
막상 그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같은 침대에 누워서는 또 분위기가 싸해지자 어색하게 말을 억지로 꺼내던 내가 떠올라 괜히 민망해졌다.
눈을 뜨자마자 왠지 옆에서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아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자
전정국은 없었다. 어.. 없어? 지금이 몇시지.. 하고 벽에 달려있는 시계를 보자 시간은 1시였다. 늦잠.. 늦잠 잔 거다.
어제 다시는 그런짓을 안 하겠다고 나에게 말을 했던 그여서 믿으려고 노력은 했지만, 막상 옆에서 사라지니 불안해
허겁지겁 거실로 뛰쳐나왔다. 거실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손톱만 물어뜯고 있었을까. 누군가 비밀번호를 치는 소리가 들렸고
급히 복도쪽으로 다가가면..
"아, 뭐예요. 나는 또.. 걱정.."
"뭐가."
"사라진줄 알고.. 어디 갔었어요!?"
"핸드폰 가지러."
"……."
"멍청아."
손에 쥐고있는 핸드폰을 내 눈 앞에 흔들어 보이기에 한숨을 내쉬자 그는 내 옆을 지나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 멍청ㅇ.."
날 지나쳐 쇼파로 가서 앉아버리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 말했다.
"그래요. 핸드폰은 맨날 꺼져있고. 그래서 더 걱정했다구요."
"침이나 닦아."
"침이요?"
"좀 씻어라."
"아, 네에."
겉으론 쿨한척 했지만 민망해서 죽을 것 같았다. 내가 어제 사랑한다고 계속 말해댔던 것도 떠오르고..
내가 지금 침을 입가에 묻히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화장실로 도망치듯 뛰쳐 들어가서는 세수를 벅벅 했다.
남자들 하듯이 말이다.. 저 사람은 뭐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어제 같이 누웠을 때도 아련한 눈 하고서, 금방이라도 툭 터져버릴 것 같은 표정을 하고서!
대충 씻고나서 거실로 나왔더니 그가 웬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걸 귀에다 대고 듣고있기에 그 옆에 슬금슬금 다가가 물었다.
"뭐에요..?"
"……."
"뭐냐니깐요.."
"뭔 음성메세지를 세통이나 남겨놨냐."
"아.."
"아주.. 별."
"안 돼요! 듣지마요! 잠깐! 줘봐요!"
급히 손을 뻗어 그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뺏으려고하자 벌떡 일어서서는 하늘 위로 손을 뻗어버린다.
"아, 줘요. 진짜.. 흑역사에요. 내놔요!"
"이미 다 들었는데?"
"아아! 아!아아!!"
자꾸 소리를 지르자 시끄러운지 전정국이 내 입술을 잡아버리는 것이다.
음! 음! 하고 인상을 쓰자 그는 어느때보다 환하게 웃어보였다.
"못생겼다."
"여..여자들은 화장 지우면 거..의! 저처럼 생겼어요! 그리고 못생긴 편은 아니거든요."
"너처럼 안 생겼던데?"
"그야!! 참나! 저랑 연예인이랑 비교 하지마요."
"또 들어볼까."
또 들어본다며 손을 뻗어 터치를 하길래 하지말라고 소리치자, 핸드폰에선 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 듣기 싫어!!
- 걱정 되니까. 전화 좀 받아요.. 내가 싫어서 안 받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주면 안 될까요?
- 보고싶어요.
-오지랖 넓혀서 미안해요. 나 때문에 힘든 거면.. 가만히 옆에만 있을게요.
이래도 안 돼요..?
"아아아아! 제발요!!!"
전정국의 핸드폰을 결국 잡은 난 화면을 보았고,어느새 잠긴 핸드폰 화면에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며 당당하게 떵떵 외쳤다.
"비밀번호 뭐에요!"
"내 생일."
"그게 언젠..데요..?"
"좋아한다면서 생일도 모르냐."
"좋아하면 생일 알아야 된다는 건..! 어..음.. 그쪽도 제 생일 모르잖아요."
"1월4일이잖아."
"오! 우와! 어떻게 알았어요!?"
"그렇게 울고불고 난리치는데 그 날을 어떻게 잊어."
"치.."
괜히 내 생일을 기억해주니 기분이 좋아져서 웃었더니 그도 날 따라 작게 웃어보였다.
확실히 어제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그도 나를 사랑하는 게 맞는 걸까.
걱정이 조금씩 들었지만, 이렇게 머리아픈 생각은 별로 하고싶지 않았다.
지금 행복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생일이 언젠데요! 하고 물어도 그는 방으로 들어가기에
졸졸 따라 들어갔더니 그는 침대에 앉아서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괜히 그 모습이 또 소름돋게 잘생겨보여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잘생겼지, 응.
근데 왜 이 방 안에서 이상한 공기가 도는 것 같은지 괜히 어색해서 크흠.. 하고 뒷걸음질을 치다가
서랍 위에 올려진 오르골과 인형을 보았다. 어.. 이거..
"내가 준 거다.."
"……."
"치.. 안버렸다더니 여기에 뒀구만?"
"버리려는 걸 깜빡했어."
"말을 해도 참 예쁘게 못 해.멍청이."
"멍청이?"
"그래. 멍청이."
"참나.."
"밥 먹어요! 밥.. 배고프다!"
시켜- 하고 침대에 그냥 누워버리기에 그쪽을 보는데 갑자기 또 어제 침대 위에 같이 누웠던 게 떠올랐고,
얼굴이 뜨거워짐을 느끼고 손으로 부채질을 했더니 그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뭐,뭐가요!"
"핸드폰."
"네?"
"내놓으라고."
풀이 죽어서는 네에.. 하고 그에게 핸드폰을 건내주었다. 조금은 마음이 심란해졌다.
이미 우리는 키스를 한 사이인데. 평소와 다른 건 크게 없었다. 그가 조금 더 웃는 거..? 그리고..
"뭘봐."
"치.."
없는 것 같다. 아! 아까 머리 쓰다듬어준 것도 있구나.. 아직은 내가 그의 옆에서 꼭 붙잡아주며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게, 다시 예전의 전정국으로 돌려주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충분히 전정국도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때 입을 맞추지 않았겠지.
방 안에 있는 또 다른 방을 보았다. 문은 항상 닫혀있었고, 한 번도 들어가본적이 없는 방이었다.
언제쯤이면 그의 비밀의 방에 들어갈 수 있을까.
"으와. 저 늦잠 잤는데도! 완전 졸려요."
"누워.자."
누우라며 자신의 옆을 무심하게 턱짓으로 가리키는 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저 말에 조금은 불안감이 사라진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내가 졸리다고 했으면 집이나 가라고 했을 그의 표정이 상상이 가서 픽 - 웃었더니
그는 핸드폰을 보다말고 나를 본다. 그 반응에 더 좋아서 소리를 내어 웃으면 전정국은 인상을 쓴채로 날 보았다.
그리고 툭- 내뱉는 한마디
"미쳤냐?"
"네! 저 미쳤나봐요."
"……."
"그쪽이 너무 좋아서 계속 웃음이 나와요."
갑작스런 내 말에 전정국은 당황한듯 싶다가도 어이가 없다는듯 웃어보인다.
나는 그에게
"어제도 말 했지만, 오늘도 말할 거예요. 쭉쭉- 매일매일 좋아한다고 말할게요."
"……."
"지겨워도 참아요."
그 말을 하고선 그의 옆에 누웠더니 그는 작게 말했다.
"안 눕는다며."
"부끄러워서 안 누우려고 했는데. 좋아한다고 말하고 나니까. 별로 안부끄러워요!"
그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 시선을 핸드폰에 두었고, 나는 내 핸드폰을 챙겨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쳐보았다.
오- 9월1일 생.. A형이구나.. 형도 있고? 원래 부산 사람?
"부산 사람이에요??"
"응."
"어쩐지 가끔 말하는 게 억양이 이상하더라아.."
그가 핸드폰을 보고있을 때. 확- 핸드폰을 뺏었더니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보았고,
나는 그 핸드폰을 뺏자마자 비밀번호를 쳐보았다.
"어.. 아니잖아요! 9월1일 아니잖아."
"응. 아닌데."
"생일 9월 1일인데?"
"맞아."
"그럼 비밀번호는 왜 틀려요.."
몰라- 하고 눈을 감아버리는 그이 손을 강제로 끌어다가 엄지손가락을 지문인식 하는곳에 갖다대자
화면이 켜졌다. 오예- 하고 핸드폰을 들어가 문자로 들어가면 나에게 온 문자들이 세통이나 있다. 그 문자들을 삭제하자
손등을 이마에 댄채로 눈을 감고있다가 내가 하는 행동을 본 전정국은 내 이마에 딱밤을 맞춘다.
"아, 좀! 툭하면 딱밤 맞추고!"
"툭하면 네가 맞을짓을 하잖아."
우와! 쓰레기! 하고 소리쳐도 전정국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듯 날 보고 또 작게 웃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좋아해요. 정말로."
좋아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을 거다.
"화영씨 좋은일 있어? 자꾸 히죽히죽."
"아, 아니요. 그냥 같이 사는 친구가 외박을 했거든요."
"에?"
"웃기죠. 하하하."
하하하! 하고 계속 웃는 화영에 사장은 크흠.. 하고 괜한 눈치를 보았다.
그래- 노여름 외박을 하셨겠다? 아, 괜히 내가 다 설레고 난리네. 솔직히 여름이 정도면 진짜 천사지 천사!
어? 귀엽지! 착하지! 바보같지! 얼마나 착해.
"어서오세요."
누군가 들어오자 화영은 바로 인사를 했고, 예상치도 못한 사람 얼굴에 화영은 표정을 굳혔다.
"어? 저 미친.."
"……?"
"이 스토커 새끼!!"
그 말에 사장도, 따라 들어온 지민도 놀라서 화영을 보았고
화영은 태형을 삿대짓하며 또 크게 외쳤다.
"아니, 여기서 일 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아..저기 저 진짜 여기서 일하는줄 몰랐거든요. 오해에요!"
"뭘 오해야. 진짜 이 사람이."
태형이 정말로 억울해하자 사장은 어? 하고 화영의 옆에 서서 화영에게 말을 걸었다.
"둘이 알아요..?"
"아니. 아는 건 아니고!..."
"우리 가게 단골이신데. 태형씨.."
"에? 단골이요? 진짜요..?"
화영이 작게 사장에게 말하자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영은 괜히 뻘쭘한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해보였고
태형이 그런 화영이 귀여운지 웃어보였다. 이렇게 만나는 거 보니 인연이가봐. 태형이 속으로 그 생각을 하고선 신상으로 나온
옷들을 하나씩 구경했고, 화영은 쪽팔려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싶단 생각을 했다.
밥을 먹는 그의 입을 보았다. 그의 입술은 참 예뻤다. 그리고 젓가락을 쥔 손가락을 보았다.
참 길고 예뻤다. 그를 사랑한다고 확신이 들자 그의 모습 하나 하나를 더 깊게 파고들어 보게 되었다.
그의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도 더 잘 보이는 게.. 참 신기했다.
김석진에게 마음을 다 줬을 때와는 또 다른 이 마음이 더 신기한 것 같다.
그가 밥을 먹으며 오물오물 거리는 모습도 내 눈엔 그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한참 쳐다봤더니
그가 나를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기에 놀래서 헤에- 하자 그가 표정을 유지하고선 말했다.
"무슨 일본 애들처럼 반응하냐. 헤에- 가 뭐냐."
"아, 갑자기 쳐다보니까. 놀래서.."
"밥 먹는 사람을 그렇게 쳐다보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티났어요?"
"장난해?"
"아니. 그러니까 그만 잘생겨요. 괜히 사람 먹는데 감탄하느라 밥 못 먹게 하지말구요."
"야. 낯설어 그만해."
"왜요오. 저는 원래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표현 되게 많이 하는데.. 더 낯설게 해줄까요?
되게 손도 길고 예쁘고.. 내 손보다 예쁜 것 같아요. 손 되게 크다아.. 손 대봐요!"
손 대보자며 손을 들어 손바닥을 그에게 보여주니 그는 무신경한듯한 표정을 하고선 내 손바닥에 자신의 손바닥을 맞춰주었다.
한마디하고 반은 더 차이나는 손에 나도 모르게 설레서 입을 틀어막고 흐읍- 했더니
이제서야 그가 픽- 웃으며 손을 거둔다.
"손 차이 대애박! 대박! 대박! 이거 완전 그거잖아요! 여자들이 딱 설레하는 그! 그그!!
뜨아아아!"
"먹어."
"넹."
넹- 하고 바로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도 괜히 자꾸만 입을 맞췄던 게 떠오르면 설레면서도 부끄러워서 끄아- 하고 발을 동동 굴리면
그의 다리를 실수로 쳐버렸다. 그가 '야' 하고 나를 쳐다보기에 죄송합니다.. 하고 나는 다리를 가만히 두었다.
근데 우린 진짜 친구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존댓말을 해야할까. 천천히 지금부터 놓아볼까 싶어서
젓가락을 입에 문채로 전정국에게 말을 걸었다.
"정국아 너는.. 뭐 먹고 그렇게 잘생겼ㅇ..허윽.."
"……?"
"안 되겠다. 난 못 해. 나 바본가봐."
손에 들렸던 젓가락까지 바닥에 떨구자 전정국이 나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격하게 반말을 하고싶은데! 근데 너무 안 나와서!"
"굳이 반말을 하려는 이유가 뭔데."
"말 놓아도 된다고 했으니까.. 왜요..? 말 놓으면 이상하겠죠..? 그냥 이게 낫나..?"
"응. 그게 나아."
"오.. 왜요...?"
"그게 더 귀여워."
"아아아아! 진짜!!! 훅 들어오지 마요!!!"
"……"
"존댓말이 귀여운 게 아니라, 그냥 제가 귀여운 거 아니에요?"
"어. 아니야."
"넵."
그러고도 계속 웃음이 나와서 헤헤- 웃고선 국을 퍼먹는데 자꾸만 식탁에 흘리자 전정국이 밥을 먹다말고
인상을 살짝 쓴채로 묻는다.
"턱 뚫렸냐?"
"네! 저 턱 뚫렸어요. 예전에 아마존에 갔었다가 턱 뚫었거든요. 볼래요?"
볼래요? 하고 턱을 들어보이니까 전정국이 정말로 내 턱을 보기에 아아- 그걸 또 봐요? 하며 웃자
전정국은 진짜 상처받게 표정을 살짝 굳힌채로 말했다.
"더러워. 좀 그만 흘려라."
"하.. 진짜 내가 이러려고 매니저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그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건데."
"헤헤. 우리 밥 다 먹고 뭐해요? 밖에 나가는 건.. 그쪽도 힘들고. 저도 폐인이라 음.."
"폐인인 걸 알아?"
"알아요! 근데 제 얼굴이면 정상중에도 조금 예쁜편이라니까요.."
"아까 보니까 화장실 거울 깨져있던데."
"와..."
말빨 상대가 안 되는 것 같았다. 자꾸 뭔 말을 하려고하면 먼저 선수쳐서 받아치니까 할말이 없어서 입술을 쭉 - 내밀고 밥도 안 먹었더니
그는 나를 신경도 안 쓴다. 나한테 말도 안 걸기에 말을 걸 때까지 가만히 있어보려고 했는데 신기하게도 바로 그가 입을 열었다.
"다리 떨지마. 식탁 흔들려."
"네에."
일이 끝나자 시간은 벌써 8시였고, 화영은 나오자마자 있는 익숙한 차에 아니겠지 싶다가도 누군가 부르자 멈춰서서는 그쪽을 보았다.
"……."
익숙한 차에 기대서 팔짱을 낀채로 화영을 보는 태형에 화영은 무심한듯 표정을 유지하고선 태형에게 말했다.
"뭐요. 사과 받으러 왔어요?"
"네."
그 말에 화영은 어이가 없는지 콧방귀를 끼다가도 생각해보면 스토커라고 말한 건 미안한지 곧 고개를 살짝 숙이고선 말한다.
"죄송합니다."
"……."
"이제 용건 없죠? 갑니다."
"저 안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어야 해요?"
"제 바램은 그런데요?"
"미안한데. 저는 그쪽 없어서 좋았어요.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
"전 귀찮게 하는 게 딱 특기라."
"제가 그렇게 좋아요?"
"네."
"제가 연예인 관두라면 관둘 수 있어요?"
"그럼 그쪽은 백수랑 만날 수 있어요?"
"아."
"쌤쌤?"
"뭐.. 그럼 인정."
화영이 그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태형은 더 잡으려다 흐음- 하고 뭔가 생각하는듯 눈을 굴렸다.
"진짜 인연인데 이건.. 우연이 아닌 것 같은데."
"……"
"와 진짜 어쩜 저렇게 그냥 걷는 것도 예쁘고 섹시하지??"
윤기가 정국이와 통화를 하고나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지 음악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자
옆에 있던 지민은 음료수를 빨대 꽂아 마시다가 그런 윤기가 무섭다는듯 보았다.
그리고 덩달아 옆에 있던 호석이 헤에- 하고선 지민의 음료수를 뺏어가 빨대를 문다.
"아, 빨대.. 왜.. 아.."
"내가 보기엔 너는 이 빨대 보다는 이 형한테 먼저 신경 써라.
이 형 조울증인가보다. 기분이 오락가락 혀~?"
"내가 아무래도 여름이 만나길 잘 한 것 같아서."
윤기의 뜬금없는 말에 호석이 에? 하고 입을 떡- 벌렸고, 지민이 인상을 쓴채로
호석의 손에 들린 자신의 음료수를 낚아챘다.
"정국이 요즘 계속 불안해서 신경쓰여서 죽는줄 알았는데.
여름이가 찾아갔나봐."
"오?"
"여름이가 옆에 있으면 유독 밝아보여. 예전의 정국이 모습이 보여서.
나까지 다 기분이 좋고 그래. 어제 갔다는데.."
"뭐야. 어제 갔는데 오늘도 있는 거야 그럼?"
"그런가? 아직 있는 거 보면.. 뭐.."
"둘이 설마 그거 아니야? 그거?"
"뭐."
"썸?"
"글쎄. 그건 둘만 알겠지."
"아니. 이 형은 뭔 다 썸이래. 눈만 마주쳐도 썸 아니애? 애니애~? 이러고. 왜? 내 빨대에 입 댄 형도 나랑 썸이냐?"
"그게 말이 그렇게 되냐?"
"여름이가 정국이 집에서 잤다는 거야?"
조금 답답하다며 문을 조금 열어놨었는데
석진이 어느샌가 문을 열고선 들어와 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었고, 석진의 등장에 윤기는 어. 형- 하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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