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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그레이트 데인. 08, 09 < D - 80, 79 > | 인스티즈




08


 

 

 

 

***



< D - 80 >

 

 

“정호서억!!!”

 

- 갑자기 뭔 일이냐.

 

“무슨 일이긴 우리가 무슨 일 있어야 전화하는 사이야?”

 

- 무슨 일 있어도 전화 안하는 사이잖아.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해애~”

 

- 정여주 취했냐?

 

“아니이~”

 

- 취했네. 집 들어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라.

 

 

 

아 씨, 하나 있는 오빠란 새끼는 도움이 안 된다. 전화는 끊겨버렸지만 끊기지 않은 척 연기를 했다.

 

 

“오빠, 그래서 어디라고?”

 

 

말을 하고 약간의 시간을 좀 둔 뒤에 또 말을 이어서 하고.

 

 

“아, 지금 온다고? 정말?”

 

 

일부러 목소리를 더 높였다. 전화기를 들고 있는 손을 꽉쥐며 뒤쪽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뭔데 계속 따라오고 난리냐고. 진짜.

 

 

“지금 바로 올 거야?”

 

 

아, 진짜 누구라도 와라. 정호석이라도 좋으니까 와줬으면. 뒤에 있는 이상한 놈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가고 몇 분 째 빙빙 돌고 있다. 내가 빨리 걸으면 놈도 빨리 걷고 느리게 걸으면 놈도 느리게 걷는다. 미치겠네. 왜 따라오는 거야. 모른 척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눈길이 계속 뒤로 간다. 걸음걸이도 이상해지는 것 같다. 집으로 들어가면 내 집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셈이 될 것 같아 주변만 맴돌고 있다. 핸드폰을 하도 들고 있었더니 팔이 아프다. 전화 통화를 이렇게 열심히 해도 정체모를 저 사람은 계속 내 뒤를 따라오고 있다. 통화는 별 효과가 없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전정국!!!!!!”

 

“전정구욱!!!!!!!!”

 

 

 

우리 집 창문을 향해 녀석의 이름을 열심히 불러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얘도 정호석과 같은 부류인지 필요할 때는 죽어도 안 나타난다. 집에 없나. 아무리 우리 집이 5층이라지만 이렇게 불러대는데 창문으로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는 건 무시하거나 없다는 거다. 전자 쪽에 좀 더 확신이 서지만. 나는 열심히 손을 흔들고 방방 뛰어대며 녀석의 이름을 외쳤다.

 

 

 

“야!! 전정국!!!!”

 

“여주야 뭐해!”

 

 

 

내 외침에 답한 사람은 석진 오빠였다. 창밖으로 얼굴을 내민 오빠를 향해 얼굴 표정으로 도와달라는 신호를 쳤다. 내 신호를 알아들은 건 지 친절하신 옆집 이웃은 내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진짜 천사야. 천사가 틀림없어.

 

 

 

“정국이 나갔는데.”

 

“아, 괜찮아요. 우리 딱 한 바퀴만 같이 걸을까요?”

 

“응?”

 

“갑시다. 가요!”

 

 

뒤에 따라오던 사람을 의식하며 오빠의 등을 떠밀었다. 내가 오빠와 몇 발자국을 떼자 나를 따라오던 이상한 놈은 드디어 반대쪽으로 사라졌다. 아 진짜, 뭐냐고.

 

 

 

“이제 됐어요. 들어가요.”

 

“우리 산책한지 1분도 안 지났는데?”

 

“1분이면 충분하죠. 들어가요!”

 

 

 

석진 오빠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내가 왜 이러는지 영문도 모르는 채로 외출한지 5분도 안되어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짜리 건물에 살기에 열심히 계단을 올랐다.

 

 

“근데 어떻게 나왔어요?”

 

“그냥, 나오라는 것 같아서. 아니야?”

 

“맞아요. 오빠 내려오는데 천사인줄 알았어요.”

 

“그래?”

 

“네!”

 

 

 

오빠가 나를 보며 웃었다. 전정국보다 훨씬 낫다. 진심으로. 이 자식은 오늘은 또 뭘하길래 집에 없고 난리야. 오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집에 들어왔다. 여튼 이상한 사람 천지라니까. 하긴, 세상에 악마도 있는데 이상할 것도 없다. 가방을 던져놓고 침대에 누웠다. 등어리에 딱딱한 물건 하나가 닿아서 짜증나는 아픔이 느껴졌다. 뭐야. 일어나서 이불 아래에 있는 물건을 빼냈다. 틴트였다. 이건 또 왜 여기 있냐. 틴트를 대충 화장대에 던져놓고 다시 누웠다. 전정국 올 때까지만 누워있어야지. 오면 그 잘난 면상에 베개부터 던져 주리라. 들어오자마자 얼굴로 베개를 들이받으면 아무리 표정이 없는 전정국이라도 반응할 수밖에 없겠지. 날아온 베개에 표정이 썩을 대로 썩을 전정국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오늘은 왜 초인종을 누른대. 누워있는 몸을 일으키기가 상당히 귀찮다.

 

 

“그냥 들어와!!”

 

“택배입니다!”

 

 

전정국인줄 알았는데. 썩을. 오늘 전정국이 여러모로 나를 엿 먹이는구나. 내가 택배를 시킨 적이 있었나. 아까 있었던 일 탓에 경계스러웠다.

 

 

“문 앞에 두고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몸 일으키기도 귀찮으니 십 분만 있다가 가져와야겠다. 내가 뭘 시켰더라. 누워서 생각을 하다 보니 궁금해졌다. 밖에 놓인 무방비한 택배를 누가 가져갈 수도 있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나게끔 조심스레 문을 열어 주위를 살피고 앞에 놓인 택배를 가져왔다. 상자는 품 안에 들어오는 크기였고 가벼웠다. 가벼운 무게에 조그만 실망을 느꼈다. 그러나 열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니까. 가위로 상자를 밀봉한 테이프를 잘랐다.

 

 

“미친.”

 

 

상자에 들어있는 건 흑장미 세 송이였다. 우리 집 선반 위에 놓인 장미를 보았다. 스무 송이가 가지런히 제대로 놓여있었다. 이 세 송이는 뭐람. 이제 미리 주겠다는 거야. 전정국 자식, 쓸데없는 짓 하는 건 알아줘야한다. 전에는 이 장미가 기분 나쁘기만 했는데 이제는 나름대로 그만의 표시인 것 같아 아무렇지도 않았다. 세 송이를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장미가 묘하게 다른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내일은 예쁜 끈이라도 사와서 묶어놓아야겠다. 예쁘게. 색깔이 좀 더 밝은 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검은색은 검은색 나름대로 분위기 있다. 그런 걸로 해두자.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가 몸을 눕혔다. 잠시만 누워 있다가 씻어야지. 전정국은 언제 오려나.

 

 

 

***

 

 

< D - 79 >

 

 

자연스럽게 눈이 뜨였다. 눈을 몇 번 깜빡이는 동안 내가 아까 전에 누운 그대로 잠이 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이 몇 시야. 완전히 어두운 걸 보니 새벽인 것 같았다. 어중간한 시간에 잠이 들어버려서 이대로 다시 자기엔 글렀다. 전정국은 왔나? 누운 상태로 고개만 살짝 돌렸다. 녀석은 지금 나가려는 듯 현관에서 구두를 신고 있었다. 오자마자 베개부터 던질 생각이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아쉬워. 언제 들어 왔으려나. 지금 나가는 걸 보면 또 그 악마의 일을 하러 가는 건가. 말똥말똥한 정신에 그가 하는 일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예전에도 궁금해 하긴 했는데 그 때마다 정국은 인간이 그런 건 알아서 뭐하나며 답을 회피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오늘이 절호의 기회라는 걸.

 

 

정국이 집을 나가는 그 즉시, 나는 그 어떤 때보다 빠르게 침대에서 튀어 올라 머리를 대충 정리한 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신발을 신었다. 아까 돌아와서 그대로 잠든 덕분에 옷을 갈아입을 필요는 없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녀석을 따라나섰다. 아까 어떤 놈이 날 따라오던 게 떠올라 살짝 망설여지긴 했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게다가 나는 악의가 없다고. 나 자신과 합의를 보고 그를 뒤쫓아 갔다.

 

 

정국은 걸음이 미친 듯이 빨랐다. 그러니까 인간의 걸음이 아니었다. 여유롭게 걷던 정국은 건물을 나와서 길을 조금 나서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헐. 어디로 간 거야. 나는 내 발이 내키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이왕 따라나섰는데 그대로 돌아가긴 아쉬우니까. 코를 통해 들어오는 새벽 공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정국을 놓치긴 했지만 그건 그거대로 괜찮았고 집에서 잠을 자기엔 틀렸으니 동네 한 바퀴나 하고 들어가야겠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긴 엄청 궁금하다.

 

 

 

“여주?”

 

 

내 앞으로 차 한대가 멈추었다. 멈춘 차의 조수석 창문이 열리자 석진 오빠가 보였다. 이 오빠는 이 시간에 왜 여기 있담.

 

 

“늦었는데 뭐해.”

 

“산책이요.”

 

“아까도 산책하자더니. 드라이브할래?”

 

“네?”

 

“타.”

 

 

오빠는 매고 있던 안전벨트를 풀고는 차 안에서 긴 팔을 뻗어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이러면 안 탈 수가 없지. 속으로는 좋으면서도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차에 탔다. 새벽 드라이브라니. 분위기 좋다.

 

 

“고맙습니당.”

 

 

오빠는 다시 벨트를 매고 달렸다. 나도 벨트를 매고서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이했다. 기분 좋다.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라 도로에는 차가 별로 없었다. 새벽 특유의 한적함을 마음껏 느끼며 달리는 차에 몸을 맡겼다. 신이 난 몸이 절로 움직였다.

 

 

“오빠 우리 노래 틀까요?”

 

 

오빠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노래를 틀었다. 이 좋은 기분을 더 좋게 하려면 신나는 노래가 딱이다. 몸을 움직이며 흘러나오는 노래의 리듬을 탔다.

 

 

“신났네. 신났어.”

 

 

오빠가 내 몸짓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기분 좋아서요.”

 

 

내 들뜬 기분은 더하면 더했지 식지 않았다. 나는 민망할 줄을 모르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어깨도 들썩이고 고개도 흔들어대고. 흥이 나는구나. 오빠가 옆에서 나를 보고 큭큭 웃어댔다. 나는 우스꽝스런 표정까지 지어가며 내 흥을 표출했다.

 

 

“아, 진짜. 여주야.”

 

 

오빠가 웃자 나는 더 신나서 몸을 흔들어 제꼈다.

 

 

“오빠는 운전해야 하니까 내가 오빠 몫까지 흥탈게요.”

 

 

급기야 나는 튼 노래를 따라 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추임새도 넣고 알 수 없는 동작도 만들고. 몸에서 땀이 나는 것 같아 창밖으로 얼굴을 살짝 내밀어 바람을 맞았다. 눈을 감았다가 뜨는 순간 내 눈에 인도 위에 서 있는 한 실루엣이 강렬하게 들어왔다. 전정국. 그가 자신의 앞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정국을 향해 알은 체를 하려는 그 때,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타이어 바퀴가 터지는 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폭죽이 터지는 소리인데 그보다는 좀 더 묵직한 소리. 갑자기 들리는 커다란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고였다. 교통사고. 미친 듯이 빨리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차 문을 열었다. 차 문을 열자 정국이 다시 내 시야로 들어왔다. 그는 웃고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내 기분을 좋게 했던 이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서 내 뼛속까지 침투해 믿겨지지 않는 그의 표정과 합쳐져 몸을 얼어붙게 만든다.


















09





 

***



< D - 79 >

  

 

운전석의 오빠에게 구급차를 불러달란 소리를 한 다음 사고가 난 곳을 향해 뛰었다. 정국의 표정도 표정이지만 우선은 급한 불부터 꺼야했다. 당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의대생이란 것을 밝히고 사고가 나신 분의 의식부터 확인했다. 무조건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환자의 경동맥에 손을 대서 맥박을 확인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맥박이 뛰고 있었다. 다음은 기도 확보. 환자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고 있었다. 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차분하게, 침착하자. 빠르게 소매를 걷고 흉부압박을 시작했다. 그 후에 인공호흡을 하고. 다시 흉부압박, 인공호흡의 반복. 체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힘들어.

 

 

 

“지금 뭐하는 거야.”

 

 

내 곁으로 정국이 다가왔다. 녀석이 내 손을 잡아채는 그 때, 환자가 기침을 토해냈다. 전정국, 운 좋은 줄 알아라. 이번에는 봐준다. 지혈을 해야 하는데. 녀석의 넥타이가 눈에 띄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넥타이를 풀었다.

 

 

“이게 뭐하는…….”

 

 

넥타이로 출혈 부위를 감싸고 단단히 묶었다. 다른 부위도 지혈을 해야 하는데. 전정국에게 시켜봤자 할 턱이 없으니 석진 오빠를 불렀다.

 

 

“오빠, 저기 좀 힘줘서 눌러줘요.”

 

 

석진 오빠는 내 부탁에 당황한 듯싶더니 이내 출혈 부위를 꾹 눌렀다.

 

 

“이렇게 하면 돼?”

 

“네.”

 

 

 

내 등 뒤로 전정국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김석진도 미쳤군.”

 

 

 

전정국 너는 상황 정리되면 나한테 맞는다. 진짜로. 등짝 날아갈 준비나 하고 있어라. 이 상황에서 그런 여유를 부리는 네가 미친놈이란 걸 똑똑히 알려줄 테니까. 넥타이를 더 세게 묶었다.

 

 

 

 












***

 

 

“불편하게 자길래 똑바로 눕혀놨더니 거긴 어떻게 온 거야.”

 

 

 

눈에 힘을 주어 녀석을 있는 힘껏 노려봤지만 놈은 내 표정은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자기 할 말을 해댔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넌 그걸 보고 웃음이 나와?”

 

 

 

내 말에 녀석이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나는 아직까지 네가 씨익 웃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너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다. 정국과 내가 아주 많이 다르다는 걸 이번에 또 체감한다.

 

 

“대가를 치르게 해줬을 뿐이야.”

 

 

녀석이 대답하기 귀찮다는 어투로 말을 툭 던졌다. 그래도 오늘은 그냥 못 넘어가.

 

 

“대가는 무슨 대가. 저번에 나한테서 가져간다고 했던 그거? 대가가 죽음이었어? 날 죽이겠다고 했던 거네?”

 

 

 

내가 말을 쏘아붙이자 녀석이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눈을 치켜떴다. 무슨 말을 하냐고 묻는 것처럼 보였다. 놈이 화를 삭이려는지 옅은 숨을 뱉었다. 자기가 왜 화를 내냐고. 진짜.

 

 

“저 녀석이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목숨을 바치기로 했으니까 가져간 것뿐이야. 네가 치르기로 한 것과는 달라.”

 

“내가 치르기로한 건 뭔데.”

 

“네가 직접 기억해내.”

 

 

녀석의 목소리에서 위압감이 전해져왔다. 정국이 내 앞으로 한발자국 다가와서는 또 움츠러든 내 어깨를 조심스레 펴주었다. 저번처럼.

 

 

“제발, 이런 걸로 무서워하지 좀 말고.”

 

 

네가 이런 모습을 모이면 보일수록 내가 무서워질 수밖에 없잖아. 우리의 입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게 와 닿아서. 너한테 정을 주려해도 줄 수가 없어. 네가 나쁜 놈은 아니란 걸 알면서도 자꾸 의심이 든단 말이야.

 

 

“잠시만 여기 있어.”

 

 

그가 나를 자리에 앉히고는 자신의 재킷을 내 어깨 위에 덮어주었다. 조금 뒤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저쪽으로 걸어갔다. 석진 오빠에게 가려는 듯싶었다. 저 오빠는 정국이가 악마인 줄 꿈에도 모르겠지. 둘이 대화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는데 담배연기가 뿌옇게 흘러와 내 시야를 가렸다. 대체 누가 병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난리야. 한 마디 하려고 코를 막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놈들은 뭐가 이렇게 독해. 짜증나게.”

 

 

옆에서 담배를 태우던 사람이 담뱃재를 털며 중얼거렸다.

 

 

 

“그 쪽 담배냄새가 훨씬 더 독하고 역겹거든요?”

 

 

옆 사람이 동작을 멈추더니 미간을 좁히며 내 쪽을 돌아보았다. 나를 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익숙하다 못해 반가운 얼굴이었다.

 

 

 

 

“윤기 선배?”

 

“여주?”

 

“여기서 담배를 왜 피워요. 빨리 꺼요.”

 

“너야말로, 여기 흡연 구역인데?”

 

 

 

선배가 흡연 구역이라고 쓰인 팻말을 턱으로 가리켰다. 녀석이 나를 앉힌 곳이 흡연 구역이었을 줄이야. 의자를 찾다보니 여기 밖에 없었나보다. 아, 창피해.

 

 

 

“이 새벽에 넌 왜 여기 있어?”

 

“그러게요. 왜 여기 있을까요.”

 

 

구구절절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얼버무렸다. 나랑 같은 대학을 졸업한 선배는 이제 어엿한 의사 티가 나는 것 같았다. 역시 의사 가운 하나가 사람을 이렇게 바꾼다.

 

 

“여주 너 이제 졸업반인가?”

 

“네.”

 

“고생길이 열렸구만?”

 

 

 

선배가 킥킥대며 나를 놀렸다. 그래봤자 자기도 아직 전문의되려면 한참 남았으면서. 나를 배려해주려는 심산인지 선배가 담배를 비벼 껐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그런데 아까 여기 또 다른 사람 없었냐?”

 

“누구요?”

 

“너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어?”

 

“없었는데.”

 

“그래?”

 

 

 

선배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곤 어깨를 올렸다 내리며 들어가야 할 때라면서 내게 인사를 건네고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시간 날 때 만나자는 말도 했는데 인턴한테 시간이 어디 있겠어. 어깨에 걸쳐진 정국의 재킷을 다시 고쳐 올리고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피곤하다.

 

 

 

 













***

 



“네 짓이지?”

 

 

정국이 뚜벅뚜벅 걸어와 석진 앞에서 멈춰 섰다.

 

 

“뭐가?”

 

 

다가오는 정국의 매서운 눈빛을 피하지 않으며 석진이 답했다. 굳은 표정의 정국과 달리 석진에게서는 여유가 뿜어져 나왔다.

 

 

 

“정여주 일부러 데려왔잖아.”

 

 

석진이 흥미롭다는 듯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석진의 태도에 정국의 신경이 곤두섰다. 처음 만날 때부터 짜증나게 굴더니 다 아는 척, 꿰뚫어보는 척 내내 웃음을 지우지 않는 건 천사 놈들의 종특이었다. 여주의 옆집에서 당장 나가라는 경고를 했을 때도 석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여주 때문이 아니라 정국 때문에 여주의 옆집으로 이사 왔다는 소리를 지껄였다. 천사 녀석이 대체 여기에는 왜 끼어든 건지 정국은 석진이 무척이나 짜증났다.

 

 

“여주도 알아야지. 네 놈이 어떤 놈인지.”

 

 

정국이 오늘 한 인간의 소원을 들어준 대가로 그 인간의 목숨을 가져갈 생각이란 것쯤은 석진도 알고 있었다. 천사에게 한 인간의 운명을 알아보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악마와 계약을 했으니 오늘 죽은 인간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하필, 많은 악마 중에 정국과 계약을 해서는. 석진은 그 인간에게 동정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여주에게 그 장면을 보여준 건 정국의 말대로 석진의 철저한 계산 하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여주에게 정국의 실체를 보여줄 생각은 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고맙게도 여주가 오늘 새벽에 깨어 호기심을 일으켜준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풀렸다.

 

 

 

“너 목적이 뭐야.”

 

 

정국이 석진을 향해 물었다. 정국은 석진에 비해 한참이나 어리다. 인간들이나 정국이 보이는 다양한 표정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이지 석진에게는 훤히 보였다. 정국이 여주가 자신을 떠나버릴까봐 두려워하는 것도 아닌 척하지만 석진에게서 불안을 느끼는 것도. 정국은 악마치고는 어린 축에 속했기 때문에 석진에게 정국은 애송이일 뿐이었다. 석진이 정국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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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석진의 음성은 부드럽고 따뜻했지만 정국은 그로부터 몸의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석진이 대놓고 정국에게 적의를 표한 것도 아닌데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석진과 정국은 완전한 상극이었다.

 

 

 

“네 여자는 네가 알아서 잘 지켜야지.”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제 머리를 쓰다듬는 석진의 손을 정국이 떨쳐냈다. 저 미친 자식이 어디다 손을 대.

 

석진은 제 손을 잠시 쥐었다 펴며 말을 계속했다. 입가에는 웃음을 계속 남겨둔 채로.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나는 그 누구보다 네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니까.”

 

 

석진이 자신이 입은 상의 안주머니에서 여주가 가져간 넥타이를 꺼내었다. 지혈을 하는데 쓰인 정국의 넥타이는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붉은색으로 가득 뒤덮여 있었다. 석진이 넥타이를 정국에 손에 쥐어주었다.

 

 

“그 인간은 죽었더라. 안타깝게도.”

 

“......”

 

“여주가 들으면 참 슬퍼하겠다. 정국아.”









오늘도 감사합니다! 

W. 사프란(Spring Cr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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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꿀레몬청입니다! 헐 역시 석진이는 천사였네요 근데 하는 행동을 보니 천사... 맞는 거죠? 어째 정국이보다 더 무서운 것 같은데 8ㅅ8 오늘도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당
6년 전
독자2
돌하르방입니다! 시상에... 이게 무슨일이람진짜... 혹시나 대가가 영생으류얻는거? 꾹이랑 같이? 아 이건 내 희망사항인가...ㅎ 석진이 천사아니야.... 루시퍼다 루시퍼... 저인간이 천사일리가 없다....
6년 전
비회원237.228
데이지입니다 작가님! 역시 석진이는 천사였네요! 근데 뭔가 악마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건... 제 착각이겠죠!? 하하하 뭔가 여주 과거의 기억 속에 석진이도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냥 느낌만 드네요 ㅎㅎ... 과연 여주는 무슨 대가를 치르게 될까요 궁금합니다! 아무튼 작가님 오늘도 너무 잘 보고 갈게요 ❤
6년 전
독자3
석진이 천사 맞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6년 전
독자4
꾸꾸야 입니다!ㅠㅠㅠ 정국이와여주사이에 무슨거래가있었눈지 ㅠㅠ 너무궁금하네요!! 석진이는 뭔가를 알고있는것같은데?! 다음편이너무궁금하네용
6년 전
비회원63.110
정국악마사랑한나..좋아한다..
6년 전
독자5
10041230

진짜 위험한 사람이 석진일 수도 있겠네여...(゚д゚)
치밀한 사람...
잘 읽고 갑니당!

6년 전
독자6
향기예요! 석진 씨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서운 사람이네...... 8ㅅ8 어... 전 화들을 스트레이트로 쭈욱 읽어서 어떤 것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정국이의 애절한 사랑이 눈물겨워요ㅠㅠ 과거 둘의 관계를 연인으로 짐작하고 있었기에 정국이가 장난이든 진심이든 결혼하자고 장미를 건네던 날 여주가 우린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며 거절했을 때, 기억 못한다더니 그런 건 잘도 기억한다고 해서 놀랐거든요! 분명 애틋해 보이는데, 어째서? 곧 정국이가 저만 짝사랑했다고 밝혀와 아아 그랬던 거구나 수긍하고... 영겁의 삶을 한탄하며 여주와 생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워요ㅠㅠㅠ 그 기나긴 삶 속에서 아주 지독히 달콤하고 깊은 사랑과의 짧은 만남이라니... 여주의 대가는 무엇일까요! ㅠㅠ 이 남은 시간도 아까워 얼른 기억해냈으면 좋겠어요 힘내 여주야! 8ㅅ8 석진이는 아니 증말! 정국이는 따라가던 여주 시야에서 금방 벗어났는데 일부러!! 여주가 충격받게끔 친절히 정국이에게로 데려가다니ㅠㅠ 단순히 재미를 보려 건드리는 건지 아니면 다른 큰 목적이 있는 건지 궁금해요. 그리고 석진이만 오빠 소리 듣는 게 싫어 서로 누나 오빠라 부르자 하는 거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요...... 우럭 아! 그리고 여주 집 2층 아니었나요...?! 잘못 기억하는 건가 헿 나중에 다시 정주행할 때 봐야겠어용!
6년 전
비회원78.31
청록입니다!!! 석진이가 정말로 피해야 할 악마처럼 느껴져요... 정국이는 자기 입장에서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뿐이라고 이해하려고 하는데 그걸 계산해서 여주를 그 시점에 그 장소에 데려간 석진이는 정말로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괴롭히는 걸 즐겨 하는 모습으로밖엔안보여서 더 무섭게 다가와요 어쩌면 석진이와 과거에 연관이 있을 것도 같고 아직까지도 어렵네요ㅠㅠㅠ다음화 기다리고 있을게요
6년 전
독자7
망개야 입니다! 잘 읽고 가요오 작가님 ㅠㅠ
6년 전
독자8
초록고래예요! 하...여주의 대가는 과연 무엇인가요...석진이는 천사인데 왜 저렇게 무서운 거고ㅠㅠㅠ분량 많아서 너무 좋았어요! 그래도 스크롤 내리면서 분량이 점차 줄어드는 슬픔에 ㅠㅠ엉엉 좋은 글 써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6년 전
독자9
역시 석진이는 정말 천사였군요ㅜㅜㅜㅜ근데 뭔가 악마인 정국이보다 무서운 것 같네요ㅜㅜㅜ
6년 전
독자10
뭐지 석진이....정국이보더 초큼 무섭네요...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1
헉 소름이에요... 석진이 천사인데 타락천사 같고 섹시하고 ㅠㅠㅠㅠ 정국이는 언제나 섹시해여 흑 와중에 윤기선뱈ㅋㅋㅋㅋㅋ 넘 찰떠
6년 전
독자12
프라코입니다.
으응...?내가 아는 천사는 이런 이미지가 아닌데.....석진쓰....뭐지?둘이 뭐야..거의 석진이는 천사의 탈을 쓴 악마인데?지금 여주랑 정국이 갖고 노는건가..속내를 알 수가 없다 진짜..아 뭔가 불안불안한데, 여주가 또 정국이에게 홀대할거 생각하니 뭔가 안쓰럽고. 정국이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나. 저 석진이 진짜.자꾸 툭툭 튀어나와서 사람 자꾸 놀라게 만드네 석진쓰 그냥 우리 요리 하면서 화목하게 지냅시다ㅠㅠ

6년 전
독자13
우리 여주 정국이 행쇼하라 하고 석진쓰는 저한테 요리 알려주면서 알콩이 하는걸로👉👈
6년 전
독자14
천사가 맞으면서도 뭔가 섬뜩한 느낌은 뭐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둘의 대립이 종종 있을련지 모르겠네요ㅠㅠㅠ
6년 전
독자15
와 석진이 천사래 발ㄹ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6
이 묘하게 ,, 악마인 정국이지만 여주 한정 천사구 석진은 묘ㅓ게 악마인것같네요 잘보고가요 !
6년 전
독자17
여주랑 관련이 있는 사람일까요? 그 기억을 못할 때의 여주가 좋아했던 사람이라던지... 아니면 만났던 사람...? ㅠㅠ 감도 안 오네요
6년 전
독자18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는데 왜 실체를 보여준걸까....? 택배는 또 뭐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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